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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82화 (82/202)

82화 초대받은 손님 (2)

영혼의 호수 지역 아래에 위치한 던전.

망자의 지하 서고엔 각종 언데드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크르르륵!”

레이스나 스펙터를 비롯한 각종 악령 몬스터들이 통로 곳곳을 메우며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에 물리저항까지 갖춘 적이다 보니 꽤나 까다로울 것은 당연한 일.

놈들 모두 붉은 힘을 지닌 몬스터들이었다.

쿠구구구구!

“크륵?”

하나 그런 놈들의 앞으로 쏟아지는 거대한 물결이 있었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나타난 그림자 군단.

통로를 가득 메운 성현의 수하 몬스터들이 쏟아졌다.

“쓸어버려.”

“키이이이익!”

상상 이상의 숫자로 대규모 소환된 성현의 몬스터들이 지하 서고를 순식간에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기용 가능한 최대한의 병력을 모조리 끌어오며 그의 휘하에 있는 수하들이 적들을 휩쓸었다.

리치들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인 이곳 지하 서고가 상당히 넓은 장소라고는 해도, 지상의 필드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덕분에 던전 안에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은 압도적인 물량의 차이 앞에 꼼짝없이 짓밟히고 말았다.

쿠우우웅!

순식간에 지하 서고 최하층의 철문까지 박살 나며 으스러졌고.

무너진 문 너머, 최하층의 드넓은 복도와 함께 영역의 지배자인 리치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소란인가 했더니, 하등종들 따위가 감히!”

“이곳을 더럽힌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분노한 리치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문틈과 통로를 가득 메운 성현의 군단에게 가차 없이 떨어지는 대규모 광역 마법.

그것도 여러 리치들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마법 공격이었다.

콰아아앙!

내부로 몰려들던 군단의 수하들이 마법에 쓸려나갔다.

워낙 강한 위력이다 보니 휘말린 즉시 즉사였다.

광역 마법의 특성상 이런 실내에서 다수를 상대할 때 더욱 빛을 내는 법이었다.

아무리 마법 저항 장비를 갖춘 군단의 병사들이 앞장섰다 한들, 이런 식으로 휘말려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물러나라.”

그때, 수하들을 제치고서 나타난 이들이 있었다.

로칸과 이즈나를 비롯한 그림자 군단의 군주들이었다.

단순히 물량만으로 밀어붙이려다간 피해가 지나치게 커질 만한 상대.

그렇다면 질로 승부를 본다면 그만이다.

“크아아아아!”

콰과과광!

게아드와 군주들이 순식간에 앞으로 밀고 들어가 리치들을 짓밟았다.

방금처럼 범위 공격을 해봤자 일반 몬스터들은 군주들의 명령으로 뒤로 물러난 상태.

보스 몬스터 급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오히려 화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군단의 군주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걱!

“커어억……!”

순식간에 베어진 리치들의 시체가 하나둘 쓰러졌고.

말라비틀어진 놈들의 시체를 짓밟으며 파죽지세로 치고 나갔다.

“어, 어떻게 이런……!”

리치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분명 소환계열의 상대를 본거지로 강제 소환시켜 완벽한 함정에 빠뜨렸는데, 오히려 떨어뜨려 놓은 대군이 고스란히 내부에서 쏟아지다니.

단지 네크로맨서라는 상식선의 범주로만 생각했지, 성현의 정확한 능력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놈들의 실책이었다.

콰직!

“이쪽입니다, 주군.”

“그래.”

그리고 군주들이 사방의 리치들을 쓸어버리는 동안.

더욱 던전을 깊숙이 들어선 성현은 지하 서고 최하층의 중심부에 닿을 수 있었다.

수하들이 뚫어놓은 길을 통해 들어왔을 뿐, 그로선 조금의 체력도 빼앗기지 않았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죽은 자들의 군주가 당신을 초대하였습니다. 단서를 얻어내기 위해 목표를 추적해 처치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과 함께 연계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연계 퀘스트… 잿빛 땅에서 받았던 것에 이어서 두 번째다.’

성현의 시선이 시스템 메시지로 향했다.

지하 서고에 진입하자 발생한 새로운 퀘스트.

하지만 무엇보다 성현의 시선을 끈 것은 연계 퀘스트로 이어진다는 메시지였다.

과거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하고서 대량의 경험치와 무려 마력 스탯 100을 한 번에 얻었던 만큼.

이번 연계 퀘스트 역시 놓칠 순 없었다.

거기다 이전의 사례도 마족의 첫 등장을 암시했던 퀘스트였으니.

이번 몬스터들이 급격히 강해진 현상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알아내야 할 의문이었는데, 퀘스트까지 발생했다면 오히려 동기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일 뿐이지.’

덜컹!

성현은 쓰러진 리치들의 시체를 밟고서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하 서고 최하층의 중심부.

그는 고풍스럽게 꾸며진 군주의 커다란 방과 함께, 왕좌에 비스듬히 앉은 한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 로브 위로 창백하리만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여성.

지하 서고에 위치한 모든 리치들의 군주로 군림하는 지배자, 네이아였다.

터엉!

기다란 지팡이가 바닥에 내려찍혔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를 일어난 네이아가 성현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성현 역시 그녀를 마주 보았지만, 주위의 분위기 역시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온통 어두운 마력과 기운으로 일렁이는 장소였다.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이 오래 서 있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어딜 보고 있느냐, 인간. 내게 용건이 있어 찾아온 것이 아니었나?”

“찾아오다니. 난 불려왔을 뿐인데.”

성현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리곤 곧장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네가 리치들의 대장인 모양인데. 네가 날 이곳으로 불러들였던 거 맞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됐어.”

스릉!

성현은 곧장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대화는 나중에 나누어도 충분하다.

자신의 권속으로 만든 다음엔 어차피 모든 걸 들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파앗!

발을 박찬 성현이 네이아에게 접근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든 성현은 검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검이 녀석의 목을 베어 버리려는 순간.

네이아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뭐지?’

당황한 성현의 표정이 흠칫 바뀌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네이아의 모습.

움직임이 빨라서 녀석의 형체를 순간 놓쳤다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검이 닿을 찰나에 사라져 버린 그녀의 형체였고.

곧 성현의 뒤로 커다란 마력이 느껴졌다.

“성격도 급하구나.”

“주, 주군!”

날아드는 거대한 불덩이.

뜨거운 열기가 성현의 바로 뒤로 날아들고 있었고, 너무 빨라 피할 수가 없었다.

콰아아앙!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온통 새까맣게 그을린 바닥과 움푹 파인 구덩이는 방금 터진 마법의 위력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살벌한 마법의 타깃이 되었던 성현은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늑대인간으로 변한 로칸이 순간적으로 달려들었고.

성현이 받은 피해를 고스란히 대신 흡수해 준 것이었다.

그로인해 폭발에 휘말린 로칸은 온 몸이 엉망이 되었지만, 본래의 모습을 한 로칸의 몸은 빠르게 재생되었다.

보스 특유의 체력에 더해 재생력 특성까지 있는 그였기에, 아무리 강한 마법이라 한들 어지간해선 한 방 정도로 숨통을 끊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꽤나 충성스러운 개를 들여놓았군.”

뒤편에서 들려온 네이아의 목소리.

방금 감쪽같이 사라졌었던 그녀는 놀랍게도 방 안의 반대편 기둥 뒤에서 나타나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움켜쥐며 마력을 일순간에 끌어올렸다.

“마족이란 것들이 인간 따위의 곁이나 지키고 있다니. 부끄럽게 생각해라.”

“쓸데없는 본능에 끌려다니는 너희보다야 낫지!”

콰아아앙!

그녀의 말을 대신 받아친 이즈나가 네이아에게 화염구를 쏘았다.

상대의 마법 못지않은 폭발의 위력에 네이아가 서 있던 자리가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자욱했던 연기가 가라앉고.

네이아의 모습은 또다시 사라져 있었다.

“없잖아?”

‘저 녀석 아까부터… 공간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흠칫 놀란 성현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그깟 장난감들을 여럿 끌고 왔다 해서 우쭐해하고 있었겠지. 허나 나의 공간 안에 발을 들인 이상,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진 마라. 네놈이 여태껏 상대해 온 잔챙이들과는 다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또 다른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낸 네이아.

그녀는 지팡이를 크게 내리치며 새로운 마법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웅!

‘이, 이건?’

주위를 훑으며 스쳐간 검은 빛에 당황한 성현이 멈칫했다.

[상태 이상 ‘쇠약’ 상태에 빠졌습니다!]

[상태 이상 ‘저주’ 상태에 빠졌습니다!]

[상태 이상 ‘마법 취약’ 상태에 빠졌습니다!]

상대의 능력치를 저하시키는 디버프형 마법.

심지어 녀석이 사용한 것은 특정 대상에게 부정적인 상태이상을 거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 전체에 저주를 내린 것이었다.

즉, 이 안에 서 있는 모든 적들에게 적용이 되는 범위형 마법이라는 것이다.

“큭…….”

“저주인가?”

성현뿐만이 아니라 이즈나와 로칸을 비롯해, 방 안에 있는 그의 수하들 전원이 그녀의 마법에 영향을 받고 말았다.

지니고 있던 마법 저항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네이아는 곧장 다음 수를 보였다.

“먹어치워라.”

쿠구구궁!

“키이이익!”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사방에서 나타난 키메라들이 우르르 솟구쳐 나왔다.

한 번에 수백 마리를 가볍게 넘기는 대규모의 소환마법.

제각각의 모습을 한 기이한 몬스터들이 성현의 군단과 맞부딪쳤다.

그로인해 입구 쪽에 있던 병력들의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 모습에 성현은 적잖이 당황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그를 향해 여러 갈래의 두터운 쇠사슬이 날아들었다.

촤르르륵!

카앙!

성현은 검으로 휘두르며 쇠사슬들을 쳐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확 찌푸려졌다.

‘젠장, 움직임이…….’

쇠사슬을 쳐내자마자 곧장 앞으로 치고 나가려했지만, 쇠약 마법의 효과로 인해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원래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가 안 되니 전투 중 변수를 짜는 견적도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다.

“발버둥 치는 꼴이 재미있군.”

“시끄러워!”

후웅!

그런 와중에도 간신히 파고든 성현은 그녀에게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네이아는 또다시 공간 이동을 통해 감쪽같이 사라질 뿐이었다.

“후훗, 어딜 찌르는 게냐?”

‘젠장…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지? 아무리 보스라 해도 저런 마법들을 연달아 사용하다니. 말이 안 돼.’

입술을 깨문 성현이 힘겹게 숨을 뱉었다.

자신을 이 던전으로 강제 소환한 것부터 시작해, 녀석이 계속해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공간 이동 마법의 사용엔 여러 까다로운 제약이 붙기 마련이다.

한데 저렇게 연달아서,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다니.

전투 중에 작은 변수를 만들어 내는 데 활용하는 것만 해도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한 마법이었다.

“애쓰는구나, 하등종 따위가 머리를 굴려 봐야 소용없…….”

콰아아앙!

조소를 머금던 네이아에게 또다시 날아든 화염구.

폭발의 여파로 바닥이 크게 파손되었고, 주변이 새까맣게 그을리고 말았다.

물론 그래 봐야 또다시 공간 이동으로 간단히 피했지만, 어째서인지 네이아의 표정은 험상궂게 변해 있었다.

“인간에게 굴복한 패배자 주제에 감히 내 공간을 더럽혀!”

“…너야말로 시체 덩어리 따위가 누구더러 하등종을 운운하는 거냐?”

이즈나가 으르렁거리며 맞받아쳤다.

계속해서 키메라들이 몰려들어 상대하고 있음에도, 놈의 말버릇을 참아내지 못한 탓이다.

그러자 꿈틀거린 네이아는 그녀를 향해 지팡이를 치켜세웠다.

“아까부터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네놈부터 가루로 만들어 주지.”

카앙!

하나 그 순간, 날아든 성현의 검이 네이아의 바로 옆 벽에 박혔다.

목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지만, 처음부터 그녀를 해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짓일 뿐이었다.

“이런 공격이 통할 거라 생각했을 리는 없을 테고. 검을 버리다니. 싸움을 포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아니… 네가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지, 이제야 알겠거든.”

성현의 입가가 피식 올라갔다.

놈을 위한 공략법이 이제 막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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