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화. 원 플러스 원 (1).
목표로 했던 10번 로얄 구역이 멀지 않은 지점.
“호오... 많이도 모았네.”
7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던 파샨트는 나에게 1 대 1 대결을 걸어왔었다.
하지만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은 나와 1 대 1 대결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만큼 10번 로얄 구역 안쪽뿐만 아니라 그 바깥쪽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만 단위가 아니라 그 위의 단위로 세어야 할 만큼.
물론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동시에 퍼부을 수 있는 공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도 공격 사거리라는 제한이 있으니까.
더욱이 저 많은 숫자가 죄다 정예일리는 없었다.
분명 어중이떠중이도 있을 것이다.
수준에 따라 로얄, 메이저, 레귤러, 루키 구역이 존재했고 루키 구역에도 들지 못하는 구역도 무수히 많았으니까.
마치 지구처럼.
즉, 허장성세.
물론 허장성세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워낙 높은 체력과 생명력 거기에 상위 0.001%의 아이템으로 인해 그간 주로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몸으로 버티며 적들을 공격하는 방식을 많이 취했지만 솔직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게릴라 전술이었다.
기본적으로 내 공격 사거리는 어마어마했으니까.
더욱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는 치고 빠지는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좋아. 나를 위해 준비해 줬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살짝 고민을 했지만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모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만찬에 참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을 내린 마당에 더 뒤로 미룰 필요는 없기에 적들을 향해 이동했다.
그 후.
“치... 침략자다!”
“9시 방향! 9시 방향에 침략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우왕좌왕하지 마라!”
“침착해라! 적은 한 명이다!”
굳이 모습을 감출 생각은 없었다.
워낙 적의 숫자가 많아 모두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나를 발견한 적들의 함성 소리에 개의치 않고 대충 꽤 멀찍한 곳에서 멈춰 서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순식간에 두텁고 상상 이상으로 넓은 얼음의 대지가 생성됐다.
그리고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곧장 적들의 지근거리까지 움직이고는.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가장 강력한 광역 스킬을 사용했다.
그 후?
다시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뒤로 빠졌다.
게릴라 전술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굳이 녀석들의 공격을 받아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게 아무리 나에게 눈곱만큼의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이라 해도 아예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사기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했고.
물론 그 와중에 녀석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당연히 반격을 가했다.
퍽. 퍽. 쾅. 쾅.
[.......]
하지만 이미 나는 뒤로 빠진 상황.
즉, 그들의 수많은 공격은 빈 허공과 빈 땅을 강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블리자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젠장!”
“비켜!”
“새... 생명력이 뭘 이렇게 쭉쭉 빠지는데!”
“크억!”
“씨...팔!”
정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적들.
그래서 대다수는 내 블리자드를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는 딱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털썩.
털썩.
털썩.
무수히 많은 자들이 허무하게 쓰러져갔다.
동시에 메시지도 연달아 울렸고.
[14일차 할당량 10명을 처리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할당량 외에 325,589명의 적을 더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이 축적됩니다.
지구에 성공적인 복귀시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할당량 외에 325,590명의 적을 더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이 축적됩니다.
지구에 성공적인 복귀시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
:
-할당량 외에 325,774명의 적을 더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이 축적됩니다.
지구에 성공적인 복귀시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우선 메시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쿨타임 제로 블링크를 사용해 움직였다.
물론.
“오른쪽!”
“오른쪽에 침략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해!”
“솟구치는 불기둥.”
“날카로운 칼바람!”
“춤추는 불꽃!”
:
:
“날카로운 바람의 정령 공격.”
“트리플 샷!”
워낙 많은 숫자가 있다 보니 금세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내가 모습을 드러낸 곳에 무수히 많은 공격들이 쏟아졌다.
당연히 무시해도 됐다.
하지만 일부러 또 피했다.
정말 무기력하다는 것이 뭔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전혀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이 뭔지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그 공격들을 피해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물론 금세 나를 또 발견했지만 이번에는 분명 내가 더 빨랐다.
“아이스 토네이도! 쏟아지는 우박!”
휘이이잉.
후두둑. 후두두둑.
그렇게 광역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그리고 적들을 놀리듯 다시 뒤로 빠졌고.
“젠장!”
“반격! 반격을 하라고!”
“씨팔. 저렇게 멀리 있는데 무슨 수로 반격을 하냐고!”
“할 수 있으면 네가 해봐! 그게 가능한가!”
완벽한 치고 빠지기.
물론 그런 내 치고 빠지기에 울컥한 자들은 대열에서 빠져 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펼쳐놓은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 위에 발을 내디뎠다는 뜻이고.
우선 그런 자들에게는.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퍽. 퍽. 퍼버버벅 퍽.
이제는 쿨타임 없는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 거기에 역시나 쿨타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등을 날려줬다.
그리고 당연히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내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는 단순한 적에게 이동 속도 감소를 주는 디버프 용이 아니니까.
그 후 몇 번이고 그렇게 치고 빠지기는 반복했다.
물론 그로인해 적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걸 논하기에는 워낙 적의 숫자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내 생명력은 100%였고 이렇게 스킬을 펑펑 사용함에도 마나 역시 100%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피로를 느끼기에는 단 1도 힘든 것이 없었고.
즉, 몇 날 며칠이고 할 수 있었다.
씨익.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어쨌든 전부 가산점이니까.
여하튼 그렇게 계속 게릴라 전술로 적들을 갉아먹었다.
***
잠시 후.
“젠장!”
“이게... 이게 뭐야!”
“처음부터 잘못됐어. 저 침략자는 무려 7구역의 지배자 파샨트님을 이긴 상대야! 숫자로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라고!”
지구에서는 더 이상 나에게 숫자로 덤비는 자는 없었다.
현실에서도 ‘Revival Legend’에서도.
이미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이 됐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당연히 늦어도 한참 늦은 깨달음.
그렇기에 이곳저곳에 살얼음이 가미된 아이스 필드를 덕지덕지 깔아놓고 더 열심히 움직였다.
요즘 세상은 분명 무지도 죄니까.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했고.
그래서 그렇게 찰진 교육을 하는 와중.
쿵. 쿵. 쿵. 쿵.
거대한 덩치를 가진 무언가가 10번 로얄 구역 가장 안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 정체를 모르지는 않았다.
이미 다음 목표를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으로 정한 이상 나름대로 정보를 구하고 다녔으니까.
즉,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에이션트 골렘.
몬스터 아니냐고?
맞다.
나에게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죽어간 자들도 그가 몬스터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검은 액체로 이뤄진 4번 로얄의 구역의 주인이나 머리는 얼음에 몸통은 불덩이 그리고 두 팔은 바람이고 두 다리는 땅으로 이뤄진 파샨트를 감안하면 딱히 몬스터라고 이상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몬스터가 더 평범했으니까.
여하튼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인 에이션트 골렘의 가장 큰 특징은 어마어마한 몸빵.
그래서 더 10번 로얄 구역을 선택했는지 몰랐다.
누구의 창이 더 강한지, 누구의 방패가 더 단단한지 그 대결을 보고 싶었으니까.
우선 멀찍이서 그 10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 에이션트 골렘이 다가오기는 기다렸다.
그리고 얼추 그가 다가오더니.
[강하군. 무척이나 많이! 아니, 금세 더 강해진 것 같아.]
녀석의 말대로 정말 강해졌다.
직전 7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 파샨트를 처리함으로써 받은 지력에 투자된 3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도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5%의 현실 구현률은 어마어마한 증가였으니까.
하지만.
으쓱.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위로 올렸다 내리며 입을 열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그나저나 더 늦게 나올 줄 알았는데 너무 일찍 나온 것 아냐? 난 꿀 좀 더 빨고 싶었는데.”
전투를 하면서 오히려 이 상황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인원을 한데 모아놨고 그만큼 손쉽게 내 가산점은 쑥쑥 올라갔으니까.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몇 날 며칠이고 버텨도 결국 너의 힘은 단 1도 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내가 나섰다.]
“그럴 능력은 되고?”
어마어마한 몸빵 능력을 가졌다는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 에이션트 골렘.
그런데 전투는 몸빵이 다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로얄 구역의 말석인 10번 구역의 주인인거고.
[해봐야 알겠지. 접착!]
에이션트 골렘의 외침.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게 무엇이 됐든 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올 버프, 올 디버프로’로.
그런데.
[에이션트 골렘과 ‘접착’되었습니다.
-에이션트 골렘으로부터 사방 10미터 이상 벗어나면 자동으로 에이션트 골렘 곁으로 이동됩니다.]
“?”
조금 당황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기에 더더욱.
[모든 디버프가 통하지 않는다지? 하긴 파샨트와의 전투만 봐도 그의 고유 능력들이 전부 봉쇄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걱정마라. 접착은 손실, 손해를 주는 디버프가 아니니까.]
“.......”
확실히 녀석의 ‘접착’은 내 스탯포인트를 줄이지도 스킬에 제한을 가하지도 않았다.
즉, 내 전투력에는 단 1의 손실, 손해, 불이익을 주지 않는 상황.
더욱이.
[그나저나 너의 강함은 진짜라서 준비했어. 이만 모습을 드러내라.]
에이션트 골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쪽에서 거대한 활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저것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파샨트를 처리함을써 각 구역의 지배자를 죽이면 엄청난 양의 스탯포인트와 현실 구현률을 올려준다는 것을 안 이상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할 정보는 각 구역의 지배자들이었으니까.
그 중 몬스터인 10번 구역과 함께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을 했던 구역의 주인이 있었다.
바로 5번 구역의 주인.
왜냐하면 그 구역의 주인은 사람 아니, 몬스터를 포함한 생명체가 아니었다.
하나의 아이템이었다.
바로 거대한 활.
말인즉슨 활 그 자체가 5번 구역의 지배자였다.
물론 활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 활이 근처의 사람이든 몬스터든 조종을 해서 자신을 집게 만들어 조종을 했다.
그래서 5번 구역의 지배자는 가끔 사람일 때도 있었고 몬스터 일 때도 있다고 했다.
혹은 루키 구역에도 들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 일 때도 있었고.
“호오. 탱커과 딜러의 조합이라...”
아무래도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같았다.
[넌 이 자리에서 죽는다!]
확실히 에이션트 골렘은 당당할만했다.
어쨌든 2명의 지배자가 손을 잡았고 사방팔방에서는 10미터 밖에서 원거리 공격을 날릴 자들이 즐비했으니까.
반대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소유했다 해도 나는 접착이라는 것으로 에이션트 골렘으로부터부터 10미터 이상 떨어질 수 없고.
하지만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특출나게를 꼭 아껴야 하나? 최대한 빠른 시일에 사용해야 지구로 복귀하기 전에 또 한 번 사용을 할 텐데.’ 라고.
그런데 여기에 2명의 지배자가 있는 상황.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사용하기에는 제격일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하면 꼭 사야 하는 원 플러스 원이니까.
< 원 플러스 원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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