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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21화 (221/271)

221화. 냠냠 쩝쩝.

명진 쉘터에 몬스터가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지 약 두 달째.

슝. 슝. 슝. 슝.

푹. 푹. 푹. 푹.

몬스터는 사방에서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향해 뿌리는 즉각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 뿌리의 꼬챙이처럼 꿰뚫는 공격 한방에 몬스터들은 우수수 쓰러져나갔다.

하지만 어느새 몬스터가 출몰하기 시작한지 약 두 달째.

그래서 그런지 1~2주 전부터는 종종 그 뿌리의 공격을 버텨내는 녀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때로는 단순히 버텨내는 수준이 아니라 막고 반격까지 하는 녀석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그럴 때마다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해 곧장 녀석들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컥!]

[크억!]

물론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시간이 조금 걸린다 뿐이지 결국 뿌리가 이기긴 이길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하지만 현재 뿌리가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이 거대한 명진 쉘터 전체를 커버중이니까.

그래서 명진 쉘터 한 가운데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렇게 뿌리의 공격을 조금이나마 버텨내는 녀석이 등장하면 내가 직접 개입해서 빠르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곧장 명진 쉘터 한 가운데로 이동하고서 사방에 시선을 줬고.

그러다가.

“...후우.”

순간 절로 나오는 한숨.

우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고집 피우는 것보다 정말로 여기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명진 쉘터를 옮겨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이 들 정도로.

그만큼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 등장할 녀석들은 더더욱 강한 녀석들일 테고 아마 어느 순간부터는 뿌리로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설 것이다.

그걸 넘어서는 순간 아무리 내가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있다 하더라도 명진 쉘터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고.

아니, 솔직히 이미 그럴 조짐이 살짝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거주지 이전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명진 쉘터를 옮겨도 이런 개 같은 짓을 또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거지.”

콕 집어 명진 쉘터에만 몬스터를 등장케한 존재.

즉, 새롭게 명진이 자리 잡은 곳에 이 짓을 또 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농후했다.

당연히 이 짓거리를 하는 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그때도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고.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런데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귀에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에서 누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무척이나 다급하게.

[주영아! 지금 어디 있어?]

“나? 나야 항상 거기 있지.”

다급한 목소리의 누나와 달리 최대한 덤덤하게 말을 내뱉었다.

누나도 걱정이 태산 같을 텐데 나까지 그런 티를 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자.

[지금 빨리 소회의실로 내려와!]

“왜?”

[왔어!]

“누가 왔는데?”

현재 내가 있는 곳은 명진 쉘터 한 가운데.

그래서 명진 쉘터 안으로 들어서는 자들을 일일이 누군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대충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누나가 저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의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내 질문에 새어나온 누나의 답변에는 곧장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왔으니까.

[자신이 명진 쉘터를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로 만들었다는 자! 그 자가와 왔어!]

물론 거짓말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거짓말일 확률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담보로 거짓말을 할 정도로 어리석은 자는 없을 테니까.

***

그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젠장! 젠장!”

쾅. 쾅.

마티아스는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티아스는 그 뒤로도 몇 번이고 직접 명진 쉘터로 이동해 자신이 설치한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를 없애려했다.

아시란테나 명진 쉘터가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을 회수하기 위해서.

그것이 현재 자신을 있게 만든 원천이니까.

그게 없어지면 자신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그런데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시도를 해도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

그래서 마티아스는 차라리 아시란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자신이 속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에게 어떤 수모를 당해도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을 잃는 것보다는 백번 나으니까.

하지만 변함없이 몬스터를 막는데 혈안이 된 아시란테.

즉, 마티아스 자신이 봤을 때 도저히 아시란테나 명진이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과 연관 있어 보이지가 않았다.

만약 연관이 있다면 저런 피해는 물론이고 아직도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우선 그 후로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분명 제대로 작동은 하지만 회수가 불가능한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에 마티아스는 매일매일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마티아스는 이런 생각까지 했다.

‘설마 끊임없이 그것도 갈수록 더 강력한 몬스터의 등장으로 저것들에 의해 지구가 박살나는 것은 아니겠지?’

결국 여기에서 시간이 더 지나면 보스 몬스터가 그것도 수천마리가 한 번에 나오지 말란 법도 없는 상황.

더욱이 명진 쉘터 내에서만 등장을 했지 명진 쉘터 밖으로 빠져 나가지 말란 제한 같은 것은 없었다.

“...미치겠군.”

몬스터에 의해 멸망하고 결국 온통 몬스터 천지가 돼있는 지구의 모습에 마티아스는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절대 그 상황까지는 마티아스 본인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 와중에 마티아스 본인은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현재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을 회수하지 못할 뿐이지 연결은 되어 있으니까.

여하튼 그 뒤로도 마티아스는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렇게 테이블이나 내리치며 전전긍긍한 채 시간을 보냈다.

아시란테가 결국 ‘Revival Legend’를 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자 무척이나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이 속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에게도 현 상황을 말하지 않고서.

상황이 이러이러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수치스러웠으니까.

***

명진 쉘터 소회의실 앞.

“절대로 흥분하지 마!”

아무래도 누나는 상대방을 보자마자 내가 흥분해서 공격부터 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소회의실 앞에서 나를 붙잡고 릴렉스를 외쳤고.

하지만 난 전혀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침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흥분과 분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물론 어떤 방식이 됐든 꼭 되갚아줄 생각이지만.

그 후 누나와 함께 소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아빠와 형, 석인수 실장을 등지고 앉아있는 한명의 남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저벅저벅.

우선 그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반대편 소파에 앉아 그 남자에게 시선을 줬다.

그 남자도 내가 소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나를 주시했고.

순간 허공에 맞부딪치는 시선.

그러다 내가 먼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겁쟁이군.”

내 앞에 있는 남자.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실체가 아니라고.

물론 그 어디에도 그렇다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명백하게 그게 느껴졌다.

만약 여기서 징벌 아이스를 그에게 사용하면 한순간에 허상처럼 사라져버릴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자가 살짝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신 겁니까? 티가 나나요? 이거 처음이라 꽤 당황스럽네요. 하지만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워낙 아시란테님의 위명이 자자하다보니 이곳에 오는 것이 마치 호랑이 굴에 들어오는 것 같아서요.”

“됐고. 원하는 것이 뭐지?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이 개 같은 짓거리를 벌였을 것 아냐.”

흥분하지 않았다.

분노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런 티를 냈다.

그게 바로 내 앞에 있는 남자가 원하는 모습일 테니까.

그러자.

“하하하. 원하는 거라... 뭐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시란테님과 함께 하고 싶다 정도?”

“.......”

그 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루시아 길드.

이미 나에게 이런저런 수작질을 한 곳이기도 했고.

그래서 곧장 무덤덤하게 되물었다.

“루시아 길드에?”

그러자 내 말에 반대편 남자 놀라기는커녕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간 루시아 길드를 잊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미 알고 계시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설마 이 짓을 당하고 내가 스스로 내 목에 족쇄를 찰 거라고 여긴 건가?”

“반반? 뭐 이번에 불가능하면 다음 기회가 또 있겠죠. 시간은 많으니까요.”

“.......”

다음 기회라는 것은 결국 명진이 주둔지를 옮기면 거기에도 또다시 몬스터가 나오게 만들겠다는 뜻.

그래서 그런지 눈앞의 남자는 무척이나 여유가 철철 흘러 넘쳤다.

그리고 그 여유가 철철 흘러넘치는 상태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지금 모습으로 봐서는 제가 너무 일찍왔나보군요. 조금 더 늦게 왔으면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됐을 텐데... 그건 아쉽군요.”

결국 더 궁지에 몰린 타이밍에 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는 말.

우선 그 말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분노를 꽉꽉 눌러 담아서.

“아니,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어.”

한 달 전부터는 거의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않았다.

더욱이 분명 모든 구역이 합쳐진다고 예고를 했었던 ‘Revival Legend’.

그리고 실제로 40개의 구역이 하나의 구역으로 합쳐졌다.

그와 동시에 그걸 기념해서 모든 사냥터에서 경험치 2배 이벤트를 했고.

즉, ‘Revival Legend’ 유저라면 환장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200레벨 까지 접속 제한 페널티가 적용된 상태고 그게 언제 300레벨 400레벨로 증가할지 몰랐기에 더더욱.

그래서 명진 소속은 물론이고 지원한 미래 길드, 몽골의 투갈 길드, 대성과 구산 길드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벤트 기간 동안 나 혼자서 명진 쉘터를 완벽하게 지키겠다고.

물론 그런 말을 한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아니, 짜증 정도가 아니라 울분이 치솟았다.

분명 그 이벤트에 참여하면 여타 다른 이벤트에서 그랬듯이 내가 무조건 1등을 할 테니까.

하지만 한 달 전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들이 빈번하게 등장을 하는 상황.

즉, 내가 아닌 다른 자들이 이 넓은 명진 쉘터를 지키다보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명진 쉘터의 기둥이기도 한 세 개의 메인 기지도 일정부분 파괴될 것이 뻔했고.

더욱이 명진 쉘터에 지원 온 자들도 명진 쉘터를 지키느라 이벤트에 참여를 못하는데 직계인 내가 이벤트에 참여를 해서 거기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뒤에서 안 좋은 말을 만들어낼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서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어쩌면 눈앞의 남자는 그것을 노렸을지도 모르고.

딱 그 경험치 2배 이벤트가 어제부로 종료 되자마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여하튼 그 말과 함께 분노한 티를 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하지만.

“후후후. 그렇군요. 정말 일찍 온 것은 아니군요. 이렇게까지 저에게 정보를 빼내려고 하니까요.”

“.......”

상대방은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1주일. 1주일 뒤에 대답을 주지.”

“1주일이라... 좋습니다. 그간 기다려왔던 것에 비하면 1주일은 찰나지요.”

내 대답에 수긍하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그때는 진짜로 봤으면 해.”

“하하하. 어차피 함께하면 항상 마주할 텐데. 그때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슝.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그 남자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소회의실에는 침묵만이 자리했고.

***

그 시각 명진 쉘터 아주 깊은 땅 속.

꿈틀꿈틀.

꿈틀꿈틀.

하얀색 뿌리는 연신 몸을 사방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더 옥죄었다.

처음보다 몇 배는 훌쩍 커졌고 뿜어내는 붉은색 아지랑이는 붉다 못해 검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물론 뿌리는 조금 더 키우고 싶었다.

여전히 녀석은 한계가 없다는 듯이 끊임없이 성장을 했으니까.

성장을 할수록 절로 군침이 날정도로 더 맛나보였고.

하지만 얼마 전부터 하얀색 뿌리는 뭔가 꺼림칙한 것을 느꼈다.

분명 붉은색 아지랑이를 뿜어내며 작게나마 발버둥 치던 검은색 사각형 판이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는다는 것을.

마치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냥꾼같이.

그리고 그걸 느낀 하얀색 뿌리는 100년, 1000년 동안 잡아먹지 않고 키울 것처럼 평소 하던 대로 그것을 품에 감쌌다.

그러다 한순간에 그것을 콱 옥죄었다.

부들부들.

퍽. 퍼억.

그것을 꽉 옥죄는 순간 하얀색 뿌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몸통 이곳저곳에 상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떤 상처는 꽤 깊게 발생했고.

하지만 하얀색 뿌리는 개의치 않고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보상받을 요량인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하얀색 뿌리의 몸에 난 상처들이 점차 아물어갔고.

그리고 그 순간 홍주영의 현실 구현률 100% 표식을 받아들여 하얀색 몸통에 있던 검은색 문신과 같은 것 사이로 붉은색 선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냠냠 쩝쩝.

물론 뿌리는 그것과 상관없이 통통하게 큰 그것을 먹어치우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정말로 맛있었으니까.

< 냠냠 쩝쩝. > 끝

< 뿌리만 아는 사라진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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