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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46화 (246/271)

246화. 위험한 구경꾼 (2).

이벤트 ‘선발대’가 시작된 지 12일 째.

“흠. 이건 완전 안으로 들어오라는 건데...”

7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자 정령왕의 화신이라 불렸던 파샨트를 처리하고 다음 목표로 잡은 대상은 10번 로얄 구역의 주인이었다.

굳이 약한 자가 있는데 강한 자를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원래 전투라는 것도 가장 강한 자 혹은 머리부터 잡고 시작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보통은 가장 약한 놈부터 잡고 시작하는 법이기도 했고.

그런데 10번 로얄 구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당연히 그곳의 지배를 받는 몇몇 메이저 구역과 레귤러 구역, 루키 구역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죄다 텅텅 비어있었다.

마치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물론 꽤 시간을 주기는 했다.

파샨트를 처리하고 곧장 10번 로얄 구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전리품을 획득하듯 3일 이상을 파샨트의 지배하에 있던 구역들을 돌았으니까.

그래서 후회 하냐고?

전혀.

왜냐하면 파샨트 처리 후 10번 로얄 구역으로 곧장 이동한다 해도 그곳의 주인이 나를 피하지 않고 맞아준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혹 엄청 자존심이 강한 존재라면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확률에 기대기에는 포기할 것이 많았고.

바로 파샨트가 죽음으로써 무주공산이 돼버린 그의 지배하에 있던 많은 메이저, 레귤러, 루키 구역들을.

즉, 실익을 먼저 챙기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챙긴 실익은 꽤 컸다.

벌써 처리한 적의 숫자만 30만이 훌쩍 넘었으니까.

그 정도 가산점이면 분명 지구로 복귀시 주어질 추가 보상이 원래의 보상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을 것이고.

“그나저나 들어오라는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선 꼭 10번 로얄 구역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4번 구역이 비긴 했지만 굳이 로얄 중의 로얄이라는 1, 2, 3번 구역은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5, 6, 8, 9번 구역이 남아 있었다.

물론 5번, 6번 구역은 7번 구역의 지배자였던 파샨트보다 더 강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있었다.

파샨트가 죽으며 나에게 주고 간 선물이 꽤 큼지막했으니까.

3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도 스탯포인트지만 무려 5%의 현실 구현률이.

그만큼 분명 눈앞의 10번 로얄 구역이 아니더라도 갈 곳은 많았다.

하지만.

“그래. 들어오라는데 들어가 줘야지.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는지 확인도 할 겸.”

이미 소문은 날 대로 났다.

즉, 다른 구역이라고 아무런 준비를 안했을 리가 없다.

분명 일정 시간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싸움이 이어지긴 했지만 마지막에 사용한 내 10레벨 아이스 브레스로 결국 필살기를 봉인한 채 싸웠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까.

그럼에도 엎치락뒤치락을 넘어 꽤 많은 시간 우위를 점했고.

더욱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좁은 구역을 통과하느라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로얄 중의 로얄이라는 4번 구역의 지배자였던 검은 액체 인간도 내 손에 죽었다.

그만큼 분명 다른 구역도 여기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 확실했다.

그 말인즉슨 굳이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여하튼 그렇게 결정을 내렸기에 멈췄던 발길을 다시 10번 로얄 구역으로 내딛었다.

물론 그 와중에 잠깐 지구, 더 정확히는 가족들이 있는 명진 쉘터가 떠올랐다.

솔직히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까.

바로 끊임없이 나에게 공격을 해온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그래서 가급적 이번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하기 전에 그를 처리하고 싶었다.

30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

“흠... 안타라고스를 더 닦달했어야 했나?”

정보 길드의 중에 원탑의 위치에 있는 안타라고스.

그런데 그곳도 루시아 길드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받았었다.

그로인해 결국 루시아 길드의 행방을 찾지 못했고.

하지만 곧 그 생각도 털어냈다.

내가 없더라도 결코 명진은 약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가족과 명진을 위해서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벤트에 참여한 이상 완벽하게 클리어 해내는 것이고.

우선 그렇게 걱정을 날리고 앞으로 계속 움직였다.

물론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방을 살피면서.

***

그 시각 명진 쉘터.

중앙에 위치한 3개의 메인 기지와 적들이 침범한 서쪽문 사이의 한가운데서 크나큰 전투가 진행이 됐다.

물론 한쪽은 100명이 약간 넘는 숫자.

그리고 다른 한쪽은 못해도 수천 아니, 1만은 돼 보이는 숫자.

더욱이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퍽. 퍽. 쾅. 쾅.

“정확히 조준해라!”

“뒤쪽! 뒤쪽만 노리라고!”

“우리가 몇 명의 시선만 끌어도 아군에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

“네!”

“알겠습니다!”

1~2천은 훌쩍 넘어 보이는 정확히 군복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는 자들이 소총은 물론이고 탱크와 박격포로 공격까지 퍼부었다.

다름 아닌 100명이 약간 넘는 적을 향해.

즉, 이 전투는 삽시간에 끝나야 했다.

아무리 일당백, 일당천이라는 말이 있어도 수적 차이가 어마어마했으니까.

하지만.

“솟구치는 불기둥.”

“날카로운 칼바람!”

“내 육체는 굳건한 강철이 되리라!”

“쏟아지는 번개 폭풍.”

:

:

“불타는 채찍.”

“파괴의 숨결.”

“스스로를 불태우는 흑염의 재앙!”

“단단한 모래의 사슬!”

엄청난 인원 차이가 있음에도 치열한 싸움이 유지가 됐다.

아니, 겉으로는 분명 치열할지언정 분명 피해를 입는 쪽은 있었다.

바로 상대적으로 엄청난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명진이.

“크억!”

“컥!”

털썩.

털썩.

물론 명진이 수적 우위만 믿고 막 달려들어서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탱커는 앞에 섰고 그 뒤를 힐러와 서포터가 받쳐줬으며 그 사이 딜러들은 연신 공격을 흩뿌렸다.

제대로 된 진형.

그리고 그 제대로 된 진형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공격들.

그 공격들이 정확히 적들에게 적중이 됐다.

하지만.

퍽. 퍽. 쾅. 쾅.

[.......]

그 공격을 당한 침략자들은 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니, 개의치 않은 수준이 아니라 마치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듯이 방어에는 단 1도 신경을 쓰지 않고 오히려 더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에 명진의 탱커는 물론이고 그 뒤를 받쳐주던 힐러와 서포터 그리고 딜러들이 휩쓸려갔고.

그만큼 분명 양은 명진이 압도적일지언정 질은 침략자 쪽이 우세했다.

여하튼 그렇게 전투는 계속 진행이 됐다.

***

“흐흐흐.”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움베르토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전방을 주시했다.

분명 적들의 파상적인 공세가 계속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단 한 명도 입지 않았으니까.

물론 개개인이 홍주영만큼 강해서?

당연히 아니었다.

홍주영은 불가능을 넘어선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말인즉슨 그게 가능한 이유가 따로 존재했다.

바로 ‘공유’와 ‘오직 한방’이.

[한정 스킬 : 생명력 공유.

-지정된 한명의 생명력을 공유한다.]

생명력 공유 자체는 딱히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의 생명력을 모아서 다 같이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한명을 지정해 그의 생명력을 공유하는 거니까.

하지만 이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특성 : 오직 한방.

-현재 보유한 생명력의 100%를 초과한 대미지를 제외한 모든 대미지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말 그대로 100만의 생명력을 보유했다면 그 100만이 넘는 생명력을 한 번에 깎을 수 있는 공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격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 특성.

더욱이 움베르토는 그 특성을 가진 자를 직접 1200레벨까지 경험치를 주며 키웠고 모든 스탯포인트는 체력 하나에만 올인시켰다.

당연히 아이템도 오직 체력과 생명력에 몰빵을 했고.

그로인해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이 됐지만 움베르토에게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는 자신을 위한 체스말이니까.

물론 제약도 있긴 있었다.

바로.

[특성 : 오직 한방.

-계속된 누적 피해를 받으면 내구성이 약해지고 차츰 받는 피해량이 증가한다.

-시간이 지나면 내구성이 회복된다.]

우선 움베르토는 슬쩍 ‘오직 한방’ 특성을 보유한 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특성 : ‘오직 한방’ 현 내구성.

-94%]

움베르토는 아직 꽤나 여유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물론 움베르토는 그게 0%가 되도 풀 생각은 없었다.

그게 그자의 쓰임새니까.

그 전까지 최대한 그것을 활약해 피해를 덜 받는 것이 중요했고.

여하튼 움베르토는 그렇게 홍주영이 있었다면 통하지 않을 방법이기에 묵혀놓을 수밖에 없었던 수를 꺼내들며 계속 명진을 향해 공격을 독촉했다.

당연히 자신도.

자신이 여기서 가장 강력하니까.

***

명진쪽 진형.

“.......”

“.......”

“.......”

홍상만 회장은 굳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을 하지 않았다.

분명 명진이 강해질수록 또한 막내아들인 홍주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수록 우러러보는 시선이 생겼지만 그 반대로 시기와 질투를 보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루시아 길드라는 곳으로부터 명진 쉘터 전체가 공격을 받기도 했고.

즉, 꾸준히 자체적인 훈련을 해왔고 그래서인지 잘 싸워줬다.

하지만 명백히 피해는 명진에 속한 자들만 입고 있는 상황.

더욱이.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마라!”

“빈자리를 메꿔라!”

“우리가 버텨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죽어도 우리의 가족과 형제는 명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죽음은 절대 개죽음이 아니다! 막내 도련님이 오면 우리의 복수를 해주실거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알겠습니다!”

“두터운 대지의 벽!”

“고통의 가시.”

“단단한 대지의 창.”

:

:

“바람 정령의 살을 에는 칼바람!

“꿰뚫는 파워 샷!”

“트리플 샷!”

퍽. 퍽. 쾅. 쾅.

홍상만 회장은 스스로 격려하고 죽은 동료의 자리를 알아서 메꾸는 길드원에게 힘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말은 죽으라는 뜻이었으니까.

물론 홍상만 회장 스스로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앞에 나서서 혹 죽기라도 한다면 아군의 분노도 이끌어 내겠지만 적의 사기도 끌어올리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전투 건 간에 적의 우두머리를 죽이는 것만큼 가장 확실한 승전보는 없기도 했고.

그래서 홍상만 회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두 눈을 부릅뜨고 그 현장을 눈에 가득 담았다.

이 복수는 꼭 해야 하니까.

***

명진 쉘터 내에서 전투가 벌어진지 30분.

분명 엄청난 숫자 차이고 금세 끝날 것 같았던 전투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물론 그 와중에 피해는 계속 쌓이고 쌓였다.

문제라면 그 피해가 한쪽에서만 발생했다는 거지만.

바로 명진 쪽.

하지만 명진의 그 누구도 자신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앎에도 뒤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홍수영은 더 악착같이 적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명진의 직계로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물론 그렇다고 물불 안 가리고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이미 한번 그렇게 했고 그러다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무더기의 인원이 즉사를 했으니까.

그러나.

뚝. 뚝. 뚝.

이제는 앞으로 나서지 않고 딜러의 위치에서 연신 공격을 퍼부었지만 분해서 홍수영은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이 막냇동생의 10%만큼의 능력도 가지지 못한 것이 못내 분했다.

그리고 그때 홍수영은 크나큰 그림자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홍수영은 화들짝 놀랐다.

그림자가 질정도로 적이 가까이 접근했다는 것을 몰랐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꿈틀꿈틀.

홍수영은 하얗고 거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홍수영은 그것이 뭔지 모르지는 않았다.

많이 봤으니까.

바로 막냇동생이 데리고 다니는 뿌리라는 것을.

“네가... 왜?”

당연하지만 홍주영이 ‘Revival Legend’에 접속할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접속하지 않았을 때만 모습을 드러냈던 뿌리.

즉, 당연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냇동생 홍주영은 지구에 없으니까.

우선 홍수영은 그렇게 사방을 살폈다.

혹여나 막냇동생이 귀환을 했나 싶어서.

하지만 모두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어마어마한 크기의 뿌리에 압도되어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로 변했을 뿐 그 어디에도 분노에 찬 막냇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 혼자만 왔어?”

꿈틀꿈틀.

하지만 대답대신 여전히 꿈틀꿈틀 대는 뿌리.

그 모습에 홍수영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손을 들어 적을 한명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혹시 저 나쁜 놈을 공격해 줄 수 있어?”

그저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내뱉은 말과 행동.

홍수영도 뿌리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줄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퍽!

“크억!”

홍수영은 정확히 자신이 지목한 자의 땅 밑에서 하얀색 뿌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두께의 갈색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 그자를 공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위험한 구경꾼 (2). > 끝

< 위험한 구경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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