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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33화 (233/271)

233화. 검은 액체 인간 (3).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만약 굉음만 울리는 것으로 끝났다면 실망을 했을 것이다.

그건 결국 막혔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뭉게뭉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검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 검은 기운이 걷힌 사이로 정말 피골이 상접한 말 그대로 앙상한 몰골을 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그것은 검은 액체 인간이었고.

[아니야... 절대 아니야. 이게... 이게 가능할 리가 없어.]

퀭한 눈을 하고서 마치 독백을 하듯 주절주절 거리는 검은 액체 인간.

아무래도 스스로 무적이라 언급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던 것이 깨지자 꽤나 충격이 큰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

아니, 오히려 바라던 일.

그래서 건들건들 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정 스킬 ‘특출나게’의 종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더욱이 녀석이 설치한 이 죽음의 링은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됐고.

“아니긴 무슨. 그나저나 그게 마지막 비장의 수였던 거야? 더 없어?”

[.......]

원래의 그였다면 내 비아냥거리는 말에 욕설은 기본이고 당장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격은커녕 욕설 자체도 없었다.

그저 퀭한 눈으로 나를 주시할 뿐.

우선 그 모습에 더 말을 이어갔다.

“아, 나는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는데... 더군다나 이렇게 야윈 어린아이는 더더욱. 그럼 봐줘야 하나?”

그 말을 내뱉으며 슬쩍 녀석을 주시했다.

그러나 녀석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퀭한 눈에 이어 꽉 다문 입술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곧장 결정을 내렸다.

“징벌 아이스!”

쾅!

정확히 녀석의 머리통을 향해 징벌 아이스를 사용했다.

물론 그간 어떻게든 조금의 정보라도 알아내기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

하지만 그렇다고 녀석을 살려줄 수는 없었다.

분명 아직 시간적 여유가 꽤 되긴 했지만 어떻게든 ‘특출나게’가 종료되기 직전까지 끝을 봐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악착같이 전투를 벌인 것이고.

물론 녀석을 살살 구슬리는 방법도 있었다.

녀석은 확실히 궁지에 몰렸으니까.

그러나 내가 강력히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녀석이 안 순간 그것 자체만으로 녀석은 하나의 무기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빌미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밀 수도 있었고.

그리고 항상 변수는 그 고민을 하는 와중에 발생을 했다.

그래서 차라리 일찌감치 어떤 변수가 발생하기 전에 깔끔하게 죽이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결과가 나왔는데 아쉬움에 질질 끌며 상대방에게 시간을 준다는 것 자체가 그 변수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여하튼 그렇게 ‘특출나게’를 사용한 상태의 징벌 아이스는 전과 다른 어마어한 위력을 냈고 단순히 기포를 발생시켜 검은 기운을 내뿜는 수준이 아니라 결국 녀석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그리고 그 순간.

뻥!

마치 바람이 잔뜩 들어간 거대한 풍선이 터지듯 크나큰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터져 나갔다.

그 사이로 전과 달리 유달리 더 짙어 보이는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촤르륵.

동시에 검은 액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통의 투명한 물만 남아 그대로 땅바닥에 흩뿌려졌다.

즉, 끝이자 나의 승리.

“.......”

하지만 워낙 강적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초라한 그 마지막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메시지가 울렸다.

[죽음의 링에 한명만 남았습니다.

-죽음의 링이 해제됩니다.]

쿠오오오.

작은 사각형의 링을 만들었던 동서남북에 우뚝 솟았던 붉은색 기둥.

그것이 메시지가 울림과 동시에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이겼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외곽에 있는 모두도.

“우와아아아!”

“이겼다! 이겼어!”

“홍주영! 홍주영!”

“아시란테! 아시란테!”

순간 대기가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함성이 울렸다.

우선 그 모습에 살짝 손을 들어 호응해줬다.

분명 그 어느 때보다 고생을 한만큼 생색을 낼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연신 나를 연호하는 그들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

그날 밤 죽음의 링이 생성됐던 그 자리.

아무래도 전투는 끝났지만 치열한 전투의 흔적은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치열한 전투의 흔적 외곽에서 무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뭉쳐지는 것이 있었다.

스멀스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은 정도의 검은색의 무언가.

더욱이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기에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순찰을 돌던 모두는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선 그렇게 검은색 무언가들은 늦은 밤부터 시작해 가장 짙은 어둠이 깔리는 동이 트기 직전까지 서로 뭉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후 새끼손가락의 손톱만큼 크기로 뭉치고 더 이상 그것에 달려드는 검은색의 무언가가 없는 순간.

쾅!

그것을 향해 내리 꽂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거대한 얼음덩어리.

그와 함께 목소리 하나도 흘러나왔다.

“쳇. 역시나 이럴 줄 알았지.”

***

내 이름값에 비해 살인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었고 나름대로 전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특히 스미스가 그랬고 스미스를 따라왔던 4명의 남녀도 그랬다.

북한의 김율정도 그랬고.

김율정에 종속되어 스스로 죽기를 원했던 서지혜를 제외하고.

아니, 굳이 내 손으로 죽인 자들로 한정하지 않아도 보르네슈 탐험대에 버려졌던 약 1만 명에 달하는 일반인들 전부가 대체적으로 그랬다.

살고 싶어 했고 그렇기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보르네슈 탐험대를 저주했고 원망했었다.

더욱이 검은 액체 인간은 나와 필적할 정도의 강자.

만약 내가 검은 액체 인간이라면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살려달라고 했을 것이다.

이만큼 강한데, 이만큼 강해지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그대로 죽는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니까.

물론 확신은 없었다.

분명 퀭한 눈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줬고.

하지만 혹시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이곳을 지켰던 것이고.

여하튼.

푸쉬쉬.

새끼손가락의 손톱 크기로 뭉쳤던 검은 무언가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다시 그것에 공격을 할 찰나.

날름.

그것을 날름 가로채는 아니, 먹어치우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하얀색 뿌리.

“야! 뱉어! 너 그렇게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고! 얼른 뱉어 인마!”

우선 곧장 땅에서 솟구친 하얀색 뿌리에 다가가 녀석을 흔들었다.

하지만.

꿈틀꿈틀.

녀석은 내 흔드는 방향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마치 놀이인양.

“허...”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헛기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모른다는 듯이 하얀색 뿌리는 여전히 꿈틀꿈틀 거렸다.

다음날.

분명 어마어마한 전투.

그리고 승리.

즉,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피해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승리가 훨씬 더 달콤했으니까.

당연히 주인공인 내가 빠질 수는 없었고.

우선 나도 전력을 다한 전투는 꽤 오랜만이었고 결코 쉽다고 할 수 있는 전투는 아니었기에 그 파티에 몸을 맡겼다.

물론 살짝 걱정거리가 있기는 했다.

바로 뿌리가 먹어치운 검은 무언가.

당연하지만 검은 액체 인간과 연관될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절레절레.

곧 그 생각을 털어냈다.

만약에 뿌리가 그것을 먹고 마치 기생충 때처럼 조금이라도 더 강해진다면 나에게 무조건 이득이니까.

여하튼 그렇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사옌스 길드를 포함해 아르헨티나 소속의 모두가 나를 붙잡았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당장 검은 액체 인간보다 더 강한 존재가 튀어나오지 말란 법은 없기에 그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휴식은 어제 하루면 족하기도 했고.

더욱이 어서 빨리 1800레벨 사냥터에 위치한 파란색 고대의 정령을 잡아 몬스터 각인을 완료해야 했다.

그래야 광역 스킬을 사용해 붉은색, 갈색, 회색의 고대의 정령도 마음껏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때 사옌스 길드의 길드장이 악수를 건네는 내 손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퀘스트 공유.”

[퀘스트 ‘수정탑을 파괴하라.’를 공유 받았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지금의 내 강함에 이벤트와 퀘스트가 크나큰 일조를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더욱이 퀘스트는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유한 퀘스트 장인으로 클리어시 차후 100개에서 300개 사이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추가적으로 더 얻으니까.

아니, 굳이 그것을 떠나서 무조건 반길 수밖에 없는 것이 퀘스트였다.

“이미 받은 것이 있는데 이것을 또 받아도 될지...”

당연하지만 내가 한 일이 결코 작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사옌스 길드를 필두로 아르헨티나 소속의 길드에서 십시일반 골덴링을 모았다.

총 500억 골덴링을.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골덴링보다 더 귀한 것이 코인이니까.

말인즉슨 사옌스 길드를 필두로 아르헨티나 소속의 거대 길드에서 나에게 준 골덴링을 다시 그들이 보유한 코인으로 교환해 줬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얻은 것은 총 5만개의 코인.

물론 겉으로 보면 1개의 코인을 교환하기 위해 필요한 골덴링이 100만 골덴링이니 500억 골덴링으로 5만개를 교환한 것은 쌤쌤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 500억 골덴링은 판매자가 갖지 못하는 허공에 날아가는 수수료니까.

즉, 5만개의 코인을 획득했다는 것은 거의 1000억 골덴링 이상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퀘스트까지.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번 튕겼다.

그게 예의니까.

여하튼 그런 내 말에 사옌스 길드의 길드장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입을 열었다.

“오히려 부족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그러니 개의치 말고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그 말에 더 이상 거절치 않고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그 후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고 발길을 돌렸다.

바로 집으로.

***

그 시각 ㅇㅇㅇ영역.

“바셀이 죽었다고?”

“그놈이?”

“농담이지?”

원형 테이블에 앉아있던 3명의 남녀는 수하의 보고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놀라며 되물었다.

“그분의 영혼석이 방금 빛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바로 제비뽑기로 자신이 가장 먼저 지구라는 곳에 갈 수 있다며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던 바셀의 죽음.

“.......”

“.......”

“.......”

그렇게 3명의 남녀는 침묵했다.

그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일어나서도 안되고.

그러다 3명 중에서 유일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자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그렇지 않다면 벌써부터 바셀을 이길 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하지만 그자는 ‘Forgotten Legend’와 ‘Revival Legend’를 만들고 모든 힘을 잃은 채 우리에게 감금된 상태다.”

“맞아. 더욱이 우리가 직접 ‘Forgotten Legend’와 ‘Revival Legend’를 확인했다.”

유일한 여자의 말에 나머지 2명의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바셀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건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 이 상황?”

“.......”

“.......”

이번 여자의 말에는 나머지 2명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봐도 바셀의 죽음은 이해가 안 갔으니까.

그러다 2명의 남자 중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꼭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1명. 정말 지구라는 곳의 모든 자가 1명에게 코인을 몰아주면 어쩌면 가능하다.”

하지만.

“장난해? 설마 인간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욕망덩어리인 인간은 당장 눈앞에 죽음이 닥쳐도 절대 남에게 자신의 것을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잘 알잖아.”

여자의 그 말에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잠시 아무 말도 내뱉지 않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알지. 하지만 그나마 그게 가능성이 있지 않나?”

“.......”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의 말에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그게 아니라면 바셀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아무리 바셀이 지구와 연결된 작은 구멍을 통과하느라 모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좋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여자의 질문에 붉은머리카락의 남자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없애야지. 1100레벨에 코인을 교환할 수 있는 특권을.”

그러자 이번에는 여자가 아닌 덩치가 우락부락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반대급부의 페널티가 따른다.”

“어쩔 수 없지. 나중을 생각하면 그게 더 싸게 먹힐지도 모르니까.”

그 후로도 3명의 남녀는 더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선 당장은 1100레벨에 획득하는 골덴링으로 코인을 교환할 수 있는 특권을 삭제시키기로 합의를 했다.

< 검은 액체 인간 (3). > 끝

< 10퍼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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