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9화 (9/202)

9화 그림자 군주

촤아아악!

수풀 밖으로 뛰쳐나간 성현은 두 홉고블린을 단숨에 베어 버렸다.

보스 양옆의 홉고블린들이 털썩 쓰러졌고, 성현은 그 한가운데에 섰다.

‘일단 방해꾼은 처치.’

아주 능숙한 솜씨로 기습에 성공한 성현.

보스 몬스터 게아드를 찾는 동안에도 숲속을 떠돌며 성실히 성장을 해 나간 성현의 레벨은 어느새 16을 넘어서 있었다.

홉고블린은 더 이상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크아아아!”

성현의 등장에 고블린 족장 게아드가 크게 포효했다.

자신이 찾던 침입자라는 걸 안 게아드는 손에 쥐고 있던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아앙!

게아드의 몽둥이가 강타하자, 바닥이 들썩이며 움푹 파였다.

예상했던 대로 무시무시한 괴력을 내는 녀석.

하지만 그 정도가 끝이 아니었다.

녀석이 내리친 바닥 주위로 커다란 충격파가 생겨나며 성현의 몸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이런 미친……!”

생각지도 못한 녀석의 능력에 성현은 순간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런 그를 노리고서 곧장 공격해 오는 게아드.

하지만 성현은 몽둥이에 직격당하기 직전, 간신히 몸을 낮춰 놈의 공격을 피했다.

살벌한 후웅 소리가 그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무슨 저딴 능력이 다 있어!’

콰앙!

게아드는 또다시 몽둥이를 마구 내려쳤다.

그때마다 터져 나오는 충격파로 인해 성현의 몸이 거세게 밀려났다.

“크아아아!”

녀석은 성현이 정신을 차릴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집요하게 노려 왔다.

게아드의 몽둥이가 난폭하게 휘둘러질 때마다 성현은 생사의 갈림길에 섰고, 겨우 살아남기를 반복했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온몸의 감각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

이것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의 감각이었다.

‘역시 쉽게 당해 줄 생각 따윈 전혀 없어 보이네. 하지만 나도 준비해 온 게 있다.’

후웅!

게아드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성현은 놈에게로 바짝 거리를 좁혔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수였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촤아악!

창을 내뻗은 성현이 녀석의 발목을 베어 내며 지나갔다.

붉은 핏줄기가 흩뿌려졌고, 게아드는 순간 상체를 휘청거렸다.

하지만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거리를 좁힌 만큼 더욱 위협적으로 돌아오는 게아드의 공격을 피하느라 제대로 창을 찔러 넣지 못한 것이다.

보스 몬스터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엔 한참이나 부족한 일격.

하지만 상처 부위는 곧 시꺼멓게 괴사하기 시작했다.

“크아아!”

갑작스러운 고통에 몸부림을 친 게아드가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 모습을 본 성현은 쾌재를 불렀다.

놈의 체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좋았어. 역시 잘 먹혀드는군.’

고블린 계통의 보스 몬스터들의 공통된 약점.

바로 ‘독’이었다.

성현은 게아드를 찾으면서 온 숲을 뒤지고 있던 참이었고, 그러는 도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던전의 독초를 챙겨 뒀었다.

이 숲속에 사는 일반 고블린 정도는 한 입 베어 무는 것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할 강력한 독초였다.

그리고 게아드와의 전투에 임하기 전, 성현은 독초로 즙을 내어 미리 창날에 발라 두었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라면 대부분 독에 저항이 있었지만, 게아드는 그렇지 못했다.

‘혹시나 효과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역시 이 던전은 말도 안 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던전 안에 펼쳐진 세계는 전혀 다른 세상의 생태계를 품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차원의 광물이나 식물 등의 자원이 던전과 함께 인간의 차원으로 고스란히 넘어왔으니 말이다.

실제로 대형 길드들이 탐내는 값진 던전은 대부분 그런 부류였다.

던전 속 각종 자원들은 그들이 가진 막대한 부의 원천 중 하나이기도 했다.

‘8배의 경험치를 품은 몬스터. 역사상 가장 큰 던전의 크기와 그 안에 담겨 있을 자원들.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리스크만 해결한다면… 이 던전은 내게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줄 수 있다.’

현재 지하실 아래 던전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성현뿐이었다.

성현은 그 진가를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닥치는 대로 던전을 돌고 길드에 정산금을 받으면 그만인, 대부분의 헌터들과는 출신부터가 달랐다.

‘물론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말이지만.’

“크아아아아!”

분노에 찬 게아드가 포효했다.

녀석의 포효에 성현은 온몸이 저릿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 보스 몬스터를 독 하나로 잡을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어. 그건 너무 양심이 없지.”

게아드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성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보스 몬스터는 괜히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아무리 독에 약한 고블린 종족이라고 한들, 독의 대미지만으로는 보스 몬스터인 게아드를 죽일 수는 없었다.

‘다만 독이 퍼지면서 녀석의 움직임이 느려진 게 보인다. 움직임에도 제약이 조금씩 생겨나겠지. 그로 인해 생겨난 빈틈을 노려야 해.’

파앗!

성현은 녀석에게로 파고들었다.

여기서부턴 철저한 실력 다툼이었다.

지금의 힘으론 놈을 간단히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했다.

독을 더욱 중첩시키며 계속해서 피를 쏟아 내게 만들어야 했다.

성현은 날아드는 공격들을 요리저리 피해 가며, 게아드를 베어 내 상처를 계속 누적시켰다.

콰아아앙!

“큭……!”

빗나간 공격조차 충격파로 인해 밀려나는 것이 골치 아팠다.

하지만 성현은 그 감각에 빠르게 적응해 가며 익숙해졌고, 조금 더 여유롭게 녀석의 공격을 피해 내기 시작했다.

촤악!

또다시 성현은 녀석의 허벅지에 기다란 상처를 남겼다.

벌써 녀석의 온몸에 뒤덮인 상처.

고블린 종족에 20%의 추가 피해를 입히는 ‘고블린 슬레이어’의 칭호 효과 덕에 보다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전투가 지속될수록 상처는 더욱 늘어났고, 게아드는 놈의 덩치를 감안한다고 해도 굉장히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공략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휘리릭!

미처 보지 못했던 게아드의 꼬리가 성현의 발목에 감겼다.

“젠…….”

콰아앙!

번쩍 들어 올려진 성현이 멀리 튕겨져 나갔고, 그대로 나무 하나를 박살 내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쿨럭… 젠장.”

잠깐이나마 눈앞이 아득해질 만한 극심한 고통.

헌터가 아니었다면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이 났을 충격이었다.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 성현은 안간힘을 썼다.

“크르르륵.”

‘이런…….’

눈이 시뻘겋게 변한 게아드는 그런 성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아는지, 성현의 앞에 선 녀석은 천천히 몽둥이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하지만 게아드의 움직임은 거기서 우뚝 멈춰 섰다.

“뭐, 뭐야?”

쿠웅!

기우뚱 기울어진 게아드의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대량의 피를 쏟아 낸 녀석의 몸엔 이미 독초의 맹독이 한가득 퍼져 있었다.

흙먼지와 함께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은 녀석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이겼어……?”

[고블린 족장 ‘게아드’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이게 보스 하나를 사냥한 경험치라는 건가……. 역시 엄청나네.”

상태창을 바라보던 성현이 중얼거렸다.

보스를 처치한 경험치 역시 8배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는 혼자 처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보스를 여덟이나 동시에 격파한 것과 똑같은 경험치 보상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16레벨에서 21레벨을 단숨에 달성한 성현이었다.

거기다 소소하다기엔 큼지막한 보너스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칭호 ‘거인 사냥꾼’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스 사냥 시 5%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좋았어. 종족에 따른 제약도 없고, 모든 보스에게 적용되는 칭호라니 뜻밖의 큰 수확이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성현은 쓰러뜨린 게아드의 시체에게 다가갔다.

전리품을 획득할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처치한다고 해도 쓸 만한 전리품을 주지 못했다.

고기를 먹을 수도 없었고, 가죽이나 뼈를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일반 몬스터와는 달리 보스 몬스터는 달랐다.

급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게 된다면 큰돈을 만질 수 있게 된다.

이는 보스들을 처치했을 때, 전리품으로서 온갖 유용한 아이템을 토해 내기 때문이었다.

던전 내에 따로 특별한 자원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던전 공략에선 보스 몬스터의 전리품이 주된 수입원이었다.

때문에 보스 몬스터는 던전 공략의 최우선 목표이자 핵심이기도 했다.

‘여기서 쓸 만한 걸 줬으면 하는데. 이런 어설픈 창 말고 제대로 된 무기라든가…….’

쥐고 있던 창을 잠시 내려다본 성현은 게아드의 시체에게 다가가 팔을 뻗었다.

처음으로 공략해 낸 보스의 전리품이다.

기대감에 가슴이 꽤나 두근거렸다.

[전리품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특성의 효과로 인해 아이템의 획득이 불가능합니다!]

“뭐……? 이게 무슨 소리야? 특성 때문에 보스 몬스터의 전리품 획득이 안 된다니!”

머리를 감싸 쥐고 성현은 소리쳤다.

아무리 게아드의 시체를 뒤적거려 봐도 아이템 같은 건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서, 설마 상태창 때문인가?’

현재 성현이 가진 특성이라고는 ‘상태창’ 하나뿐이었다.

워낙 강력한 능력이다 보니 그로 인한 페널티가 있다고 해도 사실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나. 하긴 S급 특성이라고는 해도 양심이 없긴 했지.”

기운이 쭉 빠져 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아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페널티.

물론 그럼에도 좋은 특성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아쉬운 마음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현의 착각일 뿐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고블린 족장 ‘게아드’를 처치하여 퀘스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S급 특성 ‘그림자 군주’를 획득하였습니다!]

이날, 성현의 직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