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 (2).
마지막 남은 결승전.
하지만 결승전을 앞둔 결투장 내부에는 60명이 아니라 총 90명이 자리했다.
처음 40개의 팀으로 시작해 20, 10, 5까지 줄어들었고 거기에서 한차례 우리의 부전승으로 최종적으로 남은 것이 3개의 팀이었으니까.
즉, ‘최강자를 뽑아라.’ 때처럼 결승전에는 3팀이 자리했다.
그리고.
스윽.
스윽.
이제는 2등분으로 된 투명한 차단막이 아니라 3등분으로 된 차단막 사이로 우리를 제외한 양측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여실히 보였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던 ‘최강자를 뽑아라.’ 때도 1대 1대 1의 싸움이 아닌 2대 1의 싸움이 펼쳐졌으니까.
그게 분명 0.000001%나마 우승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었고.
하지만 나를 상대로 0.000001%의 우승 확률?
명백하게 그것도 엄청 높게 잡은 수치일 수밖에 없다.
우선 저들에게 편을 먹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말이 통할 리가 없기에 3분간의 전투 대기 시간이 종료되기를 기다렸고 곧 3등분된 차단막이 사라지자마자 그 상태에서 곧장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굳이 적들에게 달려들지 않고 현 자리에서 펼쳐도 충분히 이곳 결투장 전부를 에워쌀 능력이 되니까.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순식간에 결투장 전체를 감싸는 얼음의 대지.
그리고 그때 적들도 내 공격에 분주히 움직이며 대응하기 시작했다.
결승전에 꽁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는 듯이 무척이나 체계적으로.
“나의 모든 피해는 제로로 변한다! 대미지 면역!”
“링크 : 대미지!”
“강력한 증폭. 링크 : 대미지.”
“모두의 피해를 짊어지는 그대의 희생은 고귀하게 빛나리라. 숭고한 희생!”
대미지 면역.
즉, 무적을 보여준 자를 과거에도 만난 적이 있었다.
바로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에서.
물론 완벽한 무적은 아니었다.
대미지 면역을 사용하자마자 몸을 움직이지 못했고 유지 시간도 약 10분? 15분 그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그것이 스킬이든 한정스킬이든 아니면 특성이든 어쨌든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쿨타임이 존재했기에 대미지 면역의 유지 시간이 종료되자마자 내 손에 그대로 쓰러졌었고.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대미지 면역을 사용한 자는 즉시 박제된 동물마냥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대미지 면역을 사용한 자를 시작으로 황금색 줄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더니 우리를 제외한 그쪽의 인원 60명 전체를 한 번씩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황금색 줄은 다시 대미지 면역을 사용한 자에게 돌아갔고 그 자를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그 후.
파바박. 파바바박.
마치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머지 59명이 나를 무시하고는 내 뒤쪽의 가족을 포함한 29명에게 달려들었다.
“호오.”
물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사용한 스킬과 그 이펙트 효과는 딱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바로 모든 대미지를 저 대미지 면역을 사용한 자가 짊어진다는 것을.
우선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대미지 면역을 사용한 자가 아닌 다를 자를 향해 공격을 집어넣었다.
“아이스 웨이브.”
하지만.
[.......]
방어력은 물론이고 생명력도 최약체로 평가받는 힐러와 서포터가 내 공격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내 공격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타올라라! 영혼까지 태우는 지옥불이여.”
“거인의 일격.”
“쏟아지는 폭풍우.”
“불의 정력의 분노.”
퍽. 퍽. 쾅. 쾅.
당연하지만 내 뒤쪽의 가족들을 포함한 29명도 나를 무시하고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59명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공격도 59명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고 그들의 돌격도 저지하지 못했다.
즉, 남은 것은 그들의 반격.
“모래 폭풍.”
“꿰뚫는 파워 샷!”
“트리플 샷!”
:
:
“파괴의 숨결.”
“바람 정령의 살을 에는 칼바람!”
우선 그 공격에 탱커들은 앞에서 막고 엄마를 비롯한 힐러들은 재빠르게 탱커에게 힐 계열 스킬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었다.
숫자 차이도 2배였고 결정적으로 상대방 전원은 무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크나큰 전력차로 탱커가 하나둘씩 쓰러져갔고 탱커 라인이 쓰러지자 뒤쪽의 딜러와 힐러, 서포터가 휩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정 중앙에 황금색 줄에 돌돌 감싸진 자의 무적이 풀리지 않는 한 이 전황을 뒤집을 길은 없으니까.
물론 나는?
가만히 있었다.
분명 대미지 링크에 증폭된 대미지 링크 거기에 한명에게 모든 대미지를 몰아주는 숭고한 희생으로 이들 60명 전원이 무적이라는 것을 아니까.
실제로 대미지 면역을 가진 자와 싸울 때도 결국 그 대미지 면역이 풀리고 나서야 이기는 것이 가능했었고.
***
결승전이 진행되는 결투장 내부.
“후후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카이바르 길드 길드장 바르샤 알사드는 전투가 진행되는 전황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괴물 같은 아시란테를 허수아비로 만듦으로써 모든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물론 그렇기에 더 독촉했다.
대미지 면역도 평생 지속되는 것이 아니었고 당연히 대미지 링크와 숭고한 희생도 유지 시간이 존재했으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바르샤 알사드는 슬쩍 아시란테를 바라봤다.
[.......]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
그 모습에 바르샤 알사드는 더 짙은 미소를 토해냈다.
그만큼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니까.
물론 아시란테를 쓰러트리고 나면 현재는 같은 편으로 싸우고 있는 상대방과 진정한 우승을 다퉈야겠지만 어쨌든 아시란테를 쓰러트리면 큰 산 하나를 넘는 것이기에 바르샤 알사드는 현 상황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때마침 적의 탱커 라인이 무너지자 크나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힘을 내라! 얼마 남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바르샤 알사드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두도 현재 자신들이 무려 아시란테가 속한 팀을 상대로 승기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감에 찬 목소리와 함께 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
“.......”
탱커 라인이 무너지자 뒤의 딜러와 힐러, 서포터가 죽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연히 거기에는 가족인 아빠, 엄마, 형, 형수, 누나도 포함되어 있었고.
하지만 그 모습을 쳐다만 볼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이 ‘최강 길드를 뽑아라.’ 전멸전이었고 그 말인즉슨 나머지 전부가 죽고 나 혼자 살아남아도 내가 아니, 우리가 이기는 거니까.
더욱이 이 이벤트는 결투장에서 사망시 아무런 페널티도 없었고.
그래서 파티창을 향해 글을 남겼다.
[lumen : 우승을 가지고 갈 테니까 밖에서 느긋하게 기다리시면 됩니다.]
[초절정미녀 : 괜찮겠어? 이건 좀 강한데?]
[아들둘딸하나 : 아들...]
하긴 누나의 말대로 이들의 조합은 강력했다.
한명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나머지 59명 전부를 무적으로 만들었으니까.
그것은 무척이나 남는 장사일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모든 것에는 유지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유지 시간이 종료되면 다시 재사용하기 위한 쿨타임이라는 것도 있었고.
즉, 그때처럼 기다리면 됐다.
더욱이 기다리는 것은 그때보다 훨씬 더 잘할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lumen : 떠들썩한 우승 파티 준비를 부탁드릴게요.]
잠시 후.
처음에는 90명이 자리했던 결투장.
하지만 지금은 딱 61명이 남았다.
그리고 그때 그들 무리 한가운데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시란테님. 여기에서 포기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고 더 이상 의미 없는 싸움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 이벤트가 끝나도 결국 ‘Revival Legend’든 현실에서든 나를 마주할 자들.
그렇기에 그들은 꽤나 공손했다.
하지만 전세가 이미 기울어졌다는 말이 썩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딱 보기에도 전세가 이미 기울어졌죠? 제 쪽으로요.”
“.......”
“.......”
“.......”
내 말에 나를 둘러싼 59명이 정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손을 까딱까딱 거리면서.
“괜히 나중에 제가 시간을 끌어서 대미지 면역이나 대미지 링크 같은 것들의 유지 시간이 종료돼서 졌다는 핑계는 듣고 싶지 않네요. 들어오세요.”
그러자.
“...모두 전력을 다한다!”
“네!”
“알겠습니다!”
우선 그 남자의 말과 함께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향해 셀 수 없이 많이 쏟아지는 공격을 시작으로 2차전이 진행됐다.
***
몇 분 후.
“가시 채찍.”
“바람 정령의 살을 에는 칼바람!”
“단단한 모래의 사슬!”
:
:
“춤추는 불꽃!”
“체인 라이트닝.”
퍽. 퍽. 쾅. 쾅.
바르샤 알사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물론 지금껏 아시란테가 보여준 모습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이번에 준비한 것이 적지 않았기에 더더욱.
더욱이 어서 들어오라는 말과 달리 체념한 듯 아무런 방어 행동을 취하지 않는 아시란테.
바르샤 알사드는 그게 포기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아시란테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1분, 2분, 3분, 4분, 그리고 10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총 59명이 쏟아내는 온갖 공격에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아시란테의 모습에는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모두도 여전히 끊임없이 공격을 하고는 있지만 얼굴에는 질린 기색이 가득했고.
“히... 힘을 내라! 얼마 남지 않았다!”
“네...”
물론 그럴수록 바르샤 알사드는 큰 목소리로 외쳤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봐도 아시란테의 표정에는 단 1의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일부러 평온한척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기에 59명은 파랗게 질려가는 얼굴로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
그간 동반 성장에 지력을 선택하고 지력에 종속될 스탯으로 체력, 정신력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결코 없었다.
다만 살짝 흔들릴 때는 있었다.
분명 힘과 민첩도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항상 그때의 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6만이 넘는 체력과 800만에 달하는 생명력은 항상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였으니까.
당연히 거기에 착용한 아이템도 절대 남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고.
그래서 정말로 59명이 악착같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더욱이 체력이 몸빵과 최대 생명력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적인 생명력의 회복에도 관여를 했고 그렇기에 적들의 공격에 떨어지는 만큼 완벽하게 다시 생명력이 차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잠을 자고와도 될 정도로.
그리고 그때.
스르륵.
대미지 면역을 사용한 자를 꽉 동여매고 있던 황금색 줄.
그 줄이 점차 풀어지기 시작했다.
진했던 그 황금색도 옅어졌고.
당연히 그것이 뜻하는 바는 유지 시간이 종료되고 있다는 뜻.
그래서 그런지 나를 향해 공격을 하는 59명의 낯빛이 점차 어두워져갔다.
우선 그 모습에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입을 열었다.
“점점 타임아웃에 가까워져가고 있군요.”
“.......”
“.......”
“.......”
내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 59명.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 크게 개의치 않고 그저 황금색 줄에 시선을 뒀다.
저것만 다 풀어지면 곧장 끝장을 낼 생각이니까.
물론 분풀이?
당연히 할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그다지 화도 안 났고.
이들은 그저 자신들을 가진 능력을 극대화해서 나를 상대한 것뿐이니까.
다만 내게는 통하지 않았고.
여하튼 그렇게 풀어지고 옅어지던 황금색 줄이 마지막에는 완전히 빛을 바라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곧장 입을 열었다.
대미지 면역을 사용하고 꿈쩍도 하지 않던 남자도 드디어 움직였고.
“징벌 아이스!”
쾅!
“크억!”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격.
당연히 타깃은 그 자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대미지 면역을 사용하고 지금 막 움직였던 자.
그리고 그자는 그 징벌 아이스 한방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즉, 그들의 전술은 끝이 난 상황.
그래서인지 모두들 허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에게는 전혀 허망한 일이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그들의 슬픔에 동참해줄 생각은 없기에 곧장 후속타를 집어넣었다.
“블리자드. 아이스 토네이도.”
퍽. 퍽. 퍼버버벅. 퍽.
휘이이잉.
“크억!”
“컥!”
방금 전까지 무적의 위용을 보여주던 자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공격에 하나둘씩 그대로 쓰러져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숫자가 자리했던 나 혼자만 남았고 그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최강 길드를 뽑아라.’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명진 1번 팀의 소속원 모두는 10억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명진 1번 팀의 소속원 모두는 5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명진 1번 팀의 소속원 모두는 2만개의 코인을 획득합니다.]
“.......”
지금의 우승은 왕중왕전의 우승.
하지만 보상은 11번 구역 내의 우승과 똑같았다.
즉, 보상이 많다면 지금이 더 많아야 했다.
실제로 ‘최강자를 뽑아라.’ 에서도 그랬고.
물론 절대 적은 것은 아니었다.
다 합치면 며칠 사이로 20억 골덴링,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거기에 4만개의 코인을 획득한 거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살짝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마치 아쉬워하지 말라는 듯이 메시지가 더 울렸다.
[모든 구역을 통틀어 최강 길드로 뽑힌 명진 길드과 명진 길드에 속한 모두에게는 아래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 명진 길드에 ‘최강 길드’라는 타이틀이 제공됩니다.
: 명진 길드에 속한 모두에게 절대 교환이 불가능한 코인 2000개가 지급됩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30명에게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 명진 길드에 속한 모두에게 2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지급됩니다.(이벤트에 참여한 30명에게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흐흐.”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웃을 수 있었다.
이번 보상은 확실히 컸으니까.
더군다나 ‘최강 길드’라는 타이틀까지 존재했고.
<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 (2). > 끝
<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