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귀환 (1).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한지 16일 째.
5번 로얄 구역 휘하 42번 메이저 구역.
퍽. 퍽. 쾅. 쾅.
“크윽!”
“이건 강해도 너무 강하잖아!”
“제... 젠장! 남들처럼 진즉에 이곳을 떠나야 했었는데...”
이미 10번 로얄 구역에서 그곳의 지배자인 에이션트 골렘과 함께 내 손에 죽은 5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
즉, 빈집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에이션트 골렘이 휘하 세력을 한데 집결시켜놓음으로써 최대한 꿀을 빠느라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42번 메이저 구역에 생각만큼 많은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하지만 가산점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더욱이.
“그래. 이제 더 이상 각 구역의 지배자를 잡는다 해도 추가적인 보상도 없는데 무리할 필요는 없지.”
5%와 3% 그리고 1%의 현실 구현률.
거기에 3000개와 2000개, 1000개의 잔여스탯포인트를 끝으로 더 이상 주는 것이 없기에 전처럼 지배자를 잡는데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정말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결국 지구에서 죽은 4번 구역의 지배자였던 검은 액체 인간을 포함해 5번, 7번, 10번 구역의 지배자까지 총 4명의 지배자가 내 손에 죽은 거니까.
거기에 마지막은 2 대 1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즉, 10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인 에이션트 골렘처럼 함정은 기본이고 로얄 중의 로얄이라는 1, 2, 3번 구역의 지배자까지 나설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쩌면 그 셋이 동시에.
그래서.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슝. 슝. 슝.
얼추 정리를 끝내고 재빠르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해 자리를 떴다.
분명 얻을 만큼 얻었고 이제 남은 과제는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를 사용치 않고 안전하게 지구로 복귀하는 것뿐이니까.
그 와중에 욕심을 부리지는 않더라도 쏠쏠히 적을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을 챙기고.
여하튼 그 뒤로 굳이 높은 등급의 구역을 찾지 않고 루키 등급에 들지 못하더라도 인원만 많다면 정리를 하면서 대중없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메이저든 레귤러든 루키든 아니면 그 루키에도 들지 못하든 결국 가산점은 1명인 것은 매한가지였으니까.
***
그 시각 강원도 명진 쉘터.
“여전히 흔적은 찾지 못했고?”
“...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대충 예상도 했고.”
홍상만 회장은 자신의 질문에 어두운 낯빛으로 대답하는 석인수 실장을 향해 타박을 하지는 않았다.
매일매일 보고를 받음으로써 안일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더욱이 루시아 길드와 그 길드장에 대한 조사를 이번 일을 당하고 나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말인즉슨 이미 공격을 받았었다.
바로 명진 쉘터에 끊임없이 몬스터를 생성시키는 저주 공격으로.
그래서 홍상만 회장은 그때부터 조사를 시켰었다.
그 저주 공격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기에는 피해는 물론이고 꽤나 큰 충격을 준 공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몇 개월 전이었고 지금껏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은 상황.
즉, 몇 개월 동안 알아내지 못한 정보를 며칠 만에 알아낼 거라고는 홍상만 회장도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손가락만 빨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재촉 아닌 재촉을 할 뿐.
여하튼 홍상만 회장은 그렇게 책상에 앉아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석인수 실장을 향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는 여전히 모른다고만 하고 있을 테고?”
“네. 전혀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흠...”
홍상만 회장은 그 대답에 잠시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내뱉었다.
“사실일까? 거짓일까?”
“전략부 내부에서는 아무래도 거짓말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안타라고스는 절대 흔하디흔한 그런 정보 길드가 아니니까요.”
“.......”
홍상만 회장은 전과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자리에 일어나 창가 근처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현재 복구 상태는?”
“약 40% 정도 복구가 된 상태입니다. 미래 길드와 투갈 길드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그래서 아마 주영군이 돌아올 쯤에는 100% 복구가 완료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네.”
“네.”
홍상만 회장은 그렇게 그날의 보고를 받았다.
물론 마지막 말을 내뱉으면서 창밖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바로 루시아 길드의 침략이 있었던 서쪽문이 있는 방향을.
***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한지 21일 째.
9번 로얄 구역 휘하 루키 구역에도 들지 못하는 이름 없는 구역.
퍽. 퍽. 쾅. 쾅.
“젠장!”
“왜 침략자가 여기 있는데!”
“분명 직전에는 6번 로얄 구역 휘하 레귤러 구역에 있다고 했는데!”
“개새끼야! 그렇게 강한데... 어째서...”
“크억!”
“컥!”
털썩.
털썩.
털썩.
최소한 한정 스킬 ‘특출나게’의 쿨타임이 종료되기 직전까지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겠다는 계획을 철저히 지켰다.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라는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사기 스킬이 나에게 있기도 했고.
물론 루키 구역에도 들지 못하는 구역인 만큼 정말 말 그대로 약자들만 즐비했다.
하지만 ‘선발대’라는 이벤트를 시작으로 이곳에서 약 20일간을 머물면서 알게 된 거라면 결국 이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생명을 포함해 모든 것을 다 걸고.
즉, 강자 약자 봐가며 싸울 생각은 없었다.
약자라고 영원한 약자일 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처리할 수 있을 때 처리하는 것.
철저히 그것만 생각하며 움직였다.
잠시 후.
연속으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해 루키 구역보다 낮은 이름 없는 구역을 빠져 나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울창한 숲을 가진 산속으로 몸을 숨겼다.
굳이 쉴 필요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안 쉴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혹여나 생각지도 못한 전투가 벌어질지도 몰랐고.
우선 그렇게 평탄한 바위에 앉아 있다가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바로.
[데나얀의 나무 조각 (등급 없음)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래서 일명 ‘가장 오래된 나무’라 불리는 데나얀의 일부분이다.]
분명 죽었음에도 마치 부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던 검은 액체 인간.
아니, 그건 연출이 아니라 부활이 확실했었다.
그래서 7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인 파샨트를 처리하고 한참을 살폈었다.
당연히 10번과 5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던 에이션트 골렘과 거대한 활도.
하지만 파샨트와 에이션트 골렘이 죽은 곳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거대한 활의 활대가 ‘빠각’하며 두 동강이 났을 때 전과 달리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현재 내 손에 들린 데나얀의 나무 조각을.
“하긴... 무려 5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 나무 활이라는 것부터 뭔가 그렇긴 하지.”
그 이름값을 감안하면 온갖 장식에 값비싼 보석 한두 개 정도는 박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활.
하지만 정말 수수했었다.
보통의 활에 비해 거의 2~3배 거대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흔하디흔하다고 여길 정도로.
여하튼 그렇게 수수했던 거대한 활에서 떨어진 데나얀의 나무 조각을 살펴보는 와중.
빼꼼.
무언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뿌리.
더욱이.
흐물흐물.
처음 뿌리를 얻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튼튼한 모습만 보여줬던 뿌리였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뿌리를 보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와 달리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잔뜩 가지고 있었으니까.
몇 개의 상처는 무척이나 깊었고.
거기에 힘차게 ‘꿈틀꿈틀’ 하지도 않고 지금처럼 ‘흐물흐물’ 거렸다.
물론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7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자 정령왕의 화신이었던 파샨트의 대지 정령을 완벽하게 막아낸 뿌리.
분명 그때 얻은 상처일게 확실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상처를 입을 일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로 인한 상처니까.
우선 그렇게 그때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처를 안고 있는 뿌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거 달라고?”
끄덕끄덕.
물론 저 표현이 진짜 ‘끄덕끄덕’인지는 잘 구분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었다.
바로 뿌리가 이 나무 조각을 무척이나 탐내고 있다는 것.
그런데 왜 여태껏 뿌리에게 주지 않았냐?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창피하긴 하지만 솔직히 나도 탐이 났으니까.
그래서 며칠 전에는 뿌리 몰래 플라이를 펼치고 하늘 높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하기도 했었고.
그리고는 몰래 그 나무 조각을 입에 가져다 대고 깨물었다.
직전에 뿌리가 검은 액체 인간의 근원의 조각Ⅲ이라는 것을 먹어 치운 것처럼.
하지만.
[.......]
깨물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입안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물론 이것과 다르지만 먹었던 것은 있었다.
바로.
[뿌리 (일반)
-먹으면 뿌리 하나를 획득한다.]
뿌리는 정확히 먹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데나얀의 나무 조각은 먹으라는 설명이 없는 상황.
그래도 몇 번이고 시도를 했었다.
분명 뿌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실질적인 내 성장이 더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도저히 흡수하는 방법 자체가 없는 상황.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턱.
손바닥 위로 데나얀의 나무 조각을 올려놓고 그것을 뿌리 앞으로 내밀었다.
물론 나중에 흡수 방법을 알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이만큼 했는데도 안 되면 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 나무 조각은 네 것인가 보다.”
그리고 그런 내 말이 끝나자마자 뿌리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덥썩.
생각보다 말랑말랑한 촉감을 가진 하얀색 뿌리가 내 손에 들린 데나얀의 나무 조각을 챙겼다.
그 후 곧장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래. 그간 뿌리로 얻은 이득이 얼만데.”
그 말을 끝으로 분명 평범치 않은 데나얀의 나무 조각에 대한 관심을 훌훌 털어냈다.
대신 곧장 바위에서 일어나 다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하며 움직였다.
아직 ‘선발대’ 이벤트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한지 27일 째.
한정 스킬 ‘특출나게’의 쿨타임은 이미 돌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절로 욕심이 샘솟았다.
분명 더 이상의 보상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한 명쯤은 더 처리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한눈에 봐도 함정인 것이 뻔히 보였다.
그만큼 내손에 죽은 자들이 몇 명인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곳이 즐비했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이.
물론 들어가서 한바탕 휘젓고 별다른 피해 없이 빠져나올 자신은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는 마치 말년 병장과도 같았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니까.
그리고 그런 조심스런 행보를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어갔다.
이런 메시지가 울릴 때까지.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한지 30일이 지났습니다.
-‘귀환’ 명령어의 30일 쿨타임이 종료되었습니다.
-아무 때나 상관없이 ‘귀환’ 명령어를 사용하여 쿠하나를 벗어나 원래의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지구로 복귀시 곧장 예정된 보상이 주어지며 그간 쿠하나에서 개인별로 획득한 가산점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이 더 주어집니다.]
“흐흐흐.”
그 메시지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 30일을 알차게 보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 귀환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메시지도 지금 당장 사용하라는 언급이 없었고.
왜냐하면 한정 스킬 ‘특출나게’도 남아있고 이제는 위험하면 언제든지 그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귀환’이라는 치트키도 생겼다.
즉, 지금 당장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마지막으로 주어진 이 기회를 그냥 날리고 지구로 갈 생각은 없었다.
처리할 수 있을 때 한 놈이라도 더 처리를 하는 것이 정답이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생각해둔 행동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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