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겁 없이 날뛴 대가.
그날 저녁.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인 움베르토를 찾는 데까지 하루의 시간을 줬기에 명진 쉘터에 복귀하지 않고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마련해준 거처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빠르니까.
그리고 새벽으로 넘어가는 야심한 시간대에 바로 옆방에 자리 잡은 석인수 실장의 방문을 받았다.
우선 올 줄 알았기에 내가 먼저 석인수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잘됐나요?”
“네. 이쪽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그 답례품이고요.”
석인수 실장은 대답과 함께 서류봉투 하나를 건넸고 곧장 그것을 받아 봉투를 뜯고 안의 서류를 확인했다.
그 후.
“역시나네요.”
“그렇습니까?”
“네.”
서류에는 꽤 많은 것이 적혀 있었다.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말하지 않았던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에 대한 능력부터 특성까지 꽤나 자세하게.
그리고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관찰 4일차.
-루시아 길드장 움베르토가 휘하 세력 집결을 지시함.
-공격 대상은 홍주영이 자리를 비운 명진 쉘터로 예측됨. 가능성 70%.]
[관찰 7일차.
-명진 쉘터에 홍주영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본 것을 확인함.
-공격 대상이 명진 쉘터일 확률을 99%까지 상향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임.]
이 서류에 의하면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가 명진 쉘터를 공격할거라는 것을 10일 전부터 알고 있었다.
더욱이.
[향후 대응 방향.
-명진의 몰락에 개입하지 않는다.
단, 명진과의 전투로 약해진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에 대한 추적은 계속한다.
그리고 지구로 복귀 후 분노에 휩싸인 홍주영에게 움베르토의 은신처를 제공함으로써 환심을 산다.]
물론 막 분노가 솟구치지는 않았다.
얼추 예상 했으니까.
그래서 무덤덤하게 서류 확인을 끝내고 곧장 석인수 실장을 향해 건넸다.
동시에.
“내일 아침에 명진 쉘터로 복귀하세요.”
“네?”
“뒤는 제가 마무리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무방했기에 그렇게 말을 했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정확히 24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남은 상태에서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그린란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인 움베르토가 현재 그린란드에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위치도 알겠지?”
“네.”
“그럼 가지.”
“10분 안으로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혼자 가도 됐다.
분명 그린란드가 지구 내에서 가장 큰 섬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니까.
더욱이 위치까지 대략 알고가면 전혀 문제가 될 것도 없고.
하지만 굳이 같이 가는 것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게 어제 서류를 받은 대가니까.
몇 시간 뒤.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
그렇게 그린란드에 도착하고서 쉴 틈도 없이 재빠르게 자연 상태로 만들어진 얼음의 대지를 뚫으며 이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약 30분 이상을 빠르게 이동하고서야 하얀 얼음의 대지 위에 세워진 갈색 오두막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저기입니다.”
우선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그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오두막집을 향해 이동했다.
그 후 오두막집과 얼추 서른 발자국 정도 남은 상황에.
끼이익.
특유의 오래된 나무문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오두막집의 문이 열렸다.
동시에 그동안 열심히 찾아 헤맨 얼굴을 한 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바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생각보다 늦었군. 아무래도 홍주영 네놈의 협박이 저놈들에게는 만만했나봐.”
“뭐... 그런 것 같기는 해.”
처음에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가 일줄 알았다.
당연히 아이스 브레스는 덤이고.
하지만 생각보다 분노가 일지는 않았다.
물론 얼핏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한 듯한 모습.
거기에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도망갈 생각조차 없는 덤덤한 모습에 솔직히 나까지 차분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복수라는 것도 쿵짝이 맞아야지 저렇게 매가리가 없으면 복수하는 입장에서도 힘이 빠지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우선 그렇게 덤덤한 녀석의 말에 나도 덤덥하게 대답을 해줬다.
그러자.
“안으로 들어오지. 홍주영 너와 달리 나는 추위도 얼음도 질색이거든.”
“그래? 그런 것치곤 은신처럼 삼은 장소가 의외군.”
“찾아올 손님을 위한 배려라고 해두지.”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는 그 말을 끝으로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나도 오두막집 안으로 따라 들어갔고.
***
그 시각 오두막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안타라고스 길드원들과 길드장 올리베이라가 위치한 자리.
쾅!
“젠장. 죽일 듯이 놈을 찾았으면 당장 죽일 것이지 어째서 놈을 죽이지 않고 저렇게 집안까지 따라 들어가는데!”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홍주영이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를 따라 오두막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신경질을 내며 발로 땅을 내리쳤다.
왜냐하면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트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아니, 안면만 있는 사이가 아니라 거래를 했던 사이였다.
루시아 길드라는 족쇄를 채울 강자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를 찾던 움베르토에게 정보력 하나만큼은 원탑인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꼭 필요한 존재였으니까.
결정적으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에게 한창 주가를 올리던 홍주영 아니, 정확히는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정보를 팔기도 했고.
그래서 저 둘의 모습에 올리베이라 길드장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어차피 둘을 절대로 함께하지 못하는 사이. 그리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젠장!”
자신을 따라온 2인자 브란돈의 말에도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인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기에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그렇게 오두막을 노려만 봤다.
어서 빨리 홍주영이 움베르토를 죽이기를 바라면서.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
오두막집 안.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섰다지만 그게 방심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태연한 겉모습과 달리 언제든지 공격을 할 준비를 했고.
현재 한정 스킬 ‘특출나게’만 없을 뿐이지 이미 5중첩 아이스 브레스를 포함해 모든 것이 사용 가능한 상태였으니까.
그거면 충분했고.
다만 진짜 강자.
그만큼 어제 새벽에 확인한 서류에 의하면 단언컨대 지구상에서 나 다음으로 강한 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움베르토 라는 자였다.
움베르토를 향해 지구의 마지막 동아줄이라는 표현까지 적혀 있었고.
그리고 실제로 백 명이 조금 넘는 숫자로 명진을 공격했고 뿌리가 아니었다면 명진을 무너트릴 능력을 선보였다.
그래서 조금 궁금했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기에 먼저 그것부터 질문했다.
“왜 도망치지 않았지?”
녀석은 마치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당황하기는커녕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초대까지 했고.
“훗. 이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네놈의 손바닥에서 도망 갈 곳도 없잖아? 그리고 이미 명진을 친 이상 이 상황을 예견했고.”
“죽을 걸 알면서 그 난리를 쳤다고?”
“크크크. 홍주영 네놈은 너무 강해서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방향을 바꿔야지. 주변을 흔드는 것으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그게 궁금했다.
나에 비하면 엄청난 약자이긴 했지만 그건 나와 비교해서 그렇지 평균을 내면 어마어마한 강자니까.
지구 내에서 2번째로 강한자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더욱이 나 스스로 자제를 했다.
말인즉슨 나보다 약자라고 억압하고 핍박하지 않았으며 수탈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튀어나온 못이 정을 부른다는 이유였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를 정이 없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빼앗고 강탈함으로써 어차피 지옥인 세상을 더 지옥으로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또한 남들이 말하는 지구의 지배자가 될 생각도 없었다.
말이 좋아 지배자지 결국 어느 정도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니까.
그래서 명진이 차지한 이권을 빼앗기 위해 ‘Revival Legend’ 내에서 선전포고도 없이 갑자기 쳐들어온 일본의 미쓰야 길드나 나와 내가족의 목숨을 노렸던 김기정 대통령도 살려줬다.
분명 손가락 하나로 찍어 눌러 죽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의 지배 혹은 보호를 받던 수많은 자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솔직히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내가 거대해지기도 했고.
물론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 요청을 한 경우에는 나 스스로 자선사업가가 아니고 도움 요청을 한 상대방도 분명 넉넉했기에 꽤 많이 뜯어 먹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여하튼 그간 일부러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움직였고 실제로 그렇게 했기에 ‘왜?’라는 질문들 던졌다.
그러자.
“내 자리를 홍주영 네가 뺏어갔으니까.”
“네 자리?”
“그래. 내 자리! 현재 홍주영 네놈을 향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내 것이어야 했다. 지구의 희망이니 등불이니 하는 소리도 저부 내 것이어야 했고. 더 나아가 지구의 주인이라는 말까지 전부!”
그전까지는 썩은 동태 눈깔과도 같았던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하지만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는 그 썩은 동태 눈깔과 같았던 눈동자가 밝게 빛을 냈다.
그러나 그 빛은 길지 않았다.
곧장 처음의 썩은 그 동태 눈깔로 돌아감으로써.
그런데 그 모습에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동질감.
왜냐하면 나도 희망하고 바랐다.
세상의 주인공이 나기를.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런 희망을 담아 만든 것이 있었다.
바로 빛과 광휘, 희망을 뜻하는 나의 아이디 ‘lumen'.
“그렇군. 그랬던 거야.”
“크크크. 맞아. 그랬지.”
내 말에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토해내는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
동시에.
“아이스 브레스.”
콰아아앙!
동질감? 녀석의 처량함?
그로인한 안쓰러움?
전혀 없었다.
그래야할 필요성도 없고.
나는 나고 녀석은 녀석이니까.
더욱이 왜 그렇게 나에게 집착했는지 그 궁금증이 풀린 상황.
즉, 남은 것은 녀석의 죽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곧장 아이스 브레스를 사용했다.
그것도 5중첩의 아이스 브레스를.
그리고 그것만으로.
파박. 파박. 파바박.
괜히 강자가 아니라는 듯이 녀석은 무려 5중첩의 아이스 브레스를 조금은 버텨냈다.
하지만 곧이어 아이스 브레스에 그대로 휩쓸리며 녀석의 몸이 찢기고 부서지며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휘이잉.
남은 것은 결국 거대한 아이스 브레스의 흔적 하나.
저벅저벅.
그 모습에 뒤로 돌아보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렸다.
그간 죽인 적이 한두 명도 아니고 결국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도 그 수많은 자들 중에 한명일 뿐이니까.
우선 아이스 브레스의 영향으로 완벽하게 박살난 오두막집을 그냥 걸어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안타라고스 길드원들과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이게 축하할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복수에 성공하신 것을...”
푹.
“크억.”
나에게 아양을 떠는 올리베이라 길드장을 향해 그대로 1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다.
“왜...?”
순간 두 눈을 부릅뜨며 나를 쳐다보는 올리베이라 길드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솔직히 거짓말 한 것은 상관없어. 하지만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인 움베르토 그놈이 명진을 공격할 것을 알면서도 숨긴 것은 죄지!”
그 말과 함께 1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빼들고 다시.
푹. 푹.
그대로 올리베이라 길드장을 향해 내질렀다.
그러자.
“움베르토... 그놈이...”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그렇게 움베르토를 탓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길드장이 죽은 안타라고스 길드원들.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나에게 곧장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
“.......”
“.......”
나에게 달려들기는커녕 놀란 표정을 짓거나 혹은 욕설을 내뱉는 등의 행동을 하는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나도 예상 했고.
그래서 그들을 향해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브란돈이 누구지?”
그러자 그들 중에서 한명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제가 브란돈입니다.”
“좋아. 그럼 이것으로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와 나와의 악연을 잊어 주겠다.”
“감사합니다.”
죽은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움베르토를 의심했지만 사실 모든 전말을 털어놓고 협상을 벌인 것은 눈앞의 브란돈이라는 안타라고스 내의 2인자였다.
그리고 그때 브란돈이라는 자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명진 더 나아가 홍주영님 영역 안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것은 절대 홍주영님에게도 명진에게도 손해는 아닐 것입니다.”
내 밑으로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를 통째로 들고 오겠다는 브란돈.
분명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긴 했다.
괜히 지구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 길드가 아니니까.
하지만.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라... 날로 먹을 심산이군.”
이런 말을 하기 조금 쑥스럽지만 현재 나와 명진 밑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개인이나 길드 혹은 단체는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나 ‘선발대’ 이벤트로 지구로 복귀한 자들로 인해 그곳 쿠하나의 로얄 구역의 주인들과 메이저, 레귤러, 루키 구역이 드러났고 지구 평균이 루키 구역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기에 더더욱.
그런데 오히려 교묘하게 생색을 내면서 말하는 브란돈.
그 점을 꼬집으며 말을 했다.
다만.
“어디 한번 명진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봐. 그럼 받아줄 테니까.”
정확히 누가 갑이고 을인지 집어주며 말을 끝냈다.
솔직히 탐나는 존재긴 하니까.
여하튼 모든 일이 끝났기에 곧장 플라이를 사용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이동을 시작했다.
< 겁 없이 날뛴 대가. > 끝
< 300, 400, 500, 600 그리고 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