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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32화 (232/271)

232화. 검은 액체 인간 (2).

결국 둘 중에 하나만 살아 나갈 수 있는 죽음의 링.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을 흥분시켜 정보도 얻어내고 나에게만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연신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긴 했지만 솔직히 그 와중에 죽어나가는 자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녀석이 알아서 이렇게 둘만 존재하는 전장을 만들어준 상황.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녀석도 자신이 있기에 이 죽음의 링을 설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나도 충만했다.

더욱이 분명 죽음의 그림자라는 디버프가 통하지 않은 것과 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에는 당황한 티도 역력했고.

그래서 녀석이 이 죽음의 링을 설치했겠지만.

여하튼.

퍽. 퍽. 퍼버버벅. 퍽.

녀석의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검은 액체들이 연신 내 몸에 박혀들었다.

그리고 분명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생명력이 줄어들어갔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생명력이 줄어들어간다는 말이 꼭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말과 동의어 일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Revival Legend’를 시작하자마자 0레벨부터 다른 특성도 그렇지만 동반 성장이라는 사기에 가까운 특성을 보유했었다.

역시나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라는 어마어마한 호칭도 0레벨에 갖고 시작했고 그 뒤로도 꾸준히 계속 호칭을 얻어 현재는 무려 13개에 달했고.

거기에 화룡정점으로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아이템들.

즉, 지금껏 나 스스로 위험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피해를 입은 적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그 이유는 처음부터 약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불가항력적인 가령 기생충 같은 것에 잠식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하튼 지금 발생하는 피해가 분명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피해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안절부절 못할 정도의 피해인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전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우선 방어막을 세웠다.

어차피 마나는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았으니까.

“아이스 쉴드.”

팅. 팅. 팅. 팅.

현재 보유한 스킬의 가장 낮은 레벨이 3레벨인 것을 감안하면 분명 낮은 레벨에 포함되는 5레벨의 아이스 쉴드.

그러나 지력이 지력이다 보니 잘 버텨냈다.

그리고 그 아이스 쉴드 뒤에서 녀석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아이스 스톰. 아이스 스피어!”

퍽. 퍽. 퍼버버벅. 퍽.

물론 내 공격에 녀석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죽음의 보호막!]

녀석도 나처럼 검은 액체 방패를 꺼내들며 내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퐁. 퐁. 퐁. 퐁. 퐁. 퐁.

내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녀석의 검은 액체 방패에서 기포가 발생했고 그 기포 사이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뜻은 녀석이 방어를 해냄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고.

그래서 전혀 아쉽지 않았다.

물론 내 아이스 쉴드라고 무적은 아니었다.

째캉.

나름대로 잘 버텼지만 결국 박살이 나버려다.

그러자 다시 녀석의 소용돌이로 발생한 검은 액체가 내 몸에 닿을 찰나.

“아이스 웨폰.”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녀석을 상대로 근접 전투를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굳이 할 필요도 없거니와 검은 액체는 그 자체로 꽤나 꺼림칙했으니까.

하지만 현재는 죽음의 링에 갇힌 상황.

더욱이 그 안은 녀석의 죽음의 소용돌이로 인해 사방팔방에 검은 액체가 흩날렸다.

그만큼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도 그 공격을 피할 수 없고 결국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면 나도 근접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라지만 그렇다고 근접 공격이 절대 약한 것은 아니니까.

아니, 명백히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공격보다 근접 공격이 더 강력했다.

얼음황제 수호검이 괜히 검이 아니었고 분명 8강화까지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가장 많이 오른 수치를 꼽으라면 바로 물리공격력이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녀석의 뒤로 다가가.

푹. 푹.

[크윽.]

그대로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얼음황제 수호검이 박힌 곳에서는 큼지막한 기포가 발생했고 거기서 검은 기운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젠장! 울려라. 죽음의 메아리!]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메아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지 않아?”

[.......]

분명 놈도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건 상대방의 정신력에 비례해 디버프가 미약하게 혹은 약하게라도 걸렸네 안 걸렸네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녀석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은 그대로 묻어났고.

우선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녀석의 신경을 긁는 말을 내뱉었다.

“미련한 거야? 아니면 멍청한 거야? 아, 둘 다인가?”

[으드득. 이 개잡놈의 새끼! 휘몰아쳐라. 죽음의 폭풍우! 들끓어라. 죽음의 대지!]

퍽. 퍽. 쾅. 쾅.

순식간에 직전의 죽음의 소용돌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한 검은 액체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직전에 사용한 아이스 필드와 거기에 중첩된 살얼음으로 생성된 얼음의 대지도 이곳저곳 금이 가며 부서지기 시작했고.

물론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나도 8레벨 스킬들의 쿨타임이 돌아왔으니까.

“아이스 토네이도! 징벌 아이스!”

휘이잉.

쾅.

녀석의 거대한 폭풍우.

그리고 나의 돌풍을 동반한 강력한 회오리.

그것이 중앙에서 맞부딪치며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으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말 그대로 용호상박.

물론 그 와중에 나의 징벌 아이스는 녀석이 소환한 검은 액체 방패에 막혔지만 상관없었다.

내 징벌 아이스를 막아낸 녀석의 검은 액체 방패에서는 검은 기운이 뭉텅이로 뿜어져 나왔고 그 순간 검은 액체 방패는 투명한 물이 되어 땅으로 쏟아졌으니까.

그만큼이 녀석의 피해고.

더욱이.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사전에 펼쳐놓은 내 얼음의 대지를 박살내는 녀석의 죽음의 대지에 대항하여 다시 얼음의 대지를 만들었다.

물론 더 사용한다고 얼음의 대지가 중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중첩이 가능한 것은 살얼음뿐이니까.

하지만 금이 가고 박살난 얼음의 대지가 다시 뭉쳐지기 시작했다.

우선 그렇게 땅에서 그리고 땅 위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고 나로서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기에 다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도 한손에는 검은 액체로 이뤄진 검을 다른 한손에는 검은 액체로 이뤄진 방패를 들고 달려들었고.

그렇게 2차전이 벌어졌다.

***

죽음의 링 외곽.

그곳에는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

“.......”

“.......”

아무도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 죽음의 링 안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절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다 아시란테를 안내하며 이것저것 설명을 했던 사옌스 길드의 정보부 팀장 주앙이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시란테의 강함은 충분히 안다고 여겼습니다. 그간 그의 활약상들이 이래저래 많이 공개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간 아시란테의 강함을 드러낼 퀘스트와 이벤트 거기에 시련과 고난, 역경이 너무 빈약했던 것 같습니다.”

“.......”

“.......”

주앙의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멍청한 자는 여기에 없었다.

말인즉슨 아시란테의 능력이 10이라면 그간 3의 능력으로도 뭐든지 해결이 가능했기에 결국 아시란테의 능력을 3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마치 그게 맥시멈인 듯.

하지만 제대로 된 맞상대가 등장하자 드러난 아시란테의 강함.

특히나 이곳에 있는 모두는 잠시나마 검은 액체 인간과 겨뤄봤기에 아시란테가 얼마나 강한지를 더 잘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쪽에서 슬며시 흘러나온 목소리에 모두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홍주영! 홍주영!”

“아시란테! 아시란테!”

만약 홍주영이 패배하면 아무리 봐도 저 검은 액체 인간을 막을 방도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

원래 약 5미터의 키를 가진 채 등장했던 검은 액체 인간.

그런데 약간의 전투로 살짝 키가 줄어들었지만 스스로 ‘요동치고 증폭돼라!’는 버프 같은 것을 사용하더니 순식간에 그 2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얼추 그 정도는 되는 덩치와 키로 변했다.

그 이후 죽음의 링에서 진행된 약 30분 가까운 전투.

그 전투로 내 생명력도 30% 이하로 내려갔다.

물론 6만 5천이 넘는 생명력이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전투를 하는 와중에도 자동으로 회복되는 생명력의 양과 속도는 어마어마했지만 그만큼 녀석의 공격도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 것이 있었다.

바로 타이탄이라는 몬스터 각인.

힘과 체력 3000씩 증가도 증가지만 진짜 강자와의 전투로 10%의 피해량 감소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이번에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단, 그만큼 아쉬운 것도 있었다.

바로 뿌리.

분명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상대를 했을 것이다.

생명력이 30% 이하로 내려갈 일은 아예 없었을 것이고.

하지만.

‘그래. 몬스터 각인이라도 준 것이 어디야.’

이번 전투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몬스터 각인을 포함해 이미 도움을 준 것이 많았기에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제 승리도 얼마 남지 않았고.

왜냐하면 내 앞에는 이젠 나보다 더 작은 키와 덩치를 가진 마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검은 액체 인간이 서 있었다.

“어째 많이 안쓰러워 보이는데?”

[.......]

시간을 질질 끄는 것?

나에게도 손해는 아니었다.

녀석도 그만큼 회복을 하긴 하겠지만 나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회복을 할 테니까.

대신 그것으로 인해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는다면 그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내 비아냥거리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없는 검은 액체 인간.

“뭐야? 갑자기 벙어리라도 된 건가?”

[...너의 강함을 인정한다. 특히나 표식도 없는 주제에 이렇게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조차도 놀랍다.]

“뭐 굳이 너를 놀랠 킬 생각은 없고. 잠깐 대화를 했으면 하는데 말이야.”

[마치 다 이긴 양 떠들어 대는군.]

“글쎄? 그걸 나만 느끼고 있나?”

[...건방지군.]

“이정도 능력이면 건방져도 되잖아.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독이라는 것을 모르나봐.”

[그래. 맞다. 너 정도 실력자면 건방져도 되지. 그럼 다시 전투를 시작해 볼까?]

“설마 더 도전을 하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급속 재생!]

녀석이 외친 급속 재생.

순간 녀석의 몸에 물결이 발생했고 파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전에도 본적이 있었다.

바로 ‘요동치고 증폭돼라.’ 라는 스스로에게 버프는 걸 때.

우선 그 모습에.

“징벌 아이스!”

쾅!

곧장 징벌 아이스를 날렸다.

하지만.

[크크크. 급속 재생의 나는 무적에 가깝다!]

전에는 내 공격을 막아도 그 부위에서는 기포가 발생했고 그 사이로 검은 기운을 내뱉었다.

그만큼 녀석은 몸이 쪼그라들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 기포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검은 기운도 내뿜지 않았다는 뜻이고.

더욱이 어째서 급속 재생이라는 말이 존재하는지 알정도로 순식간에 녀석의 몸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만약 녀석이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이번에는 나의 패배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곧장 외쳤다.

더 이상 녀석이 더 회복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으니까.

“사용. 특출나게.”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이 보유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중에서 가장 특출난 스탯은 지력입니다.

-현재 보유한 지력 수치: 85,457

-30분간 지력 수치가 170,914으로 변경됩니다.

-특출나게의 유지 시간이 종료하면 10일의 쿨타임이 발생합니다.]

그간 꽤 오랫동안 특출나게를 사용치 않았다.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까.

물론 죽음의 링에 갇힌 순간부터 사용을 할까라는 생각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만약 30분간의 전투로 녀석을 끝내지 못하면 결국 나의 패배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껴뒀다.

그러다 승기를 잡았고 굳이 사용치 않아도 되겠다 싶었고.

하지만 지금이 바로 사용을 해야 할 때.

그래서 우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얼음을 깔았다.

그리고는.

“블리자드. 아이스 토네이도.”

하나의 스킬을 빼고 가장 강력한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그러자 얼추 조성된 분위기.

그 다음으로는 곧장 녀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디 한번 이것도 버텨봐라! 아이스 브레스!”

콰아아앙!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녀석은 거의 무적에 가깝다고 했지 무적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충분히 깰 자신이 있었다.

< 검은 액체 인간 (2). > 끝

< 검은 액체 인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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