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16화 (216/271)

216화. 예견된 결말.

‘최강 길드를 찾아라.’ 이벤트를 시작한지 며칠째.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항상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겼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물론.

“젠장! 아시란테만 쓰러트리며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 모두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스며들어라. 영혼을 좀먹는 독.”

“불어라. 칼바람.”

“두터운 대지의 창!”

“꿰뚫는 파워 샷!”

퍽. 퍽. 쾅. 쾅.

지금의 이벤트와 판박이인 직전의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는 포기하는 자가 많았다.

특히나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상대적으로 강자들만 남게 됐고 그만큼 이래저래 아는 것이 많은 자들이었기에 더더욱.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30명이 함께 싸워서 그런지 전과 달리 라운드를 거듭해도 쉽사리 포기하는 팀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들의 온갖 공격을 퍼부어도 나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반대로.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피해라!”

“상대는 아시란테다! 아이스 필드라고 얕잡아보지 마라!”

내 아이스 필드를 피해 혼비백산하며 결투장 외곽으로 넓게 흩어지는 자들.

하지만 그것은 내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를 너무 무시하는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곳 결투장이 30대 30의 싸움이라고 전의 1대 1의 결투장보다 훨씬 컸지만 그럼에도 이곳 전부를 꽉 메우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 와중에 반격도 있었다.

“파이어 필드!”

“파이어 필드!”

“흔들리는 대지!”

나름대로 내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를 깨기 위해 나와 같은 장판 스킬을 사용한 그들.

하지만.

[.......]

내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는 실금하나 가지 않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상대 팀의 그 모든 공격을 잡아먹었다.

그 후 남은 것은?

당연히 내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 토네이도!”

휘이이잉.

“크억!”

“아이스 토네이도가 뭐 이래!”

“분명 다른 아이스 토네이도는...”

얼음 회오리 외에 일정 지력 수치를 넘어서면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당기는 돌풍을 동반하는 아이스 토네이도.

하지만 그간 봐왔던 아이스 토네이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그런지 적들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다.

물론 그 당황은 길지 않았다.

털썩.

털썩.

털썩.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아 하나둘씩 차례대로 픽픽 쓰러짐으로써.

그리고 곧장 울리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는 메시지.

우선 그렇게 계속 승리해 갔다.

물론 그 와중에 종종 특색 있게 팀을 꾸린 자들도 만나기는 했지만.

가령.

“슬로우. 슬로우.”

“적의 시야를 차단하라. 실명.”

“솟아라. 그래서 나의 적을 휘감아라! 죽음의 뿌리!”

:

:

“그대의 육체와 정신은 나약해지리라!”

“내 그림자는 풀지 못할 끈이 되리라! 그림자 결박!”

나름대로 온갖 디버프와 속박류 공격으로 중무장한 팀.

아마 어지간한 아니, 꽤나 소문난 강자도 이런 팀을 만나면 고전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공격보다 솔직히 이런 것이 더 짜증나고 위협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딜러, 탱커, 힐러 외에 서포터라 불리는 전문적인 역할이 존재했고.

하지만 ‘올 버프, 올 디버프’를 소유한 나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아니, 굳이 ‘올 버프, 올 디버프’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저런 것들은 더 이상 나에게 위협이 될 수가 없었다.

방어구들도 방어구지만 현재 정신력만 따졌을 때 무려 4만을 훌쩍 넘어섰으니까.

그리고 그 정도면 상위 0.00001% 안에 드는 서포터가 모든 스탯포인트를 지력에 몰빵하고 아이템과 스킬마저 지력에 몰빵을 해도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그런 수치였고.

즉, 누군가에는 상당히 까다로울지 모를 디버프와 속박으로 중무장한 팀을 다른 팀보다 더 손쉽게 정리를 했다.

***

‘최강 길드를 찾아라!’ 이벤트를 시작한지 보름째.

수천 개가 넘는 팀이 참여를 했지만 승자와 패자로 하루에 반절씩 떨어져 나갔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확히 16개의 팀만 남은 상황.

그런데 무척이나 공교롭게 16개의 팀 중에서 5개의 팀이 한 길드 소속이었다.

바로 시 주석이 대표로 있는 중국 정부.

물론 얼추 예상하기는 했다.

‘최강자를 찾아라.’ 이벤트에서도 16강에 절반 이상을 자신의 인물로 집어넣은 것이 시 주석이 대표로 있는 중국 정부였으니까.

시 주석 본인은 2등을 했고.

그래서 석인수 실장을 향해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도면 뭔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하네요.”

“네. 그때도 그랬지만 확실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끔 미스매치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완벽하지 않지만요.”

그런 내 말에 석인수 실장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직 말이 전부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조작도 결국 우승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전처럼요.”

“그건 그렇죠.”

석인수 실장 말대로 아무리 대진표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마주할 수밖에 없다.

바로 나를.

그렇기에 직전 이벤트에서도 시 주석은 2등으로 마감해야 했고.

여하튼 그렇게 16강을 시작으로 다음 날은 8강, 그 다음 날은 4강을 뚫고 결국 결승전에 안착할 수 있었다.

반대편 결승전에 올라온 상대는 익히 예상했던 대로 시 주석이 대표로 있는 중국 정부 1번 팀이었고.

물론 이미 보상이 지급되는 16강에 오른 팀들이 속속 결정이 났을 때부터 우승팀은 정해져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바로 명진 1번 팀으로.

그래서 그런지 결승전에서 마주한 시 주석은 곧장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포기하겠습니다. 대신 그전에 잠깐의 대화는 가능하겠죠?”

시 주석은 그때처럼 먼저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우선 그 말에 나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분명 미국과 일본 오사카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들이 NPC가 아니라는 정보를 처음 준 것은 시 주석이었으니까.

그들이 진짜 적이라는 것도.

“물론입니다. 그나저나 그때에 이어 또다시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허허. 저도 그래야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애석하게 그렇지 못하는 것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다시 나란 벽에 가로막혀 2등을 해야 하는 신세.

아마 중국이 나와 같은 11번 구역 소속이 아니라 여타 다른 구역 소속이었다면 거의 1등을 했을 것이다.

대진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이 가능하기에 더더욱.

하지만 나로 이로 또다시 2등을 하게 됐고 그것을 꼬집는 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대답 대신 살짝 입가에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확인한 시 주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명진이라면 이번 변화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 거라 봅니다.”

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메시지가 가리키는 방향은 딱 하나였으니까.

바로.

“어서 빨리 강해지라고 등 떠미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내 말에 곧장 수긍하는 시 주석.

그와 함께 시 주석은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그래서 홍주영님도 명진도 부럽습니다. 현재의 흐름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홍주영님이니까요. 더욱이 이번에도 1등을 함으로써 남들보다 이미 수십 발자국 아니, 수백 발자국 앞서 있는데 또 앞서 나갈 테고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우선 살짝 손사래를 치며 겸손함을 드러냈고 그렇게 잠깐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대화 말미에 시 주석이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 더 빈번하게 오사카 때의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어쩌면 더 강자들로요. 아니, 확실히 강자들로요. 그래서 저는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자라는 것을 떠나 이 지구의 일원으로써 홍주영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말.

당연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히나 죄송하다는 말은 더더욱.

그리고 그때 시 주석이 내 의문에 아랑곳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절대로 파괴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저희를 향한 적대도요. 그만큼 지구의 위기는 한층 더 가열될 것입니다. 몬스터가 첫 등장했을 때의 혼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 그리고 그때 지구의 희망이 되실 분이 바로 홍주영님 아니겠습니까?”

“.......”

“저와 중국은 현재 제 몸 사리기도 힘들지만 어떻게든 지구의 희망인 홍주영님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순식간에 몇 마디 말로 나를 인류의 아니, 지구의 수호자로 만든 시 주석.

물론 이쯤 되자 시 주석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바로 비싼 척 굴지 말고 혹여나 NPC로 착각했던 오사카의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곧장 처리해 달라는 것.

다름 아닌 내가 슈퍼맨 같은 지구의 수호자니까.

그리고 그때 시 주석이 쐐기를 박는 말을 건넸다.

“혹여나 간을 보다 모두가 죽고 홍주영님 혼자만 살아남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우리 모두의 패배가 아니겠습니까?”

“.......”

물론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 주석 말대로 그들은 강력했고 그들을 억제할 지구 내에서 가장 강력한 패는 바로 나였으니까.

실제로 일본 정부와 미쓰야 길드는 그들을 일정 구역에 가둬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로인해 오사카라는 거대 도시를 절반 가까이 박살을 냈고.

그런데 그런 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지구의 이곳저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 시 주석 말대로 몬스터 따위가 모습을 드러낸 것과는 천지차이일 정도로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아무리 ‘Revival Legend’가 더 빨리 강해지라고 발판을 나줬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했으니까.

즉, 충분히 이해는 갔다.

어떤 의도인지도 함께.

하지만 그 말을 건넨 상대가 바로 시 주석.

“허...허허.”

허탈한 웃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런 내 허탈한 웃음을 보며 시 주석이 입을 열었다.

“같은 지구의 일원으로써 상생의 길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굳이 시 주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상생에 딴죽을 걸지는 않았다.

괜히 내 뒤에 29명과 시 주석 뒤의 29명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그간 인류가 쌓아온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들을 일본처럼 일정한 대가를 받아야만 처리해주겠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당연히 시 주석이나 저쪽 인원은 이 장면을 기억의 구슬로 찍고 있을 테고.

우선 그렇게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고 시 주석도 더이상 선을 넘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 뒤로 곧장 포기 선언을 했다.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그 순간.

[상대방의 전투 포기 선언으로 명진 1번 팀이 11번 구역 내 ‘최강 길드를 찾아라.’ 이벤트에서 1등을 차지하였습니다.

-패배한 팀의 인원은 전부 결투장 밖으로 강제 이동됩니다.]

메시지가 울림과 동시에 시 주석은 물론이고 시 주석 뒤의 29명이 곧장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그러자 메시지가 더 울렸다.

[축하합니다. ‘최강 길드를 찾아라.’ 이벤트에서 1등을 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명진 1번 팀의 소속원 모두는 10억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명진 1번 팀의 소속원 모두는 5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명진 1번 팀의 소속원 모두는 2만 개의 코인을 획득합니다.]

명백하게 ‘최강자를 찾아라.’ 이벤트보다는 작은 보상.

그만큼 그때는 여기에 무려 스킬포인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때는 혼자였고 지금은 30명이었기에 그 최대값을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크지만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와!!!”

“1등이다. 1등!”

“명진! 명진!”

“홍주영! 홍주영!”

그간 1등을 밥 먹듯이 해왔던 나와 달리 뒤에 있는 대다수는 처음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이번 기회에 명진에 대한 충성심을 보인만큼 보답을 하는 차원에서 상대적인 약자들도 포함이 되어 있기에 그 환호성은 무척이나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1000레벨은 이상이지만.

그래서 나도 우선 1등에 대한 기쁨을 드러낼 찰나 메시지가 더 울렸다.

[11번 구역의 최강 길드로 뽑힌 명진 길드의 소속원 모두에게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절대 교환이 불가능한 코인 2000개가 명진 길드원 모두에게 지급됩니다.

(명진 1번 팀의 30명에게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오.”

이번 메시지에는 나도 모르게 살짝 감탄을 내뱉었다.

절대 교환 불가능이고 지금 우리가 얻은 2만개에 비하면 10분의 1인 2천개의 코인이었지만 그래도 명진 길드라는 이름 아래 있는 자들 전부에게 지급된다고 했으니까.

명진이라는 이름을 쓰는 자들 전체를 감안하면 수억 개 이상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걸 모를 자들은 여기에 없기에 뒤에서는 아까보다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왕중왕전에 대한 메시지가 울릴 때까지.

[11번 구역의 최강 길드로 뽑혔습니다.

-차후 진행될 왕중왕전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참여 하시겠습니까?]

그 메시지에 모든 시선이 내가 아닌 아빠에게 향했다.

분명 지금까지 내가 전부 지지고 볶고 다했지만 그래도 대표는 아빠였으니까.

“참여한다.”

[왕전왕전에 참여 신청을 하였습니다.

-명진 길드는 왕중왕전이 끝날 때까지 새로운 신규 가입이 불가능으로 변경됩니다.]

새로운 신규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생뚱맞은 메시지.

하지만 그 메시지로 모두들 크게 웃을 수 있었다.

결국 명진 길드원 전체에게 코인 2000개가 지급이 된 것처럼 왕중왕전에도 우승을 하면 분명 명진 길드원 전체에게 보상이 주어진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사전에 우승 확률이 높은 팀에 새로 가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여하튼 그 메시지 뒤로 결투장을 빠져 나간다는 메시지가 울렸고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곧 로돈성에 위치한 명진 길드 본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를 격렬하게 환영하는 수많은 명진 길드원들과 함께.

< 예견된 결말. > 끝

< 몬스터를 부르는 대지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