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위험한 구경꾼 (3).
“.......”
당연하지만 움베르토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저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 자체로도 워낙 유명했고 그 주인인 자는 더 유명했으니까.
다만 문제는 갑자기 왜 저것이 등장을 했느냐는 것.
두리번. 두리번.
움베르토는 자신도 모르게 곧장 사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냐하면 움베르토 본인이 저 뿌리와 전혀 무관한 사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과거 명진 쉘터에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를 사용한 것은 마티아스일지라도 그 명령을 내린 것이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으로 저 뿌리가 홍주영과 한 몸처럼 얽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즉, 저 뿌리는 홍주영이 ‘Revival Legend’에 접속 중일 때는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Revival Legend’에 접속 하지 않은 상태일 때만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뿌리가 저렇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홍주영이 이벤트 ‘선발대’로 ㅇㅇㅇ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지구에 있다는 뜻이고.
부들부들.
‘젠장! 홍주영은 분명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를 했다고! 알아볼 곳은 다 알아봤고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열흘 이상 기다렸고!’
움베르토는 차마 현재의 불안한 심리를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자동으로 살짝 떨리는 몸으로 홍주영을 찾았다.
아니, 정확히는 어느 방향으로 도망을 쳐야 그나마 살 수 있는 확률이 0.00001%라도 있는지를 살폈다.
솔직히 명진 전체의 힘보다 홍주영 혼자의 힘이 더 강력했고 그런 홍주영이 지구에 있다는 것은 결국 작전 실패라는 뜻이니까.
그런데.
꿈틀꿈틀.
분명 침략자인 자들을 향한 공격은커녕 우두커니 서서 몸을 흔드는 거대한 뿌리.
더욱이 전투가 소강상태로 변했고 그 사이 잠시 머리가 돌아가자 움베르토는 홍주영이 만약 지구에 있다면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봤을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벌써 명진에 속한 자들 중에서 죽은 자들만 수천 명이니까.
여기는 ‘Revival Legend’ 속이 아니기에 그 죽은 자들은 진짜 죽었고.
‘없나?’
순간 움베르토는 왜 저것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구에 홍주영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아니, 확신을 가졌다.
그 동시에 시선을 거대한 하얀색 뿌리로 돌렸다.
보르네슈 탐험대 때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일반인을 2달 가까이 완벽하게 보호한 것도 저것이었고 시간이 갈수로 빈번하게 그리고 강력한 몬스터를 뿜어내는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를 저 뿌리는 완벽하게 막아 냈으니까.
주인 못지않은 괴물.
그러나 그 주인은 확실히 없는 상황.
그래서 움베르토는 수하들에게 멈췄던 공격을 다시 하라고 명령을 내리려고했다.
홍주영이 돌아온다면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기회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어쩌면 저 뿌리는 지금처럼 계속 수수방관할 가능성도 있었고.
그런데 그때.
“혹시 저놈을 공격해 줄 수 있어?”
움베르토는 꼭 죽여야 할 명단에 포함된 홍주영의 여자 형제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수하를 가리키며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움베르토는 빌고 빌었다.
그 말을 듣지 말기를.
분명 주인은 홍주영이니까.
하지만.
퍽!
“크억!”
움베르토는 홍주영의 여자 형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수하의 땅 밑에서 엄청난 굵기의 뿌리가 솟아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그 뿌리는 솟구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수하에게 공격까지 퍼부었고.
그래서 움베르토는 곧장 외쳤다.
“젠장! 저년을 죽여라! 저년부터 죽이고 본다!”
물론 홍주영의 뿌리를 저 여자 형제만 부린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자리에는 홍주영의 여자 형제뿐만 아니라 남자 형제와 부모들까지도 있었고.
하지만 움베르토는 여기서 절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홍주영은 이 자리에 없는 것이 확실했고 분명 이게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여하튼 움베르토의 그 외침으로 다시 2차전이 시작됐다.
***
“막아라!”
“무조건 아가씨를 지켜라!”
“모두 힘을 내라! 막내 도련님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명진 쉘터에 속한 자들은 당연히 그 누구보다 뿌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그 뿌리를 움직이게 만든 홍수영을 지키기 위해 곧장 움직였다.
하지만.
쑤욱. 쑤욱. 쑤욱.
마치 홍수영을 보호하듯 홍수영 주변으로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뿌리.
더욱이 홍수영은 멍청하지 않았다.
한번으로 얼추 감을 잡았다.
바로 막냇동생인 홍주영의 뿌리는 단지 피아구분을 하지 못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 말인즉슨 정확히 타깃을 집어줌으로써 피아구분을 해주면 명진을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홍수영은 곧장 한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쪽 3시 방향 끄트머리에 있는 늑대 가면을 쓴 자! 그자를 공격해줘!”
푹!
“크억!”
홍수영은 정확히 자신이 지목한 자의 발밑에서 갈색 뿌리가 솟구쳐 올라 그자를 공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홍수영뿐만 아니라 명진에 속한 모두들.
“와아아아!”
“모두 힘을 내라!”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우선 그렇게 강력한 우군의 등장에 명진의 기세가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물론.
“아직 생명력 공유는 깨지지 않았다. 그전에 어떻게든 홍주영과 혈연관계인 저 여자를 죽여라!”
“모래 폭풍.”
“불의 정령의 분노.”
“꿰뚫는 파워 샷!”
:
:
“트리플 샷!”
“불의 정령의 분노.”
“단단한 대지의 창!”
루시아 길드에 속한 이들도 격하게 달려들었다.
이미 명진을 건드렸고 벌써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을 죽인 이상 남은 수는 여기서 이겨 족쇄를 풀고 아무도 찾지 못할 그런 깊숙한 곳에 숨어드는 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만약 여기서 패배를 하거나 후퇴를 하면 절대 족쇄를 풀어주지 않을 움베르토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물론 그 와중에 움베르토는 한쪽에 시선을 줬다.
바로.
[특성 : ‘오직 한방’ 현 내구성.
-35%]
만약 뿌리의 한방에 생명력 공유와 ‘오직 한방’이라는 특성이 파괴됐다면 움베르토도 후퇴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었다.
더군다나 분명 뿌리의 공격이 강력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위력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움베르토는 더 독촉했다.
분명 아직 버틸 여지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상황은 절대 아니니까.
***
뿌리는 정확히 홍주영을 따라 쿠하나로 넘어갔다.
홍주영에 귀속된 존재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뿌리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주인인 홍주영이 무척이나 애지중지하는 곳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왜냐하면 뿌리는 그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다.
주인인 홍주영이 그곳을 무척이나 애지중지하는 것을 넘어 꼭 지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여하튼 자신의 영역에 이래저래 크나큰 충격은 물론이고 뜨거운 무언가가 연신 흩뿌려져 절로 적셔지자 뿌리는 잠시 고민을 했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가기로.
그곳은 자신의 주인이 무척이나 지키고 싶어 하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뿌리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다.
현재 이곳에서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구멍이 무척이나 비좁았으니까.
그러나 결국 뿌리는 꾸역꾸역 그 구멍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다만 비좁은 구멍을 통과하느라 이곳저곳 상처는 물론이고 꽤 많은 것을 놓고 와야 했지만 그래도 뿌리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도착하고 나서 발생했다.
자신의 주인인 홍주영이 적으로 지목한 몬스터가 없다는 것.
우선 뿌리는 우두커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발견했다.
자신의 주인인 홍주영이 친근하게 대하는 자를.
그래서 그 자에게 다가갔고 뿌리는 그 자가 정확히 적을 지목해 주자 그제야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뿌리는 답답했다.
좁은 구멍 탓에 놓고 온 것이 많아 제대로 된 위력을 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자신의 주인이 무척이나 아끼는 곳이기에 멈추지 않고 계속 적으로 지목한 자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
2차전이 시작한지 10분이 조금 넘은 시간.
“크억!”
“제... 젠장!”
“이건... 계획에 없던 거잖아!”
생명력 공유가 유지된 상태에서 특성 ‘오직 한방’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루시아 길드 소속은 정말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더군다나.
퍽. 퍽.
그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던 홍주영의 뿌리가 자신들의 공격에 상처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중간 부분이 뭉텅이로 잘려나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연출이 됐기에 모두들 한층 자신감이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이길 가능성이 보였으니까.
그런데.
푹.
“크억!”
분명 특성 ‘오직 한방’이 유지가 됐다면 버텨야 했는데 루시아 길드 소속 한명의 가슴팍이 뿌리에 그대로 꿰뚫리며 뒤로 날아가는 모습에 모두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무적이 아니게 됐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것이.
“모두 멈추지 말고 더 달라붙어라! 분명 뿌리도 상처를 입었다! 적들의 피해는 우리보다 더 크고!”
길드장 움베르토의 독촉.
그 독촉에 루시아 길드의 모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또다시 달려들었다.
결국에는 그 수밖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단, 루시아 길드의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싸운다면 반대로 환호성을 내지르는 쪽도 있었다.
바로 명진 쪽.
“와! 드디어... 드디어 적의 무적이 깨졌다!”
“적도 결국 사람이다!”
“힘을 내라!”
“와아아아!”
“명진! 명진!”
“홍주영! 홍주영!”
아무리 옆의 동료가 죽어도 계속 적을 향해 달려들었던 명진.
모두들 그것은 버텨낼 수 있었다.
현재 이곳은 치열한 전장이고 전장에서 친구가, 형제가 죽는 것은 분명 흔하다면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참을 수 없는 무력함을 느껴야 했던 것은 적에게는 단 한 명의 피해도 입히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적이 죽자 환호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알 수는 없지만 무척이나 약해진 뿌리.
그럼에도 뿌리는 자신의 일부분이 터져 나가고 잘려 나감에도 연신 적을 향해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 모두들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명진 쪽에서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었고 분명 호각지세였던 전장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명진이 적을 점차 압도하고 밀어내기 시작함으로써.
당연히 그 와중에 루시아 길드원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가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때.
“명진을 도와라!”
“명진을 도와 적을 쓰러트려라!”
일단의 무리가 정확히 루시아 길드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서쪽 성문이 있던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미래 길드.
그러자 곧 중앙에 고립될 위기에 처한 루시아 길드.
그리고 그것을 모를 움베르토가 아니기에 인상을 사정없이 찌푸렸다.
분명 우위를 점했는데 뿌리의 등장에 전부 엉망이 돼버렸으니까.
움베르토는 슬쩍 꽤나 많이 망가진 상태의 뿌리를 바라봤다.
동시에 뒤에서 달려오는 미래 길드도.
“...망했군.”
움베르토는 독백하듯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었다.
물론 망했다는 것을 움베르토 혼자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이렇다가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이게 됩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며 후퇴 자체도 불가능합니다!”
루시아 길드 소속 모두는 당장 후퇴를 종용했다.
더 이상 답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후퇴는 없다! 모두 명진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라! 한명이라도 더 죽이고... 죽어라!”
“.......”
“.......”
“.......”
잠깐의 정적.
물론 그 정적은 길지 않았다.
분노한 루시아 길드 소속의 길드원들의 욕설로.
“이 개새끼야!”
“네놈이 절대 홍주영은 없을 거라고 했잖아!”
결국 죽으라는 명령에 모두들 반발을 했다.
하지만.
“나약해지고 망가져라!”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나약 명령을 받았습니다.
-모든 스탯포인트가 50% 하락합니다.]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제약 명령을 받았습니다.
-전투력이 50% 하락합니다.]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봉쇄 명령을 받았습니다.
-모든 스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으로 부족해 지금 내 손에 죽고 싶은 자가 있으면 말을 하도록. 아, 너냐?”
움베르토는 그것으로 부족했다 여겼는지 여전히 반발하는 수하를 향해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죽어라.”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죽음 명령을 받았습니다.
-즉시 사망합니다.]
“컥!”
내분 아닌 내분.
그렇게 루시아 길드는 눈이 뒤집힌 움베르토의 명령으로 명진과 싸우다 죽는 자, 뒤에서 습격하는 미래 길드에 의해 죽는 자 그리고 길드장 움베르토의 족쇄에 의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 자로 나뉘어 계속 죽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스르륵.
마치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 위험한 구경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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