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40화 (240/271)

240화. 그 이름 (2).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

바로 할 거면 정말 제대로 하고 안 할 거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만큼 이도저도 아니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하는 것 같기도 하는 그런 애매모호한 행동은 최악이었다.

더러는 그런 행동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았고.

그래서 이곳에 오는 순간부터 나 스스로 최면을 걸 듯 다짐했다.

아무리 나와 비슷하게 생겼을지라도 적이라는 그들은 나에게 몬스터라고.

그것도 잡으면 경험치와 아이템 거기에 골덴링과 코인을 주는 내 성장에 아주아주 고마운 몬스터.

물론 정확히 따지만 현실이라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지는 않지만 어쨌든 클리어시 주는 보상은 화끈했기에 매한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짐대로 행동했다.

“불꽃화살!”

“고통의 가시.”

:

“바람 정령의 살을 에는 칼바람!

“솟아나라. 모래 거인.”

퍽. 퍽. 쾅. 쾅.

나를 향해 공격을 날리는 적들을 향해 단 1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을 퍼부음으로써.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크억!”

“제... 젠장!”

“침략자가... 침략자가 너무 강하잖아!”

“우리로선 막는 것이 불가능해! 어서 레귤러 아니, 메이저 구역에 연락을 취해야해!”

이곳에 오고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이라면 이거였다.

바로 정보라는 것을 꼭 상대방을 구슬리거나 혹은 심문 같을 것을 통해서 얻을 필요는 없다는 것.

그만큼 적들은 압도적인 내 힘 앞에서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끼며 한마디씩 말을 토해냈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정보가 됐고.

더욱이 정보는 물론이고 따로 쌓여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1일차 할당량 10명을 처리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할당량 외에 356명의 적을 더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이 축적됩니다.

지구에 성공적인 복귀시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할당량 외에 357명의 적을 더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이 축적됩니다.

지구에 성공적인 복귀시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

:

-할당량 외에 402명의 적을 더 처리함으로써 가산점이 축적됩니다.

지구에 성공적인 복귀시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내가 적을 처리할 때마다 메시지는 계속 울렸고 그만큼 지구로 복귀시 받을 덤은 계속 커져갔다.

그래서 내 공격에 쓰러져 가는 적들을 향해 고마움을 담아 입을 열었다.

“끝까지 나를 침략자로 인식해 줘서 고마워. 더욱이 자비와 아량도 요구하지 않아줘서 고맙고.”

만약 목숨을 구걸했다면 솔직히 조금은 신경이 쓰이긴 할 것이다.

나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니까.

하지만 자신들의 공격이 나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것을 앎에도 그들은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만큼 조금이나마 신경을 덜 쓸 수 있는 환경.

그래서 그들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기 위해 더 열심히 날뛰었다.

검은 액체 인간은 물론이고 아직 일본 오사카에 모습을 드러낸 자들 정도의 실력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했고.

아니, 이제는 격을 달리 했던 검은 액체 인간을 제외하고 일본 오사카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해도 지금 내 공격에 픽픽 쓰러져가는 자들과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아주 많은 차이가 존재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조금 천천히.

***

이벤트 ‘선발대’가 시작한지 3일째.

경기도에 위치한 명진 쉘터.

저벅저벅.

명진 쉘터를 이루는 3개의 메인 기지뿐만 아니라 3개의 메인 기지를 지키는 외곽 기지까지 가면을 쓴 채 꼼꼼히 순찰을 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명진 쉘터 경비대의 임정대 경비 대장.

더욱이 그는 아직까지 체인지로 변한 북한의 김율정의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없기에 가면을 쓰고 움직였지만 그것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김율정으로 변함으로써 자신이 명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으니까.

그 후 그렇게 순찰을 도는 와중 자신의 뒤를 따르는 부관에게 입을 열었다.

“막내 도련님이 자리를 비운 와중에 명진 쉘터에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은 수치를 넘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돌아 왔을 때 볼 면목도 없고! 그러니 그 시간만큼은 더 철저히 경계태세를 유지해라.”

“설마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여기는 다른 곳도 아닌 명진 쉘터인데요.”

부관의 자신감이 듬뿍 들어간 말.

그 말에 임정대 경비 대장이 걷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따르던 지그시 부관을 쳐다봤다.

그러자.

“죄... 죄송합니다!”

우선 그 모습에 임정대 경비 대장이 표정을 살짝 풀며 입을 열었다.

“직전의 명진 쉘터를 두고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 혹은 저주를 받은 곳이라고 불렀던 일을 잊지마라. 세상에는 아무런 접촉이 없더라도 단지 자신보다 잘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적개심과 증오를 품는 자들이 존재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여하튼 임정대 경비 대장은 오늘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구석구석 명진 쉘터를 살폈다.

최소한 막내 도련님인 홍주영이 돌아오기 전까지 ‘Revival Legend’를 통해 자신의 성장보다 명진 쉘터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물론.

“막내 도련님이 돌아오는 그날 모든 인원에게 휴가는 물론이고 적절한 보상도 지급할 테니 잘 다독이도록. 너무 바짝 몰아세우지도 말고.”

“네!”

임정대 경비 대장은 당근을 던져 주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

그 시각 아프리카 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한 명의 남자가 휘황찬란한 방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고급 책상에 턱을 괸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 후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분명 아시란테 그놈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회이긴 기회인데...”

그 남자 아니, 정확히는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인 그는 그렇게 한참을 더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을 검은 액체 인간과 싸우던 아시란테로 옮겼다.

그리고 그때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깨달았다.

자신이 넘보지 못할 나무를 넘봤다는 것을.

더욱이 자신이 별 수작을 다 부려도 그 나무를 절대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

처음에 느꼈던 것은 좌절감.

특히나 자신의 능력으로 어마어마한 강자들을 하나씩 복속시켜가며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이 만든 루시아 길드의 힘이 커져갈 때만 해도 충분히 이 난세 아닌 난세의 주인공이 자신이라 여겼기에 받은 좌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간 아시란테에게 벌인 파블로의 벽뚫기로 0번 구역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자신이 스스로 죽이긴 했지만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을 보유한 마티아스를 활용해 명진 쉘터를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가 실패한 것보다 더.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그 좌절은 곧 분노와 증오로 바뀌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졌기에 더더욱.

그런데 그 와중에 찾아온 기회.

물론 아시란테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아닌 그의 가족과 그의 울타리 안에 있는 자들에게 향할 공격이지만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그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아시란테 그놈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소집을 해라.”

그 순간 분명 루시아 길드 길드장 혼자만 있던 방안에 목소리가 하나가 흘러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

이곳 쿠하나에 발을 내딛은 지 5일째.

그간 쏠쏠하게 원하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적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니, 기회가 없다면 기회를 만들어서 계속 처리를 해나갔고.

결국에는 그 행동으로 인해 적들의 힘은 약해져가고 내 힘은 커질 테니까.

더욱이 현재는 적 한명 한명이 보상을 위한 수단인 상황.

즉, 어차피 쓰러트릴 적이라면 지금 최대한 많이 쓰러트려야 했다.

나중에는 이런 기회가 없을 테니까.

여하튼 그렇게 5일간 움직이며 얻은 정보로는 이곳은 철저한 계급 사회였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도 번호가 존재했고.

말인즉슨.

1~10번 거주지까지는 로얄 구역.

11~50번 거주지까지는 메이저 구역.

51~150번 거주지까지는 레귤러 구역.

151~300번 거주지까지는 루키 구역.

이렇게 나뉘어져 있었다.

물론 그다음으로도 400번대, 500번대 그리고 1000번대를 넘어가는 구역도 존재했지만 대우를 받는 구역은 정확히 300번대 구역 안쪽이었다.

그 이상의 구역은 따로 지칭하는 말도 없었고.

그래서 대게 하나의 로얄 구역이 적게는 세 개에서 많게는 열 개 사이의 메이저 구역을 관리했고 그 밑으로는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은 숫자의 레귤러 구역과 루키 구역을 관리했다.

정확히 피라미드 형태의 체계.

그리고 내가 아니, 더 정확히는 이번 ‘선발대’라는 이벤트에 참여한 약 1만 4천명의 인원은 열세 개의 루키 구역과 여덟 개의 레귤러 구역 거기에 네 개의 메이저 구역을 관리하는 7번 로얄 구역의 영역이었다.

더욱이 마치 왕처럼 군림하는 그 7번 로얄 구역의 지배자는 정령왕의 화신이라 부르는 파샨트라는 자였고.

물론 좀 더 세세하게 들어가면 1번부터 4번 구역까지가 진짜 로얄 중의 로얄이고 나머지는 1~4번 구역과는 조금 손색이 있다는 내용과 마찬가지로 메이저와 레귤러, 루키 내에서도 실력차가 존재 한다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우선 이 정도라도 안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좋아. 그럼 어제는 277번의 루키 구역을 휘저었으니 오늘은 등급을 좀 올려볼까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것도 공중으로.

그 후 곧장 플라이를 사용하고 또다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이동했다.

아마 이런 내 행동에 무려 5일간 이어진 분탕질에도 적들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분명 적들이 느끼기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 이상일 테니까.

그리고 얼추 이동하자 보이는 큼지막한 거주지.

이제 경험이 있다고 딱 그 거주지를 보자 레귤러 등급의 거주지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철저한 계급 사회인 만큼 가장 좋고 화려한 것은 로얄 등급의 몫이었고 그 밑의 메이저, 레귤러, 루키 순이었으니까.

그만큼 낮은 구역의 거주지는 절대로 자신보다 높은 구역의 거주지보다 사치를 부릴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사치를 부리고 싶다?

방법은 딱 하나였다.

더 강해져서 더 높은 구역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여하튼 오늘의 목표로 삼기에 딱 좋기에 어제의 루키 등급보다 등급이 높은 레귤러 등급의 거주지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해 사뿐히 내려앉았다.

“?”

“?”

“?”

당연히 뜬금없이 등장한 나를 보고 당황하며 놀라는 자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않았기에 곧장 입을 열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크억!”

“컥!”

“저... 적이다!”

“젠장! 분명 침략자 저 놈은 어제 여기와 반대편인 277번 루키 구역에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야!”

“7번 구역의 파샨트님에게 얼른 보고해라!”

“파샨트님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저놈을 붙잡아라!”

“솟구치는 불기둥.”

“날카로운 바람의 정령 공격.”

:

:

“바람 정령의 살을 에는 칼바람!

“파괴의 숨결.”

“파워 샷!”

5일간 이곳저곳 열심히 헤집고 다니다보니 나름대로 유명인사가 됐다.

그래서 적들은 나를 격하게 반겨줬다.

하지만 아무리 이곳이 루키 구역보다 등급이 높은 레귤러 구역이라 해도 내 앞에서는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제는 일본 오사카에 모습을 드러낸 그들이 바로 레귤러 구역에 속한 자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당시 나에게 별다른 반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쓰러진 자들.

하물며 지금의 내 수준은 그때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런지.

퍽. 퍽. 쾅. 쾅.

“크억!”

“젠장!”

“우리의 힘으로 적을 붙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파샨트님뿐만 아니라 어서 메이저 구역에 도움을 청해라!”

“모두 힘을 내라! 침략자는 공간의 제약이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자랑한다! 지금 놓치면 언제 붙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분명 픽픽 쓰러져 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에게 연신 달려들었다.

심약한 마음을 가졌다면 그 모습 자체로 분명 이기고 있더라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런 그들에게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블리자드나 아이스 토네이도뿐만 아니라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마저도.

아니, 그것으로도 부족해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한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들고서 적들 한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녀석들을 향해 내질렀다.

푹. 푹.

“크억!”

“컥!”

거의 무아지경속의 전투 아니, 사냥.

명백히 이것은 사냥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의 양을 사냥하는데도 모든 능력과 모든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그런 늑대의 모습으로.

그런데 그때 내 뒤쪽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블링크.”

쾅!

물론 아무리 강력한 기운이라도 그 한방에 내가 어떻게 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허용할 필요는 없기에 쿨타임 제로로 피했고 곧 하나의 존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정확히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니, 정말 얼음 그 자체였고 몸통은 활활 불이 타올랐으며 양다리는 흙 그리고 양 팔은 바람으로 이루어진 존재를.

그리고 그가 정확히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지원과 어떤 관계지?”

< 그 이름 (2). > 끝

< 그 이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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