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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61화 (61/202)

61화 미친개에게 필요한 건 (2)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군주들.

로칸과 이즈나가 그의 양옆에 섰다.

“주군.”

“부르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성현은 그들과 한 차례 시선을 주고받았다.

백귀야행 특성으로 연결이 더 긴밀해진 뒤로는, 녀석의 동력부가 약점이라는 것 정도는 굳이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작전에 대한 것쯤이야 머릿속으로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오래 끌 것 없이 빠르게 끝낸다.”

“알겠습니다.”

쿠구구구!

다가오는 발텐의 거대한 몸집.

놈의 팔이 뻗어져 오기 전에 먼저 움직인 것은 성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현을 먼저 노리며 그의 움직임과 함께 시선을 옮기는 발텐.

성현이 이 모든 수하들을 거느리는 우두머리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현 하나에게만 눈을 팔고 있기엔 다른 전력들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이즈나의 화염구가 맹렬한 불길을 내뿜었다.

크나큰 충격과 함께 발텐의 거체가 잠깐 휘청일 정도였다.

물론 막강한 내구력을 지닌 고대 골렘 발텐이었고, 공격 한두 방으로 어떻게 될 상대는 아니었다.

충격에 금이 가고 타들어 간 표면도 금방 회복되어 원 상태로 되돌아갔다.

“키이이익!”

하지만 그 순간, 거미 여왕 니아드라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녀의 입에서 뿜어진 강력한 산성 독액이 발텐의 중심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독액을 뒤집어쓴 녀석의 표면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며 부식이 일어났고, 동력부가 위치한 부위 인근의 방어력이 약화된 것이 보였다.

게아드, 칼라일이 두 다리를 공격해 움직임을 방해하고, 단숨에 뛰어오른 성현은 검은 기운을 실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강한 충격에 발텐의 가슴팍이 움푹 파였다.

아직 마력의 핵이 보이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표면을 갉아먹고 있는 독액으로 인해 녀석의 회복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

‘이대로 몰아붙인다!’

성현은 검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고 몸을 놀렸다.

성현뿐 아니라 무려 일곱의 군주들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발텐이었다.

아무리 S랭크 보스 몬스터라고 한들, 일방적인 싸움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온갖 공격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날뛰어 대며 반격했지만, 보스 몬스터인 건 성현의 군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녀석의 공격에 휘말리더라도 군주들은 금방 몸을 회복하고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 빠른 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발텐의 몸에는 점차 커다란 상처들이 늘어만 갔고.

특히 집중적으로 공격당한 가슴팍 부근에는 마력의 핵이 거의 드러날 만큼 움푹 파이고 말았다.

“이제 마무리다!”

발텐의 상태를 살핀 성현은 군주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니아드라는 거미줄을 뿜어내며 놈의 몸을 칭칭 감았다.

상상 이상으로 질긴 거미줄에 거대 골렘의 움직임이 잠시 방해받고 있는 순간.

공중을 누빌 수 있는 두 보스 몬스터.

밴시 메이트리아와 비룡 안카라스가 발텐의 머리를 노리며 그의 움직임과 시야를 방해했다.

타악!

성현은 검을 움켜쥔 채 힘껏 몸을 날렸다.

녀석을 끝장 낼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함이었다.

[군주, 게아드의 그림자를 흡수하였습니다!]

[‘충격파’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 * *

콰과과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발텐의 몸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성현이 안겨 준 마지막 일격에 직격당한 녀석은 결국 마력의 핵이 파괴되었다.

동력원을 잃고서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 버린 녀석.

싸움을 끝낸 성현의 눈앞엔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왔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후우…….”

잔해 더미 사이에서 성현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

발텐을 쓰러뜨리고 퀘스트의 보상으로 8번의 레벨업을 한 성현.

[이름 - 이성현]

[칭호 - 경지에 도달한 자]

[레벨 - 166]

[직업 - 네크로맨서]

[주요 능력치]

힘: 310 민첩: 294 체력: 295 마력: 388

[보유 특성]

상태창(S), 그림자 군주(S), 백귀야행(S)

최근 바깥일 때문에 조금 느려진 성장이 단번에 탄력을 받게 되었다.

S급 던전을 이 정도로 물 흐르듯 클리어해 낸 것은 확실히 그의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는 의미였다.

물론 같은 S급 던전이라도 던전마다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최소한 처음 S급 던전을 겪었을 때보단 훨씬 간단히 공략한 것은 분명하다.

“한창 사냥 중이었을 텐데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하게 됐어. S급 던전은 가급적 빨리 처리하는 게 좋거든.”

성현이 이즈나와 로칸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현 자신과 게아드를 비롯해 이미 불러내었던 네 군주들의 전력만으로도 발텐을 못 잡아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언제 다른 S급 헌터들이 들이닥칠지 몰랐고.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다른 임무를 맡고 있던 군주 중 셋을 2차적으로 불러 오게 된 것이다.

“아닙니다, 주군. 저희가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차질이 생길 만한 일도 아니니까요.”

로칸이 나서서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군주들은 병력을 이끌고서 네 번째 필드 ‘생명의 숲’을 개척하는 중이었다.

이는 마족인 이즈나와 로칸 역시 마찬가지였다.

길드의 간부직까지 겸하고 있는 그들은 바깥에서의 길드 일도 있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평소엔 지하실의 던전에서 사냥을 이어 나갔고, 일반적인 던전의 처리는 수하들에게 맡겼다.

그도 그럴 게 이즈나와 로칸도 계속 던전 밖에 나와서 길드 일에만 파묻혀 있다간 레벨업을 할 수 없기에 성현이나 다른 보스들에 비해 뒤처져 버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군주 등급의 보스급 소환수이자 마족으로서.

가장 중요한 전력인 이즈나와 로칸을 썩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군주인 그들이 성장해야 바깥에서 길드를 굴리고 있는 뱀파이어와 웨어울프 일족들도 함께 강해지니 이러한 선택은 필수적이었다.

“어쨌든 이제 여길 정리해야겠지.”

성현은 시선을 돌려 발텐의 파편을 바라봤다.

원형을 알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산산조각이 나 버린 녀석.

하지만 딱히 상관있는 건 아니었고, 성현은 자신의 그림자를 길게 뻗었다.

츠츠츠츳!

발텐의 파편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그의 그림자.

잔해 더미가 한데 우르르 뭉쳐 가기 시작했다.

쿠웅!

[고대 병기 ‘발텐’]

[등급 - 우두머리]

[레벨 - 155]

[보스의 위압감], [고대의 존재], [마력의 핵]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고대 골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우우웅!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 성현의 앞에 얌전히 서게 된 녀석.

산산조각 난 던전의 다른 고대 골렘들 역시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역시 군주급은 아니다만… 아주 좋은 전력을 얻게 되었어.’

기본적으로 레벨과 스펙이 좋은 데다.

핵의 약점을 알지 못하면 거의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내구도를 지녔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이다.

이는 발텐뿐이 아니라 그 휘하에 있는 다른 고대 골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성현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보스를 쓰러뜨리고 퀘스트까지 클리어했지만, 아직 모든 일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던전의 군주가 군림하고 있던 보스 룸의 뒤편.

던전의 끝자락에 놓인 또 하나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이건…….”

그 안으로 들어간 성현은 제단 위에 꽂혀 있는 하나의 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 S급의 최고위 던전들은 보스 루팅을 제외하고도, 이런 식으로 공간 자체에 추가 보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S급 던전에서 주어지는 아이템들의 효과는 하나같이 강력한 것들뿐이었다.

거물급의 헌터들조차 S급 던전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띠링!

[차가운 비탄의 검]

[등급 - 최상급]

[내구도 - 매우 견고함]

[무기 공격력 905~1056]

[저주 - 공격에 당한 적에게 쇠약의 저주를 안깁니다.]

[냉혹한 원혼과 저주가 서린 검입니다.]

‘오…….’

검을 집어 든 성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왔다.

최상급의 검답게 그 스펙이 대단했다.

성현의 입가가 절로 벌어질 정도였다.

물론 이미 최상급의 무구를 들고 있던 성현이야 자신의 검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적응형 특성에다가 주인과 함께 강해지는 엄청난 옵션을 지닌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나 여기 있는 이 녀석도 경매에 올리면 부르는 게 값일 만큼 뛰어난 일류 무구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전력을 강화시키는 편이 더 낫지.’

성현의 시선이 슬쩍 돌아갔다.

그러자 어깨 너머,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이즈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즈나, 네가 가지는 게 제일 낫겠다.”

“주군……?”

눈을 동그랗게 뜬 이즈나가 깜짝 놀란 듯 멈춰 섰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일반 수하들한테 이걸 쥐어 줄 수는 없잖아? 어차피 보스들 중에 검 쓰는 건 너밖에 없기도 하고.”

“주군께서 하사하신 검이라니…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동 받은 이즈나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무릎 꿇었다.

어차피 언데드라서 이미 죽은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분위기상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저 정도로 강력한 검이라면 그녀의 힘과 합쳐졌을 때 더욱 큰 시너지를 내 줄 것이었다.

“…혹시 부러워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왠지 이즈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로칸의 모습에 성현은 괜히 말을 붙였다.

미안하지만 맨손을 쓰는 로칸에게 무언갈 쥐어 줄 수는 없으니.

‘어쨌든 이제 슬슬 밖으로 나가 볼까.’

다행히 불청객들이 도중에 난입하기 전에 끝을 내는 데 성공했다.

던전의 입구를 지키던 길드원들이 영왕이 왔다는 사실을 말했을 테니, 괜히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었다.

그래서 군주들도 불러들이며 최대한 빠르게 던전을 밀어 버린 것이기도 했고.

당장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쿠우웅!

허나 그때, 던전의 입구 쪽에서부터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성현의 수하가 되었던 고대 골렘들이 매서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모습.

아직 거리가 한참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림자를 받아들인 골렘들이었기에 그쪽 상황을 대강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먼저 들어왔다는 걸 모를 리는 없을 텐데…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호의적인 녀석은 아닌 것 같군.’

던전으로 진입한 또 다른 S급 헌터의 존재.

정확히 어떤 녀석이 들어온 것인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성현이 진입한 던전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걸 봐서는 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챙길 건 다 챙겼는데, 이걸 어떻게 한다…….’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적을 상대로.

성현은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 *

콰과과광!

산산조각이 난 고대 골렘의 파편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몰려들던 골렘들을 부숴 버리고 간단히 약점인 핵을 파괴해 버린 남자.

광견, 구창환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검을 어깨에 지었다.

“그새 이 녀석들을 다 자기 시체로 만들어 버린 건가. 듣던 대로 대단한 능력이네. S급 특성이라는 소문이 진짜였어.”

검은 그림자를 품고 있는 골렘들의 모습.

네크로맨서 영왕의 영상을 본 적 있는 구창환은 이게 녀석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네크로맨서 따위야 본체 목만 따 버리면 끝이니 시시할 것 같지만… 그래도 수만 마리를 끌고 다니던 녀석이니까 조금 다를 수도 있으려나.”

구창환은 슬쩍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영왕 녀석에겐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는 이미 청성 쪽에 연락을 취해 둔 상태였다.

정체불명의 적을 상대로 약간의 보험을 들어 둔 셈이다.

덕분에 S급의 최고 간부를 포함한 청성의 헌터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고.

어차피 승패와는 별개로 녀석이 이곳에서 살아 나갈 가능성 따위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내가 먼저 맛은 봐야지.”

입맛을 다시는 구창환의 입가가 씩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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