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분노를 드러내야 할 때 (1).
그곳에 있었던 시간이 정확히 한 달하고도 6일.
그래서 그런지 마치 지구가 오랜만이라고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더욱이 단지 느낌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축하 폭죽처럼 연달아 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메시지들.
[선발대 참여자입니다.
-성공적으로 지구에 복귀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현재 레벨에 상관없이 무조건 50레벨이 증가합니다.
: 50억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2500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5만개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려 50레벨의 증가.
물론 그런 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초보라 부르기도 민망한 저레벨 구간.
그러나 지금은 고레벨 아니, 단순히 고레벨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레벨이 높았다.
단언컨대 나보다 레벨이 높은 자가 없을 정도로.
그래서 50억 골덴링과 25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거기에 5만개의 코인도 분명 큰 보상이긴 했지만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에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레벨업에 쏠린 내 신경을 잡아끄는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선발대 참여자로 30일간 주어진 할당량 외에 총 1,887,429명의 적을 더 처리하였습니다.
-그로인한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 적절한 보상을 계산 중입니다.
: 적절한 보상을 계산 중입니다.
:
:]
연이어 울리는 적절한 보상을 계산중이라는 메시지.
그만큼 생각보다 많은 적을 처리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시간을 끌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제야.
“막내 도...도련님이 오셨다!”
“드디어 오셨다!”
“홍주영님이 오셨다!”
“와아아아아!”
무척이나 나를 반기는 자들.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머쓱할 정도였다.
이산가족 상봉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모습이었으니까.
물론 원래 예정보다 6일이나 늦은 상황.
아무래도 남들은 죄다 ‘귀환’ 쿨타임이 종료되는 순간 즉시 복귀를 했을 것이기에 걱정을 하긴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모습에 멋쩍게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 그때 드디어 계산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울렸다.
[불가능한 수준의 가산점을 획득하였습니다.
-아래의 보상이 추가적으로 주어집니다.
: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311억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5,650개를 획득합니다.
: 잔여 스킬포인트 5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20만 7천개를 획득합니다.
: 특별 호칭 ‘무자비한 학살자’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그간 이래저래 많은 보상을 받아왔다.
이벤트든 퀘스트든 뭘 했다하면 1등은 기본이고 순위권을 밥 먹듯이 했으니까.
하지만 그 많은 보상 중에서 이번 보상보다 더 화려한 보상은 없었다.
아니, 비교 한다는 것 자체가 무례라 여겨질 정도로 이번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특히나 호칭도 호칭이지만 무려 5개의 스킬포인트는 그 어마어마함에 화룡정점을 찍어줬고.
그래서 한동안 그 메시지를 쳐다봤다.
주변에서 나에게 건네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그런데 그때 아직도 부족하다 여겼는지 또다시 울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선발대 참가자로 가장 늦게 쿠하나에서 탈출을 하였습니다.
-영웅적인 행보에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000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2만개를 획득합니다.]
물론 많은 양은 아니었다.
방금 전에만 원래의 보상 외에 추가 보상으로만 거의 1만 6천개에 달하는 잔여 스탯포인트와 약 21만개에 달하는 코인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씨익.
공짜를 마다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국 전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이니까.
여하튼 얼추 보상이 끝났는지 더 이상 울리는 메시지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주영아!”
“홍주영! 왜 이리 늦었어! 남들은 30일이 되자마자 곧장 오더만!”
“고생했다. 주영아.”
“수고했다.”
내가 귀환한 것을 보자마자 곧장 보고를 했는지 옥상으로 아빠를 비롯해 엄마, 형, 누나, 형수를 비롯해 석인수 실장 등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나를 격하게 환영했고.
특히나 나를 꼭 끌어안는 엄마를 나도 꼭 안아줬다.
우선 그렇게 잠시간 가족 상봉을 했고 다함께 옥상을 내려갔다.
할 말이 무척 많으니까.
물론 그 와중에 처음 명진 쉘터 옥상에 발을 내딛자마자 36일전 선발대로 쿠하나에 가기 전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는 했다.
바로 서쪽 성문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전에 없던 거대한 공간이 조성이 됐다는 것.
얼핏 보면 공원 같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공원일 리가 없는 것이 그곳에 있는 자들 대부분이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러는 두 손을 꽉 쥐고서 눈물을 흘렸고.
공원이 아니라 마치 납골당처럼.
그것도 상당히 큰.
그러나 묻지 않았다.
우선 중요한 것은 쿠하나 그곳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니까.
***
잠시 후.
명진 쉘터 소회의실.
약 2,000명이 넘는 생환자들.
그래서 그런지 이미 꽤 많은 정보가 퍼진 상태였다.
명진에도 그 정보가 상당량 흘러들어왔고.
하지만 거기에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없었다.
물론 정보를 획득한 곳에서 모든 정보를 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아주 멍청한 행동이니까.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정보를 나는 알고 있었다.
로얄 구역의 지배자에게 들은 정보니까.
나를 제외하고 로얄 구역의 지배자를 만났거나 설사 만났더라도 살아남을 자는 없고.
말인즉슨.
“이지원. 이지원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 1년 전, 10년 전 아니, 시간대는 상관없습니다. 남자, 여자 구분도 하지 마시고요.”
뜬금없는 나의 발언.
더욱이 쿠하나와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이름이기에 아빠를 비롯해 대다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우선 그 모습에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이 ‘Revival Legend’를 만든 아니, ‘Revival Legend’뿐만 아니라 ‘Forgotten Legend’까지 만든 자로 언급된 자가 이지원이었습니다. 이거는 그때를 촬영한 기억의 구슬이고요.”
“!”
“!!”
“!!!”
폭탄 발언.
그래서 그런지 소회의실에는 침묵이 자리했다.
결국 현재 벌어지는 모든 일의 시발점이라는 뜻이니까.
여하튼 그 뒤로도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더 진행했다.
물론 한 달하고도 6일간의 일을 전부 풀기에는 3시간도 모자라긴 했지만.
3시간 뒤.
중요한 순간마다 사용한 기억의 구슬을 석인수 실장에게 모두 건네고 얼추 대화가 끝나가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옥상에서 소회의실로 이동하는 잠깐사이 명진 쉘터에 감도는 분위기가 내가 알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분명 침울함과 슬픔, 분노가 섞여 있었다.
거기에 마치 납골당처럼 조성된 공간.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했기에 그 부분을 물었다.
그러자 내 질문에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우선 쉬어라. 그간 고생도 많이 했을 테니.”
“하지만...”
아빠의 말에 지금 당장 듣고 싶다는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걱정마라. 저녁 식사 이후에 다시 자리를 만들어주마.”
그렇게까지 말하는 아빠의 말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후 곧장 내 방으로 이동을 했다.
“.......”
항상 청소를 했는지 내가 떠나기 전과 별 차이가 없는 방.
그 방을 보자 분명 기습 공격으로 6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를 처리하고 3시간 넘게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한 피곤이 느껴졌다.
그래서.
털썩.
곧장 침대에 몸을 날렸다.
거기에서도 휴식을 취한다고 취했지만 아무래도 내 집에서 취하는 휴식과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
저녁 식사 후.
소회의실.
스크린에는 하나의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퍽. 퍽. 쾅. 쾅.
바로 치열한 전투 현장.
그런데 문제라면 그 치열한 전투 현장이 매우 낯익은 곳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명진 쉘터.
더욱이.
“크윽!”
“적을 막아라!”
“죽은 자리를 메꿔라!”
“내 뒤에는 가족과 형제, 친구가 있고 그들은 명진이 보살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뚫리면 그들마저 죽는다!”
“명진! 명진! 명진!”
“나를 죽이고 가라! 이 개자식들아!”
털썩.
털썩.
털썩.
으드득.
아마 양쪽이 비슷한 피해를 입는 전투였다면 이렇게 까지 분노가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는 오로지 한쪽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걸 앎에도 그래서 죽을 걸 앎에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을 향해 달려드는 명진에 속한 자들의 모습은 그 분노를 부채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상에 눈을 떼지 않았다.
그게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대신 적의 수괴인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을 머릿속에 되뇌고 또 되뇌었다.
여하튼 그렇게 명진만 피해가 누적되는 사이.
“응?”
분명 분노가 내 몸을 지배하는 상황.
하지만 그 분노를 밀쳐내고 한순간에 황당함을 느끼게 만드는 모습이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있어서 안될 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뿌리.
우선 멀뚱멀뚱 서있기만 하는 뿌리.
그런데 적을 향한 누나의 외침과 손짓이 있자마자.
쾅!
뿌리가 공격을 시작했다.
그 후 달라진 상황.
하지만.
서걱. 서걱.
펑. 펑.
물론 적들이 결코 약하지는 않았다.
아니, 분명 강했다.
나도 놀랐으니까.
저런 강자들이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러나 뿌리가 저런 공격에 찢기고 잘리고 터져나간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뿌리는 저들보다 더 강하니까.
그러다 생각이 4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던 검은 액체 인간으로 이어졌고.
끄덕끄덕.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7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던 파샨트가 좁은 구멍이라는 발언을 했으니까.
결국 뿌리도 좁은 구멍을 통과하느라 본인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이고.
아니, 반의 반?
여하튼 그렇게 찢기고 잘리고 터져 나감에도 불구하고 뿌리의 공격으로 분위기는 반전이 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시아 길드 측도 쓰러지기 시작했고.
우선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났고 결국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을 제외하고는 침략자를 전부 처리한 상황.
하지만 좋아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여전히 모른다고 하나요?”
만약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의 현재 위치를 알고 있다면 아빠는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 등도 그곳 쿠하나에서의 일보다 먼저 나에게 말을 했을 것이다.
이건 자존심을 떠나 명진을 위해 죽어간 자들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니까.
그런데 아무 말도 없던 상황.
즉, 알지 못한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석인수 실장이 입을 열었다.
“네. 여전히 알지 못한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그 진위 여부는요?”
“...전략부는 거짓말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굳이 안타라고스를 들먹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정보 길드 계의 원탑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안타라고스 하나와 그 외의 2등부터 나머지 전부의 정보 길드간의 우위를 비교해도 안타라고스가 승이었다.
안타라고스가 모르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하튼 석인수 실장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현재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
즉, 현재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본거지가 위치한 브라질 상파울로는 아침 10시 정도 일테고 딱 적당한 시간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일. 내일 가거라.”
“.......”
내일 가라는 아빠의 말.
아마 나의 분노보다 아빠의 분노가 더 클 것이다.
분명 명진 쉘터의 수장은 아빠니까.
“알겠습니다.”
우선 아빠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분명 분노 표출도 이성적으로 해야 하니까.
그래야 하나도 빠짐없이 자근자근 씹어 먹을 수 있는 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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