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개척은 돈이 된다 (2)
일반적으로 리젠이 되는 던전은 좋은 취급을 받았다.
마땅히 맡을 만한 던전이 없는 신입 헌터들에게 좋은 ‘사냥터’가 되어 영구적인 경험치를 제공하니 말이다.
물론 그 사냥터를 이용하기 위해선 던전을 차지한 길드에게 요금을 내야 하긴 하지만, 해당 헌터들에겐 그 과정이 반쯤 필수적이라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단, 리젠 주기와 몬스터의 숫자, 던전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뛰어난 평을 받는 던전의 경우는 달랐다.
철저히 대형 길드의 소유로 관리되며, 해당 길드의 소속이 아니라면 결코 출입조차 시켜 주지 않았다.
당연히 소속 헌터들의 전력을 상승시키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길드의 차별화를 통해 뛰어난 헌터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관리되고 있는 그 어떤 던전들보다도 독보적인 던전이 누군가의 집 지하실에 덩그러니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콰악!
나타난 메시지와 함께 검이 땅바닥에 박혔다.
“후우, 좋아.”
검에 슬쩍 기댄 성현이 한숨을 돌렸다.
그는 숲 동쪽 곳곳을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늑대들을 사냥했고, 굉장히 많은 숫자를 해치우며 30레벨을 달성하였다.
무려 어제부터 시작한 사냥이었다.
먹고 자는 시간만 뺀다면 하루 이상을 통째로 사냥에만 투자한 셈이었다.
‘벌써 30레벨이라니… 잠도 줄여 가면서 사냥한 보람이 있어. 거기다 궁금증도 제대로 확인했다.’
다음 날에야 확인할 수 있던 하나의 사실.
이 던전의 몬스터들은 리젠되는 것이 맞았다.
분명 어제 사냥했던 자리에 늑대들이 다시 나타나 있었고, 그것도 대부분은 같은 숫자의 무리로 모여 있던 걸 확인했다.
물론 모든 장소에서 늑대들이 리젠되는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가 리젠되는 장소는 몇몇 곳에 따로 있었고, 대부분은 한 번 처리하면 개체수가 감소하였다.
그래도 숲을 말끔히 청소하기엔 다소 골치가 아플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8배의 경험치를 내뱉는 이 몬스터들은 무한한 경험치원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발견에서 가장 뜻 깊은 점은 따로 있었다.
“크르르륵!”
“어, 왔어?”
마침 쉬고 있던 성현에게 게아드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녀석의 뒤로는 80여 마리의 새로운 고블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수하들이라. 부락을 더 지어 둬야겠는걸.’
성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잠들어 있는 밤 동안, 게아드과 고블린들은 숲속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고블린들의 리젠 장소를 십여 곳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나 새롭게 리젠된 고블린들은 게아드의 손에 쓰러짐과 동시에 그림자를 받아들였다.
‘수백 마리씩 리젠되는 건 아니라서 아쉽네. 하긴 그 정도 속도로 불어나면 내가 감당이 안 되려나.’
성현은 계속해서 수하를 늘리기 위해 이 고블린 리젠 지역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셈이었다.
열 곳가량 되는 리젠 장소를 매일 관리한다고 한다면, 그의 고블린 수하들은 하루에 80여 마리씩 늘릴 수 있었다.
이미 네 자릿수의 수하가 게아드의 휘하에 있었는데, 거기서도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인 것이다.
‘100일만 지나도 고블린이 1만이 넘겠네. 우리 집 지하에 있는 게 SSS급의 던전만 아니었다면 아무런 걱정도 안 했겠다만… 뭐, 됐어. 이 정도 상황만 해도 감지덕지지.’
성현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던전 걱정에 잠들 때조차 혼자서 마음 졸일 때에 비하면 지금은 호화로운 생활이나 다름없었다.
최소한 문제가 생긴다면 게아드와 고블린들이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 계속 이어서 사냥을 해 볼까. 너도 분발해야겠네.”
성현이 게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은 아직 성현의 레벨인 30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레벨업의 속도 차이 때문이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레벨을 올리는 속도는 성현이 더 빨랐다.
아무래도 소환수들은 헌터들보다 경험치를 흡수하는 효율이 비교적 낮은 탓이었다.
“크륵, 크륵!”
“왜 그래. 사냥이 지겨운 거야?”
“크르륵!”
“뭐……? 따라오라고?”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의사표시를 하는 게아드.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한 녀석은 난데없이 숲속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사냥하기 싫다고 저러는 것은 아닐 테고.’
성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녀석의 뒤를 쫓았다.
동쪽 숲의 꽤나 깊숙한 곳까지 들어서며, 그를 안내한 게아드는 바위 절벽 앞에서 멈춰 섰다.
“크르륵!”
“여긴?”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녀석의 행동.
주변을 둘러보자, 절벽 아래에 위치한 웬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나 일반적인 동굴은 아니었다.
동굴 입구에 달린 낡은 문짝부터 바닥도 삭은 목재로 되어 있는 등 인위적인 구조물들이 지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광산이잖아? 너희가 해 놓은 거야?”
게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블린들이 지어 놓은 시설은 아닌 듯했다.
“크르르륵.”
고블린들의 입장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광산이라고 한다.
내부에 강한 몬스터들이 있어 고블린들도 얼씬도 하지 않았던 장소.
“너도 겁나서 못 들어갔을 정도란 말이야?”
“크르륵!”
자길 뭐로 보냐며 성질을 내는 게아드.
자신에게는 입구가 너무 좁아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하긴, 여길 네 덩치로는 들어가기 무리겠네. 그럼 날 여기 왜 데려온 건데?”
“크륵, 크르륵.”
성현이 묻자 게아드는 말을 이었다.
과거 고블린들 사이에서 돌던 소문에 따르면, 이 안에 값진 물건들이 쌓여 있다고 한다.
물론 다른 고블린들은 겁을 내고, 게아드는 진입할 수 없었던 만큼 확인을 해 볼 수는 없었지만, 괜히 그런 소문이 생긴 것은 아닐 터.
확인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이런 정보도 알아서 물어오고… 기특한데?”
피식 웃으며 성현은 게아드를 툭 쳤다.
던전 안의 정보를 가져다주는 전 몬스터라니.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소환수였다면, 우어어 소리를 낼 뿐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을 텐데 확실히 이 점은 좋았다.
지능적인 소환수가 주는 메리트는 상당했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내가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되겠네.”
소문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고, 던전 안에 이런 광산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잠시 고민해 본 성현은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결정했다.
“그럼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크륵!”
고개를 끄덕인 게아드는 광산의 입구 앞을 지켰다.
입구가 좁아 같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성현은 홀로 낡은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섰다.
후우웅!
어둡고 음침한 공간 속.
성현은 주위를 눈에 담았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잖아?’
군데군데 무너져 있는 폐광산.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버려진 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 장소였다.
좁은 입구나 통로만 봐서는 전혀 넓어 보이진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넓고 깊고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다.
‘생각 없이 들어가면 안 되겠군. 어지간한 헌터들은 길 잃은 미아가 돼 버리겠는데. 어? 잠깐, 이건…….’
안으로 들어선 성현은 순간 멈칫했다.
방금 그의 발에 챈 딱딱한 돌덩이 때문이었다.
‘아니, 이건 돌이 아니야.’
성현은 무릎을 꿇고 물건을 들어 올렸다.
‘철광석……!’
그의 발에 걸린 것은 돌이 아닌 철광석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철광석이 아니었다.
‘던전 안에 지구의 철이 있을 리가 없지.’
완전히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이차원의 세계.
다른 차원의 물질인 이계의 철은 헌터들의 장비를 만들 때는 물론이고 실생활 곳곳에서도 쓰이곤 했다.
지구의 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 물질로, 상위 호환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폐쇄된 철광산이었던 모양이군.’
성현은 눈빛을 빛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철광석은 다른 던전들에서도 비교적 자주 발견되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건축을 비롯해 각종 산업에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공급 이상으로 수요도 굉장히 많았다.
되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아 다소 비싸다는 점이 이 자재의 유일한 흠이었다.
즉, 돈이 되는 금속이라는 것이다.
“그래, 이게 있었지. 마침 딱 나타나 주는구나.”
성현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초거대 던전 안에 잠들어 있을 방대한 자원들.
성현은 그 모든 걸 혼자 독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자원을 캐낼 전문 업체를 던전 안으로 불러들일 수도 없는 만큼, 성현 혼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삼천에 가까운 수하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고블린들을 이용하면 이곳의 철들을 대량으로 채취해 낼 수 있었다.
‘보통 크기가 아닌 만큼 철의 매장량도 상당할 거고, 당장 필요한 자금 정도야 벌어들이고도 남을 거야.’
철광산 하나를 통째로 지닌 채 캐낼 자원의 양이라면, 당장의 1~2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성현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그때, 광산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키이이익!”
쩌렁쩌렁 울리는 괴물의 울음소리.
잠깐이었지만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돌발 퀘스트 발생!]
[폐광의 주인이 당신의 존재를 눈치챘습니다. 던전 내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고 광산을 손에 넣으십시오.]
[보상 : 힘 스탯 10, 민첩 스탯 10, 대량의 경험치 획득]
“아무래도… 여길 순순히 내어줄 생각은 없나 보네.”
성현은 덥석 무기를 움켜쥐었다.
어쩌면, 새로운 부하가 하나 더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