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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42화 (242/271)

242화. 정령왕의 화신 파샨트 (1).

하다보면 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대게 맞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게가 모든 혹은 100%를 뜻하는 말은 아니기에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했다.

적어도 나는.

그만큼 학창시절의 나는 형과 누나를 따라잡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를 했지만 결국 발끝도 따라잡지 못했다.

더욱이 그 악착같이 라는 말은 절대 변명이 아니었다.

엉덩이에 땀띠가 나고 그 땀띠가 딱지로 변할 정도로 했었다.

최소한 그렇게는 해보고 놔야 나중에 ‘아... 안 되는 거는 절대 안 되는 거구나.’라고 나 자신에게 변명일지라도 어쨌든 할 말이 생길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아니, 안된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좌절감으로 찾게 된 것이 바로 게임이었다.

게임은 공부와 달리 눈에 띄는 결실이 즉각 즉각 발생했고 결정적으로 쉬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공부와 달리 게임이라고 ‘하다보면 는다.’는 거의 진리에 가까운 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게임에도 다양한 유형이 존재했다.

가령 내가 가장 즐겨했던 롤플레잉 게임을 시작으로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스포츠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유형의 게임이 존재했다.

다시 그 중에는 극강의 컨트롤을 요하는 게임도 있었고 그다지 컨트롤을 요하지 않는 게임도 존재했고.

우선 나라고 처음부터 롤플레잉 게임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말인즉슨 한창 유행하던 협곡의 소환사들이라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바로 나에게 첫 게임이었다.

하지만 패배. 패배. 패배. 그리고 패배.

그때 처음 알았다.

나에게 컨트롤이라는 것이 쥐꼬리만큼도 없다는 것을.

물론 오기로 더 했다.

계속된 패배는 쌓이고 쌓여 분노로 변했으니까.

해도 전혀 늘지 않는 공부에 이어 돌파구로 삼은 게임마저도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다.’라는 그런 좌절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도 한몫했고.

그러나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것은 공부에 이어 컨트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 포기 했다.

그 후 나름대로 찾은 것이 지속성과 연속성이 보장되는 롤플레잉 유형의 게임이었지만 그 선택에는 분명 여타 다른 그러니까 전략 시뮬레이션 같이 그다지 많은 컨트롤을 요하지 않는다는 것의 영향도 꽤 있었다.

더욱이 ‘Forgotten Legend’나 ‘Revival Legend’를 포함한 몇 개의 롤플레잉 게임 중에서 괜히 원거리 유형과 아이스 계열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컨트롤이 부족한 만큼 먼저 선빵을 날리는 것이 중요했기에 원거리 일 수밖에 없었고 마찬가지로 컨트롤의 영향을 덜 받는 광역 스킬이 많은 직업을 골라야 했기에 원거리 중에서도 궁수보다 마법사 계열을 선택했다.

즉, 지금의 단일 스킬보다 광역 스킬을 더 많이 보유한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가 괜히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간 공부든 게임의 컨트롤이든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다.’의 진화형이 바로 지금의 나였다.

그래서 동반 성장을 얻었을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력에 이어 100%로 함께 성장할 스탯을 체력으로 정한 거고.

여하튼.

[불의 정령의 분노! 바람 정령이여. 적에게 죽음의 바람을 선사하라! 삭풍의 칼바람!]

퍽. 퍽. 쾅. 쾅.

녀석의 공격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나도 똑같이 되갚아줬다.

한 방 맞으면 한방을 두 방 맞으면 두 방을.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단 한 번도 나에게 패배를 안겨주지 않은 방식이고.

물론.

“블링크. 블링크.”

슝. 슝.

봐서 조금 강력하겠다 싶은 것은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피해줬다.

있는데 안 쓰는 것은 컨트롤의 영역이 아니라 무식함의 영역이니까.

그리고 단순히 블링크로 그 공격을 피하는 용도로만 쓰지는 않았다.

말인즉슨 녀석의 지근거리로 이동해.

푹. 푹.

[크윽!]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다.

이미 그 자체로 어지간한 공격보다 더 강력한데 3레벨 아이스 웨폰까지 중첩시킨 상태에서의 찌르기 공격은 단순한 찌르기 공격 수준이 아니니까.

더욱이.

“아이스 웨이브! 아이스 스피어!”

퍽. 퍽. 퍼버버벅. 퍽.

당연하지만 상대와 가까울수록 내 공격이 녀석의 몸에 적중되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고 그만큼 빠르게 박혀들었다.

물론 이와 같은 공격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녀석의 반격도 있었다.

[아이스 핸드!]

곧장 허공에서 거대한 얼음 손이 생겨나 내가 있던 곳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

이미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그 범위를 벗어났고 이번에는 땅바닥으로 이동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순식간에 돋아나는 얼음의 대지.

처음에는 무쓸모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도 공중에서 그리고 녀석도 공중에 위치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지금껏 나보다 더 긴 공격 사거리를 가진 상대방을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게 궁수든 마법사든 뭐든지.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궁수든 마법사든 내 지력보다 더 높은 민첩이나 지력을 보유한 자는 결단코 없었다.

거기에 특성 아이스 맨과 8강화 얼음 황제 수호검에는 모든 아이스 계열의 성능 증가 옵션이 붙어 있었다.

당연히 성능에는 공격 사거리도 포함이 됐고.

여하튼 그렇게 얼음의 대지 위에서 녀석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아이스 레인! 쏟아지는 우박!”

퍽. 퍽. 퍼버버벅. 퍽.

후두둑. 후두두둑.

분명 꽤 거리가 있는 상황.

하지만 내 예상처럼 그 공격들이 멀찍이 선 녀석에게까지 닿았다.

그리고 아마 녀석도 조금은 당황했을 것이다.

분명 몇%일지라도 전과 달리 대미지가 증가했고 그 몇%는 전과 확연히 다른 위력을 드러냈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 솟구쳐라! 대지의 분노! 일어나라! 대지의 거인이여!]

분명 녀석은 강했다.

그건 확실했다.

하지만 내가 명백히 더 강했다.

그리고 그것은 전투를 진행하면 할수록 점차 평온해지는 나와 빈번하게 분노를 토해내는 녀석의 모습으로 확실히 증명이 됐다.

더욱이 전투를 벌이다보니 어쩌면 나도 조금이나마 컨트롤이 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나 스스로 물 흐르듯이 잘 싸웠다.

거기에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을 그러니까 굳이 공중에서 싸울 것이 아니라 우월한 공격 사거리를 활용해 얼음의 대지를 만들고 그 위에서 전투를 할 생각을 해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함도 느껴졌다.

물론 녀석의 이번 공격은 꽤나 심상치 않았기에 다시 플라이를 사용함과 동시에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위치는 변경했다.

어차피 아이스 필드는 깨지고 박살나도 큰 피해는 아니니까.

쿨타임이 돌아오면 다시 깔아도 그만이고.

그런데.

[.......]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내 아이스 필드도 부서지기는커녕 실금하나 가지 않았고.

“?”

[?]

대략 스킬도 분노라든지 재앙이라든지 그런 뭔가 임팩트가 있는 단어가 포함된 것일수록 강력한 위력을 선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대지의 분노는 꽤 강력할 것 같았다.

대지의 거인도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더욱이 나뿐만 아니라 녀석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니 뭔가 확실히 잘못된 것 같기는 했다.

물론 녀석에게만.

그런데 그때 어렴풋이 왜 그런지 나는 알 것 같았다.

바로 항상 내 주변에 존재하는 뿌리.

그 뿌리가 있는 곳이 바로 땅 속이었다.

그만큼 뿌리가 아니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녀석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기에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령왕의 화신이라던데 대지의 정령은 다루지 못하는 정령왕인가봐? 그럼 그 두 다리는 장식용인가?”

[이이익! 불의 정령이여 스스로 몸을 태워 이곳을 불지옥으로 만들어라!]

화르르륵.

아무래도 내 도발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물론 그만큼 녀석은 불타올랐고.

하지만 그게 내가 의도한 거였다.

분노에 찬 만큼 후퇴는 뒷전일 테고 그래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 그때 내 10레벨 아이스 브레스가 녀석의 뒷덜미에 강타할 테니까.

***

홍주영이 7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이자 정령왕의 화신이라 불리는 파샨트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사이.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허름한 건물.

그 건물에서 몇몇 인물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허름한 건물에 자리한 길드가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정보만을 내놓는 정보 업계에서는 부동의 원탑인 안타라고스의 총본부라는 것을.

물론 그 허름한 건물 밑으로는 사방팔방으로 연결된 지하통로가 존재하긴 했지만.

여하튼 그렇게 외관상 다 쓰러져 갈 듯 허름한 건물 내부에서 의자에 앉은 안타라고스 정보 길드의 길드장이자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올리베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5일차 현재 생존자는 3,651명입니다. 아, 방금 전에 또 2명이 죽었습니다.”

“허. 고작 5일차에 벌써 70%가 넘는 인원이 죽었다고?”

수하의 보고에 올리베이라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고 그 말에 보고를 했던 수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예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워낙 많이 참여를 했고 그들은 채 며칠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요. 대신 현재 남아 있는 자들은 충분히 준비를 하고 간 자들. 앞으로 사망자들의 숫자는 확 줄어들 것입니다.”

“흠...”

수하의 말에 올리베이라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별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홍주영은... 무조건 살아오겠지? 갔던 인원이 다 죽더라도 말이야.”

“물론입니다. 저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Revival Legend’ 유저와 홍주영 혼자 전투를 벌여도 홍주영이 이긴다는 쪽에 배팅하겠습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디버프도 이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 홍주영이니까요. 더욱이 스스로 자신의 유일한 약점을 알고 그것을 원천봉쇄한 홍주영의 능력은

전율을 일으킬 정도고요.”

수하의 거의 확신에 찬 말에 올리베이라는 입맛만 다셨다.

자신도 그 의견에 동의하니까.

우선 그렇게 잠시 더 이벤트 ‘선발대’ 참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화 말미에 올리베이라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 미친놈은?”

앞뒤 전부를 잘라 먹은 말.

하지만 보고를 하던 수하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지 않기에 곧장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한바탕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휘하의 모든 수하들에게 소집 명령을 내렸고요.”

“크으... 미친놈이야. 완전 미친놈.”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세상의 주인공이 자신이어야 하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에게 향해야 한다고 믿는 그런 자들요.”

“그럼 그 둘이 맞붙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홍주영만 있으면 무조건 명진의 승리입니다. 아니, 승리 자체가 아니라 루시아 길드의 그 미친놈도 발톱을 드러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쳤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죽을 자리로 들어갈 자는 결코 아니니까요. 하지만 홍주영이 없는 명진이라면...”

“홍주영이 없는 명진이라면?”

끝까지 말을 내뱉지 않고 도중에 멈춘 수하를 보며 올리베이라가 다시 질문을 했고 조금 있다 수하의 입이 열렸다.

“명진의 패배입니다. 아무리 명진의 힘이 강력하다 해도 그 미친놈이 지금껏 쌓아온 전력도 절대 약하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한때는 지구의 구원자가 그 미친놈이 아닐까라고 상정까지 했고요.”

“흠...”

그 대답에 올리베이라는 잠시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그 와중에 수하의 말은 계속 이어졌고.

“그럼 명진에 살짝 귀띔이라도 할까요? 그래야 홍주영이 복귀한 뒤에 점수를 따지 않겠습니까?”

수하의 그 말에도 올리베이라는 여전히 콧수염을 쓰다듬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수하도 더 이상 말을 내뱉지 않았고.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올리베이라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내버려둬.”

“네? 그럼 명진은 박살이 날겁니다. 질투심에 눈이 먼 그 미친놈은 절대로 명진에 속한 자들을 한명도 살려두지 않을 거고요.”

생각지도 못한 길드장의 답변이었던지 수하는 깜짝 놀라며 반응했고 길드장 올리베이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슈퍼맨도 미국을 떠나 UN으로 적을 옮겼고 스파이더맨도 뉴욕을 떠나 유럽으로 갔잖아.”

“네? 갑자기 무슨...”

“홍주영의 그간 움직임을 보면 너무나 명진과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자들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그러면 안 되지. 슈퍼 히어로가 자신의 품에 있는 자들만 감싸면 쓰겠어?”

“.......”

수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리고 그 수하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리베이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홍주영 정도의 능력이면 이제 모두의 홍주영이 되어야지. 그러니 잠자코 있어. 대신 그 미친놈의 움직임만 계속 파악을 해놔. 아무리 그 미친놈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지금의 명진은 절대 약하지 않으니 결국 꽤 큰 피해를 입을 테니까. 더욱이 명진의 엉덩이를 핥는 미래 길드와 투갈 길드가 합세를 하면 피

해는 더 커질 테니 추적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우선 그렇게 최고의 정보 길드인 안타라고스의 향후 움직임이 결정됐다.

< 정령왕의 화신 파샨트 (1). > 끝

< 정령왕의 화신 파샨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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