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55화 (255/271)

255화. 분노를 드러내야 할 때 (3).

브라질 상파울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

“연락은 하셨죠?”

“네.”

어제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갈 생각이 없었다.

사전에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 연락을 할 생각도 없었고.

하지만 오늘 아침에 계획이 전부 바뀌었다.

물론 그 계획이 바뀌게 된 계기에는 어제 ‘Revival Legend’ 내에서 있었던 일이 적잖게 영향을 끼쳤고.

여하튼 내 질문에 답하는 석인수 실장을 향해 다시 말을 건넸다.

“길드장과 직접 대면하고 싶다는 저희의 요청을 수락하던가요?”

“안타라고스 길드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려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흠... 네. 그럼 가서 보면 알겠군요. 아, 그리고 옐로 나이프랑 루셀크는요?”

“그쪽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길드장들이 직접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옐로 나이프는 2등이고 루셀크는 3등이었다.

당연히 1등은 안타라고스였고.

물론 2등, 3등이라 하기에는 1등인 안타라고스와 너무 격차가 심했지만.

우선 그렇게 브라질 상파울로를 향해 비행을 계속했다.

***

브라질 상파울로.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 총본부.

“그러니까 홍주영이 직접 온다고?”

“네.”

“그리고 나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고?”

“네.”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인 올리베이라는 수하의 보고에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사람은 아니, 굳이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언제 포식자로 변할지 모를 자신보다 상위의 존재와는 가급적 만나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특히나 켕기는 것이 있다면 더더욱.

“그나저나 홍주영이 남들보다 6일 늦게 그곳 쿠하나에서 탈출을 한 건가?”

“네.”

“휴. 그곳에서 귀환한 자들의 이야기의 절반만 진실이라고 여겨도 홍주영의 실력은...”

“살아있는 신이죠. 신. 더욱이 어림잡아 최소 100만 명이지 홍주영이 처리한 자들은 그 이상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로인해 기본 보상 외에 받았을 추가 보상은 전혀 가늠조차 되지 않고요.”

“.......”

올리베이라는 수하의 말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그러다 올리베이라는 푸념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그래. 신이 직접 온다는데... 가야지. 아니, 가는 수준이 아니라 극진하게 대접하기 위해 마중을 나가야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쩌면 홍주영은 굉장히 분노한 상태일지 모릅니다. 결코 명진이 입은 피해가 적지 않았으니까요. 더욱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한 안타라고스는 세계 제일의 정보 길드고요.”

“그러니까. 지금은 후회가 돼. 어째서 그렇게 나댔을까 하고. 옐로 나이프랑 루셀크가 치고 나가게 빈틈 좀 보이고 알아도 모른 척 좀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렇지?”

“.......”

길드장 올리베이라의 말에 이번에는 수하가 입을 열지 않았다.

우선 그렇게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인 올리베이라는 홍주영을 맞이할 준비를 서둘렀다.

당연히 한번 모르쇠로 시작한 것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생각을 하며.

그것이 알면서 모른 척했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니까.

***

몇 시간 후.

브라질 상파울로.

분명 브라질의 수도는 아니지만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브라질 최대의 도시이며 그만큼 인구도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상파울로였다.

아니, 굳이 브라질로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남아메리카 더 나아가 남반구로 따져도 가장 거대한 세계적인 도시였고.

그래서 그런지.

우글우글.

바글바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째서 안타라고스 길드가 상파울로를 본거지로 삼았는지 알 것 같네요.”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석인수 실장이 곧장 말을 이었다.

“그곳의 길드장인 올리베이라는 자와 주축이 되는 인물들 대부분이 브라질 태생이기도 하고요.”

우선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브라질 상파울로 어딘가에 총본부가 있다는 것만 알려진 상태였다.

즉, 지금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총본부가 아닌 일개 지점이었다.

물론 총본부가 자리한 곳이라고 그 어떤 지점보다 크긴 했지만.

여하튼 그렇게 몇 발자국 떼지 않은 상황.

그런데 마치 홍해 갈라지듯 길이 갈라지며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환영합니다. 홍주영님.”

자신들의 본거지를 숨긴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

당연히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정보 길드는 특성상 겉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거나 다방면으로 확장을 시도할 필요는 없으니까.

양지보다 음지가 편할 테고.

하지만 그 본거지를 숨긴 것에 비해 자신감이 있는지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앞서서 걸어오는 자가 바로 올리베이라라 불리는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것마저 대타 혹은 거짓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 이상 따질 생각은 없었다.

괜히 머리만 아프니까.

우선 그렇게 나를 격하게 반기는 올리베이라를 따라 상파울로 중심가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로 이동했다.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이곳이 총본부라 우기지만 실상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 곳으로.

그 후.

“그나저나 홍주영님이 어쩐 일로 이렇게 직접 안타라고스를 찾으셨는지...”

“정말 몰라서 묻나요?”

“.......”

얼굴에 ‘무슨 그런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고 있어.’ 라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말을 맞받아쳤다.

왜냐하면 이미 몇 개월 전 명진 쉘터에 몬스터로 수작을 부린 곳이 루시아 길드와 그곳의 길드장이라는 것을 알고서 곧장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 문의를 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바로 모른다고.

그리고 그것은 내가 집을 비운 사이 공격을 받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서 루시아 길드에 대해 ‘안다.’ 혹은 ‘알고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다.’ 라는 말을 스스로 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

그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보다 더 최악의 선택이니까.

즉, 이미 우리는 좋게 좋게 사근 사근 말할 사이가 될 수 없었다.

물론 올리베이라 길드장은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런지.

“하하하. 물론 몇 가지 감이 잡히는 것은 있습니다. 가령 쿠하나에 관한 정보라든지 아니면 그 사이 명진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관한 것 아니겠습니까?”

까딱까딱.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말에 딱히 맞장구를 치지는 않고 어디 한번 계속 해보라고 고개만 살짝 까딱까딱 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쿠하나에서 있었던 일은 솔직히 저희가 홍주영님과 명진에서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 기회만 주시면 실제로 바로 진행할 의사도 있고요. 혹 반대로 저희의 정보를 원하시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제공하겠습니다. 홍주영님은 전 인류 더 나아가 이 지구의 희망이니까요. 그 외 홍주영님이 쿠하나에 있을

동안 명진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은... 저희도 무척이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지구 내에서 최고의 정보 길드라는 이름값을 증명하기 위해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자를 열심히 쫓고 있고요.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꼭 그자에 관한 정보는 물론이고 은신해 있는 장소를 알아내겠습니

다.”

청산유수.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말은 미리 준비라도 한 것 마냥 정말 청산유수처럼 막힘없이 터져 나왔다.

오히려 그렇게까지 노력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내 입에서 절로 나와야할 정도로.

물론 진짜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쯤은 안다.

실제로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 비하면 분명 손색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명진의 레이더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은 것이 루시아 길드였고 그 길드에 소속된 자들이었으니까.

더욱이 명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적극 협조하는 미래 길드와 몽골의 투갈 길드도.

하지만 그렇다고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말에 곧장 수긍하고 넘어가기에는 그간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가 보여준 능력이 꽤 많았다.

그래서 분명 현재 내 행동이 생사람을 상대로 생떼를 부리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생떼를 부리고 싶었다.

아니, 생떼를 부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내 울타리를 침범하고 내 영역을 훼손한 그놈은 절대로 가만히 놔둘 수가 없으니까.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놔둬서도 안 되고.

그리고 그놈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단 1%라도 되는 대상이라면 혹은 앎에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는 대상이라면.

‘그것 자체로 잘못이지.’

말인즉슨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어떻게든 알아야 했다.

몰라도 악착같이 알아내서 나에게 말을 해야 했다.

분명 처음 루시아 길드와 그곳의 길드장에 대한 문의를 했을 때 내 분노도 유감없이 보여줬으니까.

나 스스로도 몬스터가 나오는 대지로 두 달 가까이 ‘Revival Legend’에 접속 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온갖 공을 들여 완성한 집을 강제로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고민을 하게 만든 그 분노를.

물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 스스로 무척이나 오만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오만함을 감출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말이 끝났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을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물을게.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에 대해 알고 있나?”

존댓말?

하지 않았다.

대신 고급 의자에 등을 그대로 묻으며 나름대로 지금껏 잘 갈무리한 내 기분과 심정을 그대로 풀어버렸다.

분명 분노와 노여움을 포함한 여타 모든 감정들이 시간 앞에 쥐약이고 하루의 시간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어제 느꼈던 그 감정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더 진해진 채.

그러자.

들썩. 들썩.

분명 사방이 막힌 공간.

하지만 고급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과 잉크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그 고급 책상과 창문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잘 정돈된 머리카락도 이리저리 휘날렸고.

그 와중에 나는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입을 계속 주시했다.

[.......]

하지만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올리베이라 길드장의 입.

물론 정말 모르고 그로인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남의 억울함 따위는 나에게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아니, 와 닿더라도 거기에 감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다짐했었어. 나 스스로 무자비한 침략자 더 나아가 걸신들린 포식자가 되겠다고. 물론 그게 되겠냐 싶었는데 하니까 되더라고. 그만큼 내 손에 죽어간 자들이 만, 십만, 백만을 훌쩍 넘어가는데 오히려 부족함을 느꼈고. 더 악착같이 열심히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지금... 그때의 걸

신들린 포식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굳이 지랄발광하면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침착하고 담백하게 말을 하더라도 이미 그 속에 어마어마한 분노와 노여움이 녹아들어 있으니까.

내 앞의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테고.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앙앙!

쾅! 쾅! 쾅!

땅에서 엄청 두껍고 거대한 것들이 무더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혹여나 눈앞의 올리베이라 길드장이 준비한 함정?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쉽게 함정은 아니었다.

말인즉슨 바로 내 분노에 반응한 뿌리.

그 뿌리들이 무더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뿌리 다발들은 정확히 나와 올리베이라 길드장을 자신들의 몸에 태우고 하늘 높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러자 상파울로의 시내는 물론이고 멀찍이 떨어진 광활한 대서양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휘이잉.

바람은 사정없이 불었고.

그 모습에 슬쩍 시선을 아래에 뒀다.

그러자.

쑤우우욱.

덜덜덜.

덜덜덜.

또 다시 뿌리 다발들이 몸을 떨어대는 2명과 그렇지 않은 1명 총 3명의 남자를 공중으로 띄어 올렸다.

당연히 몸을 떨지 않는 남자는 석인수 실장이었고 몸을 떠는 2명의 남자는 안타라고스에 이어 2등과 3등을 차지한 옐로 나이프와 루셀크의 길드장들.

우선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지?”

“아... 아닙니다!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

“맞습니다. 저희에게 문의를 주셔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자를 찾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코빼기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진심입니다!”

혹시나 싶어서 옐로 나이프와 루셀크에게도 문의를 했었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닌 상황.

그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것 말고.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에 속한 자들을 아냐고. 그래도 같은 동종업계에 경쟁 상대니까 스파이 같은 것은 심지 못했더라도 상대방 길드원들은 나름대로 조사를 했을 것 아냐.”

“아, 그것이라면... 나름대로 자료가 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워낙 안타라고스가 관리를 철저히 해서 그들의 안방에 해당하는 브라질 내의 정보는 많이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원하는 대답이 흘러나온 상황.

그 대답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인 올리베이라에게 줬다.

“마지막이야. 이미 기회는 많이 줬어. 그런데 이번에도 실망스런 말이 나오면 우선 상파울로를 지울 거야. 그리고 브라질 전부를 지울 거고. 그 다음에는 외부의 안타라고스에 속한 자들 전부를.”

역시나 무미건조한 투로 말을 내뱉었고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바로 이글이글 붉은 아지랑이를 사정없이 내뿜는 1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

그리고 그것을 올리베이라에게?

아니, 올리베이라가 아닌 대서양을 겨누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브레스.”

그 순간.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렸다.

어마어마한 굉음뿐만 아니라 수백 미터 이상 되는 물결이 쳤고.

그러나 그 해일을 방불케 하는 어마어마한 물결은 다시 밑으로 쏟아지지 않았다.

파사사삭.

그대로 얼어버렸기에.

더욱이.

파사사삭. 파사사삭.

내 아이스 브레스는 마치 넓디넓은 대서양을 전부 얼음의 대지로 만들 요량인지 그렇게 계속 뻗어나갔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야 밖까지 계속.

< 분노를 드러내야 할 때 (3). > 끝

< 분노를 드러내야 할 때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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