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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74화 (74/202)

74화 격전지 (3)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사원 내부.

맞붙은 데스 나이트와 미노타우로스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차원이 다른 싸움이 그들의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콰과과광!

사원의 벽이 요란하게 부서져 내렸다.

미노타우로스의 왕, 안두스.

녀석의 거체가 거침없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큭…….’

튕겨져 나간 성현이 균형을 잡았다.

단단한 육체에 더해 무지막지한 저돌성에 확실히 애를 먹을 만했다.

하지만 또다시 정면으로 달려드는 녀석을 향해 성현은 검을 들어 올렸다.

촤아아악!

검은 기운이 담긴 칼날이 휘둘러졌다.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안두스의 어깻죽지 아래로 커다란 상처가 갈라졌다.

그러자 녀석은 고통스러운 듯 주춤 물러섰다.

그림자를 품은 성현의 검이다.

최상 등급의 명검이 품은 예리함에다 마력 감응을 통해 위력이 더욱 강해진 그의 검은 어지간한 괴수의 육체쯤은 간단히 토막 낼 수 있었다.

“우어어어!”

안두스의 포효에 대지가 쿠구궁 떨려 왔다.

단순한 외침이 아닌 위압이 실려 있는 녀석의 특수한 포효.

동족인 미노타우로스조차 움찔하며 몸을 멈춰 섰고, 데스 나이트마저도 순간이지만 휘청일 정도였다.

이는 녀석이 지닌 ‘강한 위압’ 특성의 효과 때문이었다.

보스 몬스터 특유의 위압감도 헌터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

하지만 안두스는 일반적인 보스가 지닌 것보다 더욱 강한 위압감을 상대에게 심어 줄 수 있는 상태 이상 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적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행동에 제약이 생기도록 강제하니 굉장히 까다로운 능력이었다.

[칭호, ‘운명의 대적자’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그 어떤 적을 상대로도 위압 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파앗!

하지만 녀석의 능력은 손쉽게 파훼되었다.

칭호로 능력을 상쇄시킨 성현은 방금까지 어깨를 짓눌렀던 위압감이 간단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평소에도 위압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느끼기야 했지만 이럴 땐 확실히 좋네.’

성현은 멀쩡한 다리를 내디디며 힘차게 발을 굴렀다.

[군주, 자고스의 그림자를 흡수하였습니다!]

[‘망령의 혼’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터엉!

순식간에 안두스의 코앞까지 다가선 성현.

녹색 잔영을 남기며 미끄러지는 그의 빠른 움직임에 당황한 안두스는 도끼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성현은 단숨에 그림자가 깃든 검을 휘둘렀고, 녀석의 다리와 복부를 베어 냈다.

“그어어어!”

고통에 찬 포효와 함께 몸부림을 치는 안두스.

녀석은 뿔이 난 머리를 들이박아 기둥을 박살 내었다.

쿠구구궁!

‘역시 곱게 죽어 주진 않는군.’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해 속에서 더욱 날뛰어 대는 걸 보니 여전히 힘이 넘쳐나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성현은 이즈나의 그림자를 가져왔다.

고귀한 피 특성을 얻어 모든 능력치를 강화시킨 성현은 검을 번뜩였다.

날뛰고 있는 녀석의 틈으로 파고들어 가서 다리를 베었다.

“그어어어!”

쿠웅!

수차례나 깊은 상처를 입고 나서야 한쪽 무릎을 꿇은 녀석.

군주의 위험을 감지한 미노타우로스들이 성현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데스 나이트들이 이를 가만히 지켜볼 리 만무했다.

‘이대로 몰아붙인다!’

방해받지 않은 성현이 더욱 맹공을 퍼부었다.

S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만큼 버티는 체력이 보통이 아니었고,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안두스의 몸에 빠르게 누적되어 가는 상처들.

여전히 날뛰는 안두스가 사원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이리저리 날뛰었지만, 오히려 주변이 녀석의 피로 흥건히 물들어 갈 뿐이었다.

그리고 안두스의 힘이 다한 마지막 순간.

발악하는 녀석의 도끼를 가뿐히 피한 성현은 단숨에 뛰어올라 안두스의 목을 베어 내었다.

쿠우우웅!

모락모락 피어오른 흙먼지 속에서 목이 달아난 안두스의 시체가 쓰러지고 말았다.

S랭크 보스 몬스터의 격파.

그가 받은 퀘스트의 마침표였다.

[특별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주르륵 차오른 성현의 레벨.

그에 맞춰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20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칭호, ‘진정한 강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스탯 보너스에 5%의 추가 보정이 적용됩니다.]

“200레벨이라… 드디어 달성했네.”

성현이 피식 웃어 보였다.

지난번 다크 엘프들을 쓰러뜨리고서 이미 190대를 넘어섰던 참이었는데.

안두스를 쓰러뜨리고 퀘스트까지 마무리 짓자, 단숨에 치고 올라선 성현이었다.

제법 기념할 만한 200레벨대를 달성한 만큼, 시스템에서도 선물이나 받으라는 건지 좋은 보너스를 주었다.

‘하지만 진짜 보상은 따로 있지.’

성현의 시선이 옆으로 슬쩍 돌아갔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청성의 영역에 직접 찾아왔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츠츠츠츳!

쓰러졌던 안두스의 시체에서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으스러지기 시작한 안두스의 시체 위로, 성현을 향해 빛들이 넘실거리며 넘어왔다.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는 새하얀 빛의 무리.

꽤나 당혹스러운 광경이었다.

‘이건…….’

잠시 당황한 성현이 주춤거리며 몸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적대적인 기운은 아닌 데다 곧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그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별 퀘스트의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적의 영혼을 흡수하여 정수의 강화가 이루어집니다!]

성소의 수호자를 쓰러뜨리며 얻었던 그의 정수.

그가 쓰러뜨린 영혼을 통해 정수를 강화시킨다는 뜻이었다.

가디언의 정수를 흡수해 군단 전체를 강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강화라는 게 무엇을 의미할지는 뻔한 일일 터.

성현은 이미 그다음 문구를 예상하고 있었다.

[새로운 군단 강화 특성이 부가되었습니다!]

[힘 스탯 +20]

[체력 스탯 +20]

[생명력 +3.5%]

‘…정말 됐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성현은 재빨리 상태창을 띄웠다.

자신의 것이 아닌 ‘군단’의 상태창이었다.

[군단 강화의 특성]

[힘 스탯 +35]

[민첩 스탯 +15]

[체력 스탯 +35]

[마력 스탯 +15]

[생명력 +3.5%]

[냉기 저항력 +50%]

‘역시… 누적이 되는구나.’

저번 가디언의 정수를 흡수했을 때와 같았다.

그의 휘하에 있던 모든 수하들의 능력치를 강화시켜 주는 군단 특성의 강화.

물론 그 군단에 포함된 성현 자신까지도 적용이 되는 군단 보너스였다.

한 명의 몫이 아닌 모든 수하들이 적용받는다는 걸 생각하면, 정수로 얻게 되는 보너스는 엄청난 보너스나 다름없었다.

‘사체가 사라져 버리는 건 예상 못 하긴 했지만.’

성현의 시선이 안두스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쓰러뜨렸던 안두스의 사체는 감쪽같이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정수에 영혼이 보태지며 사체가 아예 사라져 버린 만큼, 휘하의 언데드로 만들 순 없었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수확이었다.

새로운 패턴의 퀘스트가 생겨났고, 그 퀘스트는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다.

‘주군,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때, 성현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던전에 진입하기 전, 미리 입구 쪽에 배치시켜 뒀던 다크 엘프 군주 ‘카론’이었다.

‘벌써 청성의 헌터들이 나타난 건가?’

‘예. 입구 앞에 잔뜩 몰려와 있습니다. 주군의 존재에 대해서도 눈치챈 듯 보이고요.’

‘…생각보다 빠르군.’

아직 던전이 완전히 활성화된 시점도 아니었을 텐데.

청성에서 한발 빨리 발견을 해낸 모양이었다.

청성의 헌터들이 아예 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걸 봐서는, 충돌 없이 조용히 빠져나가기란 이미 물 건너간 상황.

하지만 성현의 표정은 차분했다.

‘이름하고 얼굴 정도는 외워 뒀지? S급 헌터 중 누가 왔는지 알아볼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천태성 그리고 도윤일이라는 인간입니다.’

‘그 둘이 전부야?’

‘확실합니다.’

카론이 답했다.

성현의 명령대로 청성의 최고 간부들 정도야 이미 파악을 해 둔 그였기에, 여러 헌터들 사이에서도 그들의 정체를 구별할 수 있었다.

‘3성 중 하나인 도윤일은 조금 부담스러운 상대지만… 그래도 나타난 최고 간부는 두 명뿐이라는 건가. 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만하겠는데.’

성현은 머릿속으로 꼼꼼히 계산을 짜 맞춰 보았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좋아. 이쪽의 정리야 이미 끝났으니 문제될 건 없고, 플랜 B에 오히려 더 신경을 써 놨으니까.’

되레 옅은 미소를 지은 그의 표정.

기껏 보험까지 들어 뒀었는데, 조용히 끝내기란 아쉽던 참이다.

‘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날 잡으려 할 거다. 둘 중 하나는 입구 쪽을 지키고 있을 테고… 그렇다면 이제 마중을 나가 줄 차례로군.’

“쿠어어어어!”

그 순간, 사원 내부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들이 포효를 토해 냈다.

보스인 안두스를 권속으로 만들지 못했으니 남은 수하들도 당연히 그를 따를 리는 없는 바.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인간을 본능적으로 공격하려 드는 것은 똑같았다.

더군다나 놈들은 군주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봤기에 더욱 복수심을 불태울 따름이었다.

호전적인 녀석들답게 실력의 차를 보여 줬음에도 전혀 전의를 잃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꽤나 쓸 만하겠는데.”

미노타우로스들을 바라보는 성현의 얼굴엔 귀찮음 대신 흥미로운 표정이 스쳤다.

“손님맞이에 도움이 되겠어.”

* * *

“여기에 그 녀석이 있단 말이지.”

청성의 최고 간부, 천태성이 던전 내부로 진입했다.

수십여 명의 휘하 길드원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영왕(影王).

고작 개인의 신분으로 수차례 청성을 엿 먹이고서도 멀쩡히 살아 있는 S급의 헌터다.

이젠 아예 청성의 몫인 S급 던전을 노리고 침범해 온 녀석의 행동은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우습게 보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여기서 무조건 잡는다. 조금 더 속도를 내.”

“알겠습니다.”

천태성의 말에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추적계 능력자를 대거 동원해 영왕의 흔적을 쫓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도심보단, 몬스터가 대부분인 던전 내부에선 비교적 흔적을 뒤쫓기 쉬웠다.

‘흔적은 분명하다. 저번 현장에서야 날 피해 갔지만 이번엔 어림도 없어.’

몇 번의 성공에 교만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결국 제대로 꼬리를 잡힌 녀석이다.

이 지경까지 온 이상, 놈이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었다.

청성의 헌터 수십여 명을 바깥에 남겨 둔 데다 도윤일이 입구를 지키며 봉쇄하고 있었다.

대형 던전의 규모가 아무래도 보통이 아니다 보니 추적 과정에서 엇갈릴 수 있기에.

혹시라도 녀석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미리 차단해 둔 것이다.

“어, 이게 어떻게…….”

“왜 갑자기 멈춰 선 거지?”

“이어져 있던 흔적이 끊겼습니다.”

“뭐라고?”

당황한 추적계 능력자들이 자리에 멈춰 섰다.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상대의 흔적 때문이었다.

‘흔적이 사라졌다니 그게 대체.’

천태성은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한두 명도 아니고 네다섯 명이나 되는 고위 헌터들이 단체로 착각했을 리도 없을 터.

갑작스레 끊긴 흔적 탓에 울창한 숲속에 덩그러니 놓인 꼴이 되었다.

‘뭔가 불안한데.’

오랜 헌터로서의 직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 이건?”

“주변에서 거대한 기척이 느껴집니다!”

끊긴 흔적을 찾고 있던 추적계 헌터들이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탐지 능력을 지닌 그들이었기에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저 앞에서… 아니, 사방에서 기척들이…….”

휘둥그레 떠진 헌터의 눈동자.

수없이 많은 기척들이 사방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고, 그 기척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키이이이익!

숲속 저편에서 터져 나온 사나운 울음소리.

아직은 한참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들려오는 수많은 포효에 길드원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녀석인가.”

천태성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놈이 수많은 언데드를 조종하는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기에 많은 적을 상대할 거라는 것쯤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선 길드원은 멍하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누군가의 소환수가 아니라 몬스터입니다. 그것도 이 던전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이… 저희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대한 크기의 대형 던전.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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