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짐 (1).
분명 이벤트의 종료까지는 아직 하루가 더 남은 상황.
하지만.
“주영아 수고했다.”
“알지? 이 누나가 너 1등하라고 열심히 기도했다는 것.”
“고생했다.”
“막내도련님 축하드립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까지 미리 축하를 건넸다.
물론 아직 이벤트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설레발로 비춰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러기에는 2등과의 격차가 너무 컸다.
마지막 남은 내일 하루를 굳이 그곳에서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현격하게.
그리고 나도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축하를 거절치 않았고 그 분위기를 즐겼다.
다음날.
2700레벨 사냥터 신들의 정원.
퍽. 퍽. 쾅. 쾅.
이미 1등은 따 놓은 당상.
하지만 그게 남은 시간 동안 사냥을 설렁설렁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기에 하던 대로 열심히 사냥을 이어갔다.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몬스터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사냥을 하던 중 갑자기 메시지가 울렸다.
[1주일간의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1주일간의 코인 획득량에 따라 1등에서 10등까지 차등적으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1등 : 11번 구역 아시란테.
-획득 코인 : 36,852개.
2등 : 31번 구역 멜로우.
-획득 코인 : 10,155개.
3등 : 9번 구역 코니.
-획득 코인 : 9,931개.
4등 : 17번 구역 클레타.
-획득 코인 : 9,722개.
:
:
10등 : 11번 구역 시안석.
-획득 코인 : 8,753개.]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의 종료로 2700레벨 사냥터 신들의 정원에서 강제로 벗어납니다.]
연달아 주르륵 울린 메시지.
그리고 그 메시지는 2700레벨 사냥터 신들의 정원에서 벗어나 명진 길드의 본거지가 있는 로돈성으로 이동된 뒤에도 계속 울렸다.
[축하합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이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에서 1등을 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래의 것들이 주어집니다.
: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20억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1000개를 획득합니다.
: 코인 2만개를 획득합니다.]
보상들을 확인하고 느껴지는 것은 딱 하나였다.
바로 무척이나 화끈하다고.
그럴만한 것이 저 보상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1주일간 무려 36,852개의 코인을 획득했다.
즉, 보상으로 얻은 2만개를 포함하면 총 56,852개의 코인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무려 1천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그간 이벤트나 퀘스트 등으로 얻은 것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고.
더욱이 가장 상단에 있는 상당한 양의 경험치.
그래서 그런지 연달아 메시지가 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흐흐흐.”
그간 ‘Revival Legend’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메시지를 꼽으라면 딱 이것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라는 메시지.
하지만 듣고 또 들어도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참을 그렇게 웃음을 토해내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레벨 : 1344
죽인 횟수 : 11582,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11개.
생명력 : 6,253,000(now) / 6,253,000(max)
마나 : 4,258,000(now) / 4,258,000(max)
힘 : 9574 민첩 : 11231 체력 46270
정신력 : 32949 지력 : 61847
잔여 스탯포인트 : 144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정확히 이번 이벤트를 시작하기 직전에 1300레벨을 달성했었다.
그런데 이벤트 한 번으로 무려 44레벨이나 올랐다.
그것도 절대 낮은 레벨이 아닌 1300레벨에서.
그래서 그간 2700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함에도 단 1의 경험치도 획득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느꼈던 아쉬움?
상태창을 보자마자 그 아쉬움이 싹 씻겨 내려갔다.
아무리 그곳에서 몬스터들이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줬다 해도 44레벨은커녕 채 10레벨 아니, 5레벨도 안될 것이 뻔했으니까.
여하튼 그 기쁨을 뒤로하고 총 144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당연히 그로인해 체력은 지력과 똑같이 1440, 정신력은 720이 증가했고.
그리고 내 1등을 축하하기위해 마련한 조졸한 파티를 위해 로그아웃을 할 찰나.
“...굳이 미룰 필요는 없잖아? 코인 확인.”
[현재 보유한 코인.
-56852.01개입니다.]
직전에 최종적으로 85%의 현실 구현률을 올리고 500개 남짓한 교환 가능한 코인이 남았었다.
그러나 그것을 전부 아빠에게 건넸다.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10만개나 받음으로써 결국 10만개의 코인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인 마당에 굳이 500개 남짓한 코인에 끝까지 욕심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0개에서 시작을 한 것이 1주일 전인데 벌써 5만 6천개 이상을 모인 상황.
그래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현실 구현률을 불러왔다.
우선 현재 85%의 현실 구현률을 달성했기에 1%당 필요한 코인이 무려 9000개.
무척이나 많은 코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나 혼자만 그렇게 소모되는 것이 아니기에 거리낌 없이 코인을 소모했다.
그리고 정확히 4만 5천개를 사용해 90%를 달성하자.
[1200레벨 특권 ‘현실 구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실 구현률은 90%입니다.
-100%까지는 1%의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데 10,000개의 코인을 필요로 합니다.]
“.......”
무려 90%의 현실 구현률.
처음에는 100%는커녕 90%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지 나조차 살짝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필요 코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를 했기에 더더욱.
그런데 결국에는 그것을 달성하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길지 않았다.
현재 남은 코인이 11852.01개로 결국 90%도 스쳐지나가는 구간이었으니까.
그것도 지금 당장.
우선 그렇게 남은 코인 중에 1만개를 더 사용해 현실 구현률을 91%로 맞추고 로그아웃을 했다.
그 뒤 성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석인수 실장 등을 비롯한 무척 가까운 자들과 즐거운 축하파티 자리를 가졌다.
다음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1주일 만에 다시 찾아온 사냥터.
하지만.
“.......”
뭔가 예전과 달리 신이 나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았다.
바로 2700레벨 사냥터에서의 사냥 경험.
당연하지만 훨씬 강했다.
특히나 부활을 함으로써 더더욱.
그래서 뭔가 사냥하는 맛이랄까? 그런 것이 더 있었다.
하지만 신이 나지 않다고 건성건성으로 사냥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이 ‘Revival Legend’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여하튼 신이 나든 안 나든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레벨업을 해야 했기에 우직하게 사냥을 이어갔다.
보름 넘게 계속.
보름 뒤.
물론 보름간 계속 사냥만 하지는 않았다.
현실에서 경비대와 함께 명진 쉘터 주변을 정찰하는 등의 외부 활동도 했다.
그리고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않은 현실에서 갑자기 메시지가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에게 보르네슈 탐험대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보르네슈 탐험대에 참여를 하시겠습니까?
-5초 내에 결정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어 기회는 다른 유저에게 넘어갑니다.
-이 메시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울립니다.
-5초, 4초, 3초, 2초.]
“참여한다!”
물론 현실에서 메시지가 울린 것?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꽤나 비일비재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상황 설명도 없이 대뜸 5초 안에 결정하라는 메시지.
그렇기에 거절하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이벤트 혹은 퀘스트의 일종.
더욱이 이것과 완전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의 시련의 동굴이나 미국 홀드렛지의 교환 가능한 코인을 쏟아낸 석상도 얼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등장했다고 했다.
그래서 어째서 이게 나한테까지 온 건지 모르지만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보르네슈가 누구인지 아니, 어떤 길드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러시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길드.
“아무래도... 그쪽에서 뭔가 퀘스트를 찾았고 진행을 했다는 뜻이겠지?”
어쨌든 남의 식탁에 숟가락 하나를 얹는 선택을 하자 추가적인 메시지가 울렸다.
[1시간 뒤에 신대륙으로 이동합니다.]
우선 그 메시지에 아빠와 석인수 실장 등에게 당장 알렸다.
혹여나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를 하며 시간을 흘러 보냈고 정확히 1시간이 흐르자 또 다시 메시지가 울렸다.
[신대륙으로 이동합니다.]
순간 어딘가로 내 몸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척이나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어? 나는 방금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난민촌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야?”
웅성웅성.
와글와글.
분명 보르네슈 탐험대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고 5초 안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에게 그 기회가 넘어간다는 메시지.
그래서 나는 ‘Revival Legend’의 계정을 갖고 있는 자, 더 정확히는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에게만 그 메시지가 울린다고 판단했다.
분명 그것은 현실에서 울린 메시지였으니까.
하지만 일반인들.
그것도 내 주변으로 상당히 많은 숫자의 일반인들이 존재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나처럼 선택을 제안하는 메시지가 울리지 않고 강제로 이곳으로 이동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아! 아! 모두 침착하시기 바랍니다!]
한쪽에 질서정열하게 대열을 맞춰 서 있는 자들.
한눈에 그들이 바로 이 탐험대를 만든 보르네슈 길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짐작했던 말이 그들에게서 새어나왔다.
[저는 보르네슈 길드의 부 길드장 안드레이라고 합니다. 우선 현실 구현률을 올려 자발적으로 이번 퀘스트에 응하신 분은 이쪽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 안드레이라는 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리에서 몇몇 사람들이 안드레이가 말한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들은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
그러자.
웅성웅성.
와글와글.
함께 뭉쳐있는 와중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만 한쪽으로 빠져 나가자 남은 일반인들 무리에서는 불안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론 그것을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아무런 힘이 없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따로 남겨지는 상황이 좋은 의도로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우선 나는 나가지 않고 기다렸다.
보르네슈 길드도 참여자가 불특정 다수로 진행이 돼서인지 내가 있는 줄도 알지 못했고.
그리고 그때 안드레이라는 자의 말이 더 이어졌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퀘스트도 간단하고요. 그저 목표지점까지 이동해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다입니다. 그렇기에 힘을 합쳐야 합니다. 거대한 힘일수록 더 안전하게 클리어하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모두들 이 퀘스트도 보상을 위해 참여를 선택하신 것 아닙니까?]
두루뭉술한 말.
아니, 두루뭉술하다기보다는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에게만 통용되는 말을 내뱉는 안드레이.
그만큼 그 말뜻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는 손쉽게 파악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한쪽에서 크나큰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럼 아무런 힘이 없는 우리는 왜 끌고 온 겁니까?”
“우리도 당연히 함께 가는 겁니까?”
당연할 수밖에 없는 질문.
어쩌면 보르네슈 길드는 저것에 대해 먼저 말을 해야 했었다.
하지만.
[음... 그건 죄송합니다. 저희가 원한 것은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일반인도 강제로 딸려오는 것은 저희도 알지 못했고요. 더욱이 밖은 꽤나 위험한 곳으로 누군가를 보호하며 움직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는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결국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보르네슈 길드 때문이 아닙니까?”
“보르네슈 길드는 끝까지 우리를 책임져야 합니다.”
분명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
그렇기에 일반인들 무리에서는 이곳저곳 불만에 찬 고함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죄송하다고요.]
“.......”
“.......”
“.......”
당연하지만 현실 구현률을 올려 손에서 불과 얼음을 쏟아내고 검으로 두터운 바위도 무 자르듯 손쉽게 잘라내는 자들에게 일반인은 한없이 약한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안드레이의 인상 한 번에 언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냐는 듯이 침묵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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