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원 플러스 원 (2).
놓치기에는 아까운 원 플러스 원 행사로 인해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상황.
그런데 조금 고민이 되는 것이 있긴 있었다.
바로 처음부터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적의 생명력을 빼놓고서 사용할 것인가 하고.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바로 후자로.
왜냐하면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긴 했지만 혹여나 마지막 대미지가 살짝 부족해 둘 중에 하나를 놓친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손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원 플러스 원 행사가 아니게 되는 거고.
더욱이 7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파샨트도 ‘특출나게’ 없이 잡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우선 그렇게 특출나게의 사용 타이밍을 결정하고 이번에는 시선을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에이션트 골렘과 5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거대한 활에게 줬다.
그러다.
“그래. 아무래도 10미터 이상 벗어나지 못하는 제약이 있으니...”
물론 10미터의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나에겐 크나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내 활동반경만 그 제약에 묶여 있는 거지 우월하다 못해 압도적인 공격 사거리를 가진 내 스킬들은 그 제약에 해당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5번 구역의 지배자인 거대한 활이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줄행랑을 치면 손가락만 빨고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즉, 먼저 처리해야할 대상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에이션트 골렘.
“좋아. 언제 탱커, 딜러 구분을 했다고. 앞을 막는 것부터 순서대로 박살내면 되지.”
그렇게 결정을 내렸고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우선 새로운 얼음의 대지부터 깔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 얼음의 대지의 범위는 사방 10미터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인즉슨.
“젠장! 좀 더 뒤로 물러나라!”
“평범한 아이스 필드가 아니다!”
“원거리 딜러들은 침략자를 공격하는데 주의해라!”
몇 번 게릴라 전술로 내 아이스 필드의 위력을 맛봐서인지 어느새 내 주변을 둘러싼 자들이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물론.
퍼버벅. 퍽.
쾅! 쾅!
그 와중에 내 몸에 박혀드는 것들이 있었다.
아니, 박혀드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히 내 앞에서 터지는 것도 있었다.
바로 5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거대한 활의 공격.
하지만 무시했다.
다른 자들처럼 그도 아이스 필드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나게 만들기에는 5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라는 이름값이 너무 높았으니까.
대신 그 분풀이를 다른 녀석에게 쏟아냈다.
“아이스 브레스!”
콰아아앙!
이곳 쿠하나에 오고 딱 한 번만 사용한 스킬.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로얄 구역의 주인들을 제외하고는 굳이 아이스 브레스까지 필요한 경우는 없었다.
굳이 소 잡는 칼을 닭을 잡을 때 쓸 필요는 없었고.
하지만.
[...엄청나군.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거짓말은 아닌지 에이션트 골렘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한가득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언급과 달리 에이션트 골렘은 딱히 피해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몸 어디에도 박살나고 부서진 흔적 자체가 없었으니까.
무려 10레벨 아이스 브레스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몸빵 능력 하나로 말석이긴 하지만 어쨌든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을 차지한 자.
그렇기에 딱히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겉으로 티만 나지 않았을 뿐 녀석의 말대로 분명 어느 정도 피해를 입긴 입었을 것이다.
나는 그 피해를 계속 누적시켜 결국 단단한 방패를 박살내면 되는 거고.
그래서 대답보다 곧장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태초의 골렘이여. 그대의 의지를 받드는 나에게 그대의 힘을 달라! 현신!]
당연하지만 골렘 자체는 그렇게 특이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아니, 꽤 흔하다면 흔했다.
진흙으로 된 골렘부터 돌이나 철은 기본이고 그 외 아이스 골렘이나 윈드 골렘, 파이어 골렘 거기에 보석류 가령 다이아몬드 골렘 등등 다양한 골렘들이 존재했으니까.
그래서 조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며 앞에 에이션트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의 골렘이라면 뭔가 어마어마한 원석이나 혹은 생각지도 못한 귀한 재질로 이뤄져 있는 것이 보통일 텐데 그렇지 않았으니까.
말인즉슨 에이션트 골렘은 가장 흔하디흔한 그래서 보통 골렘하면 떠오르는 돌로 된 형태의 스톤 골렘이었다.
덩치만 꽤 컸을 뿐.
그런데 그런 돌로 된 에이션트 골렘이 현신이라는 것을 사용하자 몸을 이루는 그 거대한 돌들이 갑자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더욱이.
[누구도 뚫지 못하고 철벽 그 자체가 된 ‘타운로’의 골렘이여! 여기에 강림하라!]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전투 골렘의 영웅 ‘카로’의 골렘이여! 여기에 강림하라!]
드르륵. 드르륵.
녀석의 현신 사용 후 빛나는 돌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중구난방으로 이뤄졌던 돌들이 흐물흐물 변하더니 갑자기 갑옷 형태로 변했고 어느 순간 녀석의 한 손에는 거대한 검이 들려져있었다.
당연히 반짝 반짝 빛을 내면서.
우선 그 모습에 딱히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위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녀석을 너무 얕본 것 같다고.
거기에 상대는 녀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퍽. 퍽. 퍼버버벅. 퍽.
쾅. 쾅.
연신 나에게 쏟아지는 공격들이 있었다.
바로 5구역의 주인인 거대한 활의 공격.
물론 화들짝 놀랄 정도의 대미지는 아니었지만 포지션 자체가 딜러라서 그런지 분명 그 어느 때보다 생명력이 쭉쭉 줄어들어갔다.
“후... 그래. 인정. 솔직히 자만했어.”
7번 구역의 주인인 파샨트를 생각보다 너무 손쉽게 잡아서 나도 모르게 자만했던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 쿠하나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2명을 상대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웨폰 사용.”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모든 공격을 몸으로 때우고 그냥 원거리에 공격만 집어넣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얼추 에이션트 골렘의 생명력을 빼면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사용해 빠르게 정리하고서 곧장 거대한 활을 잡을 계획이었고.
하지만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녀석을 중심으로 사방 10미터라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 그 범위 안에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활용해 가급적 거대한 활의 공격도 회피를 하면서.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활용한 근접 공격은 물론이고.
“좋아. 이제는 제대로 할 테니. 조심 하라고!”
우선 그 말을 내뱉고 곧장 에이션트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내 행동에 분명 꽤 느린 속도를 보였던 에이션트 골렘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들었고.
여하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차전을 시작했다.
***
홍주영이 2명의 로얄 구역의 주인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사이.
브라질의 안타라고스 본거지.
밖으로 드러난 부분은 무척이나 작고 허름했지만 그 속은 최첨단 장비는 물론이고 거대한 공간까지 갖춘 정보 길드 중에서 원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안타라고스 본거지에서 몇몇의 인물이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 저게... 저게 왜 나오는데? 분명 홍주영에게 얽매여 있잖아? 홍주영은 분명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해 지구에 없고.”
“.......”
“.......”
“.......”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인 올리베이라의 질문에 수하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분명 그렇게 파악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말인즉슨 절대 저기서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불가능해야 했고.
그런데 그때 수하 중에서 길드장인 올리베이라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실권을 가진 브란돈이 입을 열었다.
“홍주영이 분명 지구에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만약 있다면 수족과도 같은 수천 명이 죽는 저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인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루시아 길드의 수작으로 홍주영이 ‘Revival Legend’에 접속해 있으면 현실에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도 이미 확인을 끝냈습니다.”
“그럼 저건 뭔데?”
브란돈의 말에 길드장 올리베이라가 곧장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브란돈은 대답 대신 다른 것을 언급했다.
“홍주영에 귀속된 저 뿌리의 상태... 이상하지 않습니까?”
브란돈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스크린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란돈의 말처럼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뿌리가 약해졌다는 것.
그것도 상당히 많이.
그만큼 안타라고스 내부에서 파악한 뿌리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그 주인인 괴물이라는 수식어로도 부족한 홍주영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 그 뿌리가 루시아 길드원의 공격에 손쉽게 잘려나가고 터져 나갔다.
물론 루시아 길드에 속한 자들이 절대 약한 것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간 뿌리가 보여줬던 위용에 비춰보면 분명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
브란돈은 그런 모두의 표정을 확인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분명 뿌리 혼자서 지구로 온 것입니다. 마치 검은 액체 인간이 지구에 왔던 것처럼요. 단, 성급하게 혹은 빠르게 오느라 그것도 아니면 이동을 하는데 어떤 제약이 있기에 약해진 상태로요.”
“.......”
“.......”
“.......”
브란돈의 추리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게 상황에 딱 맞아 떨어졌으니까.
그리고 그 말은.
“그럼 약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위용을 드러내는 저 뿌리가 홍주영이 없어도 계속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군?”
길드장 올리베이라의 질문.
그 질문에 브란돈이 단정 짓듯 입을 열었다.
“네. 그래서 이제는 복귀 후에 분노를 표출할 홍주영에게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움베르토 그놈이 강하다 해도 모든 수하를 잃은 이상 이빨 빠진 호랑이일 수밖에 없고요.”
우선 브란돈의 그 말 이후로도 안타라고스 길드 내부에서는 여러 말이 오갔다.
그리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브란돈의 말대로 명진이 완전 망하는 플랜 A가 실패한 만큼 이제는 복귀한 홍주영의 분노 표출을 대비한 플랜 B를 세워야 했으니까.
***
10번 로얄 구역.
“아이스 스톰! 징벌 아이스!”
퍽. 퍽. 퍼버버벅. 퍽.
쾅!
내 공격들이 에이션트 골렘에게 그대로 박혀 들어갔다.
그러나.
[들끓는 분노!]
녀석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듯이 내 공격에 개의치 않아했다.
아니, 개의치 않아하는 수준을 넘어 계속 반격을 해왔다.
그리고 몇 번 녀석의 공격을 허용하고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녀석의 주종목은 몸빵이고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공격력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을.
물론 내 어마어마한 방어력이 한몫하는 거긴 할 테지만.
하지만 녀석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하지 않고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뒤로 살짝 빠진 이유가 있었다.
바로.
퍽. 퍽. 쾅. 쾅.
내가 있던 자리로 수많은 공격들이 쏟아졌다.
현재 내가 상대하는 적은 에이션트 골렘 뿐만 아니라 5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인 거대한 활이 있었으니까.
거기에 에이션트 골렘 휘하의 셀 수 없이 많은 메이저, 레귤러, 루키 구역에 속한 적들도.
그래서 살짝 뒤로 피했고 다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정확히 뒤쪽으로.
그리고는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다.
캉. 캉.
분명 내 주력 스탯은 지력.
그럼에도 내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상대방에게 막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상대방의 몸속에 박혀드는 ‘푹’이라는 소리만 들었고.
물론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약 삼분의 일 정도는 박혀들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느끼기에는 또다시 나를 향해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공격들로 인해 다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뒤로 빠졌다.
[쥐새끼 같은 놈!]
아무래도 내 공격에 녀석도 약이 오른 것 같았다.
처음의 점잖던 모습은 사라졌으니까.
그래서 나도 똑같이 상대해 줬다.
“쥐라고 보기에는 내가 너무 크지 않아? 그리고 그런 말을 하기에는 너희 숫자가 너무 많잖아.”
더욱이 녀석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반짝반짝 빛을 내는 녀석의 몸을 이루는 돌들.
그런데 처음 현신을 사용했을 때보다 그 빛이 조금이지만 약해졌다.
즉, 계속 피해를 입는 상황.
우선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가능성이 보였으니까.
아직 ‘특출나게’라는 강력한 한방도 남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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