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예견된 수순.
현 이벤트와 판박이인 전 ‘최강자를 찾아라.’ 이벤트를 압도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 중에 기권승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
북한 서지혜에게 얻은 1만 4천개의 스탯포인트를 시작으로 그때에 없던 ‘올 버프, 올 디버프’는 물론이고 직전의 보르네슈 탐험대까지 얻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더욱이 요 근래에 얻은 것들은 죄다 굵직굵직했다.
가령 스탯포인트로 봤을 때 1만개와 3만개씩이었고 스탯포인트는 아니지만 ‘올 버프, 올 디버프’도 분명 수만 개 이상의 가치를 했다.
즉, 굳이 30명으로 조직하지 않고 나 혼자 나가도 현재 내가 속한 11번 구역은 물론이고 전체 40개 구역이 참여하는 왕중왕전에도 우승을 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1등을 확신하는 것은 자만도 그렇다고 오만도 아닌 명백하게 사실에 근거한 자신감이었으니까.
“무조건 1등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30명을 구성하는데 굳이 실력 순으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이 기회에 한두 명쯤은 명진에 대한 충성이 어떤 대가로 보답 받는지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빠, 엄마, 형, 누나, 형수 거기에 석인수 실장이나 안동영 비서 실장 또 요즘에는 북한의 김율정 노릇을 함께 하느라 바쁜 임정대 경비 대장 등은 당연히 사전에 이미 포함이 됐다.
그들은 가족이거나 가족에 준하는 자들이니까.
그리고 이것 가지고 뒤에서 수군거리더라도 상관없었다.
당연히 눈치를 볼 필요도 없거니와 남의 시선을 의식해 겉으로 공명정대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애초에 없으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고.
여하튼 그 말을 끝으로 30명의 인원 선발은 전적으로 아빠에게 맡겼다.
대신 남은 시간은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 보냈다.
사냥도 사냥이지만 조만간에 현 40개의 구역이 하나의 구역으로 합쳐지고 더 높은 수준의 사냥터가 나온다고 한 만큼 꽤 정이 든 이곳에서의 사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3일 후.
여전히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 사냥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이벤트 ‘최강 길드를 찾아라.’의 명진 1번 팀의 매칭 상대가 결정됐습니다.
-30분 후에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30분 후에 등록된 인원이 접속 상태가 아닐 경우 그 인원을 뺀 현재 접속 상태인 유저만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혹 참여 인원 3분의2 이상이 미접속 상태면 강제로 기권패하게 됩니다.]
우선 그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사냥터 밖으로 몸을 뺐다.
분명 함께 모여 있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아빠를 비롯해 가족들과 나머지 인원 전부가 명진 길드 본거지에 모여있을 것이 뻔한데 나만 따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로돈성에 위치한 명진 길드 본거지에 도착하자.
“여어. 왜 이리 늦은 거야? 한참을 기다렸잖아.”
나를 반기는 누나가 있었다.
누나 옆에는 아빠, 엄마, 형, 형수를 포함해 29명 전원이 자리했고.
“이제 겨우 메시지가 울린 지 5분도 안 지났는데?”
“어허. 그래도 꼴찌니까 한참 늦은 거지.”
누나 말대로 꼴찌긴 했기에 어깨만 으쓱하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누나의 면박 아닌 면박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반짝반짝.
뜨거운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 혼자서든 혹은 함께 했든 그간 내가 했던 모든 이벤트와 퀘스트는 1등을 했거나 1등에 준하는 결과는 만들었다.
즉, 현재 ‘최강 길드를 찾아라.’ 이벤트에 참여한 모두는 들뜰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로 1등할 확률이 거의 99% 아니, 100%니까.
그만큼 1등 보상을 받을 확률도 100%고.
우선 그렇게 나를 환영하는 분위기속에 마지막으로 내가 자리했고 그러자 아빠가 입을 열었다.
“이번 이벤트는... 전적으로 주영이에게 맡기겠다.”
처음에는 석인수 실장이 전략부의 인원을 데리고 이벤트를 앞두고 이런저런 상황에 대비한 수를 찾았다.
당연히 그게 석인수 실장이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보여준 내 상태창을 보더니.
[가장 확실한 수를 놔두고 제가 괜한 짓을 한 것 같습니다.]
그 한마디로 끝.
여하튼 기쁜 마음으로 어서 빨리 이벤트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분명 최강자를 뽑는 전의 이벤트도 그랬지만 이번 이벤트도 나를 위한 이벤트니까.
***
홍주영과 명진 1번이라는 팀에 속한 29명이 이벤트를 기다리는 사이.
뉴욕 홀드렛지 총본부.
“우리 구역에서는 우리가 우승을 하겠지만 결국 왕중왕전은 아시란테가 속한 명진이 차지하겠군.”
“.......”
“.......”
“.......”
5인의 최고 간부 내에서 흘러나온 말에 회의에 참여한 모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게 정답이었으니까.
특히나 교환 가능한 코인을 토해내는 석상으로 인해 아시란테에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홀드렛지였기에 그 누구보다 더 아시란테를 주시했다.
그래서 무지막지하게 강한 아시란테가 더 무지막지한 속도로 강해졌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그때 최고 간부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홍주영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현재 ‘Revival Legend’가 갑자기 가파르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홍주영도 느꼈고 명진 길드가 느낀 것을 홀드렛지가 느끼지 못 할리는 만무한 상황.
그렇기에 최고 간부 중에 한명이 그것을 지적했고 곧 정보부를 책임지는 어스틴이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분명 ‘Revival Legend’는 원래의 계획보다 더 빠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정보부에서 판단하기로 이번 일로 가장 높은 확률로 나타날 변화는... 저희가 NPC로 착각했던 그들. 바로 오사카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들이 더 빈번하게 등장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타협이 불가능한 자들.
그런데 하필이면 강자들.
그래서 최고 간부 내에서 어스틴의 말에 달갑지 않은 기색을 그대로 풍기는 질문이 새어나왔고 이번에도 어스틴은 막힘없이 입을 열었다.
“직전의 레벨 상관없이 모든 사냥터에서의 코인 드랍. 당연히 더 빨리 현실 구현률을 올리라는 독촉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이번에는 모든 사냥터에서 획득 가능한 경험치 증가와 더 높은 수준의 새로운 사냥터의 증가. 역시나 더 빨리 레벨을 올려 강해지라는 뜻이고요. 즉, 이 ‘Revival Legend’는 저희 모
두에게 더 빨리 강해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저희가 게으름을 피울까봐 아예 접속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과 함께요.”
어스틴의 말이 정답이 아닐 가능성은 있어도 명백히 틀린 말은 아닌 상황.
그렇기에 아무도 어스틴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다.
최고 간부 5명까지도.
그리고 그 분위기를 확인한 어스틴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몬스터가 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지간한 몬스터는 그간 인류가 구축한 화기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즉, 더 빨리 강해지라고 난리를 치는 현재의 ‘Revival Legend’로 봤을 때 저희의 진짜 적은... 그들 같습니다.”
다시 한 번 홀드렛지의 회의실은 침묵에 감돌았고 한참 후에야 최고 간부 내에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럼 그 대비책은?”
“딱 하나입니다.”
“그게 뭐지?”
“홍주영처럼 이벤트든 퀘스트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항상 1등을 하지 못하는 이상에야 더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 사냥터에서 드랍되는 코인을 악착같이 모으는 것이 정보부에서 찾은 최선의 대비책이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약자나 어지간한 강자 수백, 수천보다 진
짜 압도적인 강자 1명이 훨씬 위력적이라는 것을 홍주영이 증명을 했으니까.”
“.......”
“.......”
“.......”
뻔해도 너무 뻔한 대답.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침묵과 함께 홀드렛지의 회의가 종료됐다.
당연히 사냥터로 이동하기 위해서.
***
로론성 명진 길드 본거지.
[명진 길드 1번 팀은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익숙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최강자를 뽑아라.’ 때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결투장.
물론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그때보다 더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수가 될 가능성 자체는 0이나 마찬가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뒤로 물러나 계시면 됩니다.”
당연히 함께 싸워도 됐다.
최강 길드를 뽑아라 취지도 그렇고.
그러나 이걸 기회로 굳이 손발을 맞추거나 경험을 쌓는 용도로 사용할 것은 아니기에 쉽게 쉽게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전투 대기 시간이 3분 주어집니다.
-3분 뒤에 전투가 시작되며 그 전에 버프 및 아이템의 사용&교체가 가능합니다.
-전투에 승리한 길드는 자동으로 다음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패배한 길드는 그 즉시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익히 예상했던 메시지.
그런데 그때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중입니다.
-메가 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내가 올 버프, 올 디버프를 습득하고 모두들 축하를 건넸다.
솟구친 못은 망치를 부르듯 그간 의도치 않게 당한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 축하의 말을 건네는 인파 속에는 당연히 엄마도 있었다.
아니, 엄마는 직접 그 특성을 얻은 당사자인 나보다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쉬움을 말하기도 했다.
바로 나에게 더 이상 힐을 주지 못한다는 것.
말인즉슨 지금 메가 힐을 사용한 것은 엄마였다.
당연히 나에게 더 이상 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앎에도.
씨익.
우선 그런 엄마에게 말 대신에 살짝 미소를 보였다.
이미 아들이 어쩌면 지구 내에서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확실히 지구 내에서 제일 강한 자라는 것을 알 테지만 그럼에도 항상 걱정을 하는 것이 엄마였으니까.
그래서 다시 한 번 그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 중앙의 양쪽을 나누는 차단막이 사라지자 곧장 상대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론 상대방도 준비를 하긴 했다.
‘최강자를 뽑아라.’ 때처럼 가운데 투명막이 존재해서 양측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다만 내가 홍주영이라는 것을 몰랐을 뿐.
그리고 나를 모른다는 것은 그들이 무척이나 약한 자들이라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존재가 바로 나였으니까.
“겁도 없는 저 놈을 죽여라!”
“파이어 필드.”
“파이어 필드.”
“적을 가둬라. 파이어 월!”
“슬로우. 슬로우.”
“춤추는 불꽃!”
아무래도 행동으로 보아 마냥 약한 자들은 아닌 것 같았다.
나름대로 파이어 계열이라는 하나의 색깔로 시너지 효과를 준비를 한 팀이니까.
하지만 그래봤자였다.
더욱이 파이어 계열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계열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얼음황제 수호검에는 이런 옵션이 붙어 있었다.
바로.
[태양신도 녹이지 못한 얼음황제의 결의로 파이어 계열의 모든 스킬에 20%의 피해 감소와 우위를 가진다.]
파이어 계열을 고양이 앞의 쥐로 만들 수밖에 없는 옵션.
20%는 절대 적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저것은 0강화일 때 옵션이었다.
지금은 7강화의 얼음황제 수호검이였고 당연히 다른 옵션 수치가 증가한 만큼 저 옵션 수치도 증가했다.
바로 35%로.
거기에 상위 0.1%에 해당하는 방어구와 4만 2천에 달하는 정신력.
“.......”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것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나만큼의 마법 공격력과 지력 수치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그리고 아쉽게도 저들은 나만큼의 마법 공격력과 지력 수치를 갖지 않았고.
즉, 아예 1의 피해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말 개미 눈곱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적은 수치의 생명력이 하락했다.
우선 저들의 환영에 곧장 나도 반응을 해줬다.
“아이스 필드.”
파사사삭.
당연하겠지만 적들의 파이어 필드는 나를 중심으로 펼쳐진 상황.
하지만 내 아이스 필드는 그것을 싹 지워버리는 것으로 모자라 이 상대방 전부를 포함해 이 넓디넓은 결투장 전부를 얼음의 대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무척이나 두꺼운 얼음으로.
그리고 그제야.
“무슨 아이스 필드가 이렇게 넓어!”
“아시란테?”
“호...홍주영이다!”
“젠장! 첫 라운드부터 홍주영이라니!”
“아이스 필드에 무슨 생명력이 이따위로 빠지는데?”
분명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라면 누구나 필수로 배우는 흔하디흔한 아이스 필드 마법.
하지만 누가 사용하냐에 따라 분명 그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스 필드 하나로 상대 길드는 곧장 내 정체를 알아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
당황하고 허둥대는 그들을 향해 곧장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7레벨과 9레벨이 존재하는 블리자드.
아마 저들도 7레벨 블리자드는 많이 봐왔을 것이다.
어쨌든 처음에는 나를 모르긴 했지만 그래도 1000레벨 이상인 자들이니까.
더욱이 7레벨 스킬은 800레벨에 배우는 것이 가능했고.
하지만 스킬 기능성 반지로 내가 사용하는 것은 무려 9레벨 블리자드.
거기에 8만에 달하는 지력.
그래서 그런지.
“헉... 피.”
털썩.
“생명...”
털썩.
힐러, 서퍼터 그리고 생명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딜러는 정말 뭘 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물론 그나마 생명력이 높은 몇몇 딜러와 탱커는 움직이기는 했다.
하지만 내 아이스 필드가 그렇듯 내 블리자드도 일반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블리자드보다 대미지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범위도 넓었다.
그래서.
“젠장! 운이 이렇게 없나...”
털썩.
털썩.
털썩.
운을 탓하는 자를 시작으로 모두들 밑에는 아이스 필드로 위에서는 블리자드의 공격으로 연달아 쓰러졌다.
정확히 시간을 재지 않았지만 채 5초도 걸리지 않은 시간.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명진 1번 팀이 승리하였습니다.
-다음 토너먼트로 진출합니다.]
우선 그렇게 손쉽게 첫 번째 라운드를 통과했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 등도 계속 그럴 테지만.
< 예견된 수순. > 끝
< 예견된 결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