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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45화 (245/271)

245화. 위험한 구경꾼 (1).

고작 117명 아니, 자신을 포함하면 118명으로 다른 곳도 아닌 명진을 친다고 하면 모두 미쳤다고 할 테지만 루시아 길드 길드장인 움베르토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포함해 그 118명 전원이 평범한 자들이 아니니까.

물론 움베르토는 그 와중에 살짝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있긴 했다.

바로 몇 개월 전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 이라는 특성을 보유한 마티아스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인 것.

그만큼 움베르토는 마티아스를 인정했었다.

일반적인 지배를 넘어서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는 만큼 한정된 인원밖에 받을 수 없어 정말 정예 중의 정예로만 채웠던 루시아 길드 내부에서도 마티아스는 가장 상층부에 자리했던 인물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미 죽은 자.

움베르토는 그 아쉬움을 털어냈다.

대신 길드 대화창을 통해 입을 열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마당에 굳이 밖으로 크게 소리쳐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

[길드장 : 홍주영 그놈의 일가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 홍주영이 두려워 그의 일가를 죽이지 못하겠으면 생포라도 해서 내 앞에 데려와라. 그럼 그 자는 활약 여부에 상관없이 족쇄를 풀어줌과 동시에 자유를 주겠다. 포상으로 300억 골덴링과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까지. 그리고 계속 말했듯이 설렁

설렁 눈치를 보며 싸울 생각은 하지 마라. 활약도가 떨어지는 하위 20%는 절대 족쇄를 풀어 주지 않을 테니까. 흐흐흐. 그럼 볼만 하겠군. 지구로 복귀 후 분노에 눈이 먼 홍주영을 함께 상대할 것을 생각하니 말이야.]

길드 대화창에 올라온 길드장 움베르토의 메시지.

그 메시지를 확인한 길드원 대다수는 아니, 전부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박하는 메시지를 올리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움베르토의 또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길드장 : 나와 같이 분노에 찬 홍주영을 상대할 바에 평생을 숨어 다녀야 할지 모르지만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어? 그러니 잘 생각해보라고. 현명하게 말이야.]

[길드원 37 : 열심히 활약을 하면 족쇄를 풀어준다는 말... 진짜 믿을 수 있습니까?]

길드 채팅창에 길드장 움베르토 이외의 글이 올라온 상황.

모두들 그 질문에 이어질 대답을 주시했다.

결국 그게 가장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길드장 : 믿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

“.......”

“.......”

“.......”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길드장 움베르토를 제외하고 루시아 길드 내부적으로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이래죽나 저래죽나 마찬가지라면 그나마 잠깐일지라도 자유를 누리는 것이 낫기에 그들은 명진을 치는 쪽을 선택했다.

어쨌든 현재 명진에는 홍주영이 없었고 더욱이 홍주영이 지구로 복귀하기까지 아직 20일이나 남았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자유를 얻고 그 20일간 잘 준비를 하면 홍주영이 찾을 수 없는 그런 곳에 숨어들 자신이 있었다.

자신들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욕심 많은 자를 등에 업고 신분세탁을 통해 새로운 삶이 가능할지도 몰랐고.

여하튼 움베르토의 말에 분위기는 더 침울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명진 쉘터로 이동하는 발걸음을 멈추는 자들은 없었다.

자신들의 목에 채워진 것은 당사자인 움베르토가 풀어주지 않는 이상 죽어야만 풀리는 그런 족쇄였으니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장 움베르토를 포함해 118명의 루시아 길드 소속 모두는 곧 명진 쉘터의 서쪽 문에 당도할 수 있었다.

***

그 시각 명진 쉘터 13번, 14번 외곽 건물 사이의 서쪽문.

그곳에서 경비원들은 절도 있는 자세로 묵묵히 전방을 주시했다.

굳이 임정대 경비 대장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신들은 명진의 소속이고 그만큼 세계 최고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 경비대의 일원 중에 한명이 멀찍이서 명진 쉘터로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약 100명이 조금 넘어 보이는 무리.

물론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요즘 시대에는 한두 명 혹은 소수로 다니는 것이 더 이상했으니까.

하지만 경비대 소속이자 19%의 현실 구현률을 올린 오성태는 그 무리가 뭔가 꺼림칙하다는 것을 느꼈다.

분위기 자체도 뭔가 우호적이기 보다는 적대적이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고.

그래서 오성태는 곧장 자신의 옆에 놓인 수화기를 들어 상황실에 약 100명 이상의 정체불명의 수상한 무리가 명진 쉘터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고를 했다.

물론 그런 보고를 하면서 오성태는 자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여기는 다름 아닌 명진 쉘터니까.

고작 100명 이상의 무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지만 임정대 경비 대장의 말대로 막내 도련님이 없는 사이 혹시나 할 수 있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고를 하고 여전히 그 무리를 주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성태는 자신의 신속한 보고가 정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추 가까이 다가온 그들에게 성문 앞을 지키던 경비병이 다가간 순간 경비병의 가슴팍 한 가운데에 박혀드는 한자루의 칼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동시에 오성태는 외쳤다.

“적의 침입니다! 문을 닫고 모두 준비한다! 예비대는 현 상항을 상황실에 다시 한 번 보고를 해라!”

“네!”

“알겠습니다!”

오성태는 순간 임정대 경비 대장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솔직히 만에 하나 있을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할 때는 굳이 이런 것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실제로 써먹게 됐으니까.

하지만 오성태의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3분.

3분도 되지 않아 나름대로 웅장했던 서쪽문은 완전히 붕괴가 됐고 서쪽 문에 거주하는 약 2000명이 넘는 일반인과 경비대 인원 500명 전원이 몰살을 당했다.

물론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죽음이 개죽음이 아닌 것은.

“역시 명진인가?”

“젠장! 죽을 걸 알면서 왜 도망을 치지 않는데!”

“이정도면 본대를 상대로 생각보다 피해가...”

아마 평소라면 루시아 길드 소속 모두는 도망치지 않고 달려드는 적의 모습에 희희낙락했을 것이다.

굳이 쫓아가서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눈앞의 이들은 단순히 길을 지키던 자들.

즉, 본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명도 빠짐없이 죽을 걸 알면서도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양새에는 루시아 길드에 속한 모두도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 찝찝함을 가중시키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명진의 본대도 이들과 똑같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악착같이 달려들 거라는 것을 너무 손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모두 뒤로 물러서지 마라! 뒤에는 내 가족과 내 친구와 내 형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명진에서 받은 은혜를 보답할 시간이다!”

“우리가 1초라도 적의 발을 붙잡으면 뒤에 있는 동료들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다!”

“와아아아!”

“명진! 명진!”

그만큼 죽음도 불사한 명진 쉘터의 경비대.

여하튼 그렇게 루시아 길드의 모두는 찝찝함을 느끼며 무너진 서쪽문을 짓밟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물론 움베르토만 빼고.

***

오성태의 신속한 보고는 물론이고 오성태를 비롯한 서쪽문의 경비대의 죽음은 절대 개죽음은 아니었다.

분명 그들이 악착같이 움직였고 그로인해 잠시나마 발을 붙잡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그래서.

“동쪽, 남쪽, 북쪽은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상주하라! 그리고 혹여나 있을지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네!”

“알겠습니다!”

“현재 ‘Revival Legend’에 접속 인원에게 현재의 상황을 전달하고 5분 안으로 중앙 공터로 전원 집결한다!”

“네!”

“알겠습니다!”

“경비대 소속 예비대 전원은 일반인들은 즉시 대피소로 이동시키며 혼란을 가라앉히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 외 나머지 경비대 전원은 완전 무장을 하고 중앙 공터 B섹터로 집결한다! 그 외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무기도 꺼낸다!”

“네!”

“알겠습니다!”

20년에 가까운 군 경력과 직접 외국에서 몇 년간 용병 생활을 했던 임정대 경비 대장이었기에 보고가 들어온 즉시 매뉴얼대로 명령을 내렸다.

물론 임정대 경비 대장 뒤에는 이미 홍상만 회장과 홍기영, 홍수영을 비롯해 석인수 실장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명 전에 루시아 길드라는 곳으로부터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라는 공격을 받았었고 만약 그가 아직 야욕을 버리지 않았다면 홍주영이 없는 지금이 적기일 테니까.

우선 그렇게 명진 쉘터 내부는 빠르게 전시 상태로 전환됐고 중앙 공터에 수많은 인원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홍상만 회장이 옆의 석인수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미래 길드와 투갈 길드에 도움 요청을 한다. 최대한 빠르게.”

100명이 살짝 넘는 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상만 회장의 도움을 요청하는 말에 의아하게 생각할 법도 했지만 석인수 실장은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빠르게 움직였다.

차라리 많은 숫자였다면 모를까 100명이 살짝 넘는 아주 소수의 인원이라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을 모를 석인수 실장이 아니었으니까.

그 후 석인수 실장에게 명령을 내린 홍상만 회장은 임정대 경비 대장을 비롯해 홍기영, 홍수영과 간부들을 이끌고 곧장 상황실을 빠져나와 메인 기지 1번 앞에 위치한 중앙 공터로 이동했다.

적들을 이곳 메인 기지까지 끌어들여 싸우는 것은 피해를 더욱더 키우는 것밖에 되지 않으니까.

***

5분 뒤.

중앙에 위치한 3개의 메인 기지와 그것을 삥 두르고 있는 외곽 기지간의 거리가 꽤 있었기에 홍상만 회장은 서쪽 성문과 4개의 외곽 건물을 완전히 초토화 시키고 이동하는 무리를 그 중간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동하는 와중에 계속 보고를 받았기에 충분히 저자들이 어마어마한 강자들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어떤 피해를 입더라도 집에 쳐들어온 적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더욱이 홍주영이 없는 타이밍을 노려 공격해왔다는 것은 대화의 여지란 일절 없다는 강력한 의중이기도 했고.

그 후.

저벅저벅.

홍상만 회장은 상대방 무리에서 한명의 남자가 걸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아는 얼굴이긴 했다.

한때 몬스터가 명진 쉘터에 끊임없이 등장을 했을 때 방문을 했던 인물이니까.

그래서 홍상만 회장도 앞으로 나설 찰나.

“위험합니다.”

“굳이 앞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홍상만 회장을 저지하는 자들이 있었다.

임정대 경비 대장과 홍기영과 홍수영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적들의 수장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내가 나서야지. 비켜라.”

진중한 눈빛의 그 말에 결국 홍상만 회장을 막던 자들이 길을 비켰다.

그리고 곧 마주한 움베르토와 홍상만 회장.

움베트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호오. 겁도 없군. 감히 혼자서 나서다니 말이야.”

“자신감이지. 너의 공격 한두 방에 죽지 않을 자신감. 그리고 너의 기습 공격에 설사 내가 죽더라도 분노에 찬 아군들이 너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크크크. 걱정 마. 나도 기습 공격으로 너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분명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놈들로 인해 이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텐데 못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더군다나 홍주영 그놈에게 줄 선물이기도 한데 싱거우면 되겠어?”

“글쎄. 개소리는 그만 듣고 싶은데.”

“뭐야? 속으로는 이런 개소리를 원하는 것 아냐? 네놈들의 똥구멍을 핥는 미래 길드랑 투갈 길드가 도착할 때까지 말이야.”

“그들이 오긴 올 것이다. 다만, 뒷수습을 위해.”

“오케이. 그럼 대화는 이만 하지. 솔직히 나도 대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 크크크.”

그 말과 함께 움베르토는 뒤로 돌아 움직였고 홍상만 회장도 뒤로 돌아 명진의 본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둘이 각각의 진영 속으로 이동한 순간.

“오늘 명진을 이곳에서 지운다!”

“.......”

“.......”

“.......”

“감히 겁도 없이 명진에 쳐들어온 적에게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보여준다!”

“와아아아아!”

“명진! 명진!”

움베르토의 말에 호응하는 인원은 없었다.

하지만 홍상만 회장의 말에는 떠나갈 듯한 함성이 쏟아져 나왔고 그렇게 그 둘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위험한 구경꾼 (1). > 끝

< 위험한 구경꾼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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