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9화 (19/202)

19화 개척은 돈이 된다 (3)

던전 속의 던전.

초대형 던전쯤 되면 흔한 일이다.

또 다른 세계나 다름없을 만큼 덩치가 크다 보니, 그 내부에도 던전들이 수도 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어지간한 던전 이상으로 거대한 던전이 펼쳐진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 정도면 중형 던전 정도는 되겠는데.’

스스스슥!

어둠 속에서 다가오고 있는 몬스터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무언가가 까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벌레들 특유의 기분 나쁜 발소리도 들려왔다.

‘한두 녀석이 아니로군.’

바글거리는 놈들의 기척에 성현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스릉!

검을 뽑아 든 성현은 놈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곧 어둠 속에서 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장 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커다란 거미 몬스터.

녀석은 새까만 갑옷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저건… 철갑 거미잖아?’

다가오는 몬스터의 정체를 알아본 성현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어쩐지 단순히 오래된 것치곤 거미줄이 과하게 많다 했더니만…….’

철갑 거미는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겉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 굉장히 단단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어 쉽게 죽지 않았고, 물리력을 이용한 육탄전에도 뛰어났다.

최소 D랭크 던전에서나 나올 수준의 몬스터였다.

고블린들이 왜 이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퀴이이익!”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철갑 거미가 천장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성현을 향해 커다란 앞다리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녀석.

성현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콰앙!

‘당했으면 뼈도 못 추렸겠는데.’

움푹 파인 땅의 모습에 성현은 검을 바짝 움켜잡았다.

온몸에 철갑을 두른 만큼 무게가 상당했고, 거기에 실린 힘 역시 대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었다.

지금껏 상대했던 늑대나 고블린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몬스터였다.

“퀴이이익!”

녀석은 온몸을 두른 철갑을 믿고 있는지 성현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확실히 철갑 거미를 상대하는 헌터들이 애를 먹는 게 저런 저돌성 때문이었다.

견고한 방어력 덕에 반격이나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실제로 놈들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상당한 공격력이 필요했다.

쩌억!

하지만 성현은 달려드는 철갑 거미를 정면에서 반으로 갈라 버렸다.

철갑과 함께 반으로 갈라진 녀석이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초록색 점액질과 피를 줄줄 쏟아 내며 숨통이 끊어진 사체.

“잠깐… 원래 이렇게 쉽게 죽는 녀석들이었나?”

성현은 순간 멈칫했다.

자기가 베어 놓고도 어리둥절해질 정도의 일격이었다.

최근 빠르게 성장했다곤 해도, D랭크의 몬스터를 이렇게 쉽게 처치하다니.

이는 확실히 비정상이었다.

‘하긴… 이게 있었지?’

성현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며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

이렇게 쉽게 잘릴 상대가 아닌데 단단한 철갑 거미들의 갑피를 단숨에 갈라 버릴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해방된 ‘???’의 검]

[등급 - 최상급]

[내구도 - 파괴 불가]

[무기 공격력 741~1056]

[아직 발현되지 않은 특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검의 성능은 굉장했다.

헌터와의 싸움에서도 상대의 무기를 부숴 버렸을 때 이미 느꼈던 것이지만, 그에게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검이었다.

하지만 몬스터를 상대로 진가를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늑대들과 싸울 때도 더 쉽게 베어진다는 걸 느끼기야 했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았었지.’

어차피 한 번에 베어 낼 수 있는 상대.

검의 위력에 기대지 않아도 압도할 수 있었다.

허나 방어력이 단단한 적과 맞붙으니 검의 위력을 새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무기의 위력이 워낙 좋다 보니 방어를 그냥 뚫어 버린 거야.’

역시 뛰어난 무기의 성능은 높은 방어력의 몬스터를 마주할 때 더욱 빛이 난다.

무기는 무기일 뿐.

무기의 성능만으로 적들을 쓰러뜨릴 수는 없다.

허나 헌터의 힘만으로는 조금 역부족일 때, 무기의 파괴력이 더해져 괴물의 방어력을 뚫을 위력을 내게 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거… 상황이 괜찮은데?’

이미 30레벨대에 진입한 성현이다.

그 정도의 레벨이라면 고블린이나 늑대 같은 몬스터를 잡는 것만으로는 성장이 아주 오래 걸린다.

물론 그동안 성현은 경험치 8배라는 강력한 보너스로 레벨을 씹어 먹으며 빠르게 올리긴 했다.

하나 그것도 한계가 찾아올 시점이 있고, 비슷한 수준의 사냥감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임은 똑같았다.

‘D랭크대의 몬스터라면 많은 경험치를 주겠지. 그만큼 까다로운 상대라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그 까다로운 부분을 무력화시킬 수만 있다면.’

방어에 가장 큰 강점을 지닌 몬스터.

허나 다르게 말하면 그 방어를 빼면 다른 D랭크대의 몬스터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였다.

무기의 위력으로 방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성현에게.

철갑 거미들은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사냥하기도 쉬운, 그야말로 최적의 상대라는 뜻이다

“좋아, 그럼 보스한테 가기 전에… 레벨 좀 잔뜩 올리고 가 볼까.”

성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 * *

퀴이이익!

폐광 안에서 몰려드는 철갑 거미들의 무리.

성현은 놈들을 모조리 갈라 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광산 안에 알을 많이도 까 놨는지 끊임없이 몰려들었지만, 오히려 성현은 환영할 뿐이었다.

고된 전투의 피로도 쭉쭉 올라가는 경험치를 보고 있자니 말끔히 사라졌다.

콰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30레벨을 달성한 성현이라도 원래대로라면 D랭크대의 몬스터 다수를 상대로는 제법 고전했을 것이다.

몰려드는 다수의 몬스터엔 다수의 헌터가 필요하기 마련.

다른 헌터들이 괜히 공격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휘두르고 있는 무기는 거쳐야 할 사냥 과정을 훨씬 간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키이이익!”

자신들의 방어력을 과신한 철갑 거미들은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성현이 놈들을 해치우는 데 필요한 건 단 한 번의 일격뿐이었다.

콰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방어력을 과신하는 몬스터들과의 전투.

거기에 8배의 경험치까지 더해져 사냥의 효율은 너무나도 좋았다.

[이름 - 이성현]

[칭호 - 거인 사냥꾼]

[레벨 - 40]

[직업 - 네크로맨서]

[주요 능력치]

힘: 74 민첩: 65 체력: 67 마력: 53

[보유 특성]

상태창(S), 그림자 군주(S)

몰려드는 거미들을 남김없이 베어 내며 폭풍 성장을 한 성현.

벌써 40레벨에 도달했다.

‘…그러고 보니 나 네크로맨서 아니었나? 마법사 계열.’

상태창을 들여다보던 성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 네크로맨서로서 가장 높아야 할 마력 스탯이 제일 낮았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전에서 몸으로만 싸워 대니 마력도 제일 낮게 성장하는 것이다.

‘하기야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싸울 때마다 마법을 써야 하는데, 난 그럴 일이 없으니.’

네크로맨서는 주특기인 시체 부활 마법을 사용해 뒤에서 명령을 내리는 게 전부였다.

전투에 참여라고 해 봐야 저주나 강화 마법을 사용하는 정도이고, 직접 몸을 움직이진 않는다.

하지만 성현은 그 반대였다.

시종일관 앞에서 직접 굴러다니는 데다 몬스터를 수하로 만들 때가 아니면 마법을 쓸 일이 없었다.

보스 몬스터라는 까다로운 발동 조건 탓에 매번 특성을 쓸 수도 없으니 마력과 관련된 스탯이 제일 적게 오르는 것이다.

‘뭐, 나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애초에 네크로맨서에게 마력 스탯은 소환수 숫자나 최대한 늘리려고 올리는 거니까.’

그림자 군주 특성을 지닌 그는 마력에 굳이 집착하지 않더라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앞으로 생겨날 마법류 특성이나, 무기의 마력 감응 특성을 생각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야기였지만 지금 걱정할 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이 주변에 있는 게 확실한데.’

성현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의 감각에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

이 근처에 폐광의 주인인 보스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었다.

‘저쪽 벽 너머인가?’

성현은 놈의 위치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치 먹이로 유인하듯, 대놓고 기운을 풀풀 풍겨 대는 통에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내면… 오히려 가기가 싫어진단 말이지.’

피식 웃은 성현은 보스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받았던 퀘스트는 이 폐광 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장악하는 것.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도 당연히 그의 목표였지만, 성현은 놈이 원하는 장소로 들어가 줄 마음이 없었다.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잖아. 내 쪽에서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어차피 이 던전 안에 널린 게 경험치 덩어리들이었다.

검을 들어 올린 성현은 다시 폐광 구석구석까지 직접 찾아 들어가 거미들을 처치했다.

기왕이면 이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얻고 갈 것이다.

자신의 둥지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저 보스 몬스터가 결국 참다못해 그의 앞에 직접 행차할 때까지 말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수많은 거미 몬스터를 학살하였습니다.]

[칭호, 벌레 혐오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벌레 몬스터를 대상으로 5%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칭호, 거미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거미류 몬스터를 대상으로 2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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