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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8화 (8/202)

8화 보스 사냥

강일훈과 황일우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난장판이 된 술집 안에는 석영 길드원들의 시체들이 가득했다.

그들 중에선 아직 길드장의 목숨만이 간신히 붙어 있을 뿐이었다.

그간 석영 길드가 겁 없이 떼먹은 돈을 다시 받아 내야만 했고, 그와 관련해 아직 대화를 나눌 게 남아 있어서였다.

“이 실장에 대해선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한편, 강일훈과 나란히 걷고 있던 황일우가 물었다.

자신을 부른 이유가 상당히 궁금했기에 질문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강일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성현 실장이 얼마 전 길드에서 퇴출당했다는데… 혹시 자네와 상관이 있나 싶어서 묻는 거다.”

“아아… 저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못 들으셨습니까? 이 실장 그 인간, 거하게 사고 친 거.”

황일우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최근 길드에서 쫓겨난 이성현 실장에 대한 이야기를 강일훈이 물어올 줄이야.

하긴 꽤 큰 이슈에 휘말렸으니 물어오는 게 이상할 건 없었다.

“B랭크 최고 유망주의 양팔을 자기 실수로 잘라 먹었으니… 몸 성히 쫓겨나기만 한 게 그나마 다행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다.”

“아, 강 헌터님 담당도 맡았던 겁니까?”

“그래.”

“뭐,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그날 운이 없었다던가, 던전엔 워낙 변수야 많지 않습니까. 어쩌면 겉만 번지르르했지 보기보다 형편없는 인간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의 말을 듣던 강일훈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황일우는 도중에 낌새를 눈치채고도 천연덕스럽게 말을 끝까지 이었다.

“어쨌든 너하곤 아무런 연관이 없단 말이지?”

“예, 전혀요. 그렇지 않아도 이 실장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이었습니다. 거참, 가끔 얻어맞으면서도 군말 없이 제 똥 닦아 주는 건 기가 막히게 잘하던 양반인데, 갑자기 없어져서 저도 좀 아쉽…….”

쿠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가벽 하나가 박살 났다.

“지금 이게 뭐 하는…….”

“닥쳐.”

“컥……!”

목을 잡힌 황일우의 몸이 번쩍 위로 들어 올려졌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완력의 차이.

C급 헌터쯤 되면 어딜 가도 꿀리진 않을 실력자였지만, 여기선 턱도 없는 소리일 뿐이었다.

“저, 저기 두 분 다 진정……!”

깜짝 놀란 직원이 반사적으로 둘을 말리려 했다.

“헉…….”

하지만 그는 강일훈의 살벌한 눈빛에 그만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그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에 직원은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애당초 헌터들 간의 다툼을 일반인이 끼어들어 말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큭……. 이거 설마 이 실장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비각성자와 같이 다니는 별난 성격이라고 듣긴 했어도 정말일 줄은 몰랐는데.”

“직원들을 벌레 보듯 하는 것도 적당히 해라. 최소한 너처럼 낙하산으로 들어오진 않았으니까.”

“뭣……!”

정곡을 찌르는 강일훈의 말.

다른 헌터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런 굴욕을 당하자, 황일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이런 짓을 벌여도 뒷감당이 될…….”

콰앙!

강일훈은 쥐고 있던 황일우를 벽으로 처박아 넣었다.

콘크리트 벽이 움푹 들어가며, 사방에 금이 쩌저적 생겨났다.

“황석일의 동생이라고 내가 신경이라도 쓸 것 같나? 애당초 C급 헌터 따위가 청성에서 설치고 있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큭, 커억…….”

막혀 오는 숨에 황일우가 몸을 비틀며 헐떡였다.

이대로 강일훈이 조금만 더 손을 조여 온다면 그대로 황일우의 목뼈는 부러져 버릴 것이다.

“…….”

다른 청성의 헌터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색하진 않았어도 저런 C랭크의 낙하산과 함께 다니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강일훈과 황일우.

애당초 길드 내에서 둘의 위치 차이가 너무나도 명확했기에 그들이 나서서 말릴 만한 건수도 아닌 것이다.

“이대로 목을 부러뜨려 줄까? 헌터라 바로 죽진 않겠지만, 당분간 내 눈앞엔 안 보일 테지.”

“자, 잠깐……!”

털썩!

손을 풀자, 황일우의 몸뚱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목이 시뻘겋게 변한 황일우는 컥컥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한심한 놈.”

경멸의 어조를 숨기지 않은 강일훈은 그 자리를 떠났다.

청성의 헌터들 역시 황일우를 내버려 둔 채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크읍… 젠장.”

홀로 남은 황일우가 비틀거리며 바닥을 짚었다.

황일우는 청성의 간부이자 A급 헌터인 황석일의 동생이었다.

그렇기에 특출나게 어리거나 재능 있는 유망주도 아니면서 C급 헌터임에도 청성 길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감히 나를 무시해?’

황일우가 이를 빠득 갈았다.

C급 헌터가 어딜 가서 꿀리지 않을 수준이라곤 해도, 청성에서야 최말단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친형인 황석일의 후광 덕에 저들이 대놓고 무시하진 못해도, 길드원들과의 실력 차는 황일우 자신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바였다.

마음 같아선 황석일의 도움을 받아 손봐 주고 싶었지만, 강일훈 역시 청성의 간부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형을 통해 무언가를 하기엔 어려운 상대였다.

콰앙!

가게의 테이블이 폭삭 무너지며 요란하게 박살 났다.

지금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어디 두고 보자고.”

분노에 찬 황일우의 눈이 번들거렸다.

* * *

건물의 밖으로 나온 강일훈은 싸늘한 눈빛을 거두었다.

함부로 입을 놀리는 황일우에게 잠깐 분노하긴 했지만, 그런 녀석이야 철저히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만한 녀석이 아닌데…….”

이성현을 떠올린 강일훈이 중얼거렸다.

그는 성현과 예상외의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사실 비각성자인 일반 직원과 헌터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이였지만, 최소한 강일훈은 그런 건 딱히 개의치 않아 했다.

“나중에 시간 날 때 한번 찾아가 봐야겠군.”

* * *

부스럭!

수풀 사이에 숨은 성현이 기척을 죽인 채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드디어 찾았군.’

많은 시간을 투자한 끝에 드디어 보스 몬스터를 발견한 성현.

양옆으로 홉고블린을 거느린 채 숲속을 이동 중인 게아드의 모습이 보였다.

“크르르르!”

‘확실히 일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달라.’

육중한 덩치의 게아드.

도저히 고블린처럼 보이지 않는 거구의 괴물이었다.

뼈 가면을 쓴 채 화려한 깃털 장식의 투구를 하고 있었고, 손에는 커다란 몽둥이가 쥐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느껴지는 보스 몬스터 특유의 위압감.

던전의 보스 몬스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압감이었고, 이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위축시키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던전 공략에 익숙하지 않은 초짜 헌터들은 저 위압감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했다.

하지만 성현은 그런 긴장감에 익숙한 편이었다.

‘내가 청성에서 주로 맡았던 던전은 B급……. 거기다 A급 던전의 보스 레이드도 서너 번은 코앞에서 경험해 봤다.’

처음에야 그 역시 보스 몬스터를 보자마자 위압감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속을 한참이나 게워 냈다.

하지만 청성에서 무려 7년을 구른 덕에 던전에 관해서라면 모든 면에서 내성이 생긴 뒤였다.

지금 앞을 지나가고 있는 게아드 역시 강력한 보스로 보였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가 평소에 보았던 A급 던전이나 B급 던전의 보스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물론 공략 경험도 없는 초짜 헌터가 동료도 없이 보스를 공략하겠다는 건 영락없는 자살 행위긴 하지만… 이쪽은 어차피 목숨이 걸린 문제라서 말이지.’

몬스터가 언제 집 밖으로 빠져나가 던전의 존재가 들통날지 모르는 상황.

가만히 있다간 100퍼센트의 확률로 죽는다.

그렇기에 그가 살아남을 방법은 오로지 보스를 처리해 특성을 얻어 내는 것뿐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성현은 주저 없이 수풀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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