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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69화 (269/271)

269화. 전투 (7).

그 시각 명진 쉘터.

십만이 훌쩍 넘는 인원이 한 번에 밖으로 빠져 나갔기에 명진 쉘터 내에는 전보다 더 큰 고요함이 자리했다.

더욱이 빠져 나간 자들이 평범한 자들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리고 그때.

“홍주영님이 저렇게 고전한 이유는 어쩌면 이 뿌리가 여기에 얽매여 있어서일지도 몰라요! 분명 이 뿌리는 홍주영님의 크나큰 무기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더 이상 이 뿌리게 여기에 얽매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해요!”

한쪽에서 터져 나온 앳된 외침.

하지만 워낙 고요했기에 그 앳된 외침은 사방으로 넓게 퍼져나갔다.

물론.

“.......”

“.......”

“.......”

호응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에 있는 모두는 뿌리가 더 이상 절망의 대지를 막아주는 벽이 되어 주지 않는다면 그로인해 발생할 결과를 모르지 않았으니까.

아니, 괜히 부가 설명할 필요 없이 즉사.

이미 수많은 경험으로 일반인은 절망의 대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즉시 죽는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결국 저 앳된 외침은 모두 죽자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만큼 쉽게 호응하기 어려운 외침.

그런데.

“뭘 두려워합니까? 이 지옥에서 명진이라는 이불을 덮으며 이만큼 살았으면 잘 산 것 아닙니까? 아직도 더 살기를 바라나요? 수십억명이 죽은 상황에요?”

“맞소. 나도 내 아들이 명진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곳에 왔고 그간 안락한 삶을 누렸소. 그래서 마지막은... 마지막은 바짓가랑이는 잡고 싶지 않소.”

웅성웅성.

와글와글.

“어차피 홍주영님이 죽으면 우리도 죽습니다! 설마 여기서 홍주영님을 죽이고 우리도 죽자는 생각인가요? 저렇게 십만이 넘는 인원이 홍주영님 한명을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데도요? 젠장! 이 지옥에서 얼마나 더 살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저벅저벅.

그 말과 동시에 한명이 내딛은 발걸음.

그리고 그 하나의 발걸음은.

저벅저벅.

저벅저벅.

저벅저벅.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 수만 개가 되었다.

그 후 수많은 발걸음들은 정확히 절망의 대지를 막아주던 뿌리 벽을 넘어섰고.

그 순간.

털썩.

털썩.

털썩.

절망의 대지에 발을 내딛던 일반인들은 그대로 허물어져 내렸다.

분명 거짓되고 날조된 역사지만 마치 3,000궁녀가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듯이 계속 끊임없이 계속.

***

차마 아빠는 물론이고 가족들이, 명진에 속한 자들이 거기에 미래와 투갈,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 속한 자들이 1번 로얄 구역의 주인을 향해 달려드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래서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일반인들이 명진 쉘터를 감싼 뿌리 벽을 넘어 절망의 대지에 발을 내딛는 것을.

털썩.

털썩.

털썩.

분명 일반인들.

그들이라고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저 절망의 대지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말 그대로 절망이었으니까.

그러데 분명 그걸 앎에도 명진 쉘터에는 수많은 자들이 서슴없이 절망의 대지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뚝. 뚝.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적을 향해 달려드는 자들의 마음도 그리고 역시나 죽을 것을 알면서 명진 쉘터 밖으로 몸을 빼내는 자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니까.

즉, 나에게 먼저 도망자라는, 겁쟁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그리고 내가 먼저 뿌리를 회수해 수십만 명의 일반인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뚝. 뚝.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더욱이 이미 늦었으니까.

말인즉슨 뭔가 하려면 진즉에 해야 했다.

가령 함께 죽는 선택을 할 거라면 진즉에 해야 했다.

왜냐하면 1번 로얄 구역의 주인을 등지고 있는 상태지만 알 수 있었다.

분명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장 앞장섰던 아빠도 그 뒤를 따랐던 형과 누나도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평소 전투력의 10%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아니, 본인의 능력을 100% 발휘한다 해도 한번을 버텨내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가 1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으니까.

“막아라!”

“막내 도련님에게 절대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라!”

“홍주영님은 살려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 한줄기 희망을 남기는 것이다!”

퍽. 퍽. 쾅. 쾅.

그런데도 여전히 뒤에서 들려오는 전투 소리.

아니, 더 정확히는 무수히 많은 자들이 쓰러져 가는 소리.

내 우유부단함이 원망스러웠다.

분명 아빠의 그 말에 잠시 흔들렸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가장 앞에 설걸, 내가 먼저 적에게 달려들걸.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런 선택은 개죽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확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했다.

후퇴? 아니, 도망?

맞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게 나를 살리기 위해 먼저 죽어간 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니까.

우선 그렇게 그곳을 빠져 나왔다.

내 가족과 내 울타리 안에 있던 자들 모두를 버리고.

***

홍주영과 1번 로얄 구역의 주인과의 전투가 발생한 지 1주일 후.

‘절망의 기운’으로 인해 더 이상 배에서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된 생존자들은 전부 다시 육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육지에 발을 내딛은 그들 전부는 멀리서 벌어진 전투지만 알 수 있었다.

바로 홍주영의 패배를.

당연히 홍주영의 영역인 명진 쉘터에 거주하던 모든 자들의 죽음도.

그래서 절망의 대지에 스스로 다시 발을 디딘 모두는 말 그대로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아직 최신식 전함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수단은 꽤 많았고 그로인해 홍주영이 처참하게 패배하던 그 모습을 직접 봤으니까.

더욱이 문제는 그들도 이 난관을 뚫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그만큼 육지에 다시 올라온 자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딱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환경에서 삶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죽지 못해 사는 상황에 그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자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가령.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항공모함을 비롯해 거대한 배에서 생활을 하던 홀드렛지는 ‘절망의 저주’로 절대 회복되지 않는 생명력 하락 메시지에 가까운 마이애미에 정착을 했다.

그 후 마이애미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홍주영의 패배도 그로인한 명진의 멸망도 직접 봤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꼭꼭 숨는 것 빼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크크크. 쥐새끼처럼 여기 숨어 있었군.]

[얼마 전부터 여기가 꽤나 소란스럽더라고요.]

“.......”

“.......”

“.......”

홀드렛지의 모두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지옥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별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크크크. 걱정하지마라. 여기서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분께서는 겁을 먹고 자기 가족들마저 버리고 도망친 홍주영 그놈을 위해 너희들을 사용하고 싶어 하신다. 물론 나는 너희들이 발악을 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마음껏 너희들을 쳐 죽일 수 있을 테니까. 그분께서도 반항하는 자

는 죽이라고 하셨거든. 크크크.]

말 그대로 사형선고.

그렇기에.

“씨팔! 죽어! 파워 샷!”

“소환 바람의 정령!”

“솟구쳐라. 대지의 창!”

이래죽나 저래죽나 매한가지인 상황.

그래서 반항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반항한 자들은.

털썩.

털썩.

털썩.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대로 허물어졌다.

누구는 불에 완전히 타고 누구는 몸이 완전히 짓눌러져서.

[쳇. 이건 무슨 벌레 잡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어. 재미가. 어이. 좀 제대로 반항하는 녀석은 없어?]

평균적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

그런데 절망의 대지라는 디버프까지 받는 상황이기에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물론 그 뒤로도 계속 저항하고 반항하는 자들이 나왔지만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여하튼 그렇게 홀드렛지를 비롯해 지구 곳곳에 있는 생존자들이 쿠하나에서 건너온 자들에 의해 한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바로 이제는 무너진 흔적만 남은 명진 쉘터로.

***

그 시각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

처음부터 이곳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에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1번 로얄 구역의 그놈이 등장을 해도 도망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평생 도망을 다닐 생각은 없었다.

현재 ‘Revival Legend’에 접속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모르지만 그걸 떠나 언제 적이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 태평하게 ‘Revival Legend’에 접속하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즉, 앞으로 3일.

딱 3일만 더 도망을 다닐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정 스킬 ‘특출나게’의 쿨타임이 종료되는 순간 다시 붙을 생각이었다.

물론 다시 붙어서 이길 가능성?

희박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분명 그때도 20분 이상 ‘특출나게’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붙었고 거기서 10분이 더 추가된다 해도 이길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도망을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도망을 다녀도, 시간을 끌어도 이긴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기도 했고.

즉.

“엄마. 아빠. 형. 누나. 미안. 알다시피 내가... 딱 부러지는 성격은 아니잖아. 물론 나도 변한 줄 알았지. 그런데... 여전히 우유부단 하더라고.”

여하튼 그렇게 3일을 더 숨어 지났다.

***

3일 뒤.

“블링크. 블링크.”

플라이를 사용하고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강원도로 움직였다.

한곳에 처박혀 있긴 했지만 놈이 지구에 남아 있는 생존자들을 그곳으로 끌어 모은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정확히 완전히 파괴된 명진 쉘터가 있는 자리에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영영 숨은 줄 알았지.]

“굳이 헛고생을 했군. 이렇게 모으지 않아도 어차피 찾아올 생각이었는데.”

[그래? 그럼 진즉에 말하지. 괜히 이들을 모을 필요가 없었잖아.]

푹.

“크억.”

녀석은 그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자신의 앞에 있는 자의 가슴팍에 그대로 오른손을 내질렀다.

당연히 가슴팍이 뻥 뚫린 자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허물어졌고.

하지만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솔직히 내 가족이, 내 울타리 안에 있던 자들이 전부 죽은 마당에 저들까지 신경을 쓰기에는 이미 내 감정이 전부 메말라버렸으니까.

대신.

“사용. 특출나게.”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이 보유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중에서 가장 특출난 스탯은 지력입니다.

-현재 보유한 지력 수치: 164,751

-30분간 지력 수치가 329,502으로 변경됩니다.

-특출나게의 유지 시간이 종료되면 10일의 쿨타임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곧장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깔고 녀석을 향해 사용했다.

“아이스 브레스!”

내 가장 강력한 공격을.

당연히 5중첩을 해서.

콰아앙!

[크크크. 좋아. 그때의 교훈을 잊은 모양인데 다시 한 번 되새겨주마!]

우선 그렇게 새로운 전투가 시작됐다.

***

30분 후.

“헉. 헉. 헉. 헉”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 가쁜 숨 사이로 울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한정 스킬 ‘특출나게’가 종료되었습니다.]

한정 스킬 ‘특출나게’의 종료.

그런데 내 눈앞에는 전과 별 차이가 없는 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더욱이.

[오호. 좋아. 그 눈빛. 무언가 희망이 사라진 듯한 그 눈빛! 그 눈빛을 다시 보고 싶었어!]

티를 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티가 났던 것 같았다.

물론 여전히 생명력에 여유는 있었다.

내 체력과 방어력 그 외 아이템은 절대 낮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버틴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닌 상황.

결국 질 수밖에 없었다.

혹은 또다시 도망치거나.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이게 마지막이었고 그만큼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으니까.

이번에 해보고 안 되면 차라리 죽겠다는 심정으로.

그리고 안됐고.

물론.

“아이스 스톰.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퍽. 퍽. 퍼버버벅. 퍽.

끊임없이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나를 죽이라고 녀석을 향해 가슴을 쫙 펴고 두 팔을 벌려줄 수는 없으니까.

우선 그렇게 한정 스킬 ‘특출나게’는 종료가 됐지만 전투는 계속 됐다.

남은 생명력이 10%를 지나 9%, 8%, 7%, 6%, 5%로 떨어질 때까지.

물론 뿌리?

당연히 뿌리도 진즉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력을 다한다는 내 마음가짐에는 뿌리의 도움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뿌리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수백가닥이 넘는 뿌리줄기가 한 번에 모습을 드러내 녀석을 감싸고 공격해도 녀석의 용암 주먹과 용암 분출 등으로 그대로 터져 나감으로써.

하얀색 뿌리마저도.

여하튼 정확히 생명력이 1%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슬쩍 눈을 감았고 마지막을 기다렸다.

그런데 녀석의 공격보다 먼저 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메시지.

[뿌리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한 차원 위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스스로 파괴하였습니다.

-그 존재 의의가 사라진 뿌리가 삭제됩니다.]

< 전투 (7). > 끝

< 그와의 대면 그리고.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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