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현실 구현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
단 1의 고비나 위기가 없는 사냥터.
그로 인해 솔직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악착같이 움직였다.
사냥은 단순히 지루하다는 이유 하나로 중단하거나 쉬엄쉬엄 할 일은 절대 아니니까.
물론 계속 사냥만 할 생각은 없었다.
직전의 보상으로 골덴링과 경험치 그리고 잔여 스탯포인트만 얻은 것이 아니니까.
말인즉슨.
“코인 확인.”
[코인 : 73652.01]
일반인 1명당 5개로 약 5만개와 추가적인 보상 2만개로 한 번에 7만개의 코인을 획득한 상황.
당연히 아껴둘 생각은 없었다.
아낄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 곧장 7만개를 사용해 현실 구현률을 올렸다.
그러자.
[1200레벨 특권 ‘현실 구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실 구현률은 98%입니다.
-100%까지는 1%의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데 10,000개의 코인을 필요로 합니다.]
직전의 현실 구현률은 91%.
그리고 7만개의 사용으로 7%를 올려 최종적으로 98%를 달성하자 분명 기쁨이 커야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들었다.
아니, 당연히 기쁘기는 했는데 그 와중에 아쉬운 이유는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98%라는 수치.
“음. 100%까지 딱 2% 남은 건데...”
물론 100%를 달성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한다든지 아니면 무언가 보상이 주어진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91%때에는 없던 100% 달성에 대한 욕심이 98%를 달성하자 무럭무럭 샘솟았다.
“200억 아니, 코인 3000개가 있으니까 170억 골덴링이면 되는데.”
코인 1개를 교환하는데 발생하는 수수료만 100만 골덴링.
즉, 코인 1만개를 교환하는 데는 무려 100억 골덴링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말 그대로 수수료.
코인 판매자가 갖는 것이 아니라 그냥 증발하듯이 사라지는 돈이었다.
그렇기에 따로 코인 판매자에게는 골덴링이든 뭐든 다른 것으로 대가로 지불을 해야 했다.
그만큼 코인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은 무척이나 큰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 거래소라는 것이 있을 정도로 코인 거래가 활발하긴 했다.
명백하게 코인은 가장 가치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여하튼 현재 소지한 골덴링은 이미 1000억 골덴링을 훌쩍 넘어섰다.
당연히 코인 2만개 정도는 별 부담 없이 구입이 가능했고.
하지만 남들은 코인 2만개가 어마어마한 양이겠지만 나에게는 머지않아 금방 구할 양이기도 했다.
이벤트든 퀘스트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하기만 했다하면 1등을 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굳이 200억 골덴링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고.
“그래. 조급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우선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다시 사냥을 이어갔다.
10분 후.
[lumen : 석인수 실장님 계시나요?]
[석인수 : 네. 있습니다. 막내 도련님.]
[lumen : 코인 좀 구할까 하는데요. 1만 7천개에서 2만개 사이로요. 비용은 제가 부담할거고요.]
[석인수 :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물론 불필요한 골덴링의 지출.
하지만 현실 구현률 100%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 그것을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왠지 91%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98%를 달성하자 혹여나 누군가 간발의 차로 나보다 100%라는 현실 구현률을 먼저 달성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들었고.
더욱이 이럴 때 사용하려고 그간 모았던 골덴링이기도 했다.
그래서 10분 만에 코인을 구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골덴링이야 또 구하면 되니까.
우선 그렇게 석인수 실장에게 부탁을 해놓고 다시 사냥을 이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인수 실장의 귓속말을 받을 수 있었다.
[석인수 : 막내 도련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lumen : 네. 알겠습니다.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석인수 실장의 그 말에 곧장 쿨타임 제로 블링크를 사용해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출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출입구 근처에서 아는 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바로.
“막내 도련님이다!”
“막내 도련님!”
“오늘은 일찍 나가시네요!”
신대륙이라는 곳에 머물렀던 두 달 반이라는 시간.
그래서 그런지 명진 아니, 명진뿐만 아니라 동맹인 미래 길드와 몽골의 투갈 길드가 1500레벨 사냥터인 이곳 타이탄의 대지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명진 소속의 모두는 나를 발견하자 무척이나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넸고.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구 내에서 유명 인사를 꼽을 때 항상 첫손에 꼽히는 것이 나였다.
즉, 내 입으로 말하자면 조금 부끄럽지만 명진 길드원들은 나와 같은 소속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로 명진과 함께 사냥을 하는 미래 길드원과 투갈 길드원은 부러운 눈빛으로 나와 옆의 명진 길드원들을 바라봤고.
그리고 그 속에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바로 연보라.
“.......”
한때는 연보라가 그리고 미래 길드가 나와 명진 길드보다 한 발짝 아니, 한 발짝 정도가 아니라 몇 발짝 앞서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유일하게 나를 무시하지 않던 것이 연보라였다.
물론 나를 아시란테라고 짐작하고 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일이었다.
분명 아무도 홍주영인 나를 아시란테와 결부시키지 못했으니까.
우선 명진 길드원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연보라 앞으로 움직여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응. 그러네. 그간 귓속말이 안 돼서 걱정을 했는데... 소식은 들었어. 축하해.”
연보라 말대로 종종 귓속말을 하기는 했다.
다만 항상 연보라가 먼저 걸어온 거긴 하지만.
그리고 연보라가 말하는 소식은 이번에 내가 얻은 보상.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그래서 연보라의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마워. 어쩌다보니 운 좋게 상황이 그렇게 되더라고.”
“운이 아니라 주영이 네가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이지.”
약간 뼈가 있는 말.
하지만 개의치 않고 그 후로도 연보라와 담소에 가까운 대화를 더 나누었다.
물론 굳이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나쳐가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렇게 나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연보라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연보라와 대화를 나누는 내가 가치가 있었으니까.
잠시 후.
로돈성 근처 명진 길드 본거지.
연보라와 담소에 가까운 이야기를 마치고 도착한 명진 길드 본거지에는 이미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었다.
바로 석인수 실장이 아니라 아빠가.
그리고 아빠는 대뜸 무언가를 내밀었다.
바로 내가 예전에 줬었던 3만개에 달하는 교환 가능한 코인.
“받아라. 너에게 주려고 보관하고 있던 거다.”
“그것은...”
당연히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줬다 뺏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짓이니까.
하지만.
“어차피 주영이 네가 가져온 거다. 그리고 그간 주영이 네가 직간접적으로 명진에게 가져다 준 것은 이것보다 훨씬 많고. 그러니 받아라. 굳이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너에게 줄 생각이었다.”
“.......”
아빠는 거절하는 나에게 떠넘기듯 강제로 3만개에 달하는 교환 가능한 코인을 건넸다.
그래서 나도 곧장 품에서 300억 골덴링을 꺼냈지만.
“됐다. 주영이 너는 우량주. 우량주에 투자는 하지 못할망정 빼앗을 생각은 없다. 그러니 주영이 너는 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마라. 그나저나 곧 점심시간인데 조금 있다 보자꾸나.”
“네.”
골덴링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 아빠의 모습에 작게 대답만 했다.
그 후 명진 길드 본거지 외곽.
우선 100%를 나중으로 미룰 필요가 없기에 곧장 현실 구현률을 올렸다.
그리고 정확히 2만개의 코인을 사용해 현실 구현률 100%를 달성하자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현실 구현률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호칭 ‘최초 현실 구현률 100% 달성자’를 획득합니다.
: 모든 스탯포인트가 1000씩 증가합니다.]
다른 모든 유형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왠지 100%라는 수치는 뭔가 있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91%에 느끼지 못한 조급함을 98%를 달성하자 느꼈던 것이고.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그때 여전히 더 울릴 것이 있던지 메시지가 더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은 동반 성장을 보유중입니다.
-체력과 정신력은 스탯포인트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현실 구현률 100% 달성자를 뜻하는 표식이 주어집니다.]
첫 번째 메시지는 조금 짐작을 했다.
체력과 정신력은 지력에 종속되어 함께 성장하는 대신 호칭으로 인한 증가를 제외하고는 아이템이나 스킬 등의 증가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보상으로 받은 모든 스탯포인트 1000의 증가는 호칭이 아니었고.
하지만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동반 성장이 아니었다면 6만이 넘는 체력과 4만이 넘는 정신력은 절대로 갖지 못할 수치였으니까.
더욱이 체력과 정신력만 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지력은 물론이고 힘과 민첩은 적용이 됐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일 찰나.
스스스슥.
이마에 분명 무언가 찌릿한 통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통증은 빠른 속도로 밑으로 타고 내려와 양 어깨를 거쳐 양 손가락까지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마치 문신인양 몸에 검은선이 발생했고.
“표식 확인.”
우선 그 모습에 곧장 표식 확인에 들어갔다.
방금 얻은 표식을 빼고는 이런 현상이 갑자기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표식.
-현실 구현률을 100%를 달성한 자라는 뜻의 표식이다.
-누구나 현실 구현률을 100% 달성하면 표식을 받게 된다.
-표식은 어떠한 효과도 갖고 있지 않다.]
“뭐야?”
말 그대로 ‘나는 현실 구현률 100% 달성한 자다!’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표식.
당연히 썩 마음에 안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당분간 아니, 분명 꽤 오랫동안 나 혼자만 이렇게 튀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더더욱.
그런데 그때.
슬쩍.
갑자기 땅에서 미어캣마냥 빼꼼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뿌리.
그것도 다른 뿌리에 비해 엄청 통통하고 긴 하얀색 뿌리.
쉬이이잉.
그리고 그 하얀색 뿌리는 마치 몬스터라도 잡을 생각인양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물론 여기는 명진 길드 본거지 외곽이라 몬스터 따위는 없는 상황.
하지만 피하지 않았고 곧 이어.
톡.
하얀색 뿌리의 도톰한 끝이 정확히 내 이마에 살짝 닿았다.
그 순간.
스스스슥.
이마를 시작으로 양 어깨와 양 팔을 거쳐 양 다리로 향하던 표식이 다시 역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표식이 하얀색 뿌리로 넘어갔는지 하얀색 뿌리의 표면에 분명 내 몸에 문신처럼 새겨지던 검은색 표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후 처음 이마에 발생했던 짜릿한 통증이 사라짐과 동시에 하얀색 뿌리의 끝이 내 이마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넘실넘실.
물론 저게 덩실덩실 춤을 추는 거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하얀색 뿌리는 기분이 좋은 듯 내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와 함께 하얀색 뿌리에는 크진 않지만 검은색 문신들이 완연하게 자리를 잡았고.
“이것 참...”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헛기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표식이 잔여 스탯포인트를 1개라도 줬다면 나쁜 상황인 것은 확실했다.
아무리 그게 꼴불견이라 하더라도.
하지만 그냥 ‘나는 100% 현실 구현률을 달성한 자다!’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표식.
설명에도 분명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건데. 너는 뭐가 좋다고 그렇게 오두방정을 떠는 거냐?”
넘실넘실.
물론 검은색 줄무늬가 생겼다지만 워낙 큰 하얀색 뿌리이기에 그렇게 티도 나지 않아서 여전히 하얀색 뿌리로 봐야하는 그 녀석은 연신 내 앞에서 재롱을 피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도 기쁨을 전부 표출했는지 다시 땅 속으로 파고들었고.
우선 그 모습에 여전히 이해득실을 따지기 어렵지만 어쨌든 거추장스러운 표식이 사라졌기에 만족스러웠다.
더욱이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내 소유의 뿌리가 가져간 것이지.
그래서 표식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을 털어내고 다른 것의 확인에 들어갔다.
바로 호칭.
“호칭 확인.”
[호칭 : 최초 현실 구현률 100% 달성자.
-최초로 100% 현실 구현률을 달성한 자만이 획득 가능한 호칭이다.
-1명 획득시 더 이상 획득이 불가능하다.
: 모든 스탯포인트 500씩 증가.
: 차후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데 필요한 코인 개수가 일정하게 줄어듭니다.]
흔하디흔한 생명력과 마나도 붙어 있지 않는 호칭.
하지만 화끈하게 무려 모든 스탯포인트가 500씩 증가했고 그 밑에 옵션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100%가 끝이 아니었다.
[코인을 활용하여 ‘Revival Legend’내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현실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 101%~110%까지 1%당 코인 12,000개(-1,000)를 필요로 합니다.
: 111%~120%까지 1%당 코인 14,000개(-1,500)를 필요로 합니다.
: 121%~130%까지 1%당 코인 16,000개(-2,000)를 필요로 합니다.
: 131%~140%까지 1%당 코인 18,000개(-2,500)를 필요로 합니다.
:
:]
솔직히 현실 구현률 100%를 찍으면서도 걱정을 했다.
만약 100%가 끝이라면 결국 내 성장도 거기서 정체라는 뜻이니까.
이미 ‘Revival Legend’의 착용한 아이템을 현실에서 구현 가능했기에 더 이상 코인은 쓸모없는 아이템으로 전락할 테고.
그런데 그 이상으로 더 올리는 것이 가능한 상황.
씨익.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더 강해질 여력이 있다는 뜻이니까.
더욱이 최초 현실 구현률 100% 달성자라는 호칭으로 남들보다 더 쉽게.
그래서 모든 확인을 끝내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로 이동했다.
다시 열심히 달려야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 현실 구현률. > 끝
< 거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