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01화 (201/271)

201화. 90퍼센트.

명진 쉘터 내 저녁 식사 시간.

“몇 레벨 사냥터야?”

“글쎄.”

누나의 질문에 곧장 대답을 하진 않았다.

그러자 누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좋아. 당연히 2000레벨은 넘었겠지? 분명 그럴 거야. 음... 그럼 한 2300? 2400레벨?”

“흐흐흐.”

이번에는 대답대신 웃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누나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그 이상이라는 거야?”

물론 누나가 놀랄만한 것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사냥터가 1500레벨이었고 그걸 감안하면 2400레벨 사냥터는 무려 900레벨이나 높은 사냥터였다.

하지만 2400레벨 사냥터는 내게 적합하다며 주어진 2700레벨 사냥터에 비하면 여전히 300레벨이 낮은 사냥터.

그래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연이어 누나가 질문하는 2500레벨, 2600레벨 사냥터에도 똑같이 고개를 저었다.

“허... 그럼 2700레벨?”

“응.”

누나 입에서 드디어 2700레벨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고 그 순간 누나뿐만 아니라 아빠, 엄마를 비롯해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누나가 언제 놀란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막내 이번에는 1등이 어려울 수도 있겠네? 드디어 실패를 맛보는 건가?”

누나 말대로 확실히 그럴지도 몰랐다.

분명 모두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사냥터가 개별적으로 제공됨으로써 결국 표면적으로는 공평한 게임이 됐으니까.

그로인해 드랍되는 코인의 양과 확률도 전부 동일했고.

하지만.

“글쎄. 나는 왠지 또 1등을 할 것 같은데?”

진짜 그럴 것 같았고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2700레벨이라는 사냥터에 대해 긴장감이나 압박감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컸고.

다음날.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의 시작은 내일.

그렇기에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사냥에 열중했고 결국 메시지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

정확히 1300레벨을 알리는 메시지.

하지만 아쉽게도 그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 외에 1200레벨때의 현실 구현률이라는 특권을 얻었다거나 혹은 새로운 스킬 습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전과 똑같은 그런 메시지.

그러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분명 1299레벨과 1300레벨은 숫자 단위가 다른 레벨대였으니까.

“좋아. 그럼 1400레벨로 가봐야지!”

우선 이벤트 시작까지는 여전히 하루가 남았고 나도 1300레벨은 성에 차는 레벨이 아니었기에 곧장 다시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홍주영이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 열심히 사냥하는 사이.

중국 베이징.

“허... 더 강해졌군. 아니, 이건 단순히 더 강해졌다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한 차원 진일보한 수준인데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분명 현실이잖아. 현실.”

당연하지만 시 주석은 일본 오사카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내부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동원해 그쪽을 주시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기억의 구슬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기억의 구슬에는 홍주영이 그들을 처리하는 영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 주석은 그 영상을 보고 또 봤다.

물론 시 주석은 홍주영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단서도 제공했고 가급적 홍주영뿐만 아니라 명진과도 마찰을 빚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영상 속의 홍주영의 모습은 시 주석과 중국 정부 수뇌부들이 사전에 상정해놨던 강함을 훌쩍 뛰어넘어 있었다.

그래서 시 주석은 저도 모르게 연신 질문을 토해냈다.

“분명 저들 개개인의 능력은 스미스 그 이상. 그렇다면... 저렇게 어른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놀 듯 이기면 안 되잖아?”

분명 스미스 일행을 상대로 초중반까지는 고전을 했었던 홍주영.

물론 막판에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연달아 내놓아 결국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그래도 분명 초중반은 고전을 했던 것이 홍주영이었다.

더욱이.

“저 뿌리 같은 것들이 원래 저렇게 두꺼웠나? 그리고 다른 것과 달리 저 하얀색은 또 뭔데?”

“.......”

“.......”

“.......”

시 주석의 계속된 질문.

하지만 중국 정부의 수뇌부들은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후로도 한참 더 회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한 상황에 시 주석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홍주영의 강함이 우리의 예상 범위를 훌쩍 벗어났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겠지?”

시 주석의 뜬금없는 말.

그러나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자들은 이곳에 없기에 수뇌부 중에 한명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네. 이번 이벤트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저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홍주영이라면 못해도 2000레벨 아니, 어쩌면 저희의 생각보다 훨씬 높은 사냥터가 주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제약을 거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설사 제약을 건다 해도 최대 10%가 맥시멈일 것입니다.”

“좋아. 단, 우리의 경쟁 상대가 홍주영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더욱이 먼저 알고 시작하는 만큼 꼭 우승은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시 주석의 말에 휘하 수뇌부들이 대답을 함으로써 그렇게 홍주영의 터무니없는 강함을 시작으로 했던 회의가 종료됐다.

물론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수뇌부가 생각이상으로 강력한 홍주영의 모습에 의아함을 넘어서 경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있었다.

바로 홍주영의 강함을 상정했던 시점을 스미스와의 대결을 했던 때로 잡았다는 것.

하지만 스미스와의 대적 이후 홍주영은 의도치 않았지만 어쨌든 기생충을 잡아먹음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뿌리까지 엄청난 성장을 했고 그 이후에는 미국 뉴욕에서 홀드렛지의 석상의 파괴로 어쩌면 수백만 개의 코인이 필요할 ‘Revival Legend’ 내의 아이템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착용이 가능했다.

거기에 북한 김율정의 음모를 역이용함으로써 서지혜에게 1만 4천개가 넘는 스탯포인트를 얻었고 직전에는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코인으로 교환해 한번에 10만개 이상의 코인을 얻었고.

그로인해 달성한 것이 무려 85%의 현실 구현률.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모든 것이 꽤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수뇌부들은 홍주영의 성장세에 두려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1300레벨이 끝이 아니기에 항상 하던 대로 사냥을 이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하나가 울렸다.

[현시간부로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이벤트 시작’을 외치시면 곧장 개인마다 주어진 1주일 한정 사냥터로 이동됩니다.

-1주일 한정 사냥터 내부에서 로그아웃시 자동으로 밖으로 빠져 나오며 혹여나 그곳에서 사망시 동일한 사망 페널티를 받습니다.]

“한번이라도 죽으면 그대로 이벤트도 끝이군.”

1주일간 진행되는 이벤트인데 1주일간의 사망 페널티를 그대로 받는다는 것은 결국 사망시 이번 이벤트에서 자동으로 탈락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그래서 곧장 입을 열었다.

“이벤트 시작.”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를 실행합니다.

-lumen, 아시란테님에게 주어진 사냥터는 2700레벨 사냥터입니다.

-신들의 정원으로 이동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어딘가로 몸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눈앞에 넓은 푸른 들판과 온갖 총천연색의 꽃들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신 마치 바짝 타버린 듯한 검은색 대지와 당장 비라도 내릴 듯한 우중충한 하늘이 나를 반겼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신들이라는 작자들의 취향 한번 독특하네.”

분명 신들의 정원이라는 사냥터.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알고 있는 정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별개로 재빠르게 주변을 살폈고 혹여나 있을지 모를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를 했지만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흠. 내가 밟고 있는 이 세이프티 존을 벗어나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사냥터에 입장하자마자 죽는 불상사를 방지해주기 위해서인지 꽤 넓은 범위에 세이프티 존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블링크로 세이프티 존 끝까지 이동했고 발을 세이프티 존 밖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갑자기 메시지가 울렸다.

[디버프 제약에 걸리셨습니다.]

“응?”

무척이나 뜬금없는 메시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약이라는 뜻이 좋은 뜻은 아니니까.

더욱이 나에게는 ‘올 버프, 올 디버프’라는 특성도 존재했고.

하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을 생각인지 메시지가 연달아서 울렸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남보다 앞서 나가겠다는 욕망과 열망이 있다면 누구나 디버프 제약 설정이 가능합니다.

-제약은 10% 단위로 설정 가능합니다.

: 10% 제약 설정시 전투력이 10% 감소합니다.

단, 코인 드랍률과 드랍되는 양이 30% 증가합니다.

: 20% 제약 설정시 전투력이 20% 감소합니다.

단, 코인 드랍률과 드랍되는 양이 60% 증가합니다.

:

:

: 90% 제약 설정시 전투력이 90% 감소합니다.

단, 코인 드랍률과 드랍되는 양이 270% 증가합니다.]

[제약 설정은 세이프티 존에서 밖으로 이동시 설정 가능하며 이미 설정한 제약 수치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설정을 위해서는 다시 세이프티 존 안으로 들어와 밖으로 이동해야 가능합니다.]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의 제약은 0%입니다.]

“.......”

우선 꽤 긴 메시지를 찬찬히 살폈다.

그러다 마지막 줄을 읽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분명 각자 수준에 맞는 사냥터가 개별적으로 제공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공평했던 이벤트.

하지만 제약이라는 것으로 그 공평함은 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약이라는 것이 낮은 전투력을 가진 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말인즉슨 100의 전투력을 가진 자가 10%의 제약을 설정하면 90의 전투력을 갖는다.

그리고 그 정도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설정된 몬스터와 충분히 전투가 가능한 수치였다.

그러나 나는 명백히 100정도의 전투력이 아니라 못해도 1만 이상의 전투력.

즉, 최소 10%의 제약만 가해도 1만의 전투력이 9천으로 하락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우선 0%에서 따로 제약 설정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그 제약으로 죽을까봐?

당연히 아니었다.

아무리 내 수준에 맞춰 제공된 사냥터가 2700레벨 사냥터지만 그렇다고 20~30% 전투력 하락으로 위험에 처할 만큼 내가 형편없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 겨우 이벤트의 시작이고 이곳에 어떤 몬스터도 나오는지 모르는 상황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그대로 세이프티 존을 빠져 나와 몇 발자국 걸을 찰나.

“.......”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저벅저벅.

우선 뒤로 돌아 다시 세이프티 존 안으로 이동했다가 밖으로 몸을 뺐다.

그러자 메시지가 울렸다.

[디버프 제약에 걸리셨습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재 제약은 0%입니다.

-새로운 제약 설정이 가능합니다.]

처음 세이프티 존 밖으로 몸을 움직일 때 지금처럼 곧장 디버프 제약에 걸렸다는 메시지가 울렸었고 그 순간 ‘어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는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했으니까.

즉, 애초에 걸려서는 안 됐다.

그러다 제약에 대한 메시지를 보고 ‘올 버프, 올 디버프’가 통하지 않는다고 지레짐작을 했다.

이것은 유저들끼리 사용하는 디버프나 한정 스킬 혹은 특성 같은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잠시 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로 0%라서 ‘올 버프, 올 디버프’가 통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는.

말인즉슨 0%는 말만 디버프지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수치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올 버프, 올 디버프’가 울리지 않은 것이고.

“좋아. 어차피 테스트니까. 디버프 제약 10%로 설정.”

[디버프 제약 설정을 하였습니다.

-설정한 제약 : 10%.

-전투력이 10% 하락하는 대신 코인 드랍률과 드랍되는 양이 30% 증가합니다.]

나름대로 덤덤하게 내뱉은 10%의 제약 설정.

하지만 조금 아니, 상당히 떨렸다.

통할지 안 통할지도 몰랐고 혹여 통한다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였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긴장된 마음으로 다음 메시지를 기다렸고 곧 메시지가 울렸다.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중입니다.

-디버프 제약에 걸리지 않습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의 제약은 10%입니다.

-전투력이 0% 하락하는 대신 코인 드랍률과 드랍되는 양이 30% 증가합니다.]

“오!”

반신반의.

거기에 메시지는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래서 곧장 다시 세이프티 존 안으로 움직였다 밖으로 나왔고 또 한 번 제약 설정을 묻는 메시지에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90퍼센트!”

[‘올 버프, 올 디버프’를 보유중입니다.

-디버프 제약에 걸리지 않습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의 제약은 90%입니다.

-전투력이 0% 하락하는 대신 코인 드랍률과 드랍되는 양이 270% 증가합니다.]

< 90퍼센트.(수정) > 끝

< 명백히 과소평가.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