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그림자 군주 (2)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S급 특성 ‘그림자 군주’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이건……!”
새로운 특성을 개방해 낸 성현.
또다시 등장한 S급이라는 엄청난 등급에 놀라 눈이 상태창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고개를 한 차례 저은 성현은 자신이 얻은 특성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림자 군주.
딱 보자마자 뭔지 감이 잡힐 만한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특성을 얻은 당사자인 성현은 능력을 얻자마자 이해할 수 있었다.
‘시체를 부활시키는 능력… 네크로맨서가 된 건가?’
성현은 바로 상태창을 띄워 확인하였다.
[이름 - 이성현]
[칭호 - 거인 사냥꾼]
[레벨 - 24]
[직업 - 네크로맨서]
[주요 능력치]
힘: 41 민첩: 33 체력: 36 마력: 30
[보유 특성]
상태창(S), 그림자 군주(S)
“정말이잖아…….”
새롭게 추가되어 있는 S등급의 특성.
거기다 무직이라 적혀 있던 성현의 직업란에도 ‘네크로맨서’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네크로맨서라… 생각지도 못한 비주류 클래스가 되었어.’
시체를 조종하는 능력.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방향이라 당황하긴 했고, 첫인상만으로는 솔직히 달갑지 않았다.
얼핏 보기엔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 한계가 매우 뚜렷한 편이었다.
특히 두드러지는 단점은 다른 소환수들에 비해 시체의 지속 시간이 아주 짧다는 것.
오래가지 못하고 싸울 때마다 새롭게 시체를 찾아 일으켜야 하니, 전투 중 시체 수급이 가장 큰 문제였다.
평소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싸워야 할 때 시체가 없다면 무직 상태의 초짜 헌터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다 시체들하고 같이 지내는 것도 고역이라지.’
시체에서 나는 악취와 부패.
네크로맨서에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두 요소였다.
본인이 괴로운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때문에 네크로맨서들은 실력에 비해 제대로 된 팀원이나 소속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말끔하고 멋진 소환수들과 함께하고 싶지, 어느 누가 끔찍한 외양에 냄새나는 시체들과 함께하고 싶겠는가?
‘확실히 청성에서도 네크로맨서는 한 명도 없었어. 실력만의 문제는 아니었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면면들.
하지만 성현은 곧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을 털어 냈다.
‘그래도 상황과 조건만 제대로 맞으면 다른 직업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고 했으니까. 거기다 내가 얻은 건 S등급의 특성…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성현은 자신의 특성을 유심히 살펴봤다.
시체를 되살리는 능력.
그것 말고는 딱히 다른 효과는 없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C나 D등급의 시체 부활류 특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째서 S등급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치를 배정받은 것인지 궁금했다.
‘단순히 시체를 조종하는 특성이라면 대부분이 C급… 거기에 쓸 만한 부가 효과가 붙어 줘야만 B급일 텐데.’
성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특성의 등급은 인간이 설정하는 게 아니었다.
시스템 메시지에 표기되는 던전의 등급처럼, 맨 처음 특성을 얻을 때부터 메시지를 통해 제시해 준다.
즉, 특성엔 시스템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고 거짓을 말했을 리는 없었다.
‘의문이 있다면 직접 사용해 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굳이 빙빙 돌려 가며 생각할 것 없이 성현은 곧바로 특성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는 게아드의 옆을 지키다 쓰러졌던 홉고블린에게 다가갔고, 녀석의 사체를 향해 자신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이 마력을 운용하는 감각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꽤나 이질적이었다.
허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성 발동에 실패하였습니다!]
[일반 몬스터는 부활시킬 수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몬스터를 부활시킬 수 없다니… 그럼 네크로맨서가 뭘 부활시키라고?”
당황한 성현은 그만 제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어떤 부가 효과가 있을지 기대하며 특성을 발동시켰던 성현이다.
한데 설마 부활 자체가 실패할 줄이야.
이러면 오히려 최악이 아닌가.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S등급의 특성이 대뜸 실패할 리는… 잠깐, 설마?’
그때 무언가가 번뜩 떠오른 성현은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널브러져 있는 보스 몬스터 게아드의 사체.
‘일반 몬스터’가 안 된다면 보스 몬스터에게는 통할지도 몰랐다.
사체에 다가간 성현은 팔을 뻗었고, 그에게서 흘러나온 검은 마력이 감돌면서 게아드의 사체로 흘러 들어갔다.
츠츠츠츳!
마력에 반응하며 꿈틀거리기 시작한 게아드의 사체.
곧이어 성현의 몸에서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쏟아져 나오더니 게아드의 몸을 집어삼켰다.
우드드득!
검은 그림자를 흡수한 게아드가 팔을 짚고서 일어났다.
[S급 특성 ‘그림자 군주’가 발동되었습니다!]
[고블린 족장 ‘게아드’가 당신의 권속이 되었습니다.]
“저, 정말 보스 몬스터를 되살렸다고?”
성현은 멍하니 게아드를 올려다보았다.
네크로맨서들의 사체 조종은 어디까지나 일반 몬스터만 해당되는 이야기.
보스 몬스터의 경우, 아무리 사체가 있어도 네크로맨서들은 조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현은 그런 기본 상식을 단숨에 깨부숴 버렸다.
“크르륵!”
일어선 게아드가 성현과 눈을 마주쳤다.
듬직한 체구를 자랑한 채 성현의 앞에 얌전히 서 있는 녀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일 듯 싸웠던 몬스터 같지 않았다.
뭣보다 녀석은 네크로맨서가 되살린 사체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고약한 악취도 없었고, 몸뚱이가 부패하지도 않았다.
마치 멀쩡히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몸 주위로 검은 그림자가 스멀거리는 것만 빼면 말이다.
‘뭔가 분위기가 확 뒤바뀌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런 차이도 못 느낄 정도야.’
감쪽같은 모습에 성현은 감탄했다.
눈도 깜빡이고 멀쩡히 움직이기도 하니, 전혀 사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 검은 기운이 보이지만 않는다면, 일반적인 소환수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S급 특성 ‘그림자 군주’의 효과로 당신의 하수인이 영구적인 두 번째 생명을 얻습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하수인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영구적이라고?’
분명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시체의 유지 시간은 매우 짧은 편이었다.
허나 성현만은 예외였다.
그의 힘을 받은 게아드는 시간이 지나도 쓰러지지 않는다.
한번 되살린 시체는 두 번째 생명을 얻고서 영구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보스 몬스터를 일으켜 세운 것만 해도 파격적이었는데, 네크로맨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인 지속 시간을 극복해 낸 것이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아, 대신 네크로맨서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물량은 포기해야겠지. 이 특성으론 일반 몬스터는 소생이 불가능하니까.’
죽인 적을 자신의 수하로 만드는 건 네크로맨서와 같았지만, 소수의 소환수를 이용한 전투 방식 자체는 보통의 소환술사와 비슷했다.
물론 평범한 소환수가 아닌, 적 보스 몬스터를 수하로 만드는 것이니 차원이 다른 이야기긴 했다.
네크로맨서뿐만 아니라 그 어떤 특성이나 클래스도 보스 몬스터를 이용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띠링!
[고블린 족장 ‘게아드’(C)]
[레벨 - 20]
[등급 - 군주]
[보스의 위압감], [충격파], [독에 취약]
게아드에게 다가간 성현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적일 때만 해도 보이지 않던 화면이었는데, 자신의 부하로 되살려서 그런 것인지 녀석의 상태창이 보였다.
‘내 소환수가 되면서 상태창 특성에 함께 영향을 받게 된 건가. 상태창과 레벨이 보이는 걸 보면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겠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소환수.
지금이야 20레벨 정도의 수준이라고 해도, 나중에 가서는 수백을 넘는 레벨을 가진 괴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고블린 계통의 보스 몬스터로서 말이다.
‘그런데 이름 뒤에 적혀 있는 C랭크 표시는 뭐지? 꽤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C랭크 보스 정도의 수준은 절대 아니었는데.’
성현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녀석은 E랭크 던전 중에서도 강한 보스 축에 속했지만, 결코 C랭크 던전의 보스로 군림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C랭크대의 보스였다면 성현은 창 한 번 제대로 뻗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 버렸을 것이다.
‘던전을 기준으로 적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크륵! 크르륵!”
“뭐라고?”
게아드가 갑자기 성현을 향해 무언가를 말해 왔다.
그러자 성현은 그제야 주위로 느껴지는 기척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사방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가 점점 크게 다가왔다.
“키익!”
“키에에엑!”
수풀 속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고블린들.
주변을 포위한 엄청난 숫자의 고블린들이 그들을 중심으로 온 숲을 둘러쌌다.
전투 소리를 듣고 몰려온 대규모 무리였다.
놈들은 이미 침입자인 성현을 찾기 위해 샅샅이 뒤지고 있던 참이라, 사방을 포위하는 데에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각자 무기를 쥔 고블린들이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빨을 드러냈다.
‘젠장, 숫자가 너무 많아! 지금 싸우기엔 무리가 있는데…….’
최소 수백 마리의 고블린 군단.
저 정도 숫자의 몬스터라면 아무리 성현이라고 해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워낙 숫자가 많아 따돌릴 만한 곳조차 없었기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일반 몬스터라면 그림자 군주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쿠웅!
“크아아아아!”
몽둥이를 힘껏 내려친 게아드가 갑작스레 포효를 했다.
땅을 울리며 퍼져 나간 충격파.
거기에 더해 게아드의 포효에 담긴 보스 몬스터의 위압감이 주위에 감돌았다.
“킥……!”
“키이익…….”
깜짝 놀란 고블린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놈들 중 한 마리가 털썩 무릎을 꿇었고, 곧이어 수십, 수백 마리의 고블린들이 일제히 우르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분명히 압도할 수 있는 숫자임에도, 단 한 마리의 예외도 없이 고블린들은 그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성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게아드를 올려다봤다.
“설마 너……?”
“크르륵!”
엄청난 숫자의 고블린들 앞에 선 위풍당당한 게아드의 모습.
성현은 그제야 녀석이 이 숲에 있는 모든 고블린의 지배자였다는 걸 상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