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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60화 (260/271)

260화. 절망? 종말?

결정을 내린 이상 굳이 뒤로 미룰 필요는 없기에 곧장 명진 쉘터에서 출발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동티모르를 거쳐 호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 중에 하나인 티위 제도라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그곳에는.

“들었어? 그 절망의 대지라는 것이 벌써 ‘달리 워터스’까지 도달했데.”

“뭐야! 그럼 이제 여기도 멀지 않았다는 거잖아?”

“그렇지. 거리상으로는 삼사일? 아니, 갈수록 영역을 넓히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보다 더 빠를 테지.”

“젠장! 그럼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냐?”

“지금 그래서 난리잖아. 우선 최소한 호주 본토에서 벗어나 이곳 섬으로 왔는데 그 절망의 대지라는 것이 바다를 건넌다면... 여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그 절망의 대지라는 것이 바다를 건넌다면 결국 지구 전체가 절망의 대지로 뒤덮인다는 뜻이잖아.”

“.......”

“.......”

“.......”

“씨팔. 이러다 진짜 인류가 멸망하는 것 아냐?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은 전투력만 하락한다지만 일반인은 그 절망의 대지라는 것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즉시 사망이라는데... 지구 전체를 휘감으면 그냥 일반인은 죄다 죽으라는 소리잖아.”

“야. 모르면 말을 하지 마. 뭐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은 전투력만 하락? 전투력 하락도 어느 정도야지. 속된말로 아주 병신을 만드는 것이 그 절망의 대지라고. 100의 능력을 갖췄다면 20? 아니, 10이나 5로!”

웅성웅성.

와글와글.

그나마 호주 본토에서 가까운 섬이기에 그곳에서 건너온 수많은 자들이 존재했고 모든 대화의 주제는 절망의 대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비관적으로.

그리고 그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홍주영님.”

정확히 내 뒤로 누군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물론 이미 누군가가 정확히 나를 콕 집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대충 누군지 짐작을 하고 있기도 했고.

그래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카나본 길드에서 오셨습니까?”

“네.”

호주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길드.

그래서 아빠와 석인수 실장이 미리 연락을 취했다고 했다.

절망의 대지라는 것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곳이 호주였고 그만큼 호주 내에서 움직이는데 토박이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절대 나쁜 선택이 아니니까.

오히려 그런 제안에 카나본 길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우선 그렇게 카나본 길드에서 나온 자를 따라 이동했고 곧 삼엄한 경계속의 한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미 익숙한 얼굴의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내 손에 죽은 올리베이라 길드장을 대신해 이번에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이 된 브란돈.

“이렇게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홍주영님.”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새로운 길드장으로 취임해 한창 바쁠 이 시기에 여기에 직접 올 정도라면 이 일이 생각보다 간단하지는 않은가 보군.”

어쨌든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

그런데 그곳의 길드장이 그것도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접 이곳에 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이번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예측이 맞았는지 브란돈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저들은 모든 것을 걸고 오는 거니까요. 스스로 돌아갈 곳을 파괴하면서요.”

“모든 것? 거기에 돌아갈 곳이라면 그들이 거주하는 쿠하나를 말하는 건가?”

그곳에서 누구보다 긴 36일이라는 시간을 보냈기에 브란돈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네. 맞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던 터전. 그 쿠하나는 이제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무너지고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구에 뿌리 내린 재앙의 대지는 계속 넓어질 거고요. 이 지구 전체를 뒤덮을 때까지요.”

“그 말은... 결국 바다도 막지 못한다는 건가?”

“네.”

“.......”

아마 남이 이런 말을 했다면 조금 의심을 하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였다.

더군다나 이제 며칠이면 절망의 대지는 호주 본토 전부를 장악할 것이다.

즉, 며칠이면 탄로 날 거짓말을 나에게 할 정도로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가 멍청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게 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올 버프, 올 디버프’가 존재했으니까.

더욱이 하루 종일 아니, 평생을 플라이를 사용해도 끄떡없을 정도의 마나를 보유하기도 했고.

그러나 그렇지 않은 자가 태반이었다.

아니, 나 빼고는 죄다 절망의 대지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1200레벨 달성으로 현실 구현률을 올리지 못한 자들은 절망의 대지에 발을 대는 순간 그 즉시 사망할 것이고.

그러자 생각보다 꽤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대지를 잠식해 들어가는 것이 아르헨티나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4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검은 액체 인간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쿠하나라는 거의 지구 급에 해당하는 정도의 문제니까.

우선 그 뒤로도 30분 가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진행했다.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서 가져온 정보도 정보지만 호주 3대 길드 중의 하나인 카나본 길드가 그간 몸으로 획득한 정보다 절대 하찮지 않았으니까.

잠시 후.

티위 제도에서 플라이를 사용하고서 쿨타임 제로 블링크를 사용해 남쪽으로 계속 이동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붉고 검은 물결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장광 그 자체.

하지만.

“컥. 사... 살려줘!”

“젠장! 이게... 이게 뭐야!”

“제발. 내 손 좀 잡아줘!”

이미 진즉에 호주발 엑소더스(대탈출)는 시작이 됐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대탈출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일반인들이라면 더더욱.

분명 호주를 대륙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대륙도 크게 보면 사방이 바다로 막힌 섬인 것은 분명하니까.

여하튼 그 모습에 곧장.

“아이스 웨이브.”

꽈아아아앙!

우선 내 목표는 절망의 대지지만 겸사겸사 도망치는 자들을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

단, 5중첩을 하지는 않았다.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쓴 것도 아니고.

확인할 것이 꽤 많았으니까.

그만큼 눈앞에 있는 자들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인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그리고 많은 생명이 분명 나에게는 있었다.

물론 카나본 길드도 해봤다고 했다.

점차 영역을 넓히는 절망의 대지는 가만히 지켜볼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니까.

거기에 아르헨티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액체 인간도 사방에 검은 액체를 퍼트리며 이와 유사한 짓을 벌였지만 결국 그 검은 액체를 통한 공격으로 저지하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다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5중첩과 ‘특출나게’가 없다 해도 전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지력은 물론이고 결정적으로 현재 내 오른손에 들린 무기가 바로 1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었으니까.

그러나.

[.......]

절망의 대지는 단 1의 변화도 없었다.

그사이 절망의 대지에 발을 걸친 일반인은 그대로 집어삼켰고.

우선 그 모습에 조금 기다렸다.

분명 지력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고 얼음황제 수호검도 15강화가 됨으로써 아이스 계열 스킬에 한해 쿨타임과 성능이 향상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레벨 스킬은 괜히 10레벨 스킬이 아니니까.

실제로 쿠하나에서 로얄 구역의 지배자들에게 퍼부을 마지막 공격으로 전혀 손색없는 위력을 뽐내기도 했고.

그 후 아이스 브레스의 쿨타임이 돌아오자.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부터 깔았다.

그리고 곧장 내 가장 강력한 연계기를 펼쳤다.

“블리자드! 아이스 토네이도!”

퍽. 퍽. 퍼버버벅. 퍽.

휘이이잉.

9레벨과 8레벨의 광역 스킬.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기에 정확히 그 두 개의 광역 스킬 사이로 공격을 더 퍼부었다.

“징벌 아이스! 서릿빛 혹한의 창!”

쾅아앙! 쾅!

이번에 9레벨로 업그레이드한 징벌 아이스와 새로운 8레벨 스킬 서릿빛 혹한의 창.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할 5중첩을 아이스 브레스를 사용했다.

콰아아앙!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제외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공격.

아무래도 나머지 스킬들과 다르게 10일의 쿨타임을 가진 ‘특출나게’이기에 아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특출나게’가 없다 해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와 유사한 방식의 공격을 시도했던 4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검은 액체 인간을 지금 만났더라면 단 한방으로 아르헨티나를 집어삼키려던 검은 액체를 걷어낼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

단일 스킬은 그렇다 쳐도 여전히 광역 스킬은 그 어마어마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절망의 대지에는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퐁. 퐁. 퐁. 퐁.

절망의 대지도 내 공격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연신 비눗방울 같은 것을 뿜어내며 계속 영역을 확장했고.

“허...”

아마 아주 작은 피해나 단 1센티미터라도 절망의 대지를 뒤로 물렸다면 ‘특출나게’를 사용할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

‘특출나게’를 사용해도 여전히 사방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절망의 대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그때.

[크크크.]

웃음소리가 들렸다.

절망의 대지가 펼쳐진 곳의 땅속에서.

그리고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듯이 땅속에서 사람의 형체를 한 자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곧장 나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홍주영. 너의 강함은 로얄 구역의 주인분들이 인정을 했다. 그래서 로얄 구역의 주인분들은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때로는 모든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법이니까. 그러니 이 지구가 절망의 대지로 완전히 뒤덮여 제 2의 쿠하나로 변할 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로얄 구역의 주인분들이 너를 처단하러 올 것이다.]

“아이스 웨이브.”

잡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적을 향해 우선 공격부터 날렸다.

하지만.

쾅.

내 공격은 빈 땅 아니, 더 정확히는 절망의 대지만 두들겼다.

잡소리를 늘어놓은 적이 내 공격에 곧장 절망의 대지 안쪽으로 몸을 숨김으로써.

그리고 그 땅속에서 여전히 잡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크크. 나는 절망의 씨앗을 이곳으로 가져와 발아시킨 선발대. 절망의 대지가 완성이  될 때까지 이것은 보금자리 역할을 함으로써 홍주영 너는 나를 아니, 우리를 절대 죽일 수 없다.]

자신만만함이 잔뜩 담겨진 적의 외침.

당연히 그 자신감을 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았다.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절망의 대지 앞에서 내 공격은 무용지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절망의 대지는 결국 내 왼쪽 발에 맞닿았고 그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물론 그걸 앎에도 피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절망의 대지가 나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솔직히 지금은 모르게 됐으니까.

즉, 확인이 필요했다.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절망의 대지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는 절망의 대지.

그러나 결국 ‘올 버프, 올 디버프’에 막혔다.

그 말인즉슨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

하지만 절망의 대지를 위해 바친 제물이 제물이다 보니 박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 말인즉슨 어쩌면 나 빼고 지구가 종말을 맞이한다는 뜻이고.

물론 그럼에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저렇게 보금자리가 유지되는 것은 절망의 대지가 확장을 거듭하는 지금뿐이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가족과 명진 쉘터에 거주하는 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인류가 죽고 나 혼자만 남아서 승리를 한다면 그게 승리일수가 없었다.

“허...”

어지간하면 허탈감을 드러내지 않을 텐데 이번에는 절로 허탈감이 내 몸을 감쌌고 아무래도 그게 적을 기쁘게 한 것 같았다.

[크크크. 그래. 그렇게 절망의 대지를 바라보며 절망 속에서 기다려라. 그분들이 올 때까지.]

분명 암울한 상황.

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저놈의 주둥이를 박살내고 싶다는 것 하나였다.

그리고 그때.

푸욱.

정확히 절망의 대지를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있었다.

< 260화. 절망? 종말? > 끝

< 분명 암울한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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