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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50화 (50/202)

50화 수호자의 성소 (2)

쿠웅!

안카라스와 함께 착지한 성현이 땅으로 내려섰다.

데스 나이트들은 자신의 군주를 향해 무릎을 꿇었고, 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몬스터의 시체를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덩치의 서리 트롤, 보스 몬스터 그롬이었다.

“보스까지 처리해 놨네. 다들 수고했어.”

일어선 데스 나이트들의 사이로, 성현은 시체 앞에 다가갔다.

강력한 전력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스의 시체까지 마련해 놓을 줄이야.

거기다 그 옆자리엔 전멸당한 서리 트롤 수하들의 시체까지 한가득 쌓여 있었다.

군단에게 덤벼들었던 녀석은 단 한 마리도 살아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확실히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녀석들이라니까.’

성현은 커다란 서리 트롤의 시체에 자신의 그림자를 흘려보냈다.

쿵!

그롬의 커다란 팔이 땅을 짚었다.

온몸의 상처들이 빠르게 아물었고, 검은 기운이 녀석의 몸에 넘실대며 녀석은 감겨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서리 트롤 왕 ‘그롬’]

[등급 - 우두머리]

[레벨 - 105]

[보스의 위압감], [재생력], [불에 취약]

“그어어어!”

그롬이 포효하자, 주변에 쌓여 있던 서리 트롤들의 시체가 꿈틀거렸다.

그림자를 받아들이며 일어나기 시작한 녀석들은 새로이 얻은 두 번째 목숨과 함께 새로운 군주를 맞이하였다.

성현의 휘하로 들어오게 된 수백의 서리 트롤 군단이었다.

험악한 괴수들이 이만큼이나 모여 있으니 제법 느낌이 있었다.

“험지 깊숙이에 있는 몬스터나 남은 서리 트롤 패잔병에 대해서 맡기려 하는데, 바로 움직일 수 있겠지?”

“그르륵!”

성현의 말에 그롬은 힘차게 끄덕이고는 뒤를 돌았다.

군주의 지시에 이견이란 없었다.

“크아아아!”

“우어어어!”

그롬의 포효가 우렁차게 터져 나오자, 휘하에 있는 모든 서리 트롤들이 일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며 가파른 협곡의 경사를 자유자재로 오르기 시작한 녀석들.

설원의 환경에 적응한 서리 트롤들은 기후에 방해를 받지 않음은 물론.

거칠고 가파른 설원 협곡의 지형 사이에서도 자유자재로 빠르게 다닐 수 있었다.

흩어져 있는 서리 트롤 패잔병을 흡수하고, 악령 병사 군단이 향하는 주요 진격로 외의 깊은 험지에 위치한 몬스터 무리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쿠웅!

서리 트롤들이 떠나자, 악령 병사 군단 역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 지리라면 파악되었고, 성현이 그롬의 시체를 회수했으니 다시 전열을 갖추고 진격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무려 8천이나 되는 숫자인 만큼 줄지어 협곡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

다만 데스 나이트들은 혹시 모를 성현의 명을 기다리는지 그의 곁에 서 있었다.

“혹시 이 주변에도 자원이 있었나?”

성현이 말하자, 데스 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희귀 금속이 매장되어 있는 광산이 두 곳이나 이 장소 주변에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합류를 기다리는 것보단 바로 시작하는 편이 낫겠지.”

후우웅!

그림자를 뻗은 성현은 수하들을 일시에 소환했다.

“키이익!”

모습을 드러낸 수백의 고블린과 스켈레톤 전사.

이 녀석들 역시 전투에 나서도 이상할 게 없는 전력이었지만, 그걸 위해서 데려온 인원은 아니었다.

본대가 진군하는 동안, 광산의 개발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럼 부탁할게.”

“키익!”

성현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 녀석들.

데스 나이트와 악령 병사 군단은 진격하면서 칼날 협곡의 주요 통로와 거점들을 빠르게 손에 넣어 가는 중이었다.

고블린과 스켈레톤 전사들이 그 뒤를 따라오며 점령한 지역에 생산 시설이나 창고, 숙소를 짓는 등 기반 시설을 세우고 있었다.

이렇게 따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던 것은 이미 진격해 오며 확보한 광산의 수만 열 곳이 넘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흔한 철과 구리 광산부터, 연금술에 쓰이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은광산도 있었다.

무구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희귀 금속들 역시 확보했고, 마법 부여에 더욱 민감해지도록 레어 메탈과 함께 합금을 만드는데 쓰일 것이었다.

이렇게 각종 금속 자원들을 대량으로 확보한 덕에 외부에서 생산된 장비에도 꿀리지 않는 양질의 무기를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생산 속도에도 탄력이 붙어 무기에 더해 방어구까지 보급하는 것도 금방일 것이었다.

‘일은 수월하게 풀려가고 있고… 이즈나의 말대로라면 마족들의 영역은 칼날 협곡의 북쪽 끝자락이라고 했으니 이대로 순조롭게 밀고 가면 되겠네.’

잿빛 땅의 지배자였던 이즈나는 바로 옆 세 번째 필드의 사정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덕분에 마족의 위치 정도야 이미 파악되어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성급하게 놈들의 영역부터 달려갈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필드를 장악할 병력의 수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니 이대로 필드를 차근차근 점령해 가며 장악한 뒤 놈들을 상대해 주면 그만이었다.

“특이 사항은 없으니… 그럼 다들 다시 움직이자고.”

성현의 말과 함께 데스 나이트들은 해산했다.

악령 병사 군단을 이끌며 이동을 시작한 녀석들.

하지만 다른 데스 나이트들과는 다르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음? 무슨 문제라도 있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본 성현.

데스 나이트는 자신이 보았던 것에 대해 전하기 시작했다.

“뭐? 수상한 장소라고?”

수상한 동굴을 발견했다는 데스 나이트의 이야기.

거부반응이 일어나 자신은 출입할 수 없는 장소라고 하는데, 성현으로선 굉장히 생소한 이야기였다.

던전 안에 그런 장소가 있을 리 없을 텐데.

하지만 녀석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리야 없을 테고,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였다.

“바로 가자. 안내해.”

성현이 말하자, 데스 나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걷는 데스 나이트의 뒤를 따라, 성현은 협곡의 빙하 절벽 아래 동굴의 입구에 닿았다.

“여길 말하는 거지?”

그의 물음에 데스 나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멈춰 서서 입구를 살펴보던 성현은 안쪽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수호자의 성소’를 발견하였습니다.]

[주의 - 몬스터의 출입이 제한된 장소입니다!]

“정말이잖아……?”

한 발을 내디딘 순간, 그의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창.

정말 데스 나이트가 말했던 것 그대로였다.

‘던전 안에 이런 게 발견된 적은 여태껏 없는데… 대체 뭐지?’

던전 안에 완전히 색다른 던전이 존재하는 것은 대형 던전 안에서 종종 있었던 경우였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장소는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몬스터밖에 없는 던전 안에 몬스터의 출입이 제한된 장소라니.

뭐 하는 곳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파지지직!

그때, 파직거리는 소리가 성현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우두커니 입구 바깥에 서 있는 데스 나이트의 모습.

성현을 뒤따라오려 했지만, 또다시 거부반응이 나타나며 출입이 막혀 버린 것이다.

몬스터들이 이 안으로 못 들어오는 건 정말인 듯했다.

‘나는 몬스터가 아니라서 문제가 없다는 건가. 일단 보통 던전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고… 이게 뭔지 알아봐야겠어.’

지난 십수 년간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케이스다.

이런 장소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어쩌면 지하실의 던전에 관한 비밀이 있을지도 몰랐다.

“살펴보고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처억!

고개를 끄덕인 데스 나이트는 성현에게 자세를 취했다.

이즈나였다면 걱정된다며 몇 마디 거들었을 텐데, 녀석은 성현의 명령이었기에 무조건 복종할 뿐이었다.

어느 쪽이건 자신을 위한다는 건 똑같았지만, 같은 수하들끼리도 명령에 대한 반응이 여러모로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데스 나이트는 무기까지 뽑아 든 채 입구 앞을 엄중히 지키기 시작했고.

성현은 그런 녀석을 뒤로한 채 동굴의 입구를 지나며 내부로 진입했다.

‘유적… 인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벽과 기둥들이 나타났다.

오래된 유적지다운 분위기, 하지만 평범한 던전에서 나오는 유적지들과는 무언가 달랐다.

뭔가 이질적인 기운을 풍기고 있는 장소였고,

마치 바깥의 던전과 완전히 따로 노는 장소인 듯한 느낌이었다.

걷고 있던 그의 앞에 커다란 석문이 나타났다.

‘이, 이건?’

활짝 열린 문을 지나 실내로 들어간 성현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츠츠츠츳!

그야말로 성소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소였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벽과 기둥에 잔뜩 쓰여 있었고, 주위를 둘러싼 찬란한 빛의 구조물들이 놓여 있었다.

성스러운 기운이 담겨 있는 빛이 이곳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

‘대체 여긴 정체가 뭐지?’

성현은 순간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 넋을 놓고 말았다.

이런 장소는 여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고된 적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이즈나라도 불러서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불가능했다.

이곳 안에 들어선 이후 혹시나 싶어 수하들의 소환을 시도해 봤지만, 여지없이 실패할 뿐이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강하게 간섭하고 있었다.

소환 자체를 막는다기보다는 정말 이 장소 안에 몬스터의 존재 자체가 거부되는 듯한 느낌.

‘하기야… 이즈나한테 묻는다 해도 뭔가를 알 것 같진 않아.’

잿빛 땅 안에 있는 장소도 아닌 데다 애당초 몬스터는 출입할 수 없는 장소였다.

자신들은 들어오지도 못하는 장소에 대해 뭔가를 자세히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성현은 유적지 안을 본격적으로 뒤져 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오랜 세월이 지난 듯한 성소였지만, 몬스터들이 들어설 수 없었기 때문인지 훼손된 흔적은 전혀 없었다.

다만 내부의 구조는 굉장히 복잡한 편이었다.

‘규모도 예상보다 크고… 길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네.’

성현은 혹시나 놓치는 게 없도록 꼼꼼히 살펴가며 나아갔다.

뭐가 있을지 모르는 장소이니만큼 경계를 늦추지도 않았다.

막힌 길목을 여러 차례 만났고, 다시 되돌아가 길을 찾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렇게 꽤나 시간을 잡아먹고 나서야 제대로 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딱 봐도 평범한 방은 아닌걸.”

커다란 방 안에 들어선 성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높은 천장과 기둥 사이.

거인의 모습을 한 거대한 석상들이 양옆에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끝엔 처음 들어왔을 때 입구와 같은 생김새의 석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다른 곳을 거의 다 뒤져 봤는데도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저 너머에 이 성소에 대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후, 꿈쩍도 안 하네. 그렇다면 잘라 내면 그만이겠지.’

굳게 잠겨 있는 석문이 힘으로 밀리지 않자 성현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곤 힘껏 휘두른 검을 석문 한가운데에 박아 넣었다.

까아앙!

“윽?”

하지만 성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한 발 물러나고 말았다.

석문을 단숨에 꿰뚫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검이 형편없이 튕겨져 나가고 만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흠집조차 나지 않은 석문의 모습.

심지어 이 석문은 특별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강력한 괴물의 갑피라도 간단하게 잘라 낼 수 있는 그의 검이었는데, 싸우는 도중도 아니고 이렇게 가만히 서 있는 물체를 잘라 내지 못하다니.

‘단순히 재질이 단단해서 그런 게 아니야.’

마치 무언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빛의 기운과도 관련이 있었다.

여러모로 이해가 가지 않는 장소였다.

쿠구구궁!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 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 안에 놓여 있던 석상들이 일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쿠웅!

도끼와 창 등으로 무장한 거대한 석상들.

놈들은 성현을 바라보더니 명백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다가왔다.

‘몬스터? 아니, 몬스터는 들어설 수 없는 장소라고 했는데. 그럼 이 녀석들은 몬스터가 아니라는 건가?’

던전 내에 존재하는 몬스터 외의 존재.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명확치 않았다.

하지만 석상들이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성현은 복잡해진 생각을 잠시 접어 두고서 검을 쥐었다.

“일단… 때려 부숴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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