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00화 (200/271)

200화. 2700레벨.

일본 도쿄.

미쓰야 길드 본거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전에는 분명 서로를 향해 쌍욕을 하며 칼을 겨눴지만 이번에 내가 오사카의 적을 처리하기로 합의를 한 뒤로는 류세치 회장을 비롯해 미쓰야 길드 수뇌부들 대부분이 나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했었다.

그러나 명백하게 지금이 그때보다 더 공손했다.

물론 왜 그런지 모르지는 않았다.

분명 미쓰야 길드는 그들을 상대로 고전을 했으니까.

그것도 몇 날 며칠을.

하지만 나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대화를 나눈 시간을 빼면 약 5분 정도.

즉, 지금처럼 아무리 속보이는 행동일지라도 해야 했고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기에 그 행동에 얄팍하다거나 같잖다는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격한 환대에 맞춰 나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입을 열 뿐.

“뭘요. 더 일찍 도움을 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여기 있습니다.”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품에서 기억의 구슬을 꺼내 류세치 회장에게 건넸다.

물론 죽은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비밀을 털어놨다면 이렇게 순순히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미쓰야 길드와 아무리 분위기가 험악해 지더라도 혹시나 그들로부터 중요한 정보가 새어나오면 우선적으로 독점하는 방향으로 사전에 계획을 짜기도 했고.

하지만 죽은 그들에게서 딱히 정보라고 할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동시에 사용해 따로 명진에 가져갈 것을 빼놓고 순순히 기억의 구슬을 건넸다.

그러자 류세치 회장이 그것을 받아들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분명 정보 교환을 하기로 합의를 했으니 당연히 드려야 하지요.”

그다지 가치 있다고 볼 수 없는 기억의 구슬을 가지고 전에 했던 합의를 다시 상기시켜줬다.

다른 것을 다 떠나 1300레벨 사냥터의 공유는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으니까.

더욱이 그것 가지고 미래 길드와 몽골의 투갈 길드 상대로 생색내기도 좋고.

“물론입니다. 합의를 했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꼭 지켜야 하지요.”

여하튼 그런 내 뉘앙스에 류세치 회장도 웃으며 화답을 했고 그 뒤로도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장 명진으로 복귀한다는 나에게 어떻게 은인을 그냥 보내냐며 식사 대접은 꼭 해야 한다며 끈질기게 붙잡았고 결국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그 후 진행된 저녁 식사 자리는 나와 류세치 회장만 있지는 않았다.

말인즉슨.

“반갑습니다. 니코라고 합니다.”

“저는 미츠코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사나입니다.”

류세치 회장의 손녀라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류세치 회장과 함께 나를 반겼다.

물론 그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정색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가에 미소만 띠며 저녁 식사를 할 뿐.

그리고 그 다음날 미련 없이 명진 쉘터로 이동했다.

그날 저녁.

명진 소회의실.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히 찍은 기억의 구슬이 있다지면 직접 그 현장에 있던 내 생각과 의견도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기에 아빠는 물론이고 형과 누나, 석인수 실장 등이 소회의실에 뭉쳤다.

그리고 말없이 기억의 구슬을 한차례 확인하고 영상이 끝나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분명 대화가 가능한 대상. 하지만 일부러 말을 안 하는지 아니면 못하는지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있었음에도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다.

전자는 복수심이든 뭐든 개인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어떤 제약이나 통제에 묶여 있다는 뜻이니까.

여하튼 그 뒤로도 그들을 상대하며 내가 직접 느낀 바를 계속 이야기 했다.

그러다 누나가 영상 속의 한 장면을 콕 집으며 입을 열었다.

“주영이를 향해 언급한 ‘그분들의 아우라.’라는 말은 저들도 자신들이 소속된 곳에서 상류층이 아니라는 말인데. 그걸 감안하면 무척이나 쎄네요?”

“.......”

“.......”

“.......”

약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하지만 그것은 내 수준에 비춰보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자들에 비춰보면 무지막지하게 강했다.

그렇기에 일본이 그만큼 당한 것이고.

그리고 그 침묵을 만들어낸 누나는 침묵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계속 입을 열었다.

“그럼 그자들을 중간 정도로 보면 우리는 엄청 약한 거네요? 만약 그들이 이렇게 소수가 아니라 다수로 온다면 주영이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쥐구멍을 찾아야 할 정도로. 더군다나 그들이 말한 ‘그분’이라도 오는 날에는 쥐구멍을 찾을 시간도 없을 테고요.”

1 플러스 1 행사인양 누나의 그 말로 침묵은 더 길어졌다.

확실히 누나의 말대로 그들의 수준은 지구에 소속된 자들의 평균을 한참 웃돌았으니까.

다음날.

우선 아무리 기억의 구슬을 더 돌려봐도 특별히 더 나오는 것은 없기에 결론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자는 것으로.

그래야 뭘 하든 할 테니까.

그래서 나도 아침을 먹고 곧장 ‘Revival Legend’에 접속해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물론 일본 미쓰야 길드와의 협약으로 얻어낸 1300레벨 사냥터?

그건 나대신 처리할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바로 죽은 그들이 말한 ‘그분’이라는 자들이 지구에 등장했을 때 그들에게 밀리지 않는 것.

아니, 밀리는 수준이 아니라 이기는 것.

그렇기에 1주일을 넘고 2주일을 넘어서까지 연신 사냥에 몰두했다.

그리고 정확히 1300레벨을 목전에 둔 시점에 메시지가 울렸다.

나에게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안녕하세요. ‘Revival Legend’입니다.

-추가적인 변경 사항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차후 모든 사냥터에서 몬스터들이 사망시 일정 확률로 코인이 드랍되게 변경됩니다.

다만, 사냥터의 수준에 따라 드랍되는 코인의 양과 확률이 다르며 더 높은 수준의 사냥터일수록 많은 양과 드랍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위와 같은 변경으로 인해 1300, 1400, 1500레벨 사냥터에 존재하는 사망 페널티가 모든 사냥터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

코인이 일반 몬스터에게도 드랍되는 사냥터는 1300, 1400, 1500레벨의 사냥터.

물론 이벤트나 퀘스트처럼 많지는 않았다.

분명 적었다.

하지만 많고 적음을 떠나 일반 몬스터에게도 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이점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벤트나 퀘스트처럼 직접 코인을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가 죽고 드랍이 되는 상황.

즉, 특정인에게 코인을 몰아주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1300 이상의 사냥터를 서로 확보하기위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고.

대신 그만큼의 위험요소도 있었다.

바로 사망시 재접속을 위한 쿨타임이 1일에서 무려 7일로 거기에 대량의 경험치 하락이라는 것으로.

특히나 현재 100레벨 미만은 접속 금지가 된 만큼 언제 200레벨 미만도 접속 금지가 될지 몰랐고 그런 상황에 7일간의 접속 불가와 대량의 경험치 하락은 엄청난 위험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페널티는 그 두 개로 끝이 아니었다.

추가적으로 1회 사망시마다 1~10개 사이의 스탯포인트의 영구적인 하락이 더 존재했다.

“흠. 그래도 낮은 레벨의 사냥터에서도 코인이 드랍된다는 것은 ‘Revival Legend’ 유저들의 전체적인 능력이 올라간다는 뜻이긴 한데...”

아무리 페널티가 무섭고 어마어마하더라도 결국 안 죽으면 되는 상황.

즉, 조금 낮은 수준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해도 되고 정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파티 사냥을 하면 됐다.

그 대신에 모든 몬스터에서 코인이 드랍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도는 코인의 개수가 증가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풍부해진 코인으로 지금보다 더 손쉽게 강자가 나올 토대가 만들어 진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의 말대로 평균적인 능력치가 그들에 비해 우리가 밀리니 마치 더욱더 분발하자는 뜻 같아서.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더 울렸다.

[모든 사냥터에서 코인이 드랍되게 된 것을 기념하여 3일 뒤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이번 이벤트는 이벤트가 진행되는 1주일간 누가 더 많이 몬스터가 드랍한 코인을 모으는지 겨루는 이벤트입니다.

: 이벤트 기간 동안 여타 다른 이벤트나 퀘스트 등으로 획득한 코인은 카운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이벤트 기간 동안 아무리 몬스터를 잡고 획득한 코인이라도 타인과 교환 등으로 거래가 된 코인은 카운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흐흐흐.”

메시지에 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를 위한 이벤트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내가 사냥하는 곳은 가장 높은 수준의 사냥터인 1500레벨 사냥터였고 더불어 내 사냥 속도는 수십 수백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인원이 파티 사냥을 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였으니까.

물론 조금 불안요소는 있었다.

바로 이 이벤트는 누가 더 많은 몬스터를 처리했냐가 아니라 그 처리한 몬스터가 드랍한 코인을 누가 더 많이 모았는지 겨루는 이벤트라는 것.

즉, 거대 길드 등에서 자신들이 100% 독점하고 있는 사냥터에서 길드원들에게 사냥을 시키고 드랍된 코인을 일체 줍지 못하게 하고서 길드장 같은 특정인이 전부 줍는다면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코인을 획득할 확률이 높았다.

아니, 100% 그런 식으로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나도 분명 그런 수를 사용할 뒷배경이 존재하니까.

여하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사냥을 할 찰나 메시지가 또 울렸다.

[3일 뒤 시작하는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는 참여자의 공평성을 위해 각 도시나 성에 위치한 표지판을 통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사냥터를 제공합니다.

-제공 받은 사냥터에서만 획득한 코인이 카운트 됩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사냥터가 제공됨으로써 모든 사냥터에서 드랍되는 코인의 양과 확률은 전부 동일합니다.]

“응?”

뜬금없는 메시지.

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방식은 개인전이고 지금까지 개인전에서 내가 패배하거나 남에게 뒤처진 적은 단 한번도 업으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만족하며 마지막 메시지 확인을 끝내고 다시 사냥을 이어갔다.

결국 진행은 3일 뒤였고 그 말인즉슨 아직까지 참가 신청까지는 3일이 남았다는 뜻이니까.

다음날.

코툼성 앞.

휘이잉.

한때는 정말 수많은 유저들로 북적북적 거렸던 코툼성.

하지만 새로운 신규 유저도 막히고 그 뒤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100레벨 미만의 유저도 접속이 막히자 코툼성은 엄청 한산해졌다.

특히나 200레벨 미만은 언제 자신들도 접속이 제한될지 모르기에 모든 시간을 사냥에만 할애 중이기에 더더욱.

그렇기에 그 한산한 길을 따라 코툼성 중앙 광장으로 이동했고 곧 메시지에서 말한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표지판에 더 다가가자 메시지가 울렸다.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에 참여 하시겠습니까?]

“참여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아라.’ 이벤트에 참여를 선택하였습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재 수준을 파악 중입니다.

-스탯포인트, 스킬, 아이템 등이 주요 판단 대상이며 수준 파악이 완료된 뒤에는 제공된 사냥터 안에서 아이템의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한다.”

이미 어제부터 참가 신청이 가능했기에 대충 듣기는 했다.

그렇기에 충분히 이해가 됐다.

수준을 체크할 때 일부러 아무런 아이템을 착용치 않아 자신의 수준을 낮게 평가받을수록 제공되는 사냥터의 수준도 낮아져 결국 손쉬운 사냥이 가능할 테니까.

그만큼 코인의 획득도 쉽고.

여하튼 그것을 알기에 원래 내가 착용했던 아이템을 그대로 착용한 채 진행을 했고 잠시 뒤에 메시지가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의 수준에 맞는 적정 사냥터는 2700레벨 사냥터입니다.

-1주일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lumen, 아시란테님에게 2700레벨 사냥터가 제공됩니다.]

현재 ‘Revival Legend’ 내에서 가장 높은 레벨의 사냥터는 1500레벨 사냥터.

그런데 내 수준에 맞는 사냥터로 2700레벨 사냥터가 나왔다.

무려 1200레벨의 차.

그래서 분명 내가 이만큼 강하구나 하고 자축할만한 일이긴 했지만 썩 달갑지 않았다.

결국 그만큼 강력한 사냥터라는 뜻이고 진짜로 공평한 게임이 됐다는 뜻이니까.

말인즉슨 평범한 200레벨의 유저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사냥터로 약 200레벨의 사냥터가 제공이 됐을 것이다.

나니까 2700레벨의 사냥터가 제공이 된 것이고.

그리고 메시지대로 각자 수준에 맞게 사냥터가 제공이 된 만큼 드랍되는 코인의 양이 모든 사냥터가 동일하다고 했다.

즉, 충분히 이번 이벤트에 한해 200레벨의 유저가 1등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1등을 양보할 생각은 없지.”

나지막하게 그 말을 내뱉고 뒤로 돌아섰다.

< 2700레벨. > 끝

< 90퍼센트.(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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