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22화 (222/271)

222화. 뿌리만 아는 사라진 이유.

명진 쉘터 내의 소회의실.

“.......”

“.......”

“.......”

루시아 길드에서 온 그자가 사라지고도 한동안 소회의실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우선 그 상황에 석인수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여전히 없죠?”

“...네.”

당연하지만 루시아 길드와의 첫 만남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최강 길드를 뽑아라.’ 이벤트에서 1등을 함으로써 명진이 최근에야 획득한 ‘최강 길드’라는 타이틀 같은 것을 이미 루시아 길드는 갖고 있었고.

바로 ‘위대한 길드’라는 것으로.

그래서 그런지 루시아 길드에 가입만 해도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 증가에 생명력과 마나의 증가가 붙어 있었다.

다른 옵션이 붙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스탯포인트 100씩 증가인 ‘최강 길드’ 타이틀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타이틀.

그래서 처음에는 가입을 하려고 했었다.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한번 길드에 가입하면 길드장의 허락 없이는 탈퇴가 불가능하다는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 제한.

당연히 그 제한으로 가입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내 목에 족쇄를 채울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그리고 내 모든 것을 가족들에게 공개하면서 멍청하게 루시아 길드와의 접촉을 비밀로 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내 목에 족쇄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러려니 하고 넘길 그런 길드는 전혀 아니었으니까.

왠지 쉽사리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데 그때로부터 벌써 시간이 상당히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루시아 길드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석인수 실장의 답변.

물론 그 답변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는 않았다.

석인수 실장이 설렁설렁 일처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석인수 실장이 알아내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이 해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고.

우선 그 뒤로 이렇게 자리만 죽치고 앉아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자리에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저는 밖의 몬스터를 정리하러 가보겠습니다.”

여전히 밖에서는 몬스터가 끊임없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테니까.

저벅저벅.

그렇게 소회의실 밖으로 빠져 나가는 발걸음.

그런데 그때 나를 향한 질문이 있었다.

“설마 그곳에 가입할 생각은 아니지?”

누나의 걱정이 한가득 담긴 질문.

그 질문에 발걸음을 살짝 멈추고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그건 최악의 수고 가장 미련한 짓이니까.”

진짜였다.

물론 가족과 명진에 속한 자들을 위한 희생? 배려?

그건 희생과 배려가 아니었다.

루시아 길드의 수작질에 넘어간 어리석고 아주 멍청한 행동일 뿐이지.

그래서 루시아 길드에서 온 자에게 1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이미 나름대로 결정을 했다.

차라리 명진 길드를 해산시키겠다고.

왜냐하면 현재 루시아 길드에게 이 수모를 당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명진의 덩치가 크다는 것.

그만큼 명진의 덩치가 작았다?

그냥 거주지를 옮기면 됐다.

옮긴 거주지로 이 수작질을 걸어오면 또 옮기면 되고.

덩치가 작은 만큼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무척이나 손쉬운 일이니까.

그러다 베일에 감춰진 루시아 길드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면 즉각적으로 보복을 하고.

그리고 이런 나의 의견을 아빠, 엄마, 형, 누나, 형수를 포함한 가족들은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석인수 실장이나 안동영 비서 실정, 임정대 경비 대장 같은 수뇌부도.

그게 차라리 루시아 길드의 손아귀에 내가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여하튼 아직 1주일의 시간은 남았기에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고 소회의실을 빠져 나와 곧장 옥상으로 이동했다.

***

그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

한때는 불같이 분노하고 한때는 이해가 안가는 상황에 전전긍긍하고 한때는 억울함을 토해내던 마티아스는 갑자기 울린 메시지를 멍하게 쳐다만 봤다.

[특성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을 잃었습니다.

-그 동안 동화시킨 578종의 몬스터와의 모든 동화가 삭제됩니다.

동화를 함으로써 그간 성장시킨 42,571개의 스탯포인트 전부를 상실합니다.

-체내에 각인된 ‘그리폰의 용맹함’이 삭제됩니다.

그리폰의 용맹함으로 얻었던 모든 능력을 상실합니다.

몬스터 각인 능력이 삭제됩니다.

-몬스터에게 같은 동류로 인식시키던 버프가 삭제됩니다.

앞으로 모든 몬스터가 적으로 인식합니다.

-800레벨 이하 몬스터까지 부릴 수 있는 지휘 버프가 삭제됩니다.]

동화와 각인 거기에 2개의 버프 삭제.

결국 현재 자신을 있게 만든 모든 능력이 사라졌다는 메시지에 마티아스는 격한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는 선고와 같기에 더더욱.

그래서 멍하니 있기를 몇 시간.

벌컥.

누군가 마티아스의 집무실에 들어왔다.

바로 마티아스를 평생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딜런.

그리고 딜런은 곧장 의자에 앉아있는 마티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주인님. 방금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어째서 자신의 허락도 없이 명진 쉘터에 설치한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를 해제했냐고...”

딜런은 자신의 주인인 마티아스를 향해 말을 하는 와중 마치 시체마냥 멍하니 있는 모습에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가까이 다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티아스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

하지만 역시 묵묵부답.

우선 그 모습에 딜런은 더 이상 채근하지 않고 옆을 지켰다.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다만 어떤 이유로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그리고 한참 뒤에야 딜런은 마티아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끝났어... 전부다...”

***

명진 쉘터 한 가운데.

“흐음. 그렇게 썩 성격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는데...”

루시아 길드에서 온 그자에게 1주일간의 시간만 달라고 했지 1주일간 몬스터까지 출몰시키지 말아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잠깐의 대화였지만 그 속에 담긴 나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내가 바보는 아니었다.

아니, 그자도 감추려고는 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그게 절로 풍겨져 나왔을 뿐.

더욱이 나를 더 궁지로 몰고 싶어 하던 자.

그래서 몬스터의 등장을 막은 그의 행동이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

그자가 가고 난 직후 얼마 안 있어 몬스터의 출몰 자체가 멈춘 것으로 봐서는 현 상황을 설명할 자는 그자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1주일간의 시간은 번건가?”

명백히 배려 같지도 않은 배려지만 어쨌든 나쁘지는 않았다.

거의 10~20분 간격으로 등장했던 몬스터가 없어진 만큼 활동폭도 넓어질 테니까.

그간 할 일도 많고.

그런데 그때.

푸욱.

무언가 땅을 뚫고 흡사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새로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하얀색 뿌리.

“허. 너는 한 달 넘게 찾았는데 모습 한번 드러내지... 응?”

다른 갈색 뿌리들에 비해 2배 가까이 통통하고 길쭉한 하얀색 뿌리.

더욱이 괜히 덩치가 크지 않다는 듯이 가진 위력도 다른 뿌리들에 비하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갈수록 강력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는 와중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하얀색 뿌리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달 넘게 못 본 사이 왠지 녀석이 더 커진 것 같았다.

물론 오랜만에 봐서 그렇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명백히 눈에 확 띄게 변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하얀색 뿌리를 뒤덮은 붉은색 선.

원래는 몸통 전체가 하얀색이었기에 하얀색 뿌리로 불렀던 녀석.

하지만 얼마 전에 내가 현실 구현률 100%를 달성하며 그에 대한 표식으로 얻은 검은색 문신을 하얀색 뿌리가 가져감으로써 하얀색 뿌리의 몸통에는 검은색 문신이 새겨졌었다.

그런데 그 검은색 문신 사이로 붉은색 선이 다닥다닥 도드라져있었다.

더욱이.

넘실넘실.

분명 그 붉은색 선에서 작지만 아지랑이 같은 것이 넘실넘실 거렸다.

“너... 도대체 그동안 뭘 한 거냐?”

절대 자연스럽지 않은 변화에 절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더욱이 녀석은 한 달 반가량 잠수를 탔고.

하지만.

꿈틀꿈틀.

꿈틀꿈틀.

하얀색 뿌리는 대답대신 몸을 흔들었다.

마치 춤을 추듯.

우선 그 모습에.

“설마... 너는 아니겠지?”

만약 하얀색 뿌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면 이런 상상은 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붉은 선을 몸에 달고 나타났고 그 붉은 선에서는 작지만 아지랑이를 뿜어내는 모습이 결코 범상치 않아보였다.

전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였고.

그래서 절로 현재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절레절레.

우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확실치 않았고 그건 내가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희망사항이었으니까.

여하튼 한동안 하얀색 뿌리의 춤사위를 구경했다 녀석이 다시 땅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확인하고 나도 명진 쉘터 내부로 들어갔다.

벌써 5시간 가까이 흘렀고 그 5시간 동안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최소한 1주일간은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뜻이니까.

***

며칠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쾅! 쾅!

“제기랄! 미리 말을 했었어야지! 나는 아시란테와 약속을 했다! 1주일간 기다리겠다고! 그런데... 그런데 더 이상 그곳에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으면 얼마나 나를 하찮게 여길 거냐고!”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분노가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

아시란테가 갑자기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텐데 약속된 1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으면 그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뀔 테니까.

더욱이 그로인해 아시란테에게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힐 것이고.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지금 그것에 화가 났다.

더욱이.

“사라졌군. 쓰레기가 됐어.”

“.......”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말에 마티아스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그런데 그때.

쾅!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시도하는 자가 있었다.

바로 마티아스의 수하인 딜런.

하지만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자신의 명치에 박혀든 딜런의 주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너도 있었지. 그런데 겁도 없이 나에게 반기를 들어? 나약해지고 망가져라!”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나약 명령을 받았습니다.

-모든 스탯포인트가 50% 하락합니다.]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제약 명령을 받았습니다.

-전투력이 50% 하락합니다.]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봉쇄 명령을 받았습니다.

-모든 스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한순간에 딜런을 병신으로 만든 루시아 길드 길드장.

그리고 다시 자신의 손에 붙잡힌 마티아스에게 시선을 돌리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길드원 정보 확인. 마티아스.”

그러자 순간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앞에 마티아스에 대한 정보가 주르륵 떴다.

“허... 이제 보니 쓰레기가 아니라 병신이군.”

과거의 쓸만했던 마티아스의 상태창이 별 볼일 없게 변한 모습에 루시아 길드 길드장이 한마디 했다.

그러다 한곳에 시선을 줬다.

그것은 자신도 무척이나 부러워했었으니까.

바로.

[특성 : 없음.]

원래 저 자리에 있었어야할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

“어떻게 잃었지? 아시란테 짓인가?”

“.......”

루시아 길드 길드장의 질문에 대답이 없는 마티아스.

“대답을 해라. 대답을 하면 편안히 죽여주마. 저 뒤쪽의 딜런도.”

“...모른다.”

“허. 모른다고? 너의 전부이기도 한 그것을 잃었는데?”

“그래도 모른다.”

“후...”

마티아스의 대답에 한숨을 내뱉은 루시아 길드 길드장.

그 동시에.

뚜둑.

루시아 길드 길드장은 마티아스의 목을 그대로 꺾었다.

그와 동시에 딜런의 목도 밟아서 똑같이.

“젠장! 그렇게 설레발을 쳤는데! 이 창피는 어떻게 하냐고!”

루시아 길드 길드장은 꽤나 능력 있는 길드원의 죽음보다 자신을 같잖게 쳐다볼 아시란테의 시선이 더 신경이 쓰였다.

현재 느끼는 분노도 전부 그로인한 것이었고.

< 뿌리만 아는 사라진 이유. > 끝

< 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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