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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41화 (241/271)

241화. 그 이름 (3).

대게 이름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는 꽤나 많다.

가령 스미스나 존슨 같은 이름은 미국인을 떠올릴 수 있고 마리아나 안토니오는 남미 쪽 그리고 쑨양 같은 이름은 중국, 오이즈키나 오이츠키는 곧장 일본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지원’이라는 이름은 내가 속한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북한도.

더욱이 그 이름이 딱히 특색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분명 흔하다면 흔한?

그만큼 길을 가다가 이 씨 성을 가진 자를 마주하면 한 100명 중에 1명은 있을법한 그런 평범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이름을 열세 개의 루키 구역과 여덟 개의 레귤러 구역 거기에 네 개의 메이저 구역을 관리하는 이곳에서는 왕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진 파샨트라는 자에게 직접 듣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구지?’

순간 절로 드는 의문.

그래서 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는 척을 하면 상대방이 자연스레 더 많은 정보를 내뱉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대화를 하다보면 결국 내가 이지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거나 혹은 엉터리로 말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만큼 이지원이라는 자가 누군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도통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명진의 레이더망에 그간 단 한 번도 걸려든 적 없는 이름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절대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곳 쿠하나에서는 정령왕의 화신이라 불리며 손에 꼽는 강자 중의 한명인 파샨트에게 첫인상부터 거짓말쟁이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뭐... 그렇게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안면은 있는 정도?”

아마 있을 것이다.

나는 알지 못했지만 평생을 살면서 이지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한번쯤을 마주했을 그런 일이.

가령 길을 가다 어깨를 스치는 그런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텔레비전을 비롯한 영상매체나 신문 같은 것을 통해서라도.

분명 이지원이라는 이름은 흔하디흔했으니까.

즉, 완벽한 거짓말은 아닌 상황.

그러나.

[모르는군.]

아무래도 내 수가 너무 얄팍했었던 것 같았다.

아니면 빠르게 대답을 한다고 했지만 너무 뜻밖이라 내 생각보다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렸거나.

하지만.

으쓱.

그자의 그 말에 팔과 어깨를 살짝 위로 올리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내 수가 들통 났다고 굳이 그걸 나 스스로 인정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 맞아.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모든 힘을 잃은 상태니까. 사전에 그 어떠한 접촉도 불가능했고. 그럼 말이야... 도대체 너는 뭐지?]

“홍주영.”

물론 진짜 내 이름을 물어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고 역시나 녀석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던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굳이 알 필요는 없지. 무슨 일이든 종종 예견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법이고 이번이 바로 그와 같을 일일 테니까. 그 말인즉슨 예견치 않은 변수를 도려내면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갈 테고.]

“글쎄. 그게 가능할까?”

지금까지 상대했던 자들 중에서 가장 강했던 자를 꼽으라면 최근에 상대했던 검은 액체 인간이었다.

그만큼 그와의 전투 당시 아무리 비장의 카드인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초장부터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기를 잡은 시점에는 내 생명력이 채 30%도 남지 않았었다.

물론 어쨌든 이겼으니 된 것 아니냐 할지 모르지만 ‘올 버프, 올 디버프’로 인한 모든 디버프 면역에 7만에 달하는 엄청난 체력 수치 거기에 800만이 훌쩍 넘는 생명력과 상위 0.001%에 달하는 아이템을 감안하면 그것은 어마어마한 피해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때는 타이탄을 각인함으로써 받는 모든 피해량 10% 감소까지 갖고 있었고.

그런데 지금 내 앞의 상대에게서 검은 액체 인간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감각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아니, 솔직히 조금 더 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령 후퇴 그것도 전략적 후퇴 같은 것이.

아직 이곳에 발을 디딘지 5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필승 카드가 있긴 있었다.

바로 한정 스킬 ‘특출나게.’

실제로 스스로 무적에 가깝다고 자부하던 검은 액체 인간의 급속 재생도 특출나게를 사용하고서는 박살을 내버렸다.

하지만 이제 겨우 5일차에 벌써 그것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필살기는 먼저 쓰고 봐야 한다는 주의지만 특출나게는 무려 10일의 쿨타임을 갖고 있는 한정 스킬이었고 그만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 1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으니까.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지금까지는 주로 루키 구역에도 들지 못하는 곳과 루키 구역 위주로 움직였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곳이 7번 로얄 구역을 중심으로 네 개의 메이저 구역, 여덟 개의 레귤러 구역 그리고 열세 개의 루키 구역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대뜸 메이저 구역이나 로얄 구역부터 공격을 시도했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내 눈앞에 있는 정령왕의 화신 파샨트부터 찾아서 공격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럼 그는 내 존재와 내 능력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를 맞이해야하고 그만큼 내 승률은 올라갈 테니까.

하지만 그런 정보 자체가 없었고 결국 나름대로 정보를 획득하며 움직이다보니 이렇게 됐다.

그런데 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파샨트.

확실히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했다.

어쨌든 내 능력이 더 소문이 나기 전에 1대1로 마주했으니까.

그리고 7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 파샨트를 보고 대충 검은 액체 인간의 위치가 가늠이 됐다.

분명 그도 10개의 로얄 구역 중 한곳의 지배자일 것이다.

즉, 그런 강자라면 확실히 죽일 기회가 있을 때 꼭 죽여야 했다.

그런 강자들이 손쉽게 힘을 합치지는 않겠지만 혹여나 뭉치기라도 하면 상대하기는 더더욱 껄끄러워지니까.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단순히 현재의 상황이 아까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당연히 기본 밑바탕에는 자신감이 자리했다.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사용치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왜냐하면 여기는 명백히 현실이었으니까.

그 말인즉슨 현실 구현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고.

그만큼 내가 정확히 아르헨티나에서 검은 액체 인간을 상대했을 때가 107%의 현실 구현률을 갖췄을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1100레벨 특권 코인 교환이 삭제되며 10%가 오른 것을 포함해 무려 137%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비교해도 그때보다 30% 더 강해진 상황.

그리고 오만과 자만이 아니라 내 수준에서 3%도 아닌 30%는 하늘과 땅 차이일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렇게 결정을 내린 순간.

[너겠지? 그래. 너일 거야. 아무리 좁은 구멍을 통과하느라 모든 능력을 사용치 못했다 하더라도 4번 구역의 지배자 바셀을 이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니, 쉬운 일 정도가 아니라 기적이지. 기적.]

이지원처럼 처음 듣는 이름.

하지만 이지원과 달리 바셀이라는 그 이름이 누구를 뜻하는지는 곧장 알 수 있었다.

내 앞의 파샨트가 직접 4구역의 지배자라고 언급을 하기도 했고.

물론 그 와중에 조금 당황스러운 말도 있었다.

바로 4구역의 지배자 바셀이 좁은 구멍을 통과하느라 모든 능력을 사용치 못했다는 언급.

그 말인즉슨 여기서는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아, 그 검은 액체 인간? 내가 안 죽였는데? 지구에는 나보다 훨씬 강자들이 많거든.”

나도 우선 뻥을 쳤다.

지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공갈이 먹혀든 것 같지는 않았다.

[크크크. 그래. 확실히 전설과도 같았던 이지원의 모든 힘이 들어간 것이 ‘Forgotten Legend’와 ‘Revival Legend’긴 하지. 하지만 아무리 어마어마한 힘이라도 과거 ‘Forgotten Legend’를 했던 자들과 현 ‘Revival Legend’를 하는 모든 자들을 커버하는 와중에 너 같은 존재가 2명 이상 존재한다? 그건 아무리

이지원의 어마어마한 힘이라 해도 절대 불가능하지. 이미 이 정도만으로도 불가능을 넘어섰으니까.]

“.......”

또 언급된 이지원.

그런데 이번 언급은 그 내용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이지원이라는 자가 ‘Forgotten Legend’과 ‘Revival Legend’를 만들었다는 뉘앙스를 풍겼으니까.

아니, 결코 뉘앙스 같은 것이 아니었다.

파샨트는 이지원이 만들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을 했다.

그래서 처음 이지원에 관한 언급을 들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파샨트는 그런 나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죽을 자에게 건네는 선물은 이 정도면 되겠지? 그간 정보를 구하고 다녔잖아. 하지만 이런 정보는 어디에서도 얻지 못했을 거야. 여기 쿠하나가 지구를 집어삼킬 때까지는 금기거든. 금기!]

그와 함께 파샨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쾅!

정확히 내 앞에서 무언가가 터졌다.

그리고 그것은 한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바람의 폭발! 폭발! 폭발!]

쾅. 쾅. 쾅.

연속된 폭발은 정령왕의 화신이라 불리는 파샨트의 손짓에 따라 플라이로 공중에 떠 있는 내 몸 이곳저곳을 연신 두들겼다.

그 위력도 굉장했고.

하지만 지금의 나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현실 구현률만 107%에서 137%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그 현실 구현률의 기본 밑바탕이 되는 스킬과 스탯포인트 등도 ‘수정탑을 파괴하라.’ 퀘스트를 시작으로 꽤나 많이 증가했으니까.

직전에는 이곳 쿠하나에 도착하고서 가장 먼저 세이프티 존을 벗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도 얻었고.

그러나 굳이 그 공격들을 전부 맞아줄 필요는 없기에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폭발 공격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리고서는.

“징벌 아이스!”

쾅!

물론 더 강력한 것이 있긴 있었다.

바로 10레벨 아이스 브레스.

그만큼 정말 격이 다르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10레벨 아이스 브레스로 알게 됐다.

즉, 장담컨대 그것을 사용하면 현재 기고만장한 녀석이 꼬랑지를 내릴 것이다.

어쩌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을 칠 가능성도 있었고.

그래서 아껴뒀다.

우선 녀석의 생명력을 얼추 빼놓고 광역 스킬인 블리자드와 아이스 토네이도를 펼쳐 놓은 상태에서 징벌 아이스와 아이스 브레스 2연타면 무조건 녀석을 즉사시킬 자신이 있으니까.

물론 그 와중에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녀석도 나도 현재 공중에 떠 있다는 것.

결국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것은 현재 강화된 몬스터 각인을 파란색 고대의 정령으로 함으로써 지력 6000과 정신력 3000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스 계열의 스킬 대미지 7.5% 증가로 갈음하면 충분하니까.

여하튼 내 징벌 아이스는 정확히 녀석의 가슴팍에 꽂혔고 그 순간 녀석의 활활 불타오르는 몸통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순간 얼음으로 이뤄진 머리와 흙으로 이뤄진 두 다리 역시나 바람으로 이뤄진 두 팔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

그러나.

화르르륵.

순식간에 머리, 두 팔, 두 다리 사이에 있어야할 사라진 몸통 부분에서 불길이 일더니 녀석의 몸통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곧장 전처럼 다시 활활 불을 뿜어냈고.

[허... 이건 예상 범위 밖인데?]

겉으로 봐서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한 모양새.

하지만 녀석의 표정과 말로 봐서는 어쨌든 피해를 입히긴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다시 달려들었다.

물론 한마디 말을 내뱉으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러면 내가 섭섭하지.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 그 이름 (3). > 끝

< 정령왕의 화신 파샨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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