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 수정탑은 깨야 제맛.
1단계에 이은 2단계도 중앙에 큼지막한 수정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1단계와 크기도 모양도 똑같은 것으로.
하지만 전에 없던 수식어 하나가 이번 수정탑에는 붙어 있었다.
바로.
[꽤 단단한 수정탑]
그와 함께 이번에도 5분의 제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메시지가 울렸고 그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곧장 공격을 시도했다.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퍽. 퍽. 퍼버버벅. 퍽.
나름대로 기분을 낸다고 1단계에서 징벌 아이스를 사용했지만 그것은 명백히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 것과 같은 것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뿌리 덕분이지만 어쨌든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스탯포인트 3000개와 50% 성능이 향상된 강화된 몬스터 각인에 이번에 획득한 파란색 고대의 정령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지력만 총 9천이 올랐다.
같은 강화된 몬스터 각인의 효과로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 대미지 7.5%의 증가는 말할 것도 없고.
즉, 내 공격들은 전과 확연히 다른 위력을 낼 수밖에 없었다.
지력 9천과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 대미지 7.5% 증가는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빠캉.
앞에 꽤 단단한 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수정탑은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만으로도 박살이 나버렸다.
그 동시에 메시지도 울렸고.
[2단계 클리어 타임은 2초입니다.
-S등급입니다. 차후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1분 뒤에 3단계로 넘어갑니다.]
1단계보다 1초가 더 걸린 상황.
그 말인즉슨 쿨타임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징벌 아이스를 대신해 아이스 브레스를 사용했다면 또다시 1초가 가능했다는 뜻이지만 별로 아쉬워하지 않고 어서 다음 단계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1초가 걸리든 2초가 걸리든 무척 빠른 속도라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니까.
메시지도 차후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언급으로 그걸 증명해 줬고.
***
홍주영이 ‘수정탑을 파괴하라.’ 퀘스트를 진행하는 사이.
유럽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거대한 고저택.
그 거대한 고저택 내에 한 청년과 나이를 지긋이 먹은 노인이 자리했다.
다만 청년은 편안히 의자에 앉아서 반대로 노인은 공손하게 서서.
그리고 그때 노인이 입을 열었다.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놔두세요.”
청년의 무심한 말.
그 말에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놔두면 여기 루마니아는 아니,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그러나 노인은 끝까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도중에 끼어든 청년의 말로.
“그럼 다른 대책이 있나요? 아시다시피 계속 커질 구멍입니다. 막는다고 막아질 구멍도 아니고요.”
“물론 그렇지만 혹 아시란테라면 최소한 지금보다 더 늦추는 것이 가능...”
쾅!
노인의 입에서 아시란테라는 말이 새어나온 순간 청년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그리고 붉어진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아시란테가 제 복수를 대신 해준답니까? 설령 해준다 해도 남의 손을 빌려서 하는 복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아버지이자 제 놈한테는 형이었던 자를 죽인 한때는 작은 아버지라 불렀던 보그단 그 개자식은 제가 꼭 죽일 겁니다!”
“.......”
노인은 분노에 찬 청년의 말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복수를 부르짖는 청년의 아버지는 한때 자신이 평생을 따랐던 주군이었으니까.
그래서 청년의 복수에 동참을 한 것이고.
“...알겠습니다.”
결국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한 노인.
그와 함께 다른 말도 내뱉었다.
“이제 슬슬 준비할 시간입니다.”
그 말에 청년도 슬쩍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청년과 노인은 거대한 고저택 지하실로 이동했고 곧 몇 개의 꽉꽉 동여매진 문을 지나 지하에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거대한 철문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끼이익.
꽤나 많이 와봤던지 청년은 익숙하게 거대한 철문을 열고서 밖에 노인을 그대로 놔둔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공간.
물론 빈 공간은 아니었다.
그 널찍한 공간 한가운데에는 평평한 다른 지형과 달리 움푹 파인 곳이 존재했고 청년은 곧장 그 움푹 파인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움푹 파인 곳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우두커니 자리를 지켰다.
그 후.
그그극.
사각사각.
무언가 갉아먹는 듯한 소리.
혹은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청년은 익히 그런 소리가 들릴 줄 알았다는 듯이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때 청년 앞의 움푹 파인 곳에서 파란색 아지랑이가 넘실넘실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몇 분이 지났고 청년은 메시지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차원의 통로 입구에 위치해있습니다.
-차원의 통로가 지구와 ㅇㅇㅇ를 잇는 와중 차원의 조각과 부딪쳤습니다.
-부서진 차원의 조각의 영향을 받습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57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681개를 획득합니다.]
“흐흐흐.”
그 메시지에 청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가 길드장으로 있던 루마니아 제 1길드 ‘슈나드’를 뺏어간 한때는 작은 아버지라 불렀던 원수 보그단에게 복수를 할 날이 멀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청년 카롤은 그 메시지에 만족하지 않고 손에 현실 구현을 한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퍽. 퍽.
그 움푹 파인 곳을 향해 직접 검을 내질렀다.
마치 작은 구멍을 더 빨리, 더 크게 만들 요량으로.
그러자.
[차원의 통로 지근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차원의 통로가 지구와 ㅇㅇㅇ를 잇는 와중 차원의 조각을 건들었습니다.
-차원의 조각의 영향을 받습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75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772개를 획득합니다.]
“크크크. 그래! 더 커져라! 얼른 커져서 나에게 더 많은 힘을 줘라!”
분명 잘 울리지 않는 메시지.
하지만 이번에는 연달아 울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울렸기에 카롤은 전보다 더 진한 웃음을 토해냈다.
당연히 웃음을 토해내는 와중에도 연신 검을 내지르는 것은 쉬지 않았고.
퍽. 퍽. 퍽.
여하튼 카롤은 그렇게 아직 통로라 칭하기에는 미흡했지만 그래도 이젠 작은 구멍이라고 칭하기에도 어정쩡한 그곳을 더 빠르게 넓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로인해 벌어질 일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고서.
***
단계를 넘어갈수록 여러 수정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령.
[움직이는 수정탑.]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지는 수정탑.]
[수정탑을 지키는 주변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해야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한 수정탑.]
그것도 아니면.
[동서남북 4방향에 존재하는 수정탑을 몬스터와 함정을 뚫어 제한 시간 안에 전부 파괴해야 하는 미션.]
[두더지 게임처럼 공격 가능한 타이밍이 존재해 그때에만 공격을 퍼부어 수정탑을 파괴해야 하는 미션.]
등등 별별 상황이 다 주어졌다.
물론 어째서 퀘스트 이름이 ‘수정탑을 파괴하라.’ 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결국 수정탑만 파괴하면 클리어였고.
그리고 당연히 수월하게 모든 단계를 클리어 하는 것이 가능했다.
수정탑을 가로 막는 몬스터 따위는 내 공격을 제대로 버텨내지 못했고 함정은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 앞에서는 전혀 방해물이 되지 못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계속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당연히.
[S등급입니다. 차후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라는 메시지를 들으며.
그리고 곧 마주한 30라운드.
[30단계를 시작합니다.
-3개의 수정탑 중에서 진짜 수정탑을 파괴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수정탑은 무척이나 약한 수정탑입니다. 작은 피해만으로 수정탑이 파괴됩니다.
-제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메시지가 끝남과 동시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3개의 수정탑.
겉으로 봐서는 완벽하게 똑같았다.
물론 제한 시간이 없다는 메시지에 서두르지 않고 플라이를 사용하며 위에서 아래까지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차라리 몬스터가 나오던가! 이건 완전 운이잖아. 운!”
눈 씻고 찾아봐도 차이점은 없었다.
그만큼 3개 전부 똑같은 수정탑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약하다고 언급한 수정탑에 테스트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허...”
절로 나오는 허탈한 웃음.
그만큼 말이 안 되긴 하겠지만 내가 어쩌지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몬스터가 등장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공격을 해도 박살나지 않는 내구성을 가진 그런 수정탑이 등장했으면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어쨌든 내 능력 부족이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운에 기대야 하는 상황은 허탈하다 못해 살짝 화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불쑥.
여전히 플라이로 공중에 떠 있는 내 밑으로 하얀색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슈우웅.
말릴 새도 없이 그 거대한 몸통을 드러내고 수정탑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끝부분이 아니라 몸통 전체로 3개의 수정탑 전부를 향해.
파캉!
한번에 3개의 수정탑이 박살이 났지만 그 3개가 동시에 박살이 나서인지 소리는 단 하나만 울렸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상황.
“야! 그걸 전부 박살내면 어떻게 해!”
곧장 뿌리를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이번 단계에서는 3개의 수정탑 중에서 진짜 수정탑을 파괴해야 했으니까.
물론 뿌리를 향한 힐책은 더 이상 없었다.
뿌리의 행동에 당황해서 나온 소리지 솔직히 퀘스트 하나 망쳤다고 뿌리를 닦달하기에는 그간 받은 것들과 도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후우...”
하지만 절도 드는 낙담은 어쩔 수 없었다.
재미있었다는 듯이 전보다 훨씬 도톰해진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하얀색 뿌리는 그런 내 마음을 더욱더 심란하게 만들었고.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30단계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SSS등급입니다. 차후 대량의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1분 뒤에 31단계로 넘어갑니다.]
“응?”
당연히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울릴 거라고 예상했다.
3개 중에 진짜 수정탑이 있다는 언급을 함으로써 결국 나도 모르게 그 중에 가짜 수정탑이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당연히 3개를 전부 박살냄으로써 그 중에 가짜 수정탑도 박살이 났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순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기꾼 같은 놈!”
이건 명백히 퀘스트 진행자를 우롱하는 그런 단계였다.
물론 어디에도 가짜라는 언급은 없었다.
그저 진짜 수저탑을 파괴하라고만 했지.
하지만 3개 중에 진짜를 찾으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3개가 전부 진짜일 리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후...”
절로 나오는 한숨.
하지만 한숨은 길지 않았다.
어쨌든 클리어를 했으니까.
그래서 여전히 도톰한 몸을 꿈틀꿈틀 흔들어대는 하얀색 뿌리에 다가가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뿌리야. 잘했어! 흐흐흐.”
그리고 마치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뿌리가 더 역동적이게 꿈틀거렸다.
그 후 다시 한 번 더 강력해진 수정탑이라던지 무적 시간이 존재해 무적이 풀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고 수정탑을 깨야하는 라운드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무난하게 클리어 해 나갔다.
퀘스트가 진행되는 내내 무적이 아닌 이상에야 아주 짧은 시간 아니, 단 1초만 주어져도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우선 그렇게 또다시 클리어, 클리어 또 클리어를 해나갔다.
그러다.
[마지막 50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6개의 수정탑 중에서 진짜 수정탑을 파괴해야 클리어 가능합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수정탑은 무척이나 약한 수정탑입니다. 작은 피해만으로 수정탑이 파괴됩니다.
-제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30라운드의 재탕.
그래서 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런 꼼수를 써놓고 또 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아니지. 30라운드를 돌파했다는 것은 결국 그 꼼수를 알아챘다는 것을 이 퀘스트의 설계자도 알 텐데. 그걸 한 번 더 꼬으면...”
순간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외쳤다.
“뿌리야!”
불쑥.
내 외침에 다른 때와 달리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모습을 드러낸 하얀색 뿌리.
그리고는 수정탑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히 1번 수정탑을 파괴하고는 5번, 6번 수정탑으로.
빠캉. 빠캉. 빠캉.
연달아 울리는 수정탑이 파괴되는 소리.
그와 함께.
[축하합니다. 퀘스트 ‘수정탑을 파괴하라.’의 모든 단계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획득한 S등급 : 43개.
-획득한 SS등급 : 5개.
-획득한 SSS등급 : 2개.
-획득한 등급에 따른 가산점을 계산중입니다.]
“흐흐흐.”
결국에는 완벽한 성공.
그래서 웃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그런 퀘스트가 아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운 퀘스트는 아니었으니까.
특히나 30라운드와 50라운드는 더더욱.
여하튼 여전히 꿈틀꿈틀 거리는 뿌리를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볼 찰나 메시지가 울렸다.
당연히 보상에 관한 내용의 메시지가.
< 수정탑은 깨야 제맛. > 끝
< 선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