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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71화 (71/202)

71화 침입자 (2)

“인간을 위해 집을 지키는 개 행세를 자처하다니 한심한 놈들. 모조리 숨통을 끊어라.”

카론의 말이 떨어지자, 다크 엘프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주위를 둘러싼 홉고블린들을 향해 다크 엘프들이 달려들었다.

수백 대 수백의 대규모 싸움이 일어났고.

던전의 입구를 앞에 둔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크아아아!”

홉고블린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레어 메탈 합금으로 단단히 무장한 녀석들은 마법 부여까지 된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커다란 몽둥이 하나를 든 게 전부였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카앙!

“큭, 고블린 따위가!”

허나 이번 상대는 만만하지 않았다.

네 번째 필드인 생명의 숲 지역의 공략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그들 스스로 들이닥친 다섯 번째 필드의 존재들이었다.

깊은 지역의 몬스터인 만큼 기본적으로 레벨이 굉장히 높았다.

심지어 저들은 보통의 몬스터가 아닌 마족이었다.

뱀파이어든 웨어울프든, 마족이라면 일반 몬스터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정예급에 해당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본적인 스펙부터 좋은 데다 인간만큼이나 지능이 높았다.

덕분에 전투 시 역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기에 복잡한 역할이 주어지거나 집단전에 돌입할 때엔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편이었다.

쿠웅!

혼잡한 전장에서도 제대로 진형을 갖춘 다크 엘프들의 움직임.

그들은 평소 철저한 훈련을 통해 집단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일반 몬스터들 따위야 손쉽게 격파할 수 있었다.

“뭐, 뭐야 이 녀석들…….”

“하등종 주제에 이런 움직임을?”

하지만 당황한 다크 엘프들의 표정이 하나둘 굳어 갔다.

막아선 입구를 뚫어 내기 위해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놀랍게도 홉고블린들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어느 쪽도 밀리지 않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크르륵!”

홉고블린들 역시 제대로 진형을 짜며 다크 엘프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었다.

무작정 따로 돌격하다가 여러 갈래의 공격을 한 번에 받아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였다.

평범한 몬스터라고는 절대 믿기지 않는 행동.

집단전에 대해서라면 충분한 훈련을 받은 데다 그동안 꽤 많은 전투를 거듭하며 많은 실전 경험까지 쌓은 덕이었다.

‘일반적인 고블린들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홉고블린 따위가 나의 병사들과 대등하게 싸운단 말인가?’

카론은 믿기지 않는 듯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림자를 품고 있는 검은 군단이 원래 종족이 지닌 수준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는 것쯤은 여기까지 도달하는 동안에도 이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힘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하등종에 불과할 홉고블린이 저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부터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게아드가 한 차례 승급을 거치며, 휘하에 있던 고블린들의 지능까지 함께 올라갔기 때문이다.

우두머리급 보스의 휘하에 있는 일반 수하들은 불가능했을 이야기.

마족만 한 수준의 지능을 얻긴 무리라고 한들, 군주 등급의 보스인 게아드와 그 아래의 고블린들은 여타의 몬스터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정리해 주…….”

콰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일어난 충격파.

박살 난 땅의 파편이 사방에 튀었다.

“크르륵!”

달려들던 카론의 앞을 게아드가 이빨을 드러내며 막아섰다.

카론의 상대는 홉고블린들이 아닌 게아드였다.

“쏴라!”

후방에 있던 다크 엘프 중 몇몇이 커다란 덩치의 게아드를 향해 활을 쏘았다.

하지만 게아드는 미동도 하지 않고서 화살들을 튕겨 내었다.

기본적으로 보스들은 몸뚱이부터 갑옷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단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무기 역시 마찬가지다.

달려든 게아드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카론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냈다.

“귀찮게 구는 놈 같으니!”

달려든 카론은 단숨에 팔을 뻗었다.

단검이 휘둘러지고 게아드의 가슴팍을 베어 냈다.

하지만 게아드의 질긴 피부는 물리적인 피해를 경감시켰고, 상처는 깊지 않았다.

콰앙!

두 보스 몬스터 간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터져 나오는 충격파와 싸움의 여파로 인해 그들의 주위에 있던 일반 몬스터들은 거리를 둬야 했고, 감히 가까이 접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크아아아!”

다리를 베인 상처에도 밀려나지 않는 게아드가 카론을 내동댕이쳤다.

양측 수하들의 싸움만큼이나 대등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싸움이 계속되자, 카론은 서서히 자신의 모든 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촤아악!

카론이 휘두르는 두 개의 칼날이 게아드를 연달아 베어 냈다.

그렇지 않아도 민첩했던 녀석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져 게아드조차 쫓아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게아드가 지닌 특성과 패턴을 파악하며 감을 잡았기에.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모두 전략을 짰다.

“고블린치고는 제법이다만… 여기까지다.”

게아드의 몸에 계속 누적돼 쌓이는 상처가 싸움의 승패를 알려 주었다.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레벨부터가 카론 쪽이 더 높았고.

마족으로서 지닌 이점까지 있기에 같은 군주급 보스 몬스터라고 한들 이렇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그만 꺼져라!”

더욱 템포를 올리며 게아드를 한껏 몰아붙이는 카론.

서둘러 놈을 치워 버린 뒤 홉고블린들을 몰살해 던전의 입구 밖으로 나갈 셈이었다.

하지만 게아드는 그의 맹공에도 굳건히 자리에 섰다.

곳곳에 상처가 생겼음에도 그는 무릎 한쪽조차 꿇지 않았다.

꾸역꾸역 공격을 받아 내는 보스 몬스터의 강인한 체력.

거기다 집요하다 싶을 정도의 놀라운 집념으로 카론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 끈질긴 모습에 카론마저도 주춤거리며 당황할 정도였다.

‘언데드 꼭두각시가 된 주제에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후웅!

순간, 당황한 카론에게 날아드는 게아드의 역공.

콰아아앙!

게아드에게 얻어맞은 카론은 충격파에 휩쓸리고 말았고, 피를 한 움큼 토해 내었다.

충격파 특성으로 인해 속이 진탕이 되었다.

“크윽… 감히 하등종 따위가……!”

격분한 카론은 단검을 더욱 거세게 움켜쥐었다.

놈을 단숨에 끝장을 내기 위해 땅을 박찼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싸움을 벌이려던 그들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시선을 들어 올린 카론의 시야에 보이는 건 와이번, 비룡 안카라스였다.

쿠우웅!

그들 사이에 착지한 안카라스.

녀석의 등 뒤에서 성현이 착지해 내렸다.

“잘했어. 덕분에 늦지 않았네.”

“크르륵!”

성현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말해 주었다.

그가 게아드에게 맡긴 임무는 침입자가 던전의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가 볼까.”

게아드를 뒤로 하고서, 성현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큭…….”

성현의 흉흉한 기세에 저도 모르게 움찔한 카론.

게아드가 발목을 잡아 두며 충분히 시간을 끌어 줬으니.

이제 그가 직접 나서서 이 상황을 정리할 차례였다.

* * *

‘안 그래도 바쁜데 무슨 일로 부르는 건지.’

이지스의 길드 본사.

오늘도 업무를 처리하느라 한승희는 책상에 앉아서 쌓여 있는 서류 더미와 열심히 씨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길드 대표의 호출에 건물 아래로 내려오게 되었다.

“잘 지내고 있었지?”

“길드장이라는 녀석이 여태 뭘 하다 이제 돌아온 거야?”

돌아온 성현의 모습에 한승희가 슬쩍 말했다.

일까지 죄다 자신에게 맡겨 두고서 자리를 비웠던 성현이다.

심지어 간부인 이즈나도 북부 지역 길드를 흡수하는 일이 끝나고선 자리를 비운 통에 그녀 혼자 완전히 독박을 쓰고 말았다.

“잠깐 업무 겸 인재를 찾아다니느라 출장을 좀 다녀왔지. 내가 자리를 비워 둔 동안 특별한 소식은 없었지? 청성의 움직임은 좀 어때?”

“아직 괜찮아. 심기를 조금 건드리긴 한 모양인데, 당장 충돌할 가능성은 없어.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백룡과 청성 길드원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이 있어 사망자까지 발생한 모양이야. 거슬리기야 하겠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당장 우리와 전면전을 벌이는 건 놈들이라도 무리겠지.”

“산하 길드도 아니고 정식 길드원까지 죽어 나갔다니 꽤나 큰 소식이군.”

한승희의 말에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펼쳐 둔 정보망에 걸려 든 대형 소식.

업계 관련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충돌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백명의 길드장으로서 평소 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한승희였기에.

이런 쪽으로는 오래전부터 투자를 해 온 편이었다.

그리고 백명 길드와 한승희를 통째로 삼켜 버린 덕에 그녀가 펼쳐 둔 정보망들은 고스란히 성현의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럼 길드 안쪽 분위기는 어때?”

“내부로도 별문제는 없어. 알려진 S급 헌터만 길드에 셋인데, 잔챙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삐져나올 리는 없으니까. 조용히 숨죽이고 살고 있지.”

한승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원이 너무 적은 건 문제야. 소수 정예도 정도가 있지. 지금도 아슬아슬하다고. 이 이상으로 진지하게 길드를 굴릴 생각이 있거든, 길드원들 수부터 늘려 놓는 게 좋을걸. 당장이야 괜찮을지 몰라도 만만하게 보이는 정도가 되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수가 있으니까.”

“음…….”

그녀의 말에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길드의 규모에 비해 길드원들의 수가 지나치게 부족했다.

비대한 세력과 산하 길드에 비해 이지스 길드원의 숫자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오늘 찾아온 거기도 하고. 길드원들을 영입해 왔거든.”

“길드원? 인재를 찾아다니니 어쩌니 하더만… 또 네 소환수들이야?”

“그렇지.”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모습과 지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성현의 소환수들.

이지스 길드 소속 헌터 전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들 들어와.”

성현이 고개를 돌리자, 새로운 길드원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섰다.

귀를 감추고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다크 엘프들이었다.

뱀파이어나 웨어울프처럼 보통 전력이 아니라는 것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왜 시선 없는 곳으로 따로 부르나 했더니… 이 녀석들은 또 어디서 데려온 거야?”

그들의 모습을 본 한승희는 입을 쩍 벌렸다.

이번에 성현의 수하로 합류하게 된 다크 엘프들의 수는 8백이 넘었다.

하지만 모두를 바깥에 빼 둘 생각은 아니었기에 새롭게 길드에 합류할 이들은 대략 5백이 조금 넘는 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인원의 절반 이상을 길드에 합류시키는 것이었고.

기존의 삼사백에 불과했던 부족한 길드원의 인원수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충원하게 된 셈이다.

“그럼 맡겨 둘게.”

“맡겨 두다니?”

“대충 이쪽 사회에 대한 것들은 교육을 해 놨거든. 하지만 길드원들을 새로 들여왔으니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잖아?”

“자… 잠깐, 설마 그걸 나더러 다 처리하라는 건 아니겠지?”

“알다시피 보통 사람이 아니잖아. 적당히 신분 세탁도 해야 하고, 다른 절차들도 일반 직원들에게 전부 맡기면 비밀이 새어 나갈 수 있으니까.”

어느새 등을 돌린 성현이 팔을 휘휘 저으며 말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그녀에게 복잡한 일들은 다 맡겨 놓겠다는 소리였다.

“어쨌든 이런저런 절차들은 알아서 처리해 줘. 할 수 있지?”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야! 아무리 그래도 네 길드원들 정도는 네가 알아서……!”

덜컹!

성현은 순식간에 건물을 빠져나왔다.

안타깝지만, 성현은 길드 업무에 붙잡혀 있을 시간이 없었다.

바로 다음 행동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번은 잘 넘어갔지만… 어쩌면 놈들과 벌써 충돌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성현의 시선이 슬쩍 아래로 향했다.

그의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한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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