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79화 (79/202)

79화 그들의 움직임 (3)

“잔해를 치울까요?”

“그래, 어디 한번 얼굴을 보자고.”

무너진 동굴의 앞.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앞을 지키고 서있던 스켈레톤 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칠게 무너져 내려 한가득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하나씩 치워 나갔다.

어지간한 몬스터들도 들기 어려운 큰 무더기였지만, 이미 S급의 수준인 스켈레톤 전사들은 가뿐히 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잔해들이 하나둘 치워졌다.

무너진 동굴의 틈 사이가 조그맣게 나타났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입구 쪽에 있던 스켈레톤 전사들이 한참을 튕겨져 나갔다.

쌓여있던 잔해들이 밖으로 쏟아졌고, 그를 비집고 나온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쿠웅!

“저 녀석은… 오우거?”

성현은 바로 놈의 정체를 파악했다.

거대한 몸뚱이를 지닌 험악한 거인.

그도 익히 알고 있는 몬스터 종이었다.

“강력한 S급 몬스터로 유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점까진 없을 텐데?”

“보통의 오우거와는 다릅니다.”

“다르다니?”

따다닥!

튕겨 나갔던 스켈레톤 전사들이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성현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우거라면 굉장히 포악하고 강력한 몬스터 종이었다.

놀라운 괴력을 지닌 S급 던전의 몬스터.

하지만 녀석의 주위로 놓인 스켈레톤 전사들은 열이 넘었다.

후웅!

오우거가 휘두른 거대한 도끼를 전사들은 몸을 낮춰 피했다.

동시에 안쪽으로 파고든 스켈레톤 전사들은 오우거의 몸에 무기를 깊이 찔러 넣었다.

평범한 스켈레톤 전사 따위 백 마리가 달려들어도 오우거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겠지만.

성현의 그림자를 받은 녀석들은 달랐다.

콰드득!

“크어어어!”

깊숙이 박힌 무기들이 비틀어졌다.

몸부림치는 오우거의 모습만 봐도 제대로 대미지가 들어갔음을 볼 수 있었다.

사방에서 달려든 전사들에 의해 순식간에 생겨난 열댓 개의 깊은 상처.

둘 사이의 전력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숫자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결과가 어찌 될지야 뻔히 예상했던 성현이다.

“쿠어어어!”

하지만 그 순간, 붉은 기운이 오우거의 몸에 휘감겨졌다.

온몸이 검붉은 빛으로 감싸인 오우거는 두 눈을 번쩍 치켜떴다.

콰아아앙!

콰지직!

순식간에 휘둘러진 도끼가 스켈레톤 전사를 내려찍었다.

미리 방패를 치켜들었음에도 괴력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 버린 전사의 모습.

그렇지 않아도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을 지닌 오우거였지만, 방금 녀석이 보인 괴력은 성현이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저, 저건 뭐야?’

갑자기 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처를 입었는데 오히려 훨씬 강력해진 힘에 더해 움직임 역시 빨라졌다.

저 꺼림칙한 붉은 기운이 생긴 뒤부터의 변화였고.

무언가 이질적인 힘이 느껴졌다.

“저게 어떻게 된 거지?”

“황야 지대에서 나타난 몬스터들이 저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 개체가 아니라 전부. 오우거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이 말이죠.”

옆에 선 이즈나가 말했다.

녀석을 비롯한 이질적인 힘을 품은 몬스터들을 정찰대가 발견했고, 그중 하나를 데려온 것이었다.

물론 오우거 한 마리를 여기까지 유인해 끌고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찌나 흉포한지 살아 있는 채로 제압하기 위해선 이즈나가 직접 나서야 했을 정도였다.

일반 몬스터 주제에 힘은 그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모든 몬스터가? 그렇다면 단순한 특이 개체나 돌연변이도 아니라는 건데.’

인상을 슬쩍 찌푸린 성현이 오우거를 바라봤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자기가 지닌 본연의 힘이 아닌 외부의 힘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왠지 모르게 불쾌하게 느껴지는 기운이다.

콰아앙!

그렇다고 싸우고 있는 스켈레톤 전사들이 놈에게 호락호락 당해 주진 않았다.

급변한 오우거의 기세에도 전사들은 공격을 최대한 피해가며 수적 우위를 이용해 놈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단순히 몬스터처럼 덤벼드는 것이 아닌, 훈련의 성과로써 얻은 움직임이다.

“크아아아!”

그러나 스켈레톤 전사들의 맹공에도 오우거는 쉽사리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격을 쑤셔 넣어도 놈은 거뜬히 버텨내며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검붉은 빛을 띤 오우거는 모든 능력치가 강해졌지만 특히나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게 된 것이 특징이었다.

완전히 무너진 동굴 안에서 멀쩡히 숨이 붙어 살아 있던 것도 저 지독한 생명력 때문이었다.

콰직!

녀석의 도끼에 당한 전사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스켈레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성현은 검을 뽑아들었다.

“볼 건 다 봤어.”

앞으로 나선 성현은 단박에 발을 박찼다.

촤아악!

성현은 순식간에 오우거의 다리를 잘라내었다.

그림자로 물든 성현의 검은 질긴 녀석의 몸뚱이도 손쉽게 잘라낼 수 있었다.

“크어어어!”

한쪽 발목이 사라진 오우거가 비틀거리며 팔을 짚었다.

그런 와중에도 성현을 눈으로 쫓으며 도끼를 휘두르긴 했지만, 가볍게 피해낸 성현은 놈의 목을 단숨에 베었다.

쿠우웅!

쓰러진 오우거의 몸뚱이에게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생명력이 강해졌든 뭐든 머리가 잘려 나가면 살 방법이 없었다.

이미 스켈레톤 전사들과 치고받으며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아주 간단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저주받은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총 2배의 추가 경험치가 적용되어 주어집니다!]

“이건?”

오우거를 처치하자 메시지가 성현의 눈앞에 나타났다.

꽤 큰 추가 경험치 보너스를 뱉어낸 오우거였다.

하지만 녀석이 알 수 없는 힘으로 강해진 폭에 비하면 그리 수지타산에 맞는 수준은 아니었다.

‘저주라니… 이게 대체.’

저주.

녀석들의 몸을 감싼 붉은 기운을 말하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저주라고 언급되면서 이런 식으로 강해지도록 힘이 증폭되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뭣보다 이렇게 시스템 메시지에 직접 따로 언급될 정도면 보통의 경우는 아니었다.

“혹시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성현이 이즈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런 건 들어 본 적조차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웨어울프들도 아는 게 없는 건 마찬가지였고요.”

“으음…….”

다음 필드인 황야 지대에 대해서라면 성현은 미리 카론에게 속속들이 들어낸 뒤였다.

다크엘프들은 황야 지대의 바로 옆에 놓인 어둠 숲을 움켜쥐고 있던 세력이었고, 그만큼 다음 필드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대해선 카론에게 건너들은 바가 없었다.

그가 이런 큰 사실을 놓칠 리도 없고.

이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건 확실했다.

‘마족이 있는 지역도 아니고. 단순히 마족이 벌인 짓 같지도 않아. 전 지역에 걸쳐서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려면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 수준으론 불가능한 일이니까.’

성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 이질적인 현상의 정체에 대해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머리를 긁적인 성현은 다시 고개를 올렸다.

“바로 움직인다. 준비는 되어 있겠지?”

“물론입니다, 주군.”

성현의 물음에 이즈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쓰러뜨려야 할 녀석들이니. 가만 있을 것 없이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지.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를 해봐야겠어.’

* * *

쿵쿵쿵!

여섯 번째 필드인 황야 지대.

이곳의 거친 땅을 밟고서 성현의 그림자 군단이 새로운 지역에 진입했다.

그가 굳이 채비를 갖추도록 지시할 필요도 없이, 이즈나와 로칸의 주도로 이미 진격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던 성현의 군단이었다.

철컹!

검은 갑옷을 입은 언데드 병사들이 열을 맞춰 나아갔다.

악령병사 군단이 가장 앞서서 황야로 진군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예상했던 대로 얼마 가지 않아 황야를 누비고 있던 오우거 무리와 맞닥뜨렸다.

“쿠어어어!”

쿵쿵쿵!

백여 마리가 넘는 오우거들이 땅을 울리며 달려들었다.

그저 본능에 따라 영역을 침범한 그림자 군단을 가차 없이 먹어치우려 드는 녀석들이었다.

지능이 좋지 못해 군단의 정체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진 못했고, 마구잡이로 달려들 뿐이었다.

하지만 어둠 숲에서 보았던 오우거처럼 놈들 모두가 검붉은 기운을 온몸에 띠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굉장히 위압적인 놈들의 기세였다.

“그아아아!”

콰아앙!

그렇게 악령병사 군단과 오우거 무리가 제대로 맞부딪쳤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난전이 발생했다.

역시 미지의 힘을 받은 오우거들은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력한 적이었다.

하나만 해도 골치였던 것이 무려 한 번에 백이 넘게 몰려드니 더욱 파괴적으로 된 것이다.

거의 한 마리 한 마리가 보스 수준에 가까운 힘을 지니고 있었고.

일방적이진 않다 해도 이쪽의 피해도 빠르게 커졌다.

하지만 선두에 서 있던 검은 기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서걱!

S급의 군주급 소환수, 암흑 기사 칼라일.

녀석의 검이 휘둘러지자 오우거의 커다란 팔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우어어어!”

분노한 오우거가 큰 몸집으로 그를 깔아뭉개려 했지만.

칼라일은 순식간에 몸을 놀리며 녀석의 몸을 꿰뚫었다.

쩌억!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숨에 오우거의 복부를 양단해 버린 칼라일.

2배의 추가 경험치를 받아가며 오우거를 처치하자 그의 레벨이 하나 올라갔다.

단, 시간 대비 사냥의 효율이 좋아서는 아니었다.

칼라일조차 한 방에 숨통을 끊어내기는 어려울 만큼 질기기 짝이 없는 놈들의 생명력이었다.

때문에 금방금방 몬스터들을 도륙해 나가던 평소에 비하면 오히려 사냥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다.

다시 예전의 속도를 되찾기 위해선 저 저주라 불리는 힘의 원인을 파악해 무력화시켜야 했다.

콰드득!

“쿠어어억!”

칼라일에 이어 데스나이트들까지 개입하자 오우거들은 빠르게 쓰러져 나갔다.

기본적으로 정예 몬스터답게 수준이 높은 데다가, 그들의 손에 최상급의 무구들을 하나씩 쥐어준 보람이 있었다.

질긴 생명력을 지닌 상대로 좋은 무기는 훨씬 싸움을 쉽게 만들어 주기 마련이었고 지금의 상황도 그러했다.

‘그래도 역시 밀리진 않네.’

안타라스의 등 위에 선 성현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굉장히 강력하긴 하다만 군주인 칼라일이 있는 이상, 몰려드는 오우거들에게 패퇴할 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피해가 꽤 발생하는 데다가, 전진하는 데 시간이 끌리는 중이야.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 되면 곤란하지.’

이제 막 새로운 지역에 들어선 참이었고, 황야 지대를 모두 점령하기엔 한참 먼 시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여태 상대해 온 몬스터들과는 확연히 다른지라, 이전처럼 파죽지세로 밀고 나갈 수가 없었다.

‘이대로 피해까지 감수하며 발목을 잡혀 있기보다는… 오우거들의 군주를 먼저 찾아내 처리하는 게 낫겠어.’

성현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고 고개를 돌렸다.

‘그럼 어디… 능력 좀 빌려 볼까.’

[군주, 카론의 그림자를 흡수하였습니다!]

[‘매의 눈’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S급 특성, 백귀야행의 효과로 성현은 카론의 특성을 가져왔다.

푸른빛으로 차오른 그의 두 눈동자를 통해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하늘 위라고 해도 가려진 부분이 많아 보스의 위치를 단번에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카론의 특성, 매의 눈은 단순히 시야와 반응 속도가 좋아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보인다.’

통찰안(洞察眼).

흩어져 있는 기운과 마력의 흐름까지도 볼 수 있는 유용한 능력이었다.

덕분에 다른 기운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이 이질적인 붉은 기운들 정도야, 금방 눈에 띄어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붉은 기운이 느껴지는 한 장소.

저기에 있는 녀석이 바로 이곳 오우거들의 보스일 것이다.

‘잠깐, 저건 뭐지?’

하지만 곧장 그리로 향하려던 성현이 순간 멈춰 섰다.

또 다른 곳에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방금 발견한 보스의 기운에 비해 크기는 모자라도, 일반 몬스터들과는 무언가 다른 존재가 있었다.

“뭔가 냄새가 나네… 가자.”

눈을 늘인 성현은 곧장 안타라스의 방향을 틀었다.

계획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