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25화 (225/271)

225화. 찜.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 사냥하길 7일째.

그리고 새로운 1600, 1700, 1800레벨 사냥터가 등장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그래서 그런지 ‘Revival Legend’ 내부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한창이었다.

분명 새로운 사냥터는 랜덤으로 등장한다고 했으니까.

물론 아무리 새로운 사냥터를 가장 먼저 발견한다 하더라도 100% 소유권을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른 자들이 그것을 뻔히 지켜만 보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더군다나 과거에는 벽이라는 것이 있어서 각 구역마다 확고한 절대 강자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벽이 사라지고 단 하나의 구역만 존재하는 만큼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았고.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있었다.

어디가 됐든 그리고 누가 소유권을 주장하든 우선 당장은 명진 전체가 아닌 나 혼자서 사냥하는 것을 막아설 자는 없을 테니까.

그러다 점차 명진 길드원까지 사냥을 하게끔 유도를 하면 되고.

1300레벨, 1400레벨, 1500레벨 사냥터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우선은 계속 사냥에 매진했다.

그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재빠르게 타이탄의 대지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코툼성 이동.”

[코툼성으로 이동합니다.]

한때는 유저들로 북적북적 거렸던 코툼성.

하지만 100레벨에 이어 얼마 전 200레벨도 접속 제한 페널티가 활성화되고부터는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다.

분명 여기는 초보자들을 위해 설계된 곳이니까.

지금은 신규 유저는 물론이고 그 초보자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고.

그래서 그 아무도 없는 코툼성 내부로 발을 디뎠고 쭉 걷다가 한곳에서 발을 멈췄다.

바로 대장간.

그리고 그 상태로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직 강화의 신의 쿨타임이 종료되기 까지 정확히 3분이 남았으니까.

“흠...”

우선 그렇게 서 있다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Revival Legend’보다 ‘Forgotten Legend’라는 클로즈 베타 때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Revival Legend’ 때는 시작하자마자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아 이곳 코툼성에는 얼마 머물지 않았다.

강력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데 굳이 약한 몬스터를 잡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특히나 이미 나보다 몇 년을 더 앞서서 시작한 유저들이 존재했고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눈팔 틈도 없었고.

즉, 이곳 코툼성으로 오는 이유는 ‘Forgotten Legend’라는 클로즈 베타 당시의 추억의 영향이 컸다.

“그때가... 재밌긴 재미있었지.”

세상으로부터 유일한 나의 탈출구.

더욱이 2주 만에 100레벨, 200레벨, 300레벨 달성 같은 목표는 더더욱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결국 그걸 달성함으로써 게임을 통해 내가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주기도 했고.

물론 지금은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 더 재미있고 좋았다.

그때의 나는 누나가 말한 대로 눈치만 보며 발톱을 세울 줄도 몰라 구석에 숨기 급급했던 비루한 고양이였으니까.

주어진 환경은 고양이가 아니라 최소한 한국 내에서만큼은 밀림의 제왕 사자처럼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후후.”

우선 그 뒤로도 예전 생각이 계속 이어졌고 그러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을 곧장 멈추고 대장간 안으로 이동했다.

아직 웃음을 짓고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하기에는 일렀으니까.

[어서오세요. 코툼성의 대장간입니다.]

NPC의 말에 간단하게 대꾸를 했고 곧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강화창에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집어넣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7 얼음황제의 수호검.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1,950,000,000골덴링, 97억 5500만 경험치.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361일]

“1년이라...”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얼음황제 수호검의 강화 수치는 9강화였다.

왜냐하면 인벤토리에는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로 얻은 100% 강화권 1장과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가 총 5장이 존재했다.

즉, 9강화를 만들면 강화의 끝인 15강화가 가능했다.

우선 생각은 거기에서 멈추고 곧장 강화를 시도했다.

어차피 지금은 무조건 강화를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메시지가 울렸다.

[+7 얼음황제 수호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드디어 완성된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

그러자 조금 욕심이 났다.

여기에서 갖고 있는 주문서를 전부 사용하면 지금 당장 14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되니까.

당연히 그 정도만 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었고.

하지만 강화의 끝까지 단 1을 남겨놓는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7강화일 때 발생한 약 1년의 쿨타임이 14강화면 얼마나 늘어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고.

물론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를 또 얻으면 되지만 언제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좋아. 여태까지 잘 참았잖아. 그리고 지금의 내가 굳이 무기에 기대야 할 정도로 약하지 않고.”

만약 사냥이든 전투든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강화 시도를 하겠지만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그런 상황이 펼쳐질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8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집어 들고 대장간 밖으로 빠져나왔다.

[안녕히 가세요.]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NPC를 뒤로 하고.

“아이템 확인.”

호기롭게 대장간 밖으로 나왔지만 그래도 7강화에서 8강화로 업그레이드 된 얼음황제 수호검의 변화는 알아야 했기에 곧장 아이템 확인에 들어갔다.

[+8얼음황제의 수호검 (신화)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우고 증발시키던 태양신 모로투에 마지막까지 대항한 얼음의 주인이자 황제인 아시란테의 마지막 결의가 담긴 검이다.

: 최소 700레벨 이상 사용 가능.

: 순수 지력 최소 7000 이상 사용 가능.

: 아이스 계열 스킬 최소 10개 이상 보유자만 사용 가능.

-효과.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성능이 18%->(20%) 증가한다.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18%->(20%) 감소한다.

:

:

: 힘 2500->(3000) 증가.

: 민첩 1500->(2000) 증가.

: 지력 2000->(3000) 증가.

-안전 강화 : 0

-물리공격력 : 29500->(35700) 증가.

-마법공격력 : 15750->(19500) 증가.

-내구력 : 무한/무한]

전체적인 사양이 전부 증가했다.

하지만 명백하게 6강화에서 7강화로 업그레이드 했을 때보다는 못했다.

분명 그때는 물리공격력이 1만 이상 그리고 마법공격력도 7천 이상이 한 번에 증가했으니까.

그런데 7강화에서 8강화로 그때보다 더 높은 수치로 업그레이드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증가량이 그때의 증가량에 미치지 못했다.

“흠. 3강화 때보다 확 증가했고 7강화 때도 확 증가했는데... 아무래도 그건가?”

폭발적으로 옵션 수치가 증가하는 구간.

당연하지만 일반, 희귀, 귀함, 전설 등급에 그런 구간이 있었다면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그런 구간 같은 것이 없었다.

그저 업그레이드를 하면 쭉 상승곡선으로 증가를 했을 뿐.

물론 그래서 증가폭이 낮냐?

이것은 아니었다.

몇 백 혹은 1~2천이 증가하는 다른 전설 등급에 비해 어마어마한 증가량인 것은 맞았다.

더욱이 지력은 한번에 1000이 증가했고.

“좋아. 어차피 그런 구간이 있으면 나 한테는 더 좋지. 내 목표는 15강화니까. 그리고 옵션이 확 증가하는 구간을 앞으로 2번만 더 겪어도 얼음황제 수호검은 말 그대로 괴물이 될 테고.”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나에게 전혀 나쁜 일은 아니기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로 이동했다.

그리고 남은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이제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오지 않을 곳이기에 그동안의 추억을 회생하며.

작별인사라고 타이탄의 성질이라는 힘 3000, 체력 3000 거기에 단단함이라는 선물까지 준 곳이기에 더더욱.

다음날.

명진 길드 본거지 로돈성 근처 텔레포트 존.

사냥터로 이동하지 않고 곧장 텔레포트 존 옆에 자리했다.

길드 채팅창이나 귓속말로 1600레벨 사냥터에 대한 정보가 오는 즉시 이동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길 몇 분.

이미 명진의 가용 가능한 모든 전력뿐만 아니라 미래 길드, 몽골의 투갈 길드 거기에 대성과 구산 길드까지 새롭게 등장한 사냥터를 찾아다니다보니 금세 보고가 들어왔다.

[마테나 성의 은둔자들의 숲에 1700레벨 사냥터를 발견했습니다!]

1600레벨 사냥터는 아닌 상황.

하지만 어차피 1700레벨 사냥터도 필요했기에 곧장 텔레포트 존을 이용해 빠르게 마테나 성의 은둔자들의 숲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순간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우리만 찾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새로운 사냥터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방구깨나 뀐다는 길드 전부가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서로 누가 먼저 왔네 하고 웅성웅성 거리는 자들 사이를 지나쳐 1700레벨 사냥터 앞으로 이동하고서 크나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기는 명진이 찜!”

“.......”

“.......”

“.......”

명진뿐만 아니라 다른 거대 길드에 소속된 자들이 다수 있는 상황.

더욱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인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자들이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명진이 먼저 이곳을 찜했다고.

물론 그렇다고 100% 소유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아무리 나라 하더라도 ‘Revival Legend’ 내의 모든 길드와 모든 유저를 적으로 돌리는 격이니까.

아니, 지구 전체를.

하지만 먼저 침을 발라놔야 나중에 사냥터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유리하기에 남들이 아웅다웅할 때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러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이곳을 발견한 우리 로잔 길드도 분명 일정부분 소유권이 있다!”

“거짓말 하지마라! 분명 우리보다 늦게 온 것을 여기에 있는 자들이 전부 봤다! 그러니 마데아 길드의 소유권이 더 높다!”

“장난해? 우리도 그 누구보다 빨리 이곳을 발견했다고!”

“이봐. 같이 온 우리도 빼지 말라고.”

우선 나의 선언으로 모두들 똑같이 자기들도 소유권이 있다는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상관없었다.

아무리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들이 많더라도 그 중에서 명진의 몫은 톡톡히 챙겨낼 자신이 있으니까.

그 후 두 차례 더 새로운 사냥터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곧장 그곳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이미 그곳은 1700레벨 사냥터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냥터 앞으로 이동해 똑같이 외쳤다.

그러자 수많은 자들이 어떤 개뼈다귀 같은 자식이 헛소리를 지껄이냐는 식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를 확인하고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나처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들도 이곳 사냥터에 소유권과 지분이 있다고 외칠 뿐.

3시간 뒤.

로돈성 명진 길드 본거지.

“주영군의 도움으로 1600레벨, 1700레벨, 1800레벨 사냥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영군 외에도 미래 길드, 몽골의 투갈 길ㄷ, 대성, 구산 길드의 도움도 있었고요.”

석인수 실장의 보고에 아빠가 곧장 입을 열었다.

“그래. 수고했네. 주영이 너도 고생했다.”

“뭘요.”

물론 더 한다면 더 할 수 있었다.

아니, 아예 모든 사냥터에 내 거라고 침을 발라 놓을 수도 있었다.

뒤에서 욕을 할지언정 앞에서는 대놓고 반박을 할 자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결국 나 스스로 고립을 뛰어넘어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행동.

그래서 애초에 딱 1600, 1700, 1800레벨 사냥터를 하나씩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우선 당장은 그것만 해도 명진뿐만 아니라 미래 길드, 몽골의 투갈 길드 거기에 대성과 구산 정도는 사냥을 할 여유는 되니까.

만약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 욕심을 내도 충분했고.

우선 그렇게 회의는 짧게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곧장 이번에 확보한 1600레벨 사냥터로 빠르게 움직였다.

당장 오늘 1600레벨 사냥터에서 10시간 이상 접속 유지를 하지 않으면 그럴 확률이 극히 희박하지만 남들보다 하루 더 늦게 1700레벨 사냥터에 진입할 수밖에 없으니까.

잠시 후.

[1600레벨 사냥터 이용 제한을 충족하였습니다.]

1500레벨 사냥터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10일 접속.

그리고 1만 마리의 몬스터 사냥.

진즉에 그것들을 달성을 했기에 막힘없이 1600레벨 사냥터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막아!”

“대열을 유지해!”

“불의 정령의 분노.”

“날카로운 칼바람!”

“트리플 샷!”

“고통의 가시.”

:

:

“막타는 치지마라! 공격을 멈추라고 하면 무조건 멈춰라!”

“네!”

“알겠습니다!”

물론 이미 그곳에는 파티로 사냥을 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1800레벨 사냥터에 도달하라.’ 이벤트를 의식해서인지 막타를 한명에게 몰아주고 있었다.

“흠... 궁수 몬스터라.”

하지만 그들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무리 저렇게 애를 써도 결코 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

대신 몬스터에게 시선을 줬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사용. 몬스터 각인.”

[몬스터 각인을 사용하였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잡는 몬스터가 각인 대상이 됩니다.

-도중에 다른 몬스터를 잡을시 그간 축적된 성질이 전부 삭제되며 새롭게 잡은 몬스터로 각인 대상이 변경됩니다.]

다음 1700레벨 사냥터로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10일 그리고 1만 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상황.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몬스터 각인을 사용했다.

물론 각인을 위해서는 10만 마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

여기보다는 약하긴 하겠지만 1500 사냥터의 타이탄을 상대로 5일만에 해냈고.

우선 그렇게 몬스터 각인을 사용하고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해 안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대충 어떤 몬스터인지 확인을 끝냈고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즐거운 사냥이니까.

< 찜. > 끝

< 1600, 1700 그리고 1800 (1).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