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 혼자만 상태창
[최고 등급의 던전입니다.]
[총 800%의 특별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경악한 성현이 입을 딱 벌렸다.
널브러진 고블린의 사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특성이잖아?”
흔치는 않지만 간혹 발견되는 소수의 던전들은 고유한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특성은 공략을 버겁게 만들었고, 어떤 특성은 큰 이득이 되어 많은 길드들이 탐을 내었다.
하지만 그게 설마 8배의 경험치를 부여하는 것이었다니.
헌터들에게 몬스터 사냥이란 실전 경험을 쌓음과 동시에 수련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한데 이곳에선 고블린을 4마리만 잡아도 남들이 32마리 잡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
사상 최초의 SSS급의 던전이라 그런지, 지니고 있는 던전의 특성마저도 실로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레벨업이라니… 이건 무슨 소리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눈앞에 둥둥 떠 있는 정체 모를 메시지에 성현의 고개가 슬쩍 돌아갔다.
모든 각성자들에게 나타나는 ‘시스템’의 영향.
마치 게임과 비슷한 구조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헌터들에게 레벨 같은 게 따로 존재하진 않았다.
하지만 성현의 앞에 나타난 레벨에 대한 메시지는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헌터 업계에 몸담던 그로서도 이게 뭔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됐어. 일단 저것들부터 정리해야지.’
메시지를 치워 버린 성현은 시선을 돌렸다.
방금의 소란을 듣고서 고블린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키에에엑!”
“딱 좋게 몰려오고 있군.”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고블린 무리.
총 네 마리의 고블린으로, 방금 한 마리를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현에겐 혹시 몰라 하나 챙겨 둔 화염탄이 있었다.
“잘 가라고.”
퍼어어엉!
요란한 폭음과 함께 고블린들은 화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또다시 나타난 정체불명의 메시지.
하지만 성현이 집중하고 있는 쪽은 노릇노릇하게 익어 버린 고블린들의 시체였다.
달려들던 네 마리의 고블린들을 모두 처치해 낸 성현이다.
‘고블린 한 마리 정도는 맨손으로 처치할 수 있다는 건 확인했고… 그럼 이제 전리품을 챙겨 볼까.’
성현은 고블린들의 시체를 뒤적였다.
놈들이 지니고 있던 무기 중 기다란 창을 집어 들었다.
고블린들이 지니고 있었던 조잡해 보이는 무기였다.
하지만 지구에는 없는 특수한 물질로 되어 있는 무기였고, 민간인이 접하는 어지간한 날붙이들과는 감히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역시 맨손보다는 무기를 쥐고 있는 편이 든든하네.”
창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성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구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고블린 다섯을 처치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일렀다.
조금씩 다가오는 몬스터의 소리.
크르르륵!
‘역시, 또 나타나셨군.’
이번에 나타난 것은 홉고블린이었다.
처음 그의 집을 침범해 왔던 녀석과 같은 몬스터였다.
녀석은 평범한 고블린들과는 달리 다소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시점에서 놈과 싸우는 건 조금 위험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저 녀석… 입구 쪽으로 다가가고 있어.’
성현의 집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던전의 입구.
녀석이 그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저대로 두면 또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겠지. 아깐 운이 좋았지만, 소란 때문에 길드에 신고라도 들어간다면…….’
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바깥으로 정보가 새어 나가는 순간 끝장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마 주변에 같이 다니는 동료는 없어. 하지만 화염탄은 방금 걸 마지막으로 다 썼으니… 직접 처리한다.’
성현은 계산을 끝마치자마자 지면을 박찼다.
콰악!
힘차게 창을 휘둘러 홉고블린의 등에 꽂아 넣은 성현.
피가 뿜어져 나오며 홉고블린이 포효했다.
“크아아아!”
‘조심……!’
날아드는 몽둥이에 성현은 급히 몸을 날렸다.
콰앙!
살벌하게 파인 동굴 바닥이 내려다보였다.
등을 깊이 찔렸는데도 이런 괴력을 보이는 녀석의 능력.
역시 고블린들과 달리 홉고블린은 그리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E랭크대의 던전에 출몰할 법한 수준의 몬스터다.
방금 막 각성한 수습 헌터의 수준으로는 모든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상처가 계속 누적돼야 해.’
휘릭!
성현은 창의 긴 리치를 이용해 홉고블린의 몸에 상처를 하나씩 늘려 갔다.
녀석의 몽둥이 공격은 뒤로 물러나 흘리면서 녀석이 공격을 하고 난 뒤의 역동작을 취할 때 창을 휘둘렀다.
심장이 마구 뛰었지만,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출혈이 발생하며 홉고블린의 몸은 점차 피투성이가 되었다.
“크아아아아!”
매섭게 포효한 홉고블린은 몸을 튕기듯 그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를 유지하려는 성현의 움직임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거세게 달려들었다.
부상을 각오하고서라도 끝장을 내 버리겠다는 녀석의 저돌적인 움직임에 성현은 자세를 취했다.
“내가 아주 물로 보이나 본데…….”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오는 홉고블린.
성현은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며 녀석을 맞이했다.
콰악!
“크어어?”
홉고블린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녀석의 속도를 역으로 이용해 위로 날려 버린 것이다.
이는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성현에게는 헌터의 근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양대 길드의 입사 경쟁률은 500:1…….”
성현은 뒤로 돌며 창을 바짝 움켜쥐었다.
호신을 위한 각종 격투기와 유도 등.
업무 능력 이외에 헌터도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도 청성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그 안에서도 초고속 승진자를 물로 보지 마라!”
콰아아악!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창이 홉고블린의 머리통에 꽂혔다.
뒤로 날아갔던 홉고블린의 머리가 정확히 바닥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쿠우웅!
홉고블린의 시체가 흙먼지를 날리며 널브러졌다.
“존나 X 같은 곳이긴 하지만.”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니, 이건 뭔데 자꾸 나타나는 거야?”
홉고블린을 처치하자, 메시지들이 또 우르르 나타났다.
그것도 이번엔 무려 3개나 한꺼번에 나타났다.
‘정말 레벨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메시지가 헛소리를 할 리는 없을 텐데.’
시스템 메시지는 절대적이다.
먼 과거, 각성자와 던전이 처음 생겨날 때만 해도 눈앞에 메시지들이 보인다고 말하고 다닌 사람들은 억울하게 미친놈 취급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각성자들에게 시스템의 법칙이 적용되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음…….”
혹시나 싶어 머리 위를 올려다봐도 레벨 같은 게 둥둥 떠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또 다른 메시지들이 번쩍 떠올랐다.
[레벨 6을 달성하였습니다!]
[조건을 만족해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특성 활성화? 벌써 특성이 활성화되는 건가?”
꽤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원래 각성과 함께 특성을 얻게 되는 조건부 각성자라고 해도, 해당 특성은 바로 활성화되지 않고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나 발현된다.
보통은 각성을 한 이후 2주 정도는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현은 훨씬 특성이 빠르게 발현된 것이다.
‘여기서 제발 잘 나와 줘야 할 텐데…….’
직접 활성화될 때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특성의 내용.
헌터에게 특성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했고, 여기에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이 미친 던전을 발아래에 두고 살아남기 위해선 제발 좋은 특성이 나와 줘야 했다.
마침내 그에게 나타난 특성은 그런 그의 기대를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S급 특성 ‘상태창’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뭐… 뭐? 무슨 급……?”
성현은 믿기지 않은 현실에 자신의 눈을 열심히 비볐다.
하지만 메시지에 적혀 있는 ‘S’라는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이게 말이 돼?’
S급 특성은 국내 랭커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한데 그런 능력이 자신에게 나타났다.
고작 오늘 각성한 초짜 헌터에게 말이다!
“제, 젠장. 어떻게 된 건진 몰라도 빨리 확인을…….”
성현은 덜덜 떨리는 팔을 들어 올렸다.
상태창이라는 이름의 특성.
뭔가 직관적이기 짝이 없는 그 이름에 성현은 바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발현된 특성은 곧바로 각성자에게 체화되기 때문에, 마치 팔을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성현도 어색해할 것 없이 상태창을 눈앞에 띄웠다.
파앗!
[이름 - 이성현]
[칭호 - 없음]
[레벨 - 6]
[직업 - 무직]
[주요 능력치]
힘: 15 민첩: 15 체력: 16 마력: 14
[보유 특성]
상태창(S)
“저, 정말 내 상태창이잖아.”
온갖 수치들이 표기된 자신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처럼 자신에 관한 것들이 직관적으로 보였다.
‘물론 그동안 헌터들이 각성을 하며 얻는 ‘시스템’의 적용부터가 게임과 유사하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그러나 다른 헌터들은 이런 식으로 상태창이 표시되어 보이진 않았다.
성현은 훨씬 더 직관적이자 노골적으로 게임스러운 시스템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새로운 특성의 효과로 레벨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새로운 특성의 효과로 인벤토리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새로운 특성의 효과로 칭호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새로운 특성의 효과로 퀘스트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돌발 퀘스트 발생!]
[피 냄새를 맡은 고블린들이 몰려옵니다! 고블린 무리를 몰살시키십시오!]
[성공 보상 - 힘 스탯 6, 소량의 추가 경험치 획득]
메시지가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
통로 저편에서 고블린들이 아우성을 치며 몰려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한 절묘한 타이밍이다.
“하… 미치겠는데, 이거.”
콰악!
성현은 창을 꽉 움켜쥐었다.
어쩌면, 정말 엄청난 능력을 얻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