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23화 (223/271)

223화. 각인.

1주일 뒤 명진 쉘터.

“음...”

그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동서남북에 위치한 4개의 출입문을 활짝 열고 명진 쉘터를 떠날 사람은 자발적으로 떠나게끔 유도하기도 했고.

아니, 오히려 여기에 계속 머물다가는 고사당할 확률이 99%라는 말로 겁까지 줬다.

하지만.

“제발 죽어도 여기서 죽겠습니다!”

“저희를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계속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당연하지만 명진 쉘터는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곳이 아니기에 우선적으로 명진과 관련이 있는 자들로 받아들였다.

그 다음에는 명진 쉘터에 도움이 될 자들을 받아들였고.

즉, 명진 쉘터에 거주하는 자들 대부분은 꽤 오랫동안 명진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온 자들로 생면부지의 남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에 있으면 죽는다고 겁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떠나는 것을 거부했다.

죽어도 같이 죽게 해달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명진 쉘터 밖으로 빼냈다.

1주일이 지나면 다시 우후죽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테고 그렇게 되면 이렇게 별 피해 없이 수많은 일반인들을 명진 쉘터 밖으로 빼내는 것조차 어렵게 될 테니까.

그런데 여전히 명진 쉘터 외곽에서 떠나지 않고 머무는 자들.

우선 그 모습에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것 말고도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명진 쉘터 밖으로 빼낸 것만으로 급한 불은 껐고.

그리고 그 뒤로도 ‘Revival Legend’에 접속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는데 정작 1주일이 지나고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았고.

그래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그에게 배려나 인정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강렬한 욕심과 욕망만 가득할 뿐.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그가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었기에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있을 때 누군가 명진 쉘터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1주일 전 명진을 방문했던 그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천천히 명진 쉘터로 다가오는 자가 어린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일반인이었고.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 시대에 어린아이가 저렇게 혼자 움직인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니까.

그리고 그 어린아이는 명진 쉘터를 지키는 경비병에게 어떤 쪽지를 전달했고 곧 그 쪽지를 석인수 실장이 나에게 가져왔다.

“루시아 길드에서 보내는 거라고 합니다. 콕 집어서 아시란테님에게 전달을 해달라는 말과 함께요.”

생뚱맞은 방식으로 전달한 쪽지에 의아했지만 우선 그 쪽지를 받아 펼쳐봤다.

그러자 하나의 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아쉽게 연을 맺지 못했지만 다음에 좋은 연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루시아 길드 길드장.]

“.......”

길지 않은 문장.

물론 진짜 루시아 길드에서 보내는 쪽지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렇게 순순히 물러날 자가 아니었다.

명백히 나를 더 궁지에 물리게 하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자였다.

그래서 1주일 전 안전하게 대피라도 하라는 듯이 몬스터를 물렸을 때부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는 자였으니까.

명진 쉘터 내에서 모습을 감출 때까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그리고 그 말인즉슨.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뜻일 테지.’

물론 그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갔다.

바로 몬스터의 미등장.

그게 아니라면 다잡은 물고기를 이렇게 다시 풀어줄 이유가 없었다.

그와 함께 다른 무언가가 머릿속에 그러졌다.

바로 붉은선을 몸에 다닥다닥 두르고 나타난 하얀색 뿌리.

마침 몬스터가 사라진 시기와 겹치기도 했고.

우선 생각은 거기에서 정리하고 석인수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사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네?”

지금도 이사 준비로 무척이나 분주한 상황.

특히나 가져갈 것도 무척이나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뜸 이사를 멈추라는 내 말에 석인수 실장이 눈을 크게 반문했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삿짐은 푸세요. 대신 루시아. 루시아 길드에 대한 조사를 전보다 더 심도 있게 진행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물론 달랑 쪽지 한 장가지고 서두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일반인들을 명진 쉘터 안에 가두기 위한 그의 수작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욕심과 욕망은 물론이고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그의 모습에 비춰보면 분명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그 사고는 더 이상 명진 쉘터에 몬스터를 소환시키지 못하는 것일 테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 쪽지를 보내면서도 인상을 잔뜩 찌푸렸을 그의 모습이 절로 그러졌다.

물론 그것으로 위안은 되지 않았다.

이번 수모를 갚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딱 하나니까.

바로 그의 죽음.

‘그래. 다음에는 이번 수모를 꼭 되갚아 주마!’

처음 몬스터의 등장을 기점으로 하면 거의 3달 가까지 진행된 이번의 일.

그로인해 명진 전체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지만 솔직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나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한 달간은 그래도 간간히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예 접속을 하지 못했으니까.

더욱이 아예 접속을 하지 못한 기간은 40개의 구역이 하나의 구역으로 합쳐지며 경험치 2배 이벤트를 진행했던 기간과 겹쳤고.

결국 경험치 2배 이벤트도 진행 못했고 무조건 1등을 할 자신이 있는 이벤트임에도 1등은커녕 아예 등수 안에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일의 원흉인 루시아 길드에 어마어마한 분노가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참을 뿐.

여하튼 그렇게 이삿짐을 다시 풀고 그간 방치했던 곳과 망가졌던 곳을 복구하느라 다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못하고서.

우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간 명진 쉘터를 지키느라 온갖 고생은 다했는데 생색은 내야 했다.

그래야 더욱더 명진을 향한 충성심을 고취시킬 수 있으니까.

항상 시작이 좋아도 마무리가 나쁘면 평가가 좋지 않듯 마무리를 잘 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며칠 뒤.

‘Revival Legend’ 접속.

[‘Revival Legend’에 접속합니다.]

이래저래 거의 두 달 만의 접속.

물론 접속할 틈은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더 접속하지 않았다.

억울함과 분함 때문에.

그래서 오랜만의 접속에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우선 접속하고 찾은 곳은 바로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탱커! 탱커는 앞을 막아!”

“정확히 10마리 내외만 몰아오라고!”

“앞에 있는 녀석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한다.”

“네. 터지는 화염!”

“체인 라이트닝.”

“쏟아지는 폭풍우.”

“꿰뚫는 파워 샷!”

퍽. 퍽. 쾅. 쾅.

하긴 이래저래 꽤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다.

직전의 보르네슈 탐험대만 해도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신대륙 이라는 곳에서 보냈고 이번의 일도 거의 세달 가까이 진행이 됐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는 꽤 많은 자들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명진과 미래, 투갈 길드는 물론이고 대성과 구산 거기에 일본의 미쓰야 길드까지.

우선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기에 그들을 지나쳐 빠르게 안으로 이동했다.

물론 나를 반기는 자들이 인사를 건네 왔지만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 인사를 대신했다.

그간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못한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인사하는 1분 1초의 시간도 아까웠으니까.

그리고.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크억!]

[컥!]

두 달 가까이 성장이 정체된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타이탄들은 아이스 필드나 살얼음 없이 곧장 펼친 내 블리자드에 추풍낙엽으로 쓰러져갔다.

“크으. 이거지.”

그 모습에 절로 나오는 감탄사.

오랜만의 손맛이라 그런지 더더욱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응?”

뜬금없는 메시지.

그리고 뜬금없는 메시지는 계속 울렸다.

[직접적인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 소유자가 아닙니다.

-몬스터 동화에 실패합니다.

-몬스터 각인에 성공합니다.

-몬스터 동류 인식 버프에 실패합니다.

-몬스터 지휘 버프에 실패합니다.

: 몬스터 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너냐?”

당연히 질문을 건네는 대상은 하얀색 뿌리.

하지만 항상 그렇듯 대답은 없었다.

그래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백 번, 천 번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을 하얀색 뿌리를 붙들고 있는 것보다 지금 눈앞에 울린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니까.

“확인. 몬스터 각인.”

[몬스터 각인.

-몬스터를 체내에 각인시켜 그 몬스터 고유의 성질을 획득할 수 있다.

: 몬스터 각인 방법.

-몬스터 각인 사용 후 같은 종류의 몬스터를 잡아 그 성질을 100%까지 축적한다.

-마리당 0.001%의 성질을 축적 가능하며 100% 축적시 각인이 가능하다.

-혹여나 100% 달성 전까지 다른 종류의 몬스터를 한 마리도 잡을시 그간 축적한 성질 모두를 잃는다.]

“마리당 0.001%?”

마리당 0.001%라는 말은 결국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10만 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다른 몬스터는 절대 잡으면 안 됐고.

물론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내 사냥 속도는 남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사용. 몬스터 각인.”

우선 뭐가 뭔지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직접 해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기에 몬스터 각인을 사용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울렸다.

[몬스터 각인을 사용하였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잡는 몬스터가 각인 대상이 됩니다.

-도중에 다른 몬스터를 잡을시 그간 축적된 성질이 전부 삭제되며 새롭게 잡은 몬스터로 각인 대상이 변경됩니다.]

그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곧장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타이탄들을 모아 아이스 토네이도로 빠르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몬스터 각인.”

[몬스터 각인 현황.

-현재 축적 몬스터 : 타이탄.

-현재 축적 달성률 : 0.019%

: 축적률 100% 달성으로 타이탄을 각인시 아래의 성질을 획득합니다.

-힘 스탯포인트 3000 증가.

-체력 스탯포인트 3000 증가.

-단단함 획득. (받는 모든 피해량 10% 감소.)]

“호오...”

물론 체력은 동반 성장 때문에 꽝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빼도 분명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남들처럼 레벨업이나 아이템, 스킬 등으로 동등하게 주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특히나 힘 3000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간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활용한 근접 공격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고 힘 3000은 그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줄 테니까.

거기에 모든 피해량 10% 감소는 말할 것도 없었고.

“흐흐흐.”

순간 절로 나오는 웃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 달성으로 주어지는 보상은 무척이나 달콤했고.

절로 웃으면서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긴 상황.

그리고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바로 명진 쉘터에 등장했던 몬스터를 멈춰 세운 것이 뿌리라고.

더욱이 각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화라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한껏 애정을 담아 뿌리를 불렀지만.

[.......]

하얀색 뿌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대신 곧장 타이탄들에게 달려들었다.

10만 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렇게 쉴 틈이 없으니까.

***

홍주영이 열심히 타이탄을 잡는 사이.

빼꼼.

땅에서 무언가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홍주영을 확인하고는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 각인. > 끝

< 새로운 사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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