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명백히 과소평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제약에는 버프와 디버프가 공존했으니까.
말인즉슨 제약을 10%로 설정하면 10%의 전투력 하락은 디버프였고 반대로 30%의 코인 양과 드랍률의 증가는 버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짝 기대를 했던 이유는 분명 메시지에 적혀 있었다.
바로.
[디버프 제약에 걸렸습니다.]
세이프티 존 밖으로 벗어날 때마다 울리는 메시지.
즉, 시스템은 제약을 디버프로 정의 내렸다.
물론 내가 가진 특성은 ‘올 디버프’가 아닌 ‘올 버프, 올 디버프’.
그래서 어쩌면 제약이 아예 무용지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게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제약이라는 디버프를 사용치 못하게 됨으로써 남들이 최소 30% 혹은 그 이상으로 빠르게 코인을 수급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니까.
그런데 ‘올 버프, 올 디버프’로 인해 전투력 하락은 사라진 채 코인 양과 드랍률만 살아남은 상황.
찌르르.
몸이 살짝 떨렸다.
애초에 제약이라는 디버프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에 더더욱.
“그나저나 남들보다 270% 더 드랍률과 드랍 양이 증가한다면...”
대략 남들은 1개를 얻는 동안 나는 4개를 얻는 수준.
아니, 그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드랍되는 코인 양뿐만 아니라 드랍되는 확률까지 증가하니까.
“흐흐흐.”
그래서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한참동안 계속.
그러다가 웃음을 멈췄다.
나머지 웃음은 1주일 뒤에 최종적으로 우승을 한 다음에 이어가도 충분하니까.
잠시 뒤.
위풍당당하게 세이프티 존 밖으로 빠져나왔고 2번의 블링크를 사용하고 나서야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를 처음 보고 느낀 것은 딱 하나였다.
바로 주변 환경이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던 만큼 몬스터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만큼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은 마치 피부가 벗겨진 것 마냥 시뻘건 표피를 그대로 드러냈고 그 표피 사이로 고름 같은 진물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기에 험상궂은 얼굴에 기본적으로 이마에 뿔 1~2개씩은 갖고 있었고.
“이건 뭐... 신들의 정원이 아니라 지옥 혹은 키메라 서식지가 훨씬 어울릴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사냥터 이름과 달리 주변 환경과 몬스터는 너무나 언밸런스했다.
그리고 그때.
[쿠오오오!]
나를 발견한 몬스터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우선 그 모습에 여타 다른 때와 달리 뒤로 살짝 몸을 빼며 녀석을 유인했다.
녀석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분명 처음 마주하는 몬스터인 만큼 최소한 사냥을 하기 직전 몰이사냥에 적합한 몬스터인지와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거의 4미터에 달하는 그녀석이 내게 다가와 나를 향해 내리치는 몽둥이도 피하지 않았다.
쾅.
“.......”
상당히 큰 굉음과 함께 정확히 내 오른쪽 어깨를 내리친 녀석의 몽둥이.
그러나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지를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강력한 공격인 것은 확실했다.
그간 허용했던 공격 중에 수위에 꼽을 정도로.
하지만.
“이정도면 나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분명 시스템이 내 수준에 접합하다고 내준 사냥터.
그만큼 확실히 뛰어난 대미지를 보여줬지만 솔직히 나에게 사냥을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경각심을 주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물론 고작 한 마리.
몰이사냥으로 꽤 많은 숫자에 몰리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연출돼도 상관없었다.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는 장식용으로 존재하는 스킬이 아니니까.
여하튼 녀석의 공격을 한번 맛본 상황.
남은 것은 녀석의 맷집이기에 곧장 녀석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퍽. 퍽. 퍼버버벅. 퍽.
우선 단일 스킬들부터 녀석에서 사용했다.
물론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에게는 너무나 흔했고 큰 기대를 하기에는 조금 모자람이 느껴지는 스킬이지만 내가 사용한 것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500레벨 몬스터 타이탄에게 나름대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했고.
그러나 확실히 2700레벨의 몬스터라 그런지 녀석은 내 공격에 신음 한번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공격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넘기며 연신 나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래. 2700레벨인데 이 정도는 돼야지.”
그 모습에 딱히 당황하지도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았다.
만약 그 정도의 공격으로 심대한 피해를 입혔다면 오히려 내가 실망을 했을 테니까.
그래서 우선 한 놈이지만 실전인양 공격을 시도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아이스 토네이도. 쏟아지는 우박.”
후두둑. 후두두둑.
순간 아이스 토네이도로 인해 거대한 돌풍이 발생했고 녀석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물론 녀석은 그 돌풍에 끌려가지 안기 위해 발악을 했지만.
그그극.
그 발악이 무색하게 땅바닥에 깊은 고랑을 만들며 결국 그 돌풍에 빨려 들어갔다.
그로인해 무방비 상태에서 얼음 회오리와 쏟아지는 우박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잠시 후.
[크억!]
털썩.
녀석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음... 내가 강한거야? 아니면 녀석들이 너무 약한 거야?”
결국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뿐이지 1500레벨 사냥터인 타이탄의 대지에서 하던 사냥 방식 그대로에 2700레벨 몬스터가 허물어졌다.
물론 요즘에는 아이스 필드나 살얼음도 깔지 않았고 블리자드나 아이스 토네이도 정도는 그것 하나만으로 정리가 가능하긴 했지만.
여하튼 그렇게 녀석이 쓰러진 곳을 살폈고 무려 남들보다 270%나 더 코인을 획득할 확률이 있음에도 드랍된 코인이 없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쓰윽.
“.......”
분명 죽었던 몬스터.
잠시 기절한 것도 아니고 쓰러진 것도 아니었다.
죽은 것과 그것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내가 멍청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이 부활하였습니다.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의 전투력이 50% 증가합니다.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의 생명력이 50% 증가합니다.]
“흠.”
물론 부활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나를 포함한 유저는 사망 페널티라는 것이 있지만 어쨌든 수없이 죽고 죽어도 부활이 가능했다.
근래에는 북한 김율정의 종속으로 인한 서지혜의 부활도 있었고.
그런데 문제는 왠지 이 부활이라는 능력이 내 눈앞에 있는 이 녀석만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말인즉슨 저 뒤쪽에 있는 모든 녀석들도 똑같이 부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부활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을 2700레벨 사냥터라고 하기에는 분명 손색이 있었으니까.
“그래. 좋아. 이 정도는 돼야 2700레벨 사냥터지!”
우선 한 번 더 죽여야 한다는 수고로움에 살짝 언짢긴 했지만 쿨하게 받아넘겼다.
그리고 다시 2차전을 시작했다.
쿵. 쿵. 쾅. 쾅.
당연하지만 50%는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그만큼 만약 지금의 내 수준에서 50%의 전투력 상승이 발생한다면 전과 완전히 다른 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눈앞의 몬스터도 그랬다.
다만.
쾅.
“그래도... 버틸만하네.”
600만이 훌쩍 넘는 생명력과 4만 5천이 넘는 체력.
거기에 어디 가서 절대 아쉬운 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의 아니, 아쉬운 소리가 아니라 상위 0.1%에 해당하는 아이템들.
그렇기에 50%의 전투력이 올라간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이라는 몬스터의 공격에도 크나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선 그 뒤로도 몇 차례 공수를 교환했고 오른 손에 들린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꽉 쥐었다.
“좋아. 그럼 대충 테스트는 끝났으니까. 아이스 웨폰. 그리고 블링크.”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푹.
블링크를 이용해 녀석에게 다가가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고 곧장 다시 뒤로 빠져 나왔다.
그 후.
“아이스 스피어. 징벌 아이스!”
퍼버벅. 퍽. 쾅!
[크윽!]
연타로 공격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확실히 전투력뿐만 아니라 생명력도 50%를 증가했는지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녀석도 다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분명 50%의 전투력 증가 때문인지 전보다 더 재빨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에 비하면 무척이나 느렸다.
특히나 아직 내가 펼쳐놓은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은 여전히 존재했고.
그래서.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웨이브!”
퍼버벅. 퍼버버벅.
그대로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블링크로 곧장 녀석의 옆으로 이동해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다.
푹.
[커억!]
녀석의 옆구리에 박혀드는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
우선 공격이 성공했기에 박혔던 검을 빼고 블링크로 뒤로 물러났다.
물론 다시 공격할 틈은 있었다.
녀석은 내가 자신의 옆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옆구리에서 검을 빼내고 나서야 알았으니까.
하지만 굳이 연달아 공격을 하는 것보다 다시 반대쪽으로 움직여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빨랐기에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러나 블링크를 사용치 않아도 되게 됐다.
털썩.
녀석이 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짐으로써.
그와 함께 이번에는 녀석이 쓰러진 옆자리에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코인.
“음. 분명 강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 상대...”
분명 부활을 하고 난 다음에는 더 강력해 졌다.
그 변화를 즉시 알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두려움이나 압박감을 느낄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실제 제약이라는 디버프가 그대로 적용이 된다면 못해도 20~30% 정도는 전투력을 깎고 시작해도 무난할 정도로.
우선 그렇게 맛보기 사냥으로 대충 테스트를 끝냈기에 본격적 사냥을 위해 이번에는 블링크를 사용해 녀석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홍주영이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 하는 사이.
분명 그간 진행됐던 다양한 이벤트나 퀘스트의 주인공은 강자들.
물론 정기 퀘스트나 이벤트 등으로 상대적인 약자들을 위한 이벤트나 퀘스트가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분명 주역은 강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만큼은 각자 수준에 맞게 진행이 됨으로써 상대적 약자라 평가받는 자들도 강자들과 겨뤄볼만한 이벤트였고 그렇기에 수많은 자들이 도전을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등장한 제약이라는 디버프.
모두들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순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분명 제약이라는 디버프를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야 했지만 혹여나 그로인해 낮아진 전투력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만약 죽기라도 하면 그대로 이벤트는 끝이었고.
더욱이 코인의 드랍률과 드랍양을 높인다고 무작정 전투력을 맞추면 그만큼 사냥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기에 모두들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제약 수준을 찾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2700레벨 사냥터 신들의 정원.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우선 얼음의 대지부터 만들었고 그 위로 곧장 광역 스킬을 퍼부었다.
“아이스 스톰! 쏟아지는 우박.”
퍽. 퍽. 퍼버버벅. 퍽.
후두둑. 후두두둑.
물론 아이스 스톰이나 쏟아지는 우박보다 최소한 곱절 이상 강력한 스킬이 2개나 존재했다.
하지만 메인은 부활을 하고 난 다음이었기에 블리자드와 아이스 토네이도는 아꼈다.
더욱이 부활하기 직전의 녀석들에게는 그 2개가 없어도 됐고.
물론 광역 스킬을 사용하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퍽. 퍽. 퍽. 퍽.
지력이 6만을 넘어감으로써 이제는 진짜 스킬 쿨타임이 블링크처럼 제로로 변한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
그것을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와 섞어가며 연신 녀석들에게 퍼부었다.
당연히.
푹. 푹.
여전히 아이스 웨폰이 적용된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으로는 가까이 다가온 녀석들에게 내질렀고.
그러자 곧 하나둘씩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스윽. 스윽. 스윽.
마치 좀비라도 되는 양 하나둘씩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웠고 그 와중에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마의 뿔이 한 개인 녀석은 한 번의 부활이 가능하고 뿔이 두 개인 녀석은 두 번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왜냐하면 뿔이 한 개인 녀석은 부활을 하면 머리의 뿔이 사라졌다.
두 개인 녀석은 한 개로 변했고.
더욱이.
뿔 두 개인 녀석이 두 번째 부활을 할 때는 이런 메시지가 울렸다.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이 부활하였습니다.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의 전투력이 100% 증가합니다.
-저주받은 심연의 일족의 생명력이 100% 증가합니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한 번만 부활을 하든 두 번을 부활을 하든 내가 100% 본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내 적은 되지 못했으니까.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것이 아쉬울 뿐.
여하튼 그렇게 2700레벨 사냥터에서 마치 1500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것 마냥 사냥을 지속했다.
아무래도 시스템이 나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물론 어쩌면 제약이라는 디버프를 감안해 이런 사냥터를 내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 명백히 과소평가. > 끝
< 또 그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