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08화 (208/271)

208화. 가치 변화.

신대륙 3번 스테이지.

내 손에 결국 죽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1차 관문의 오우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했던 리치.

그래서 3번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혹여 1번, 2번 스테이지에 비해 무척이나 강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살짝 될 수밖에 없었다.

가령 뿌리에 한방에 죽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푹. 푹.

[크억!]

[컥!]

1번, 2번 스테이지처럼 3번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뿌리에 원샷원킬이 나는 것은 동일했다.

그래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2차 관문의 문지기가 그렇게 강했는데...’

솔직히 나니까 중첩되는 디버프를 포함해 온갖 디버프가 통하지 않았지 만약 일반적인 유저라면 그 디버프 만으로도 전투력의 반 이상을 깎아먹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내 공격들을 수차례 아니, 이런 저런 자잘한 공격을 포함하면 수십 차례 막아낸 보호막은 언뜻 보면 무적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고.

그런데 그렇게 강력한 2차 관문을 뚫고 나왔는데 1번, 2번 스테이지에 비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몬스터가 우리를 반긴다?

살짝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래. 끝까지 가보면 알겠지.’

우선 당장은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기에 1번, 2번 스테이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느리지만 꾸역꾸역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푹. 푹.

[크억!]

[켁!]

뿌리의 완벽한 호위를 받으며.

또다시 보름 뒤.

이제는 미리 일반인 무리를 3차 관문과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세웠다.

1차 관문에 비해 2차 관문이 훨씬 강력한 문지기가 튀어나온 만큼 3차 관문은 2차 관문의 리치보다 더 강력한 문지기가 튀어나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순간 보르네슈 탐험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이 과연 2차 관문을 넘어 3차, 4차, 5차까지 넘는 것이 가능할까 하고.

물론 무려 1000명.

당연히 절대 적은 인원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각 관문을 막아서는 문지기도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곧 그 생각을 털어냈다.

나는 내 갈 길만 가면 되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 나를 반기는 목소리가 들렸다.

[죽여주마!]

“.......”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돌골렘.

물론 1차 관문의 오우거가 일반 오우거가 아니었듯이 이번 돌골렘도 일반 돌골렘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간 내가 봐왔던 그 어떤 돌골렘보다 거대했고 단단 아니, 딴딴해 보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2차 관문의 리치보다는 명백하게 위압감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네임밸류만 따졌을 때 리치보다 한참 밑이 돌골렘이었고.

그러나 겉만 보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멍청한 짓일 수밖에 없기에 마음의 놓지 않고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그 후 곧장.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우선 나에게 유리한 전장부터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괜히 3차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아니라는 듯이 돌골렘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쾅!

파지지직.

돌골렘의 주먹은 내가 아닌 내가 펼친 얼음의 대지를 내리쳤다.

그로인해 그 주변으로 펼쳐진 얼음들이 박살이 났고.

그러나 정작 그 자리를 벗어난 나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더군다나.

“느린데?”

돌골렘의 특성상 그리고 덩치에 비해 무척이나 빠른 거지 솔직히 그다지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공격을 피해내고 곧장 녀석에게 그 공격을 되돌려줬다.

가장 강력한 것으로.

“징벌 아이스!”

쾅!

비명을 내지르지도 그렇다고 쓰러지지도 않은 돌골렘.

하지만 긴 고랑을 만들며 뒤로 다섯 발자국이나 밀려났고 내 징벌 아이스에 적중된 오른쪽 어깨 부분에는 돌골렘의 몸을 구성하던 꽤 많은 돌들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물론 워낙 덩치가 커서 많은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돌골렘도 그런 피해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곧장 나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나.

“블링크.”

오히려 더 간격을 벌렸다.

그 후.

“아이스 토네이도. 블리자드.”

휘이이이잉.

퍽. 퍽. 퍼버버벅. 퍽.

분명 전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상황.

하지만 대충 감이 왔다.

바로 1차 관문의 문지기였던 오우거의 강화판이라는 것을.

물론.

저벅. 저벅.

강화판답게 돌골렘은 아이스 토네이도의 돌풍에 휩쓸리지 않았고 더불어 단지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처음에 비해서는 확연히 느렸다.

굳이 블링크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나도 천천히 두 발을 놀리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간격을 계속 유지할 정도로.

그리고 당연히 두 발을 놀리면서 이동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퍽. 퍽. 퍼버버벅. 퍽.

1차 관문을 지키던 오우거를 상대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

그런데 3차 관문의 문지기인 돌골렘에게 그 방식이 그대로 통했다.

물론 더 잘 버티고 그 돌풍 속에서도 나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은 달랐지만.

하지만 그게 전부.

그래서인지 오우거보다는 확실히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질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와르르를.

무언가 그대로 붕괴되며 쏟아지는 소리.

바로 악착같이 버티던 돌골렘이 그런 소리를 내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명백히 2차 관문의 리치에 비하면 약했으니까.

그것도 한참.

“왜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의문이 새어나왔다.

분명 1차, 2차, 3차를 거듭해갈수록 강력한 문지기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답을 구할 곳은 없기에 돌골렘이 쓰러짐과 동시에 울리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4번 스테이로 이동을 시작했다.

[3차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를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5시간동안 3차 관문이 오픈됩니다.

-3차 관문을 사용하여 4번 스테이지로 이동 후 다시 3번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5일간의 쿨타임이 존재합니다.]

홍주영을 필두로 1만 명의 일반인이 3차 관문을 돌파한 사이.

5차 관문 앞.

“모두 여기가 마지막이다! 그간 고생이 많았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

5차 관문을 앞두고 안드레이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마지막인 만큼 여기를 돌파하면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보르네슈 탐험대에 속한 모두는 함성을 내질렀고.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안드레이가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보상을 받으러 가자!”

한창 사기가 오른 지금이 마지막 관문을 돌파할 타이밍이니까.

그 후 보르네슈 탐험대는 5차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를 향해 호기롭게 달려들었고 분명 강하긴 했지만 탱커와 딜러 거기에 힐러와 서포터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결국 5차 관문의 문지기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자.

“와아아아!”

“해냈다! 우리가 해냈다!”

“보르네슈! 보르네슈!”

“안드레이! 안드레이!”

물론 전혀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닌 상황.

특히나 3, 4, 5차 관문보다 더 낮은 2차 관문에서의 피해가 꽤 컸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어쨌든 클리어를 했고 잔인한 이야기지만 남은 숫자가 줄어든 만큼 자신들의 탈출 순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 말인즉슨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더 커진다는 뜻이고.

그리고 그때 한창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는 보르네슈 탐험대를 향해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신대륙의 탐험에 성공하였습니다.

-5차 관문을 이용하여 신대륙을 벗어나는 것이 가능합니다.

-5차 관문을 이용시 순서대로 아래의 보상이 차등적으로 주어집니다.

: 첫 번째로 탈출시.

-1000개의 코인, 1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획득.

: 두 번째로 탈출시.

-999개의 코인, 99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획득.

: 세 번째로 탈출시.

-998개의 코인, 98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획득.

:

:]

“.......”

“.......”

“.......”

정적.

분명 방금 전까지 기쁨과 환호성이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메시지가 울린 이후로는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물론 아주 극소량의 코인이라도 어쨌든 코인.

거기에 똑같이 아이템이나 스킬 등으로 올리는 스탯포인트가 아닌 이런 식으로 얻는 잔여 스탯포인트는 남과 격차를 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적었다.

특히나 그 고생고생을 해가며 노력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할 정도로 적은 수준.

더욱이 모두다 1000개의 코인과 1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1등에게만 해당하는 보상.

밑으로 쭉쭉 내려가면 주어지는 보상이 계속 줄어들어갔고 100등 이하로는 코인은 그렇다 쳐도 잔여 스탯포인트는 1개로 고정되어 있었다.

즉, 100등의 보상이 900개의 코인에 1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였고 400등도 코인만 600개일 뿐 잔여 스탯포인트는 1개로 동일했다.

그렇기에 한쪽에서 한숨과 함께 탄식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허. 고작 이것을 얻으려고 그렇게 바득바득 고생을 했다고?”

“거기에 일반인 만 명도 버리고 왔는데...”

“젠장!”

그리고 그 볼멘소리는 점차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 끝은 이 퀘스트의 원 주인이었던 안드레이와 보르네슈 길드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 그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메시지가 더 울렸다.

[5차 관문은 일반인과 함께 이동시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함께 이동하는 일반인 1명당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300만 골덴링 획득.

: 소량의 경험치 획득.

: 코인 5개 획득.

: 잔여 스탯포인트 1개 획득.]

“허 일반인이... 결국 일반인이...”

“괜히 일반인이 강제로 온 것이 아니었잖아!”

“일반인이 메인이라고?”

결국 실제 보상은 일반인들로 얻어야 한다는 뜻이기에 메시지를 확인한 모두는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반인은 전부 시작 지점에 버리고 왔고 그 말인즉슨 그림의 떡인 것과 마찬가지.

더욱이 뒤이어 울리는 메시지로 그런 허탈감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퀘스트에 숨겨진 보상이 존재합니다.

-1명이 1,000명의 일반인과 함께 이동시.

: 추가적으로 잔여 스탯포인트 2000개를 획득합니다.

-1명이 5,000명의 일반인과 함께 이동시.

: 추가적으로 코인 2만개를 획득합니다.

-1명이 10,000명의 일반인과 함께 이동시.

: 추가적으로 보물 상자를 획득합니다.]

“젠장! 다 죽었다고!”

“시작 지점의 세이프티 존의 유지 기간은 1주일인데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

일반인이 온갖 몬스터가 들끓는 곳에서 세이프티 존이 없이 살아남는다?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들은 군인도 그렇다고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고.

결국 들인 노력에 비해 너무나 허망한 결과.

그리고 개중에는 차라리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자도 있었다.

아예 몰랐다면 생각보다 너무 짠 보상에만 분노를 느낄 뿐 이렇게 허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때 또다시 울리는 메시지.

당연히 모두들 더 이상의 메시지를 듣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일반인들이 전부 죽은 마당에 그에 관한 메시지는 조롱밖에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들 눈을 반짝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런 결정을 내린 안드레이는 더더욱.

[현재 생존한 일반인 숫자입니다.

-10563명 / 10563명]

“?”

“?”

“?”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메시지.

하지만 그 메시지로 지금 당장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도... 돌아간다!”

그래서 안드레이의 말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고 급하게 이동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모두들 어떻게 일반인들이 여태껏 생존해 있지? 라는 의문을 가지기는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1만 명에 달하는 일반인들이 어떻게 생존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보르네슈 탐험대는 뻥 뚫린 5차 관문을 등지고 다시 뒤로 이동을 시작했다.

< 가치 변화. > 끝

<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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