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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6화 (6/202)

6화 새로운 세계 (2)

“후우… 꽤 힘드네.”

싸움을 끝낸 성현은 한숨을 돌렸다.

고블린 부락을 통째로 전멸시킨 그는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이성현]

[칭호 - 고블린 슬레이어]

[레벨 - 12]

[직업 - 무직]

[주요 능력치]

힘: 27 민첩: 21 체력: 23 마력: 19

[보유 특성]

상태창(S)

“좋아. 순조롭게 되어 가고 있군.”

성과에 만족한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헌터들의 레벨을 알 수가 없었기에 정확한 기준은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헌터 훈련 과정도 거치지 않은, 어제 막 각성한 헌터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성장 속도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고블린들은 많이 남아 있어. 숲 자체가 넓다 보니, 놈들이 모여 사는 부락이 여기 한 곳뿐일 리 없지.’

성현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던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제법 시간이 흘러 있었다.

정신없이 싸워 대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탓이다.

‘헌터 놈들 중에 싸움에 미쳐서 제정신 아닌 녀석들이 있었지……. 왜 그랬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네.’

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반인의 시선에선 도통 이해가 안 가던 족속들이었지만, 헌터의 입장에 서 보니 알 것도 같았다.

몸을 움직이고 무기를 휘두르는, 전투가 주는 희열.

인간 능력을 초월하는 힘을 얻은 데다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머릿속의 잡다한 것들은 잠시 잊어버리게 만드는 강한 마력이 있었다.

‘일단 다시 돌아가 봐야겠어. 제발 멀쩡해야 할 텐데.’

성현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봐야 했다.

혹여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몬스터가 침입해 난동이라도 피웠다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일단 확인되지 않은 몬스터가 한 마리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 주변 일대는 철저한 조사를 당할 터.

때문에 그는 항상 마음을 졸여야 했고, 자리를 비우는 것도 마음 편히 하지 못했다.

“운에 맡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대책이 필요하겠는데.”

고개를 저으며 발길을 돌린 성현.

정신없이 숲을 헤쳐 나오기는 했지만, 길을 잃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성현의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되어 있는 숲속 지형.

전부 비슷비슷해 보이는 수풀과 나무들이었지만, 한 번 지나친 이상 성현에겐 생생히 기억되었다.

‘길을 잃는 초짜 같은 실수를 할 리는 없지.’

각종 업무에 시달리는 청성의 현장 직원에게 던전 내의 지형을 외우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

청성 출신의 성현은 지난 7년간 수없이 많은 던전들을 겪어 왔고,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선 지형을 정확히 외우는 일 정도는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이런 어마어마한 초대형 던전은 처음이라곤 해도, 이 숲의 내부 정도야 성현의 기억력만으로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다.

콰악!

성현은 중간중간 마주치는 고블린들을 쓰러뜨려 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돌아갈 길을 걷는 겸 경험치도 얻고 겸사겸사.

하지만 가면 갈수록 마주치는 고블린들의 숫자가 많아졌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지?’

뭔가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오는 듯한 놈들의 움직임.

거기다 보이지 않던 홉고블린까지 가세하며 성현을 습격해 왔다.

“키이이익!”

콰득!

달려드는 홉고블린의 머리통을 높이 날려 버렸다.

홉고블린이 고블린에 비해 훨씬 더 강하긴 했지만, 성현의 레벨은 이미 12에 달해 있었다.

전에 상대했던 때보다 더 강해진 그였기에, 홉고블린 하나쯤이야 어려움 없이 빠르게 베어 낼 수 있었다.

“키에에엑!”

“젠장, 또 몰려오는군.”

이번엔 두 마리의 홉고블린이 나타났고, 놈들의 주변엔 일반 고블린 열댓 마리까지 함께 있었다.

점점 이동하는 데 지장이 생길 만큼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

놈들이 보이고 있는 집단적인 움직임.

마치 자신들을 습격한 성현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를 추적해 오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고블린들에게 그 정도 지능은 없을 텐데… 명령을 내릴 우두머리라도 있는 건가?’

성현은 작전을 바꿔 최소한의 고블린들만 쓰러뜨리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녀석들 탓에 속도를 최대한 올려야만 했다.

그렇게 몰려드는 고블린 무리를 뚫고서 던전의 입구에 도착한 성현.

뒤쫓아 오는 고블린들이 뒤를 밟지 못하게 완전히 따돌리느라 애를 먹긴 했지만, 여기까지 쫓아오는 녀석들은 없었다.

“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조금 있다 확인해 봐야겠어.”

한숨을 돌린 그는 동굴의 안으로 들어섰다.

온몸이 땀에 절어 샤워라도 해야 할 듯싶었다.

“자, 잠깐 이건……?”

성현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심상치 않은 발자국을 동굴 바닥에서 발견한 것이다.

분명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네발 동물의 흔적.

“이런 젠장! 몬스터잖아!”

성현은 온 힘을 다해 통로 안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몬스터인지는 몰라도 제발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땅을 박찼다.

타악!

통로에서 나와 지하실로 뛰쳐나온 성현.

그의 앞엔 난장판이 된 지하실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크르르륵!”

붉은빛의 털을 지닌 커다란 늑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괴물의 정체는 ‘붉은 갈기 늑대’로 결코 만만치 않은 몬스터였다.

그가 알기론 홉고블린보다도 강한 개체였다.

‘젠장, 우려했던 게 결국 터져 버렸어.’

그나마 아직 지하실에서 위층으로 올라가지는 않은 모양.

하지만 녀석이 더 날뛰어 주변 주민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전에 어서 몬스터를 제압해야 했다.

“컹컹컹!”

“야! 이 자식아, 조용히 해!”

창을 치켜든 성현이 놈에게 달려들었다.

저놈이 더 짖어 대기 전에 어서 목을 따 버려야 했다.

후웅!

하지만 붉은 갈기 늑대는 몸을 비틀어 창을 피했다.

덩치에 비해 굉장히 빠르고 유연한 몸놀림을 보인 녀석은 단숨에 벽을 박차고 물건들을 밟아 넘기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성현은 급히 놈을 따라가며 창을 휘둘렀지만, 늑대를 쉽게 따라잡을 순 없었다.

되레 성현의 목을 노리며 입을 쩍 벌리는 녀석.

“이런 미친……!”

쿠당탕!

간신히 몸을 던진 성현은 녀석의 송곳니를 피해 냈다.

찰나였지만, 목숨이 위험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성현의 눈엔 그런 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난장판이 된 지하실.

우르르 무너지며 박살 나는 물건들은 물론이고, 빈 페인트 통이 퉁퉁거리며 굴러가는 소리조차 성현의 신경을 긁었다.

“이 자식이 소란 피우면 안 된다니까!”

빠르게 제압하기는 이미 글러 버린 모양.

결국 생각을 바꾼 성현은 녀석에게서 등을 돌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컹컹컹!”

그러자 전투로 흥분해 있던 늑대는 성현의 뒷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았다.

성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던전의 입구 속으로 몸을 던졌다.

후웅!

던전의 통로로 들어온 붉은 갈기 늑대와 성현.

그는 조용한 동굴 속에서 녀석과 대면했다.

“여기서야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지.”

달려든 늑대가 성현의 목덜미를 노렸다.

하지만 성현은 창을 들어 냄새나는 녀석의 아가리를 막아 냈다.

지하실에서와는 달리 여기선 조급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몸을 비튼 성현은 단숨에 놈의 옆구리에 창을 찔러 넣었다.

“크아앙!”

“아까하고는 다르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해 가며, 놈에게 상처를 유도했다.

성현은 조금씩 상처와 출혈을 늘려 가며 늑대의 힘을 빼놓았고, 끝내 창을 내리꽂아 놈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콰직!

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늑대의 핏줄기.

그제야 성현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쉴 수 있었다.

“하, 씨… 큰일 날 뻔했네.”

어쨌든 겨우 이기긴 했지만, 10년은 폭삭 늙어 버린 기분이다.

잠깐 자리를 비워 둔 새에 동굴로 진입해 들어온 모양인데, 만약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녀석은 길거리의 시민들을 습격하며 한바탕 난동을 피웠을 것이다.

지하실에 위치한 SSS급의 던전 역시 탄로 났을 테고, 바로 그 시점부터 성현이 살아남을 희망은 사라졌다고 봐도 좋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어딘가에 묻히거나 바다 밑에 가라앉아 버렸겠지.

“역시 이대로는 곤란해.”

던전의 입구에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마력이라도 있는지, 계속해서 넘어오는 몬스터들.

숲에 굉장히 많은 개체가 밀집해 있는 고블린이 나타난 거야 그렇다고 쳐도, 이런 늑대까지 이 안으로 침범해 온 걸 봐서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뚜렷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다른 곳에 가 있는 동안, 내내 통로를 걱정하느라 가슴을 졸이는 것도 이젠 지겨웠다.

지하실의 던전은 그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이 입구만큼은 성현의 모든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집 밖에 장을 보러 나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입장.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사람 혼자서 24시간 던전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잠자는 시간만큼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서 던전을 틀어막는 건 무리야. 그럼 사람을 구해야 하나… 헌터 중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성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아니야. 다른 사람의 변덕 따위에 내 목숨을 맡기는 멍청한 짓을 할 순 없어.’

아무리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해도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었다.

헌터 업계에서 믿을 만한 사람 따윈 없었다.

SSS급 던전이라는 이런 어마어마한 비밀과 엮여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랬다.

이런 중대한 문제 앞에서 믿을 놈은 없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사람이 아닌 방법이 필요하다는 건데.’

던전의 입구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

아예 던전을 폐쇄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부재중일 때, 입구를 대신 지켜 줄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남은 방법이라면 소환수나 함정 같은 걸 다루는 것뿐이려나. 그렇다면 특성의 도움이 필요하겠어.’

헌터에게 특성은 강력한 힘이자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이미 인간을 초월한 신체 능력을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단이다.

딜러와 힐러 혹은 검사와 마법사 등.

헌터들 사이에 흔히 말하는 직업군, 클래스가 나뉘는 것도 바로 보유한 이런 특성의 차이 때문이다.

만약 성현이 소환수와 관련된 특성을 얻는다면, 자신이 부재중일 때도 던전의 통로를 지키도록 할 수 있었다.

그게 안 된다고 하더라도 차선책으로 각종 트랩과 관련된 특성을 얻는다면, 지금 느끼는 부담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당장은 어떤 쪽으로 클래스가 정해지든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

다행히도 그가 지닌 ‘상태창’이라는 S급 특성은 범용성이 아주 높았다.

지금이야 그의 직업군과 방향이 어떤 쪽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다만 그런 특성이 딱 맞춰서 나타나 줄 확률이 높진 않아.’

특성의 개방은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어떤 특성을 원한다고 해서, 정말 그 특성이 나타나 주진 않았다.

철저히 그 사람의 재능과 잠재력에 맞춰서 발현될 뿐.

‘뭣보다 특성 하나를 새로 얻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니까.’

특성은 강력한 힘인 만큼 쉽게 얻을 수도 없었다.

경지를 한 단계 높였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눈에 띄는 장족의 발전.

혹은 특별한 경험이나 오랜 수련을 겪어야 하나씩 개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보스를 잡아야겠군.’

크기가 어마어마한 대형 던전에는 보스 몬스터도 여럿 있기 마련이었다.

그의 집 지하실에 있는 초대형 던전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고블린들의 우두머리가 숲속에 있을 거야. 녀석을 처치한다면 특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최초로 보스를 쓰러뜨리는 건 헌터로서 꽤 큰 경험이니까.’

성현이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굳힌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는 마치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나타났다.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숲의 지배자가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침입자를 찾기 위해 수십의 고블린 부족이 움직입니다. 고블린 족장 게아드를 격파하십시오.]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및 새로운 특성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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