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300, 400, 500, 600 그리고 700.
그린란드에서 곧장 명진 쉘터로 이동했다.
다른 곳에 들를 곳도 없었고.
그리고 명진 쉘터에 도착하자 이미 석인수 실장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소회의실에는 아빠와 형, 누나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그렇게 자리에 앉자.
“고생했다.”
“수고하였습니다. 막내도련님.”
“항상 이런 일을 맡겨서 미안하다. 주영아.”
아빠를 비롯해 모두들 나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종종 형처럼 미안하다는 말도 섞여 있었고.
하지만.
“뭘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고 그 일에 딱 맞는 적임자가 있다면 그 적임자가 해야죠.”
나 말고 누군가가 아무런 피해 없이 그것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게 가능했다면 나에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참고 시간을 끌 일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그 말과 함께 품에서 기억의 구슬을 꺼냈다.
왜냐하면 사망자만 4천명이었다.
평생 장애를 갖게 된 자와 그 사망자의 가족들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컸고.
그래서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원수의 우두머리를 처리함과 동시에 결국 복수를 했다는 것을.
“아, 그리고 기억의 구슬 끝부분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번에 죽은 올리베이라 길드장을 대신하여 길드장에 취임할 브란돈이라는 자가 재미있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다만 너무 속보이는 제안이라 우선 거절을 했고요. 한번 검토해보고 차후 결정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약 10분 정도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소회의실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명진 쉘터에 마련한 추모 공원에서 안식의 밤이라는 시간을 가졌다.
분명 그들은 명진 쉘터를 지키기 위해 단 1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자들이니까.
그만큼 대우를 받을 자들이었고.
***
명진 쉘터에서 안식의 밤이라는 경건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세계 곳곳은 긴장되고 뜨거운 밤을 보내야 했다.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는지 아니, 그것을 넘어 마치 경고하듯이 브리질에서의 일은 대놓고 그리고 그린란드에서의 일을 다른 자들이 지켜보는 것을 막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대한민국과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일본은 다른 곳보다 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일본 도쿄 미쓰야 길드 총본부.
류세치 회장은 수뇌부와 있는 자리에서 홍주영이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선보인 능력을 몇 번이고 되돌려봤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분명 연거푸 쓰지는 못할 거야. 거의 대서양 한쪽을 통째로 얼릴 정도의 무지막지한 위력을 자랑하는 저 공격이 쿨타임이 짧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하잖아.”
“.......”
“.......”
“.......”
류세치 회장의 허탈함이 잔뜩 내포된 말에 회의에 참여한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봐도 저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건 인간이 아니라 최소 ‘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자만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같은 인간으로써 그래야만 했고.
그리고 그때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홍주영은 이번 선발대 이벤트로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홍주영이 오른손에 든 무기를 보시면 알겠지만 가만히 있음에도 붉은색 아지랑이를 사방에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강화의 끝인 15강화라는 뜻이지.”
“네.”
류세치 회장의 말에 키모시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다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홍주영이 초창기부터 사용하던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홍주영과 몇 번 대립을 하면서 촬영한 기억의 구슬로 확인을 끝냈습니다. 똑같은 무기라는 것을요.”
“그게 왜?”
류세치 회장의 의문.
하지만 키모시타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곧장 입을 열었다.
“홍주영 정도의 실력자가 초창기에 사용한 무기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한다라... 더욱이 명진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것은 딱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신화 등급의 무기. 그것도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인 홍주영이 지팡이를 포기할 정도로 어
마어마한 옵션을 자랑하는 무기일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꽤 오래전부터 저 무기 하나만 계속 사용할 리가 없으니까요.”
“!”
“!!”
“!!!”
회의실에서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홍주영 정도의 실력과 뒷배경을 가졌다면 신화 등급의 무기를 착용한 것은 전혀 이상한일은 아니었지만 그게 15강화라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니까.
“허...”
류세치 회장의 허탈함이 담긴 탄식.
그 외 모두들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
전설 등급도 15강화는 꿈의 강화 수치인데 신화 등급은 더더욱 그랬으니까.
기본 안전 강화도 0이였고.
하지만 눈에 확연히 보이는 붉은색 아지랑이들.
거기에 대서양을 상대로 보인 능력.
정확히 거대한 운석이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로인해 수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해일마저 발생시켰고.
다만 삽시간에 그 해일마저 얼려버려 별다른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때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도 홍주영의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철저하게 홍주영의, 홍주에의 의한, 홍주영을 위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홍주영의 눈 밖에 나는 순간 끝일 정도로요. 만약 홍주영이 저런 공격을 도쿄를 비롯한 몇몇 대도시에 사용하는 순간... 일본은 멸망이고요.”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의 그 말과 함께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이 자리했다.
특히나 홍주영은 물론이고 명진을 향해 선전포고도 없이 공격을 한 적이 있기에 더더욱.
물론 이런 걱정을 하는 곳은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홍주영은 브라질에서 모두의 고개를 조아리게 만들 능력을 선보였으니까.
그것도 힘이 전부인 세상에서.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과 아침 식사 시간을 가졌고 평소처럼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그 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한 곳은 1800레벨 사냥터 고대 정령의 대지.
퍽. 퍽. 쾅. 쾅.
털썩.
털썩.
“.......”
분명 원래도 손쉬운 사냥터였다.
한순간에 무지막지하게 강해져서 그렇지 전에도 강했으니까.
그렇기에 선발대 이벤트 당시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하다는 로얄 구역의 주인들을 몇 명이나 잡은 것이고.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
단순히 어느 정도 강해졌다가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그래서 속된말로 오크? 1800레벨 사냥터임에도 딱 그 정도의 몬스터를 잡는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고대의 정령들이 몸빵 유형의 몬스터가 아니기에 더더욱.
하지만.
“아이스 스톰.”
퍽. 퍽. 퍼버버벅. 퍽.
털썩.
털썩.
녀석들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사냥이 이제 무슨 도움이 되겠냐 싶은 생각이 분명 있긴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또 아니니까.
즉, 정말 실낱같은 도움이 된다면 아직까지는 할 의향이 있었다.
여하튼 이제는 아이스 필드도, 살얼음도 없이 7레벨 광역 스킬 한방으로도 우수수 쓰러져 가는 녀석들을 상대로 계속 사냥을 이어갔다.
잠시 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냥을 하는 와중 사냥을 멈추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갑자기 울린 메시지.
[안녕하세요. ‘Revival Legend’입니다.
-변경사항이 있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현 시간부로 100레벨과 200레벨에 이어 300레벨, 400레벨, 500레벨, 600레벨, 700레벨까지 접속 제한이 발생합니다.
: 쿠하나와의 통로가 전보다 크게 확장되며 시간이 갈수록 통로는 더 확장됩니다.]
“이렇게 갑자기?”
새로운 계정 생성 불가에 이어 100레벨과 200레벨까지 접속 제한이 생긴 것은 꽤나 텀이 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에 그 제한이 700레벨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결국 700레벨 이하의 모든 유저는 일반인이 됐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1200레벨 달성은 요원한 일이 돼버렸고 그 말인즉슨 현실 구현률을 올리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그것도 1100레벨 특권 ‘코인 교환’이 사라짐으로써 이제는 1200레벨만 달성해도 10%의 현실 구현률을 갖게 된 상황에.
“설마... 그것 때문인가?”
너무 빠른 변화에 살짝 당황한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7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정령왕의 화신 파샨트와의 대화.
그때 그를 상대로 일부러 거짓말을 했었다.
지구에는 나같은 강자가 무척이나 많다고.
그래서 4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던 검은 액체 인간을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런 내 말에 파샨트는 코웃음을 쳤다.
정확히 이런 말고 함께.
[크크크. 그래. 확실히 전설과도 같았던 이지원의 모든 힘이 들어간 것이 ‘Forgotten Legend’와 ‘Revival Legend’긴 하지. 하지만 아무리 어마어마한 힘이라도 과거 ‘Forgotten Legend’를 했던 자들과 현 ‘Revival Legend’를 하는 모든 자들을 커버하는 와중에 너 같은 존재가 2명 이상
존재한다? 그건 아무리 이지원의 어마어마한 힘이라 해도 절대 불가능하지. 이미 이 정도만으로도 불가능을 넘어섰으니까.]
결국 그 말을 풀어보면 이지원의 힘에 의해 현재의 ‘Revival Legend’가 유지된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강자들이 계속 생겨나 이지원의 힘의 총량을 넘어선다면.
‘밑에서부터 쳐내는 건가?’
즉, 더 이상 ‘Revival Legend’를 접속하지 못한다는 뜻이 왠지 기록 삭제를 뜻하는 것 같았다.
강자들을 위해.
그리고 분명 내 추측이긴 하지만 정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도 나지만 이번 ‘선발대’ 이벤트로 어지간한 이벤트나 퀘스트의 1등에 해당하는 보상을 2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한 번에 받았으니까.
우선 생각을 거기서 정리하고 곧장 고대 정령들에게 달려들었다.
단언컨대 앞으로도 저 접속 제한에 내가 해당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확실히 레벨을 더 올려야 한다는 동기 부여는 되니까.
더욱이 확장되는 통로.
그만큼 100%의 능력을 가진 상태로 마주할 로얄 중의 로얄이라는 1, 2, 3번 구역의 주인들을 생각하니 몸이 근질근질 거렸다.
***
그 시각 ‘Revival Legend’ 내부 곳곳.
[488레벨로 접속 제한에 해당합니다.
-강제로 로그아웃되며 더 이상 ‘Revival Legend’에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628레벨로 접속 제한에 해당합니다.
-강제로 로그아웃되며 더 이상 ‘Revival Legend’에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699레벨로 접속 제한에 해당합니다.
-강제로 로그아웃되며 더 이상 ‘Revival Legend’에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700레벨에 딱 1레벨이 모자란 자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유저들이 강제로 ‘Revival Legend’에 튕겨졌다.
당연히 그로인해 지구 곳곳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예전처럼 차후 접속 제한이 발생한다는 예고도 없이 진행이 된 상황.
“젠장!”
“난 685레벨이었다고!”
“장난해? 나는 699레벨이었다. 경험치도 94%였고. 씨팔! 하루 아니, 몇 시간만 더 있었으면 700레벨 달성했을 거라고!”
“갑자기 왜 이 지랄인데!”
그렇게 700레벨 이하라고 우수수 튕겨져 나온 이들로 인해 개인은 물론이고 거대 길드나 단체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분명 하단에 쿠하나와의 통로가 크게 확장이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통로가 더 커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그것보다 700레벨 이하 접속 제한이 더 큰 문제였으니까.
갑자기 울린 메시지로 내일 당장 800레벨, 900레벨 그리고 1000레벨 이하의 접속 제한이라는 메시지가 울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
한창 지구 전체적으로 떠들썩한 사이 호주.
면적은 지구 내에서 6번째로 크면서 인구는 채 2400만이 되지 않는 호주.
그렇기에 해안가를 제외한 중앙에는 텅텅 빈곳이 많았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해도 사람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건물을 보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아무도 알지 못했다.
퐁. 퐁.
맨땅에서 비눗방울 같은 것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그리고.
펑. 펑.
솟구쳐 오르는 비눗방울 것은 멀리 가지 못하고 그대로 터졌다.
그러자 분명 속까지 하얀색이었던 비눗방울 같은 것에서 뜬금없이 검고 붉은색의 액체 같은 것이 맨땅에 흩뿌려졌다.
취이익.
동시에 뭔가 타는 소리와 함께 붉고 검은색으로 변한 대지.
물론 아주 좁은 범위에 발생한 일이긴 했다.
티도 나지 않았고.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영역을 넓혀갈수록 더 많은 비눗방울 같은 것이 생겨났고 붉고 검은색의 영역도 빠른 속도로 계속 넓어져갔다.
아무도 알지 못하게.
< 300, 400, 500, 600 그리고 700. > 끝
< 제 2의 쿠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