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그 이름 (1).
1800레벨 사냥터 고대 정령의 대지.
퍽. 퍽. 쾅. 쾅.
이벤트 ‘선발대’ 참여를 앞두고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낸 상황.
그래서 열심히 사냥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할 거라고는 사냥밖에 없고 나를 대신해 혹시나 모를 변화나 흐름을 체크할 자들은 많았으니까.
물론.
“당연히 자신이 있는 거겠지?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할 대책도. 분명 엄청난 보상이긴 하지만 그런 보상에 혹할 너는 아니잖아?”
“맞아. 주영아.”
누나를 필두로 가족들이 한마디씩 했다.
물론 적극적으로 나를 막지는 않았다.
나를 믿으니까.
그만큼 내가 성장을 하기도 했고.
그래서 전부 공개했다.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와 10레벨 스킬인 아이스 브레스를.
그와 함께 무덤덤하게 대답도 했다.
“어차피 싸울 수밖에 없는 적. 좋은 기회잖아요. 큼지막한 보상도 챙기고 적의 정체도 파악하고요.”
그리고 그런 내말에 형과 누나가 연달아 입을 열었다.
“휴. 생각 같아서는 나뿐만 아니라 너를 지킬 자들도 함께 가고 싶지만... 오히려 그게 주영이 너에게 짐만 얹어주는 거라는 것을 알기에 포기하마. 하지만! 위험하면 곧장 그 주문서를 사용해라.”
“맞아. 아끼다 똥 된다는 것 알지? 진짜 무슨 일 생기면 이 누나가 가만 안 놔둔다!”
우선 그렇게 형과 누나 그리고 아빠와 엄마, 형수를 비롯한 가족들과 위험하면 몸을 사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 혼자 이벤트 ‘선발대’에 참여를 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
‘선발대’라는 이벤트에 관한 메시지가 울린지 정확히 10일째.
갑작스럽게 메시지 하나가 울렸다.
[이벤트 ‘선발대’의 참여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이벤트에 참여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참여한다.”
살짝 뜸을 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없기에 곧장 참여를 선택했다.
그러자.
[이벤트 ‘선발대’에 참여를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참여자 현황 : 37명.
-24시간의 참가자 모집이 끝나면 그 즉시 참가자 모두는 ㅇㅇㅇ로 이동이 됩니다.
-혹여나 참여자가 300명 이하일시 무작위로 3000명이 뽑히며 그 인원이 ㅇㅇㅇ로 이동이 됩니다.]
[이벤트 ‘선발대’의 자발적 참여자입니다.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현재 레벨에 상관없이 무조건 10레벨 증가.
: 10억 골덴링 획득.
: 잔여 스탯포인트 500개 획득.
: 코인 1만개 획득.]
당연하지만 보상은 언제나 마지막에 받았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클리어를 하고 나서.
그런데 시작을 하자마자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일부분이나마 주어진 보상.
그래서 그런지 왠지 그 보상이 죽음을 앞둔 제삿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미끼거나.
여하튼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주르륵 울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바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우선 울릴 줄 알고 있었던 메시지이기에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상태창을 열어 10레벨 증가로 획득한 100개와 보상으로 주어진 500개. 총 6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하고 상태창을 닫았다.
“그나저나 이제는 코인 1만개 가지고는 뭘 할 수가 없군.”
그전에 쓰다 남은 코인과 ‘수정탑을 파괴하라.’ 퀘스트에서 얻은 3만개의 코인으로도 고작 2%의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 것이 다였다.
현실 구현률 131%~140%까지는 1%당 들어가는 코인이 무려 18,000개였으니까.
‘최초 현실 구현률 100% 달성자’라는 호칭을 갖고 있는 나이기에 그나마 2,500개가 깎여 15,500개로 가능했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직전에 2%를 올려 137%가 된 현실 구현률을 1만개의 코인으로는 더 올리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코인은 인벤토리에 그대로 내버려뒀다.
그리고 우선은 다시 1800레벨 사냥터 고대 정령의 대지로 이동했다.
아직까지 모집 시간이 23시간 이상 남았고 살짝 몸에 감도는 긴장감을 푸는 데는 사냥이 제격이었으니까.
충분한 잠과 휴식은 조금 있다 해도 충분하고.
20시간 뒤.
명진 쉘터 본거지.
“알지? 무조건 너 혼자만 생각해. 괜히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은 가지지 말고.”
“맞습니다. 도련님. 그들이 이번 ‘선발대’ 이벤트에 참여하는 목적은 희생과 봉사 같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저 개인의 이득과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더욱이 스스로 한 선택이기에 책임도 본인이 져야하고요.”
이제 채 3시간도 남지 않아서인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나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는 누나.
그런데 석인수 실장마저 그런 누나 뒤에서 맞장구를 쳤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귀찮아하지 않고 꼬박꼬박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솔직히 나도 같이 간 이들을 챙길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혹여나 생존에 성공한 이들이 지구로 복귀해 자신들을 내팽개치고 혼자 움직인 나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하는 것?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내가 철면피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해봤자 결국 나에게 단 1의 타격도 줄 수 없으니까.
여하튼 직전에 10시간 가까이 숙면도 취했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기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정말 위험하다면 아깝더라도 거리낌 없이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를 사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0일 뒤에야 다시 만날 테니까.
그리고 정확히 3시간이 더 흐르자.
[이벤트 ‘선발대’의 참여자 마감이 1시간 남았습니다.
-현재 참여자 현황 : 11,774명.]
“생각보다 꽤 많이 가는군요.”
처음에는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1000명이 넘어서는 순간 꽤 폭발적으로 증가를 하더니 금세 1만 명을 넘어섰다.
“인원이 많을수록... 자신이 살 가능성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그렇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겠네요.”
석인수 실장의 대답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1시간을 더 보냈고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다시 메시지가 울렸다.
[이벤트 ‘선발대’ 참여자는 최종적으로 13,821명입니다.
-그 인원 전부는 곧장 ㅇㅇㅇ로 이동이 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몸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장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입가에 미소를 활짝 지으며.
아무리 내가 무조건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보여줬다 해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족이니까.
***
휘이잉.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은 황량한 들판이었다.
그와 함께.
슝. 슝. 슝. 슝. 슝.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자들도.
우선 그들의 모습에 곧장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도 착용을 했다.
굳이 내가 여기에 왔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 명이 넘는 인원이라고 빈틈없이 주변을 꽉꽉 채운 상태에서 메시지가 울렸다.
[이곳은 쿠하나입니다.
-지구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선발대로 이곳에 온 만큼 규칙이 존재합니다.
: 하루에 최소 10명 이상의 적을 처리해야 합니다.
-만약 하루에 할당된 10명 이상의 적을 처리하지 못하면 선발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그 즉시 사망합니다.
-10명 이상의 적을 처리해도 그것은 그날에만 영향을 끼치며 다음날은 새로운 적 10명 이상을 처리해야 합니다.
-10명 이상의 적을 처리시 할당된 10명을 제외한 그 이상의 적은 모두 가산점으로 계산되며 지구에 성공적으로 복귀시 그 획득한 가산점에 따라 기본 보상 외에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 ‘귀환’ 명령어 사용으로 쿠하나를 벗어나 원래의 위치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현시간부로 선발대 모두에게는 ‘귀환’ 명령어 사용을 위한 30일간의 쿨타임이 주어집니다.]
지금까지 항상 ㅇㅇㅇ라고 표현되던 곳이 쿠하나라고 밝혀진 것은 나름대로의 수확.
더욱이 어째서 탈라가파 길드가 지구에 복귀를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왠지 이번뿐만 아니라 그들도 하루에 최소 10명 이상의 적을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는 미션 같은 것을 받았을 것 같으니까.
그 말인즉슨 그들이 계획했던 30일간 조용히 숨어만 지내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명백히 몬스터가 아닌 이상 개인당 10명의 적은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뭐야? 결국에는 무조건 싸워야 하는 거잖아?”
“젠장! 그냥 가서 숨어만 있어도 된다며! 이게 뭐야!”
“거대 길드랑 단체들이 조용히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들은 이걸 예상한 거야. 분명!”
웅성웅성.
와글와글.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 버렸다.
분명 30일의 쿨타임은 언급이 됐지만 하루에 최소 10명 이상의 적을 처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미션은 언급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모두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결국에는 이곳에 왔고 이젠 결정을 바꾸지 못하는 이상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래야 생존율이 그만큼 올라갑니다!”
무엇이든 무리가 있으면 그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있기 마련.
물론 우두머리가 없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것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우두머리 정하기.
그래서 그런지 처음 크나큰 목소리로 군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자 외에도 곧장 한두 명씩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이 생겨났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위험한 곳에 왔다는 것을 직시하게 된 군중들은 불안감과 두려움에 그들에게 기댈 준비를 했고.
우선 그 모습에 이미 내린 결정이지만 확신을 더 가졌다.
이들과 따로 움직이기로.
물론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몸집이 크면 좀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약한 동물일수록 더 그랬고.
하지만 현재 여기에 있는 인원은 1만 명을 넘어선 대인원이었다.
정확히는 13,821명.
그리고 대략 1만 4천명인 이 인원이 하루를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인당 10명이니 총 14만 명의 적이 필요했다.
더욱이 그게 30일이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즉, 이미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마당에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몸집을 키운다고 마냥 좋은 수도 아니었고.
그만큼 많은 적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죄다 멍청이들만 있는 것은 아닌지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자들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운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참여자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기회를 잡아보겠다는 자들.
그래서 나름대로 그들을 응원한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준비된 자들이니까.
하지만 그 이상은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분명 이들이 생존해 지구로 복귀하면 지구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보탬이 될 것은 자명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보모노릇을 하기 위해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니까.
더욱이 내가 이곳에 분탕을 치면 칠수록 결국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만큼 시선이 분산이 될 테니까.
물론 그들이 그것을 알아줄지는 모르지만 굳이 알아달라고 할 생각은 없기에 나도 뒤로 슬쩍 몸을 뺐다.
“우선 현실 구현률에 따른 구분을 하겠습니다. 50% 이상인 분은 이쪽 40%, 30% 이상인 분은 저쪽 그리고 20%, 10% 내외인 분은 끝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혹은 그 이상인 분은 말씀해 주시면 충분히 우대를 해드리겠습니다.”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 채 지금 당장 오늘 하루 생존하는 것을 걱정해도 빠듯한데 줄세우기부터 시작하는 어리석은 자들 사이로 끼어들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
그리고 얼추 몸을 빼내고서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주변을 살피면서 이동하는 와중 뜬금없이 메시지가 울렸다.
[‘선발대’의 일원으로 가장 먼저 쿠하나에 설정된 24시간 유지되는 세이프티 존을 벗어났습니다.
-뛰어난 용기와 기백으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000개를 획득합니다.]
“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
하지만 나를 환영하듯 선물과 함께 울린 메시지에 첫 시작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상태창을 열어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고.
우선 그렇게 이동을 시작했다.
***
잠시 후.
이동을 하면서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는 있었다.
바로 이곳에도 몬스터가 존재한다는 것.
더욱이 녀석들이 골덴링은 물론이고 코인을 드랍했다.
그만큼 몬스터만 봤을 때는 지구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상황.
그리고 곧 마주할 수 있었다.
바로 적을.
우선 적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헉! 침략자다!”
“어떻게 여기에!”
“공격! 녀석을 죽여야 한다!”
7명의 남녀.
솔직히 나와 생긴 것은 그렇게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미국 홀드렛지에 준 영상과 일본 오사카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들도 그랬고.
물론 검은 액체 인간은 확실히 달랐지만.
여하튼 분명 나는 그들에게 적대감이 들지 않았지만 그들은 미국 홀드렛지의 영상 속과 일본 오사카의 그들처럼 곧장 나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마주한 것처럼.
그러나.
팅. 팅. 탱. 탱.
[.......]
그들의 검과 창 그리고 화살은 내 몸에 조금도 박혀들지 않았다.
위압적인 번개도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고.
우선 그 모습에 그들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서 침략자인 나에게 정보를 제공할 사람?”
“.......”
“.......”
“.......”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휴. 언제쯤이야 정보를 제공할 자를 만날지 모르겠군. 아이스 웨이브!”
퍽. 퍽. 퍼버버벅. 퍽.
“크억!”
“컥!”
우선 첫날.
첫날부터 원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가지지 않았다.
지금껏 많이 만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난 모두가 그랬으니까.
더욱이 손에 사정을 둘 생각도 없었다.
아무리 나 스스로 그들이 적이라고 상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 상황에 나 혼자 ‘적이 아닐지도 모르니 대화로 풀자.’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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