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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60화 (60/202)

60화 미친개에게 필요한 건

타악!

성현이 던전 안으로 진입했다.

균열 사이로 들어선 그는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살펴보자 석재 구조의 유적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다행히 던전의 크기 자체는 중소형으로 그리 크진 않은 편이었다.

‘그래도 늦기 전엔 처리할 수 있겠어.’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거인들의 모습.

고대 골렘들이 웅웅대는 소음과 함께 성현을 바라보았다.

거인의 모습부터 짐승의 형태를 한 골렘까지.

골렘들의 모습은 다들 조금씩 달랐다.

공장에서 찍어 낸 듯한 일반적인 골렘 몬스터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

쿠구구구!

침입자인 성현을 향해 다가오는 골렘의 무리.

저 커다란 덩치들이 주는 위압감은 어지간한 베테랑 헌터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성현의 뒤편.

던전의 입구인 균열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키이이익!”

고블린, 철갑 거미, 스켈레톤 전사 등.

이미 소환되었던 성현의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몬스터 무리가 우르르 던전으로 쏟아졌고, 골렘들과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숫자는 명백히 성현의 군단의 우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인 싸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들이 들어선 곳은 보통의 던전이 아닌 S랭크의 던전이었다.

일반 몬스터인 녀석들조차 워낙 덩치가 큰 데다 맷집과 힘이 좋은 탓에 단순히 물량만으로 찍어 누르기엔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격렬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콰아앙!

‘역시 단단해.’

앞장서 골렘 하나를 베어 낸 성현도 슬쩍 미간을 좁혔다.

그 역시 힘과 검의 위력까지 합쳐 이 골렘의 몸뚱이를 손쉽게 베어 낼 수 있는 것이지.

이 녀석들은 보통 내구도가 아니었다.

심지어 이곳의 골렘들은 단단한 게 전부가 아니었다.

“키이이익!”

고블린이 고대 골렘의 다리를 크게 베어 냈다.

단단한 골렘의 몸뚱이를 뚫어 낸 녀석의 창.

레어 메탈 합금으로 만들어진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고블린들이었고, 게아드를 따라 레벨까지 140대에 들어선 뒤였다.

사실상 일반적인 고블린의 범주를 넘어선 지 한참이 된 시점.

츠츠츠츳!

하지만 부서졌던 고대 골렘의 다리는 다시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되는 모습.

가뜩이나 굉장히 단단한 데다 덩치까지 커 내구도가 보통이 아닌데, 회복 불능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야만 쓰러뜨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골렘 주제에 자가 회복력이라니. 괜히 S랭크 던전의 몬스터가 아니란 거군.’

성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까다로운 적수임은 말할 것도 없고, 던전 안에 배치된 골렘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던전의 공략 자체에 문제가 생긴 수준은 아니지만.

이대로는 나아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었다.

성현이야 가로막는 녀석들을 단칼에 베어 가고 있었지만, 일반 수하들은 골렘들을 쉽게 떨쳐 내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있었다.

콰과광!

“그아아아!”

물론 성현에겐 보스급 소환수들이 있었다.

이즈나나 로칸, 올렉 등 다른 일을 맡겨 둔 녀석들은 아직 남겨 둔지라 모두를 불러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게아드와 안카라스를 비롯한 여러 군주들이 앞서서 골렘들을 쓰러뜨리며 전진하는 중이었다.

일반 수하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 그들은 성현 못지않은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밴시 여왕 메이트리아의 낫이 휘둘러지며 골렘을 정확히 반으로 쩍 갈랐다.

쩌억!

“잠깐, 이건……?”

메이트리아의 낫에 골렘이 반으로 갈라지던 순간.

성현은 그 사이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골렘의 동력부로서 마력이 집중되어 있는 부위, 마력의 핵이었다.

방금 핵이 파괴된 순간, 골렘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지는 것을 성현은 똑똑히 목격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쓰러뜨렸던 녀석도 베었던 것뿐인데, 산산조각 나며 잔해로 무너졌었지. 바로 저기가 약점이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직감한 성현은 바로 입을 열었다.

“다들 골렘의 핵을 노려! 가슴팍 정중앙에 놓여 있다!”

“키이익!”

수하들은 일제히 성현의 명을 받았다.

그러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골렘에게 맹렬히 달려들며 놈들의 핵이 놓인 부위를 향해 무기와 팔을 내뻗었다.

자신들의 중요 동력부라는 건 알고 있는지, 핵을 지키려 격하게 움직이는 골렘들이었지만.

숫자가 더 많은 적들이 집요하게 노리려 달려들자, 녀석들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콰지직!

마력의 핵이 파괴된 골렘 하나가 고블린의 손에 무너졌고.

반대편엔 스켈레톤 전사들이 핵에 검을 꽂아 넣어 골렘을 산산조각 내었다.

마력의 핵이 바깥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골렘의 단단한 몸 안에 있다곤 해도, 성현의 수하인 이상 고대 골렘에게 상처를 입혀 틈새를 만들어 낼 정도의 전력은 되었다.

성현이나 군주들이 손쉽게 골렘을 쓰러뜨리기 시작한 것은 물론.

일반 몬스터들조차 약점 부위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골렘 녀석들이 가로막고 있던 던전을 뚫어 나가는 데 확실히 속도가 붙었다.

‘이대로 단숨에 돌파한다……!’

선두에 선 성현은 더욱 속도를 내며 던전을 뚫어 냈다.

몬스터의 밀도와 끈질김 자체는 굉장히 난감한 수준이었지만, 크기 자체는 중소형의 던전 정도였으니.

혹시 모를 위험 요소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던전을 가급적이면 빠르게 처리해야할 성현의 입장에서는 다행인 셈이었다.

그렇게 거침없이 던전 안을 나아가던 성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던전의 마지막 장소에 닿을 수 있었다.

우우우웅!

성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안광과 마주하였다.

‘저 녀석인가.’

오랜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과 다리.

이어 붙여진 틈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푸른빛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거대한 보스 몬스터.

고대 골렘, 발텐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그때의 거신상과 비슷한 정도로군.’

녀석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기 위해 성현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지금 성현의 등 뒤에 서 있는 안카라스와 니아드라도 제법 한 덩치 하는 보스들이었지만, 발텐의 앞에선 일반 몬스터와 다를 바 없었다.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역시 남다른 녀석.

성현과 군주들을 제외한 일반 수하들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 정도였다.

콰과과광!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발텐이었다.

녀석의 거대한 팔이 휘둘러지며 성현을 향해 날아들었고, 땅을 한바탕 요란하게 뒤집어 놓았다.

예상했던 것만큼 강력한 위력이다.

하지만 미리 몸을 빼내었던 성현은 녀석의 빗나간 팔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쩌엉!

발텐의 거대한 팔을 베어 낸 성현의 검.

움푹 잘려 나간 상처가 녀석의 팔에 남았다.

하지만 성현은 표정을 한껏 찌푸리고는 뒤로 훌쩍 물러났다.

‘도핑까지 마친 상태인데 이 정도일 줄이야. 괜히 S급 보스가 아니란 건가.’

예상했던 만큼 검이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고, 그 반발력에 성현의 팔이 저려 올 정도였다.

휙.

성현은 손짓하며 일반 수하들을 뒤로 물렸다.

보통의 전력으로는 녀석에게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이었다.

이 싸움에 끼어들어 봤자 괜한 피해를 입을 뿐이었다.

‘녀석의 몸속에도 마력의 핵이 감춰져 있겠지.’

성현은 슬쩍 검을 바로잡았다.

같은 계열의 보스와 몬스터들이었으니 서로 특징을 공유하는 건 당연한 일.

그리고 그 특징 중엔 공략법과 약점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마력의 핵을 파괴하면 된다. 하지만 방금까지의 골렘을 상대했던 것처럼 쉽지는 않겠지.’

발텐의 가슴팍 안에 숨겨진 마력의 핵.

기본적으로 내구력이 훨씬 뛰어난 데다 몸도 더 두꺼운 만큼 단순히 파고들어야 하는 깊이도 더 깊어졌다.

검을 한 번 박아 넣는다고 부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터.

약간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츠츠츠츳!

‘S급의 보스인 건 이쪽도 마찬가지거든.’

이즈나, 로칸, 칼라일.

세 군주급 소환수들이 동시에 성현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중립 지역에서 일어난 S급 던전의 생성.

일반적인 길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던전의 생성이기에 주변에 있던 모든 S급 헌터들에게 연락이 가기 마련이었고.

그것은 이번 던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생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현이 던전에 도착해 진입하긴 했지만, 시스템적으로 발송된 메시지는 회수되지 않았다.

역사상 등장한 던전 등급의 끝은 S급이 최대치였다.

허나 단순히 일정 수준 아래의 던전만이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었다.

같은 S급이라고 해도 수준 차는 천차만별이었고, 과거에 나타났던 인류 최악의 던전들도 분류상으론 S급으로 표기되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난이도인지 확실하게 측정할 수가 없었다.

즉 일반적인 던전과는 달리, 어느 정도 전력을 투입하면 해결되겠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S급 헌터가 토벌을 위해 던전에 들어갔다고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면 언제든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도록 여러 S급 헌터들이 모이도록 국가적인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던전과 싸워 오며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정착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그로 인해 던전을 둘러싼 S급의 헌터들 간의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여긴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부서진 거리 위에 섰다.

비류 길드의 대표, 광견 구창환.

S급 던전의 생성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그였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빨랐을 거라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던전의 입구엔 하얀 코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하, 재수 없는 낯짝이 와 있었구먼.”

구창환이 쏘아 내듯 말했다.

백명 길드의 대표, 야차 한승희.

경기 지역 남서부를 차지하고 있는 세 길드 중 두 명의 길드장이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서로 언제든 목을 칠 준비가 되어 있는 앙숙인 길드 사이답게.

길드장들끼리도 그리 살가운 말을 나눌 사이는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한발 늦었어.”

고개를 슬쩍 돌린 한승희가 입을 열었다.

구창환보다 한발 빠르게 도착한 그녀였지만, 던전으로 진입하진 않고 있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너 혼자 여길 독식하겠다는 거냐? 아직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은 주제에… 여기서 한판 붙어 봐?”

“말길 못 알아듣는 건 여전하네.”

한승희가 구창환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내가 아니라 이미 들어간 녀석이 있어. 우리보다 한참 빨랐지.”

“뭐? 이런 젠장.”

그녀의 말에 구창환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주변에 발생한 S급 던전의 소식에 바로 달려왔는데, 그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한 녀석이 있었다니.

“어떤 놈이 벌써 온 건데? 이 근처라면 유정수, 그놈인가?”

“가면을 쓴 네크로맨서… 영왕(影王)이 먼저 들어갔다던데.”

“아, 청성하고 한판 붙었다던 그 녀석?”

그녀의 말에 구창환이 헛웃음을 피식 흘렸다.

여러모로 꽤나 핫한 루키였기에 그들을 비롯한 대형 길드의 길드장급들도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입맛을 다시는 듯한 구창환의 표정.

잠시 고개를 저은 한승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냥 가려고?”

“S급 던전이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이 먹다 남긴 찌꺼기엔 관심 없거든.”

한승희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떠났다.

먼저 도착한 것도 아니면서 지저분하게 던전을 두고 다투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그녀와 같은 성향은 아니었다.

“뭐… 양보한다면 나야 좋지.”

구창환은 주저 없이 검을 집어 들었다.

누구든 S급 헌터가 된 이상,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하건 결국 앞으로의 경쟁자가 될 존재였다.

당연히 미리 제거하는 편이 그에게 이득이었고.

이제 막 들어선 루키일 때 가장 밟기가 편한 법이었다.

“마침 잘됐네. 청성에 선물로 보내 주면 좋아하겠어.”

구창환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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