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검은 액체.
어차피 가기로 한 것 괜히 시간을 끌다가 현재 검은 액체를 막고 있는 저지선이 뚫리는 것은 나도 원치 않는 일이기에 곧장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저지선에 도착한 나를 무수히 많은 자들이 반겼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주영님.”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국민이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검은 액체의 시발점이 아르헨티나이다 보니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그래서 그런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본거지로 삼고 있는 사옌스 길드를 포함해 여타 다른 아르헨티나 소속의 인물들이 다른 자들보다 더 격하게 나를 반겼다.
그리고 그 모습에.
“뭘요. 제가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굳이 거들먹거리거나 콧대를 세울 필요는 없기에 우선 겸손하게 대했다.
괜히 도움을 주고도 뒤에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
더욱이 분명 자신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이 문제를 100% 해결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하튼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나누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일이라서 그런지 이곳에 차린 합동본부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사옌스 길드의 길드장을 따라 함께 저지선으로 움직였다.
물론 이동하는 와중의 사옌스 길드 소속의 정보부 팀장 주앙이라는 자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약 12시간 전부터 현재의 저지선에서 진행이 고착화된 것 같지만 정확히 3시간 전부터는 검은 액체의 힘이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제 1저지선을 포기하고 제 2저지선으로 후퇴할 예정이었습니다.”
“...검은 액체가 더 강해진다고요?”
사전에 들은 정보로 검은 액체는 개나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과 ‘Revival Legend’를 하는 유저를 흡수함으로써 더 강력해 진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사람과 동물 거기에 ‘Revival Legend’의 유저가 저 검은 액체가 흡수되지 않는다면 검은 액체는 강해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즉, 그걸 앎에도 멍청하게 검은 액체에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들이 접근하게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멍청이가 수뇌부 일리가 없고 만약 그런 멍청이가 한두 명 있다 해도 이곳에 있는 수많은 자들이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나의 그 질문은 익히 예상했다는 듯이 정보부 팀장 주앙이라는 자가 곧장 입을 열었다.
“네. 저희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접근은 물론이고 근처의 온갖 동물은 뒤로 물리거나 제거를 했고요. 그런데 처음부터 저희가 검은 액체의 힘을 얕잡아 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이 그때 흡수한 동물들과 인간들의 힘을 이제야 발휘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흠...”
우선 그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작게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3번, 2번 저지대를 지나 제 1저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격! 1, 2조는 뒤로 빠지고 3, 4조는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어라! 5, 6조는 투입 준비를 하고!”
“네!”
“알겠습니다! 체인 라이트닝.”
“내 공격은 모든 것을 부순다. 거인의 일격!”
:
:
“불의 정령의 분노!”
“불어라! 모래 폭풍.”
“옭아매라! 끈끈한 뿌리여!”
“날카로운 칼바람!”
단일 공격이든 광역 공격이든 상관없이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은 자신이 사용 가능한 온갖 공격을 검은 액체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퐁당. 퐁당. 퐁당. 퐁당.
마치 깊은 호수에 작은 돌멩이를 집어던질 때 나는 소리.
그런 소리가 연달아서 울렸다.
물론 퐁당 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만큼 약간의 충격은 발생했다는 뜻이고 그래서인지 그때마다 검은 액체에 작게 파문이 일며 역시나 좁은 범위에 물방울 같은 검은색 방울이 튕겨져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하지만 솔직히 들인 공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반응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 검은 액체에 공격을 퍼붓는 존재는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말인즉슨.
“조준 똑바로 해라!”
“엄한 곳으로 쏘지 말라고!”
퍽! 퍽! 쾅! 쾅!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 뒤쪽으로는 백대가 훌쩍 넘는 탱크는 물론이고 개인 화기와 기관총 거기에 RPG-7같은 휴대용 로켓 발사기 같은 것이 연신 불을 뿜어댔다.
당연히 목표는 검은색 액체였고.
우선 그 모습에 정보부 팀장 주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게 효과가 있나요?”
물론 이유 없이 저렇게 온갖 공격을 그것도 필사적으로 검은 액체에 집어넣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히 어떤 효과가 있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공격으로 검은 액체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그 변화가 극히 미비했다.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정보부 팀장 주앙이 곧장 말을 내뱉었다.
“낮긴 하지만... 분명 있긴 있습니다. 홍주영님도 저 검은색 기운이 보이시겠죠?”
주앙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퐁당. 퐁당. 퐁당. 퐁당.
물론 주앙은 딱히 한 지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수많은 공격들이 검은 액체와 부딪치는 지점들을 가리켰다.
그때마다 작지만 어쨌든 충격이 발생했고 그로인해 검은 액체가 출렁거림과 동시에 파문이 일었고.
그리고 그 순간 아주 극소량의 검은 액체가 충격으로 물방울처럼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왔다.
주앙이 말한 검은색 기운은 그때 물방울처럼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온 검은 액체에서 뿜어져 나왔고.
“네. 보입니다.”
우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저 검은색 기운이 바로 검은 액체의 본질로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2시간 가까이 현재의 경계선에서 소강상태로 만들 수 있던 것도 작게나마 꾸준히 저 검은색 기운을 검은 액체에서 뽑아낸 덕분이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맞는 건지 모르게 됐습니다.”
하긴 그게 사실이라면 점점 더 약해져야 하는 검은 액체.
그런데 검은 액체는 점차 더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멀스멀.
“뒤로... 뒤로 물러나라!”
“절대 검은 액체와 닿지 마라!”
분명 느리긴 했지만 앞에 존재하는 온갖 방벽은 물론이고 수많은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진 또 전진하는 검은 액체의 모습은 확실히 공포스러웠다.
실제로 두려움에 몸을 떠는 자들도 심심찮게 보였고.
그러나.
“뒤로 인원 좀 물려주세요. 아예 제 2저지선까지요.”
물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나 혼자보다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12시간 이상 나름대로 견고함을 자랑하던 제 1저지선이 천천히 붕괴되는 모습에 이미 그들의 사기는 뚝 떨어졌다.
더욱이 제 1저지선보다 더 넓은 것이 제 2저지선이기에 제 2저지선이라고 저 검은 액체를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고.
그래서 우선 뭔가 보여줄 필요는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령 한명이 얼마큼의 위력을 낼 수 있는지 같은 것으로.
그리고 그런 내 부탁에.
“모두 제 2저지선으로 물러난다!”
“물러나는데 질서를 유지해라! 옆의 동료를 챙겨라!”
“그냥 물러나지 말고 공격. 한번이라도 더 공격을 퍼부어라!”
아무도 내 의견에 반발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스멀스멀.
왠지 자신을 향한 공격과 방벽이 사라진 것을 아는지 검은 액체가 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상관없었다.
여기는 현실이니까.
말인즉슨 ‘Revival Legend’의 나는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이건 자만과 오만이 아니라 정말 길을 가는 사람 100명을 붙잡고 현재 가장 강한 자가 누구냐고 물어도 100명 모두 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Revival Legend’ 내에서보다 현실의 내가 더 강했다.
현실 구현률 100%를 달성한 후로 하나의 구역으로 합쳐지기 전 40번 구역 내의 ‘최강길드를 찾아라.’와 그 40개 구역이 뭉쳐서 진행한 왕중왕전에서도 모두 우승을 했으니까.
거기에 직전의 ‘가장 빨리 1800레벨 사냥터에 도달하라.’에서도 1등을 했고.
그리고 그때 얻은 코인들을 전부 합치면 7만개였다.
더욱이 사냥을 하면서 자잘하게 얻은 것도 꽤 됐고.
즉, 코인들을 굳이 쟁여둘 필요는 없기에 꼬박꼬박 사용을 해서 현재의 현실 구현률이 무려 107%에 달했다.
물론 고작이라고 폄훼할 수 있는 수치인 7%.
많다, 적달 구분을 하면 분명 적다에 속하는 수치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내 수준에 1%?
명백하게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7%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거리낌 없이 사기가 극도로 떨어진 모두를 뒤로 몰렸다.
오히려 옆에 붙어있는 것이 거추장스럽기도 했고.
여하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그 검은 액체를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기 곧장 공격을 시도했다.
우선 나에게 그 위에 위치하는 것만으로도 한층 전투력을 끌어 올려주는 얼음의 대지를 만드는 것부터.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평소 몰이사냥을 하던 때와 달리 나를 중심으로 두지 않고 훨씬 내 앞쪽에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사용했다.
나는 얼음의 대지에 살짝 발만 걸쳐도 충분했고 결국 목표는 점점 구역을 넓혀가는 저 검은 액체니까.
그리고 그렇게 얼음의 대지가 생성되는 순간.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퐁.
마치 보글보글 끓는 물.
그로인해 생겼다 터져가는 수많은 기포들.
지금의 모습이 딱 그랬다.
물론 아직까지는 ‘와!’ 하고 놀랄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정말 손톱만한 기포였으니까.
본질이라던 검은 기운도 쪼끔 밖에 나오지 않았고.
다만 실망하기에는 아직 나는 본게임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명백히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은 내 원투펀치가 아니라 단순히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그런 스킬이었고.
그래서 곧장 입을 열었다.
“블리자드! 아이스 토네이도!”
퍽. 퍽. 퍼버버벅. 퍽.
휘이이잉.
이번에 새로 습득한 9레벨 아이스 브레스를 제외하면 나의 원투펀치에 해당하는 스킬들.
아무래도 넓게 펼쳐진 검은 액체를 상대로 했기에 광역 스킬부터 퍼부었다.
아이스 브레이스에 비해 약간 쳐진다 뿐인지 절대 손색이 있는 그런 스킬은 아니었으니까.
그러자.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퐁. 퐁.
전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큰 기포가 발생했고 그 기포가 터질 때마다 거기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만약 정말로 저 검은 기운이 이 검은 액체의 본체라면 분명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 분명할 정도로.
우선 그렇게 지속적인 대미지를 입히는 블리자드와 아이스 토네이도를 주시했다.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만큼 뭔가 다른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니까.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우박,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퍽. 퍽. 퍼버버벅. 퍽.
간간히 광역 스킬과 이제는 쿨타임이 없는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도 연신 날려줬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적절하게 스킬 밸런스를 유지한 거니까.
그리고 그 순간.
스멀스멀.
검은 액체가 움직였다.
전처럼 앞으로?
아니, 뒤로.
물론 내가 잘못 본 걸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또다시 검은 액체가 움직였고 이번에는 명확히 뒤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나만 그것을 확인한 것 같지는 않았다.
“와아아아!”
“뒤로... 검은 액체가 뒤로 물러난다!”
“홍주영! 홍주영!”
검은 액체가 점차 퍼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다 한참 떨어진 곳에 겨우 만든 저지선.
그런데 그 저지선마저 뚫릴 위기에 나 혼자 검은 액체를 뒤로 물러나게 하자 내 뒤쪽에서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선 그 모습에 나도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 뒤에 있던 수만은 자들도 멍하니 눈만 뜨고 있지는 않았다.
나를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도 아니고.
“모두 홍주영님을 도와라!”
“굳이 앞장설 필요는 없다. 그저 홍주영님을 뒤에서 공격을 해라! 많이도 필요 없다. 한방 한방이면 족하다!”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겉으로 드러난 상황 만큼은 승기를 잡은 상황.
그래서 뒤로 물러나 있던 자들도 합세를 했고 그게 적게나마 분명 도움이 됐기에 전보다 빠르게 검은 액체를 뒤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처음 검은 액체가 모습을 드러낸 구 탈라가파 길드의 본거지까지.
그리고 그 순간.
스르륵.
전진을 할 때처럼 후퇴도 기어가듯 스멀스멀 움직였던 검은 액체.
그런데 수백 번이 넘는 검은색 벼락으로 깊게 구멍이 파인 구 탈라가파 길드의 본거지에 가까워지자 직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그 구덩이 속에서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웃기지도 않는군.]
< 검은 액체. > 끝
< 검은 액체 인간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