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1600, 1700 그리고 1800 (3).
명진 쉘터 저녁 식사 시간.
“전부다?”
“응.”
내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누나.
그리고 누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난리야. 더욱이 그냥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적돼서 갈수록 더 피해가 커져서 1시간? 아니, 채 1시간도 사냥하기 힘들어 하는 형국이고.”
“.......”
내가 진입했던 1700레벨 사냥터의 이름은 죽음의 대지.
그래서 그런지 출몰하는 몬스터도 언데드였다.
더욱이 사냥터 전체에는 언데드가 아닌 이상에야 피할 수 없는 생명력과 마나가 감소하는 디버프가 존재했고.
물론 분당 혹은 초당 일정하게 생명력과 마나가 깎이는 거였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Revival Legend’ 내에서 그런 것이 영 없었던 것도 아니고.
하지만 누나 말로는 1시간만 그곳에서 사냥을 해도 깎여 나가는 생명력이 힐러의 힐로 따가라기 벅찰 정도라고 했다.
당연히 파티원의 생명력을 채워줄 힐러는 자힐(스스로 자신에게 힐을 사용하는 행위.)을 하기 바빴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힐을 사용할 마나도 부족했고.
물론 누나의 그 말에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해결 방법이 영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바로.
“그럼 한 30~40분 사냥을 하고 밖에 나갔다 오면 되잖아?”
누적돼서 갈수록 증가하는 피해량.
즉, 1700레벨 사냥터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그 누적된 것을 초기화시키면 사냥이 가능하긴 할 것이다.
조금 귀찮긴 하겠지만.
그런데 그런 내 물음에 누나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며 입을 열었다.
“1700레벨 사냥터에서 얻는 누적 디버프는 그곳을 벗어났다고 곧장 풀리는 그런 디버프가 아니야. 정확히 그 3배의 시간이 필요로 해. 즉, 1시간 동안 그곳을 사냥을 했다면 3시간은 사냥터 밖에 있어야 디버프가 완전히 풀리는 거지.”
“.......”
애초에 디버프 자체를 걸리지 않아서 알지 못했다.
사냥도 걸리적거리지 않게 깊숙이 들어가서 진행을 했고.
그리고 누나의 그 말을 이번엔 형이 받아서 입을 열었다.
“주영이 네가 갔던 죽음의 대지는 생명력과 마나 감소. 그리고 이번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공격력을 하락시키는 곳과 방어력을 하락 시키는 곳도 있고 급격한 마나 소모량 증가인 곳도 있었다. 그쪽 말로는 1시간만 지나도 1레벨 스킬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마나가 수십 배는 더 증가해서 사냥 자체가 불가능하
다고 하더라고.”
“응. 마치 손쉽게 1800레벨 사냥터로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듯이 1700레벨 사냥터는 죄다 그런 식의 피해가 급격하게 누적되는 디버프가 존재해. 물론 주영이 너는...”
순간 말끝을 흐리는 누나.
물론 왜 말끝을 흐리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여기에 있는 가족들 모두는 내 ‘올 버프, 올 디버프’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저녁 식사를 진행했고 그 후에 곧장 다시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1700레벨 사냥터의 누적되는 디버프로 ‘1800레벨 사냥터에 가장 빨리 도달하라.’ 이벤트의 경쟁자들이 후드득하고 떨어져 나갔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냥을 설렁설렁 할 일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그곳의 몬스터 각인도 끝내야 했고.
다음날.
1700레벨 사냥터 죽음의 대지.
어제는 나름대로 사냥터 입구에 꽤나 많은 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휑했다.
물론 대충 예상을 했기에 개의치 않고 사냥터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대지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익히 예상했던 메시지.
다만.
“...죄다 포기한 건가?”
사냥터 내부에도 역시 사냥하는 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혹여나 나처럼 깊숙이에서 사냥을 할 가능성?
그건 불가능했다.
나는 그 누적되는 디버프를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실제로 경험해본 자들은 절대로 1시간 이상 사냥은 불가능하다고 했으니까.
그 말인즉슨 만약 사냥을 한다면 최대한 출입구 근처에서 사냥을 해야만 한다는 뜻이고.
하지만 결국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몬스터를 찾아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얼추 녀석들을 모으자.
“아이스 브레스!”
콰아앙!
휘이이잉.
9레벨 스킬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말인즉슨 스킬 기능성 반지로 이미 9레벨 스킬인 블리자드를 써왔다.
하지만 단언컨대 9레벨 아이스 브레스는 9레벨 블리자드와는 비교 불가능한 위력을 자랑했다.
아이스 브레스의 영역에 위치한 녀석들은 마치 순식간에 증발하듯 사라졌으니까.
그런 효과는 9레벨 블리자드는 절대 내지 못했고.
물론 애초부터 광역 스킬인 블리자드와 명백히 광역보다 단일 스킬에 가까운 아이스 브레스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대미지 만큼은 확실한 차이를 보여줬다.
그리고 스킬 설명에 적혀있던 상당히 좁은 영역.
하지만 내 예상대로 상당히 좁은 영역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내 지력과 내 특성과 내 아이템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얼음황제 수호검을 15강화로 만들고 지력도 더 오른다면 그 피해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아이스 브레스를 습득한 것에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좋아. 그럼 이제 남은 것은 9일 안으로 각인을 완료하는 건가?”
당연히 자신 있었다.
급격한 속도로 누적되는 디버프가 나에게는 전혀 무용지물이었으니까.
솔직히 그것 빼고는 1600레벨 사냥터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우선 그렇게 녀석들에게 달려들며 공격을 퍼부었다.
6일 뒤.
1700레벨 사냥터 죽음의 대지.
퍽. 퍽. 쾅. 쾅.
마치 나 혼자 전세 낸 것마냥 이리저리 날뛰며 사냥을 하는 와중에 메시지가 울렸다.
[망자의 하수인에 대한 축적률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망자의 하수인의 성질을 획득합니다.
-최대 3개까지의 성질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한번 각인시킨 성질을 다른 성질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30일의 쿨타임이 필요합니다.
-현재 보유중인 성질 (3/3)
: 타이탄, 어둠에 물든 다크엘프, 망자의 하수인.
-현재 활성화 중인 성질.
: 타이탄.]
당연하지만 아직 한자리가 남았기에 이곳에 들어서고 나서 곧장 몬스터 각인을 사용했다.
물론 1700레벨 몬스터임에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 녀석으로 획득 가능한 성질은 명백히 타이탄보다 좋지 않았으니까.
말인즉슨.
[망자의 하수인.
-각인 활성화시 아래의 성질의 획득합니다.
: 체력 5000 증가.]
분명 현재 성질을 축적한 몬스터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몬스터임에도 달랑 체력 5000이 끝이었다.
스탯포인트뿐만 아니라 타이탄의 단단함이라든지 아니면 어둠에 물든 다크엘프의 활 사용시 공격 사거리 5% 증가 같은 옵션은 아예 존재치 않았다.
물론 그걸 앎에도 우선 한 자리가 비었기에 축적률 100%를 올리기는 했다.
어차피 나중에 삭제하면 되니까.
여하튼 아직 1800레벨 사냥터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고 목표로 하는 레벨이 1400이 끝이 아니기에 다시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
1700레벨 사냥터 죽음의 대지에서 사냥하길 10일째.
[1800레벨 사냥터로 가기 위한 제한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 1700레벨 사냥터에서 하루에 10시간씩 최소 10일간 접속 유지 - 달성.
: 1700레벨 사냥터에서 10,000마리의 몬스터 처리 - 달성.]
그 메시지에 곧장 사냥터 밖으로 몸을 뺐다.
물론 이미 1시간 전부터는 출입구 근처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사냥을 하기도 했고.
아무리 1700레벨 사냥터에서 이벤트 경쟁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지만 혹시나 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곧 도착한 1800레벨 사냥터.
우선 내가 찜했던 1800레벨 사냥터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기에 재빠르게 출입구 쪽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직전의 1700레벨 사냥터와 달리 곧장 진입이 가능했고 눈앞에 1800레벨 사냥터의 모습이 보임과 동시에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가장 빨리 1800레벨 사냥터에 도달하라.’ 이벤트에서 가장 먼저 1800레벨 사냥터에 진입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래의 것들이 주어집니다.
: 30억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000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3만개를 획득합니다.
: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오!”
꽤 짭짤한 보상.
그래서 절로 환호성이 새어나왔다.
특히나 대량의 경험치 때문에 더더욱.
물론 그 와중에 딱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
바로 스킬포인트가 없다는 것.
아무래도 직전에 9레벨 스킬들을 봐서인지 스킬포인트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간 경험치와 함께 쌍두마차를 이룰 정도로 잘 나오지 않는 것이 스킬포인트였기에 곧장 그 생각을 멀리 날려버렸다.
그 와중에 감히 내 앞에서 다른 생각을 하냐는듯한 메시지도 계속 울렸고.
바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나저나 확실히 1400레벨을 찍어서인지 그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예전만큼 많이 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멈추자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레벨 : 1417
죽인 횟수 : 11582,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12개.
:
:]
“뭐... 이정도면 양호하지. 1400레벨을 달성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우선 이번에 보상으로 획득한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포함해 레벨업으로 획득한 17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전부를 지력에 투자했다.
당연히 그 순간 체력도 1170개, 정신력은 585개가 올랐고.
그 후 이제는 8만 중순이 된 지력과 역시나 각인된 타이탄의 효과로 7만에 가까워진 체력을 확인하고 상태창을 닫았다.
그리고는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음... 이것 참. 운이 좋아도 너무 좋다고 해야 하나?”
이곳 1800레벨 사냥터에 출몰하는 몬스터는 고대의 정령이라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생김새가 다른 총 4종류의 고대의 정령이 존재했다.
바로 붉은색과 갈색 그리고 회색과 파란색의 고대의 정령이.
물론 그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다.
붉은색 고대의 정령은 불, 갈색 고대의 정령은 대지, 회색 고대의 정령은 바람, 파란색 고대의 정령은 아이스라는 뜻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몬스터 각인 효과도 제 각각이었다.
가령.
[고대의 정령.
-축적률 100% 달성의 고대의 정령을 각인시 아래의 성질을 획득합니다.
: 지력 4000 증가.
: 정신력 2000 증가.
: 파이어 계열의 모든 스킬 대미지 5% 증가.]
이건 붉은색 고대의 정령을 잡았을 때의 효과였다.
그리고 다른 색깔의 고대의 정령을 잡으면 분명 같은 고대의 정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몬스터임에도 다른 몬스터로 인식이 돼서 그 전의 축적률이 0%로 변했다.
물론 그게 나쁘지는 않았다.
파란색 고대의 정령의 효과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으니까.
[고대의 정령.
-축적률 100% 달성의 고대의 정령을 각인시 아래의 성질을 획득합니다.
: 지력 4000 증가.
: 정신력 2000 증가.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 대미지 5% 증가.]
파란색 고대 정령의 각인 효과를 확인하고 살짝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찾고 있던 몬스터였으니까.
물론 그로인해 한동안은 광역 스킬을 강제로 사용 금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내 광역 스킬에 파란색 고대의 정령이 아니라 다른 색깔의 고대 정령이 한 마리라도 휩쓸리는 순간 그간 축적된 성질이 곧장 0%로 바뀔 테니까.
하지만.
“어차피 이벤트도 1등을 했으니까 이제는 시간제한도 없고 더욱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이 정도 성질을 가진 몬스터라면 현재 보유한 스킬 태반을 강제로 봉인하고서 사냥을 해야 해도 무조건 환영이었다.
그래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파란색 고대의 정령만 쏙쏙 골라 사냥을 이어갔다.
< 1600, 1700 그리고 1800 (3). > 끝
< 아르헨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