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 (4).
명진 쉘터에 몬스터가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지 한 달째.
푹. 푹. 푹. 푹.
혹여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살짝 있긴 있었다.
스킬이든 한정 스킬이든 아니면 특성이든 어쨌든 모든 것에는 유지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또한 그것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쿨타임이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이 하루가 멀다 하고 몬스터가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갈수록 더 많이 그리고 더 강력한 녀석들로.
물론 사전에 전조증상이 충분했고 대비도 계속 해왔기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피해의 영역에는 오로지 인명피해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인즉슨 명진 쉘터는 중앙에 3개의 거대한 메인기지를 두고 멀찍이 원을 두르듯 20개의 나름대로 크고 튼튼한 건물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3개의 메인지기와 외곽의 20개의 건물 사이로 농사를 짓는 공간과 동물을 사육하는 공간, 훈련을 하는 공간 그 외 여가생활을 즐길 공간 등 무수히 많은 공간들이 자리했다.
사람이 건물 안에서만 생활할 수 없기에 일부러 그렇게 설계를 하기도 했고.
그런데 그 넓디넓은 공간 중에 절반 이상이 현재 방치상태였다.
몬스터가 어디에 등장할지 모르고 또 워낙 빈번하게 등장했기에 그 전체를 커버하기에는 들어갈 인적자원과 재원이 어마어마했으니까.
더욱이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봤을 때 앞으로는 더 강력한 몬스터들이 더 빈번하게 등장할 것이 뻔했고.
즉, 불행하게도 내가 ‘Revival Legend’를 아예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방치될 공간이 더 늘어날 것이 뻔해도 너무 뻔했다.
그렇기에 항간에는 이런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바로 명진 쉘터가 망했다고.
물론 뒤에서 속닥속닥 거리는 수준이지만.
그런데 그때 명진 쉘터 1번 메인기지 옥상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게 누나인 것을 확인하자 플라이를 종료시키고 밑으로 내려갔다.
“어때?”
누나의 너무 광범위한 질문.
하지만 그 뜻을 모르지 않기에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3시간 동안 7번. 특히 4번째는 약 500마리가 넘는 녀석들이 한 번에 등장을 했고.”
“휘유. 많이도 왔네.”
“그러게. 도대체 뭐 먹을게 있다고 여기에 계속 오는지 모르겠어. 그것도 깡통들이.”
우선 명진 쉘터만 콕 집어서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이 결코 자연스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알지만 그래도 제3자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바로 몬스터들이 깡통이라는 것.
그러니까 지금껏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몬스터들은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지 않는 대신 이거라도 먹고 떨어지라는 듯이 골덴링과 코인은 드랍을 했다.
그런데 명진 쉘터만 콕 집어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골덴링과 코인도 주지 않았다.
마치 소환된 몬스터처럼.
그래서 더 억울했다.
이건 정말 시간과 노동력 대비 얻는 실익이 전혀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때 누나가 살짝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주영아. 다시 한 번 생각해봐.”
“.......”
당연하지만 긴급 상황.
그렇기에 하루에 한 번씩 무조건 회의가 열렸다.
아무리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해도 우선 머리는 맞대고 봐야 하니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회의에서 하나의 안건이 크게 부각이 되기 시작했다.
바로 현 명진 쉘터를 버리자는 것.
그리고 새로운 곳에 보금자리를 다시 만들자는 것.
물론 허황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 명진 쉘터는 ‘Revival Legend’로 일어날 변화를 직감한 순간부터 명진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곳이니까.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런데 그곳을 버린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우선 명진의 직계인 나부터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건 억울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안건을 처음 제시한 자가 바로 아빠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명백히 더 버틸 여력이 있음에도 빠르게 명진 쉘터를 버리자는 말을 꺼낸 아빠의 의도를 알기에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누나의 입에서 나온 이유로.
“요즘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Revival Legend’에 접속하는 시간이 하루에 채 6시간도 안되잖아.”
“.......”
그간 하루 24시간을 6시간씩 4등분하면 그중 3등분인 18시간 이상을 ‘Revival Legend’ 할애했었다.
아무리 그 시간 대부분을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에 보냈고 이제는 그곳에서의 사냥이 재미보다 의무감이 더 컸지만 그래도 그 행동이 과거보다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이 방금 1분 1초 전보다 더 강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걸 아는데 안 할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았고.
그런데 누나 말대로 요즘에는 채 6시간도 접속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더 접속해도 됐다.
아니, 과거처럼 18시간을 접속해도 상관없었다.
결코 지금의 명진은 약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누구를 타깃으로 해서 벌어지는지는 세 살 아이도 알 정도로 명확했다.
바로 나.
물론 아닐 가능성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명백하게 나 때문일 확률이 그것보다 훨씬 높았다.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나 스스로 의도하지 않더라도 시기하는 자와 질투하는 자를 만드는 법이니까.
더욱이 그간 여러 가지 일로 내 입장에서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생각되지만 분명 갑질로 비춰질 여지도 있긴 있었고.
즉, 나로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90% 이상인데 경비 인력과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이 악착같이 명진 쉘터를 막는다고 동분서주하는데 나 혼자 팔자 좋게 ‘Revival Legend’를 할 정도로 나는 염치가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아빠는 결국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노아의 방주인 명진 쉘터를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24시간 ‘Revival Legend’를 접속하지 않고 항상 여기 명진 쉘터를 지키는 한이 있더라도.
“후. 그래. 이 누나는 네 편.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리고 솔직히 호들갑이야. 호들갑. 넌 좀 ‘Revival Legend’를 쉬어야해. 자체 밸런스 패치 같은 거지. 흐흐흐.”
씨익.
누나의 그 말에 나도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의 속뜻을 알기에 더더욱.
그 후 잠시 몇 마디 말을 더 나눴고 누나가 옥상에서 내려가던 도중 마치 까먹은 것이 있다는 듯이 몸을 돌리더니 나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참. 미래 길드에서 지원군을 보낸대.”
“미래 길드에서?”
“응. 거기에 몽골 투갈 길드랑 대성과 구산에서도. 그리고 서울도.”
“서울?”
우선 미래나 투갈 길드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들은 확고한 동맹을 맺었으니까.
그리고 대성과 구산도 오는 이유는 요 근래 친근하게 지내고 싶다는 제스처의 일환일 테고.
의외라면 서울.
왜냐하면 서울은 한번 나와 척을 진 김기정 대통령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의문에 누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응. 물론 서울에서는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을 보내지는 않아. 대신 탄알을 비롯해 수많은 화기들을 보내주기로 했어.”
“...고맙기는 하네.”
“뭐. 아직 주영이 네가 있으니까. 명진 쉘터가 망한 거지 명진이 망하지 않은 것처럼. 그러니 결정을 너무 늦게는 하지 마. 그곳이 어디든 주영이 너를 포함해 우리가 정착하는 곳이 명진 쉘터가 될 테니까. 그리고... 이 누나는 과거 눈치만 보며 발톱을 세울 줄도 몰라 구석에 숨기만 했던 고양이가 이렇게 늠름하
게 변해서 좋아. 하지만 가끔 그립기는 해. 그때는 놀리는 맛이 있었거든. 그럼 수고해. 난 간다. 주영이 네가 없는 사이 열심히 ‘Revival Legend’를 해서 따라잡아야 하니까.”
“.......”
누나의 그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누나가 옥상 밑으로 내려가자 다시 플라이로 공중에 떠올라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 무리를 공격했다.
물론 그 와중에 1주일 전? 아니, 보름 전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녀석이 떠올랐다.
바로 하얀색 뿌리.
***
그 시각 명진 쉘터 아주 깊은 땅 속.
꿈틀꿈틀.
꿈틀꿈틀.
분명 아주 깊은 땅 속임에도 마치 물속에라도 있는양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기쁘다는 듯이 몸을 비비꼬면서.
물론 그것의 정체는 하얀색 뿌리.
그리고 실제로 하얀색 뿌리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현재 자신의 품안에 있는 붉은색 아지랑이를 넘실넘실 뿜어대는 검은색 사각형 판 같은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으니까.
물론 뿌리는 그것을 확인한지는 꽤 됐다.
그 후 확인하자마자 곧장 먹으려고 했고.
분명 먹을 수 있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희미한 붉은색 아지랑이를 뿜어내던 검은색 사각형 판이 살짝 몸집을 키웠고 동시에 더 맛있어보이자 하얀색 뿌리는 그것을 먹으려는 행동을 멈췄다.
지금 먹는 것보다 토실토실 살이 쪘을 때 먹는 것이 더 맛날 것 같았으니까.
그 후로 뿌리는 그녀석을 깊은 땅 속까지 끌고 내려와 커지는 것을 물심양면 도왔다.
보름 전부터는 아예 품에 끼고 살았고.
그게 더 빠른 성장을 했으니까.
여하튼 뿌리는 그렇게 군침을 흘리면서 그것이 얼른 더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
러시아의 북극해와 맞닿은 이레불리치섬.
명진 쉘터를 직접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로 만들었던 마티아스는 자신이 속한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 명령에 스페인 바로셀로에서도 곧장 러시아까지 날아왔다.
그리고 마티아스가 처음에 들은 것은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길드장의 목소리였다.
“으하하하! 수고했다! 정말 잘했어. 요즘 들어오는 소식으로는 아시란테가 ‘Revival Legend’에 접속하는 시간이 하루에 채 6시간이 안 된다더군.”
“그것참 다행이네요.”
말도 안 되게 강력한 아시란테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은 마티아스 본인에게도 분명 나쁘지 않긴 했지만 결국 남이 시켜선 한 일.
그렇기에 마티아스는 절로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지만 루시아 길드의 길드장은 거기에 별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해줄 것은 다 해줬으니까.
그리고 그때 루시아 길드 길드장은 다른 것을 언급하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의 위력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더군. 그간 엄살이 너무 심했어.”
“.......”
마티아스는 이번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솔직히 그건 자신의 예상 범위를 넘어갔으니까.
말인즉슨 현재 명진 쉘터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명백히 자신이 알고 있는 몬스터의 등장 횟수와 한 번에 등장하는 마릿수, 거기에 강력함은 예상을 한참 웃돌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것에 대해 언급을 할 필요는 없기에 마티아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뭐. 어쨌든 아시란테를 궁지에 몰아넣었으니 충분하지. 아마 쉽사리 명진 쉘터를 포기하지는 못할 거야. 거기에 들인 공도 어마어마하고 이제 와서 수십만 명이 거주할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러니 조금 더 고생하라고. 아시란테가 똥줄을 제대로 탈 때까지 말이야.”
“네.”
마티아스는 그렇게 대답하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5일 뒤.
강원도 명진 쉘터.
마티아스는 조심스럽게 명진 쉘터 근처까지 이동했다.
분명히 자신이 예측한 범위를 벗어났으니까.
즉, 벌써 이렇게 강력한 몬스터가 어쩔 때는 1000마리가 훌쩍 넘을 정도 빈번하게 등장해서는 안 됐다.
물론 마티아스도 그에 대한 의문이 진즉부터 일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
어쨌든 계획대로 진행은 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의 예측 범위를 넘어가는 모습에 결국 남몰래 명진 쉘터가 있는 강원도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어수선해 보이는 명진 쉘터가 보이는 곳까지 이동하고 손을 땅에 대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에게 다시 돌아와라!”
[.......]
우선 마티아스는 조금 기다렸다.
하지만 그 조금이 몇 분이 됐고 여전히 반응이 없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나에게 다시 돌아와라! 몬스터를 다루는 고대의 기운이여!”
[.......]
또다시 몇 분이 흘렀지만 반응이 없는 상황.
그제야 마티아스는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상황이 아주 엿 됐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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