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제 2의 쿠하나.
1800레벨 사냥터 고대 정령의 대지.
퍽. 퍽. 쾅. 쾅.
털썩.
털썩.
아무런 예고도 없이 200레벨에서 700레벨로 접속 제한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은 꽤나 충격적인 일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손을 쓸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기에 무시했다.
그리고 메시지에서 두 번째로 언급한 쿠하나와 확장된 통로.
이것도 딱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잔여 스탯포인트는 물론이고 한번에 5개의 스킬포인트로 업그레이드지만 어쨌든 새로운 9레벨 스킬과 8레벨 스킬이 생겼으니까.
거기에 1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과 무려 5중첩이라는 사기에 가까운 위력을 낼 수 있는 공격 방법까지 존재했고.
그래서 ‘선발대’ 이벤트 당시 의도적으로 피했던 로얄 중의 로얄이라는 1번, 2번, 3번 구역의 지배자?
이제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물론 그게 방심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1레벨업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임에도 이렇게 열심히 사냥을 계속 하는 것이고.
다만 자신감.
로얄 중의 로얄이라는 1번, 2번, 3번 구역의 지배자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아니,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가 다시 쿠하나로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고 그들이 직접 확장됐다는 통로로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도 좋았으니까.
여하튼 그 메시지로 지구 전체적으로 꽤나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개의치 않고 1800레벨 사냥터 고대 정령의 대지에서 사냥을 이어갔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계속.
***
700레벨까지 접속 제한이 된다는 내용과 쿠하나와 연결된 통로가 확장된다는 메시지가 울린 지 15일차.
아마 과거라면 진즉에 발견을 했을 것이다.
호주 한가운데서 발생한 붉고 검은 대지는 이젠 바로 옆 나라 뉴질랜드만큼 커졌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몬스터가 활개치는 세상.
즉, 소수보다 다수로 뭉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조금이나마 안전을 더 보장하는 길이니까.
더욱이 호주 특성상 인구가 밀집된 구역과 대도시는 해안가에 존재했고.
그래서.
“헉... 저게 뭐야?”
“여기는 그냥 황무지였잖아?”
“맞아. 한 달 전만해도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는데...”
전과 달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붉고 검은 대지의 모습에 남쪽 해안가에 본거지를 둔 헤블록 길드원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퐁. 퐁. 퐁. 퐁. 퐁. 퐁. 퐁.
붉고 검은 대지는 무수히 많은 비눗방울 같은 것을 내뿜었고 동시에 터트렸다.
그로 인해서 더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했고.
그러다 멍하니 있던 헤블록 길드원 1명의 발이 그 붉고 검은 대지에 맞닿았고 순간 그는 메시지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절망의 대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쿠하나 소속이 아닙니다.
: 모든 스탯포인트가 50%씩 하락합니다.
: 생명력과 마나가 50%씩 하락합니다.
: 패시브 관련 스킬의 성능이 50% 하락합니다.
: 액티브 관련 스킬의 위력이 50% 하락합니다.
: 스킬 사용 후 재사용을 위한 쿨타임이 500% 증가합니다.
: 전투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최대 50%까지 하락.)
: 생명력과 마나의 자동 회복량이 0으로 변경됩니다.]
“헉! 뭐야!”
그 메시지를 확인한 헤블록 길드원은 기겁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인 스스로 그간 많은 디버프를 당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험이 영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분명 지금이 그중 최악이었으니까.
특히나 다른 것도 죄다 치명적이었지만 500%로 늘어난 스킬 쿨타임은 결국 스킬을 한 번씩만 사용하고 당분간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더더욱.
그리고 그때.
불쑥.
붉고 검은 대지 즉, 절망의 대지에서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헤블록 길드원을 향해 곧장 공격을 시도했다.
물론 헤블록 길드원들도 멍청이가 아니기에 반격을 하기는 했다.
“솟구쳐라! 대지의 방벽!”
“내 육체는 굳건한 강철이 되리라!”
“포이즌 애로우!”
:
“분노 표출.”
“체인 라이트닝!”
“적에게 퍼부어라! 불의 정령의 분노!”
호주 내에서 손에 꼽는 그런 길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체적인 거점과 지금처럼 외부 순찰을 돌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헤블록 길드였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탱커는 막고 딜러는 공격하며 힐러와 서포터는 그 뒤를 받쳐줌으로써.
하지만.
퍼걱.
빠각.
탱커의 대지의 방벽과 굳건한 강철은 붉고 검은 대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한 번에 그대로 박살이 남으로써.
반대로 적을 향한 헤블록 길드 소속 딜러들의 공격은.
팅. 팅. 팅.
딱히 방어를 하지 않은 적.
하지만 딜러들의 공격은 그 별다른 방어를 하지 않은 적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더욱이 문제는.
“젠장! 스킬 쿨타임이...”
“스킬의 위력도 50%나 감소했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먼저 뒤로 몸을 뺀다!”
“적을 상대하기보다 우선 이 절망의 대지 밖으로 벗어나라!”
물론 그간 레벨업을 하면서 얻은 스킬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니기에 다른 방어와 공격 스킬들도 있는 상황.
그러나 한 번의 공격이지만 이 절망의 대지 안에서는 결코 적들에게 작은 피해도 입히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헤블록 길드원들은 반격보다 절망의 대지에서 몸을 빼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절망의 대지에 발을 디뎌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흔적은 5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흔적이 유지되는 기간 절망의 대지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5시간 경과로 흔적이 사라지면 30분간은 절망의 대지 위에 발을 디뎌도 흔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30분 사이 절망의 대지를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며 30분이 초과된 상태에도 여전히 절망의 대지에 발을 디딘 상태라면 곧장 다시 5시간 유지되는 흔적이 발생합니다.]
결국 한번 절망의 대지에 발을 내딛으면 5시간은 결코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메시지에 헤블록 길드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절망의 대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입을 열었다.
그것도 활짝 웃으면서.
“크크크. 걱정마라. 절망의 대지는 이 지구라는 곳을 죄다 뒤엎을 테니까. 죽었다 깨도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말이야. 아, 그래도 하늘과 바다는 있으니 이참에 새와 물고기가 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군.”
명백한 비웃음.
동시에 그 남자는 공격을 명령했고 순간 그 남자와 함께 절망의 대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이곳에 갇힌 헤블록 길드원은 변변찮은 반항한번 하지 못하고 그렇게 쓰러져갔다.
그 후.
“이정도면 안정권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한명의 남자가 넓게 펼쳐진 그리고 여전히 계속 확장을 시도하는 절망의 대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주도적으로 헤블록 길드원에게 공격을 명령한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더욱이 쿠하나를 제물로 바쳐 만든 정말의 대지. 이제는 홍주영 그놈도 절대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홍주영은 이런 디버프가 전혀 통하지 않는 존재라고 하는데...”
“맞습니다. 그때 제 동료도 로얄 구역의 주인들의 특권이 홍주영 그놈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을 정확히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나도 안다.”
“네?”
로얄 구역의 주인들이 쿠하나를 통째로 제물로 바치고 얻은 절망의 씨앗을 지구에 뿌리고 지금껏 키워온 19번 메이저 구역 소속 인원들은 자신들의 대장의 말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이은 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절망의 대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쿠하나 소속입니다.
: 모든 스탯포인트가 50%씩 증가합니다.
: 생명력과 마나가 50%씩 증가합니다.
: 패시브 관련 스킬의 성능이 50% 증가합니다.
: 액티브 관련 스킬의 위력이 50% 증가합니다.
: 스킬 사용 후 재사용을 위한 쿨타임이 500% 하락합니다.
: 전투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최대 50%까지 증가.)
: 생명력과 마나의 자동 회복량이 큰 폭으로 증가합니다.]
쿠하나를 통째로 제물로 바침으로써 쿠하나 소속에는 버프로 작용하는 절망의 대지.
즉, 로얄 구역의 주인들도 어쨌든 쿠하나 소속.
그만큼 어마어마한 증가일 수밖에 없었다.
강자일수록 분명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단 1% 조차 어마어마한 수치였으니까.
“홍주영의 괴물 같은 능력. 남은 로얄 구역의 주인들도 인정한 거지. 어쩌면 잡아먹힐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쿠하나를 버리면서까지 이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사용하는 것이고.”
“.......”
“.......”
“.......”
대장의 말에 19번 메이저 구역에서 건너온 자들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들도 보고 들었으니까.
로얄 구역의 주인들을 잡고 또 잡던 홍주영의 괴물 같은 능력을.
여하튼 그렇게 헤블록 길드원들은 처리한 쿠하나에서 건너온 자들은 다시 절망의 대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준비를 했다.
이제 지구라는 이곳이 제 2의 쿠하나가 될 테니까.
쿠하나 소속이었던 자들에게만 천국이고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지옥이 될 그런 제 2의 쿠하나가.
***
다음날.
아빠의 부름으로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않고 곧장 소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형과 누나 바로 옆에 마련된 내 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무슨 일이야?”
우선 옆자리에 앉은 누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글쎄. 나도 소회의실로 급하게 오라는 연락만 받아서. 오빠는 알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호주에서 뭔가 일이 발생을 했다는 말을 얼핏 듣긴 했는데...”
형과 누나도 자세히 모르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방금 정보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그렇게 기다렸고 곧 아빠와 석인수 실장이 동시에 소회의실로 들어왔다.
그 후.
“이렇게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영상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빠가 상석에 앉자마자 석인수 실장이 입을 열었고 곧장 영상 하나부터 스크린에 띄웠다.
온통 붉고 검은 대지를.
진짜로 영상은 죄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다 석인수 실장이 입을 열었다.
“현재 보시는 곳은 호주입니다. 약 30분 전에 들어온 영상이고 현재 호주의 중심부를 시작으로 약 50% 이상이 영상에서 보듯이 붉고 검은 대지로 바뀌었습니다. 일명 절망의 대지라 불리는 곳으로요. 특히나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서 함께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확장된 통로를 통해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쿠하나가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 시발점이 호주고요.”
확장된 통로.
그리고 갈수록 더 커진다는 통로.
하지만 쿠하나가 통째로 넘어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더욱이.
“저 절망의 대지라 불리는 곳은 어마어마한 디버프를 유발시킵니다. 확인된 디버프로는 ······이고요. 그런데 반대로 지구 소속이 아닌 쿠하나 소속에게는 버프로 작용한다는 것을 절망의 대지에서 적과 대치며 죽어간 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절망의 대지라는 디버프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소회의실이 살짝 시끄러워졌다.
확실히 그간 봐왔던 디버프와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반대로 그게 버프로 작용한다면 쿠하나에서 건너온 자들은 전투력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 눈에 훤했고.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상황.
그래서 그것보다 석인수 실장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저 절망의 대지라는 것이 호주를 벗어나 다른 대륙까지 이동이 가능한가요?”
“그건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흠... 제가 한 번 가보죠.”
물론 안 가도 됐다.
분명 호주에서 발생한 일이었고.
그러나 적이었다.
결국에 한쪽은 죽고 한쪽은 살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만 존재하는 적.
즉,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은 절대 좋은 선택일수가 없었다.
호주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여하튼 그렇게 호주로 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 제 2의 쿠하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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